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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서귀포 가시리 따라비오름

by 구석구석 200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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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오름...따라비오름

 

억새와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오름은 뭐니뭐니 해도 따라비오름이다. 올록볼록 아담한 크기의 오름, 부드럽게 연결된 오름 능선의 곡선미, 바람에 휘날리는 은빛 억새. 자연의 조화가 신비롭기만 하다.

 

따라비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마을 북서쪽 약 3km, 제동목장에서 대록산을 거쳐 가시리에 이르는 포장도로 중간쯤의 동쪽 초원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름마저 독특한 따라비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늦가을 주말쯤 다녀오면 정말 좋다.
다른 오름과 달리 따라비는 도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어 생각보다 쉽게 찾지 못하는 오름이다.(번영로에서 3.5km) 가능한 적게 걷고 가능한 많은 기쁨을 얻으려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따라비오름은 오름 그대로의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비오름 가는 길은 몇 가지가 있는데 남영목장 쪽 길이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제주시에서 성읍쪽으로 번영로(옛 동부관광도로, 97번)를 타고 가노라면 좌측에는 성읍2리 간판, 우측에는 남영목장(한자로 쓰여있음)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트래킹은 시작된다. 오름 아래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비오름을 처음 접했을때 재미있는 이름때문에 호기심을 보인다.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모지오름에 이웃해 있어 마치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서 따라비라 한다는 풀이가 있는가 하면 가까이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모여 있어서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 했고 또한 모지오름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형국이라는 데서 따하래비라 했다는 등의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명성과 찬사에 걸맞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따라비는 너무나 수려하고 매혹적인 자태다. 오름 앞쪽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황금빛 억새물결이 부드럽게 출렁이고 오름을 오르면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청초한 느낌의 물매화도 참 앙증맞다. 담자색 아름다운 꽃, 야고는 억새를 기주로 삼아 1년 생애를 마감하는데 억새 밑을 잘 살펴봐야 발견할 수 있는 식물계의 고독한 나그네이다.

 

따라비오름은 여섯 개의 봉우리와 세 개의 굼부리를 가지고 있어 결국 오름 여섯 개를 돌아본 셈이 된다. 봉우리 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바람세기가 다르고 주변 풍광이 달라진다. 

 
 

 

굼부리 능선을 따라 오름을 돌아본다. 하나, 둘, 셋...오름에서 태어나 결국은 오름 곁에 뭍힌 제주사람의 무덤이 마치 또하나의 오름처럼 오름자락을 수놓고 있다.


오름정보 - 표고: 143.1m 비고:43m 

자료 - 보보스제주 강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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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오름들에서의 가족은, 따라비와 삼형제(세성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비(따래비 땅하래비 地祖岳 多羅非 地翁岳, 표선면 가시리 산 62번지, 표고 342m 비고 107m)는 중산간도로(1136번)와 서성로(1119번)가 만나는 가시사거리까지에서 성읍리 쪽 100m 지점 왼쪽의 길을 따라 2.8km를 가면 기슭(공터)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표선면 쓰레기처리장 쪽, 번영로변에 연한 남영목장 쪽, 성읍2리 버스정류장 쪽, 큰사슴이 쪽 등에서도 각각 기슭에 이를 수 있다. 

주위에 모지(母地)오름, 장자(長子)오름, 새끼오름이 있는 데서 이 오름은 그 중 가장(家長)이 되어 따애비, 땅하래비라 불려지다 따라비, 따래비로의 와전, 고구려어의 다라(達乙 : 높다)+비(미 : 산)에서 경음화 되어 따라비로의 전이되었다는 설 등이 있고 이를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 다라비(多羅非), 지옹악(地翁岳)이라 하고 있다. 이 오름이 오름의 할아버지라 할 때 그 손자는 구좌읍 종달리에 손지오름이 있다.

 

할아버지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일까? 오름의 멋을 듬뿍 껴안고 완벽에 가까운 미의 경지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오름이다. 굼부리는 3개임이 분명한데 연이어지는 봉우리는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새를 달리하므로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함을 지니고 있다. 만약에 이 오름이 풀밭이 아니고 나무로 채워졌다면 그 위용과 멋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오름의 아름다움은 큰사슴이, 성읍2리 버스정류장, 남영목장, 그리고 큰사슴이 쪽에서 들어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름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름의 형상을 관망하는 데 있다. 끊어질 듯한 능선은 어느 새 봉우리로 이어졌다가 굼부리로 빠져들고 이는 다시 능선으로 솟아오르고. 마치 험난한 인생살이의 역정을 보는 듯하다.

 

들꽃들과 어우러진 민틋한 등성이, 원형과 말굽형의 복합을 이룬 굼부리와 여기저기 자리한 묘들의 조화, 그리고 이 오름을 중심으로 대가족을 이룬 주위 오름들의 배열, 이에 따라 그럴듯하게 붙여진 오름들의 이름-장자오름(큰아들), 모지오름, 새끼오름(작은아들)-은 결코 우연의 소산은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자애로움을 두루 갖추고 있는 따라비의 신비로움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오름 등성이와 기슭에는 출렁거리는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뤘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져버렸으나 제주오름들의 할아버지의 그 전형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 / 제주일보 2008.10 김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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