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댐
영천에서 보현산으로 가는 길은 35번 국도를 이용할수도 있지만, 영천댐의 시원스런 모습을 보고 싶다면 69번 도로를 권한다. 자동차로 댐 일주도로를 달릴 때 보이는 경치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한 봄기운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영천시 문화관광과
영천댐은 높이 42m, 제당길이 300m에 9,640만톤의 저수량을 가진 다목적댐으로 댐 주변 15km에는 벚꽃, 개나리, 장미꽃이 절경을 이루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 있다.
영천댐호수전경 / 영천시청
영천호 조망 즐기며 오르는 호젓한 능선길의 기룡산(騎龍山ㆍ961.2m)
▲ 영천댐 건설로 수몰지에서 이곳으로 이전 복원한 문화재단지. |
산행은 자양면사무소 맞은편의 버스정류장에서 영천댐을 왼편에 두고 차도를 걸어 파출소를 지난다. 오른편에 강호정, 오회공 종택, 사의당 등 문화재 표지판과 산행 들머리를 알리는 표지판(꼬깔산 2.5km, 기룡산 5.8km, 묘각사 7.8km) 사이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입산통제 표지판이 서 있지만 특별하게 통제하지는 않는 것 같다.
▲ 낙엽이 쌓인 능선길은 한적하고 깨끗하다. |
산과 물이 어우러진 이곳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설로 인한 명당자리가 많아 후손들이 발복해 인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문화재단지 오른편의 노송 우거진 구릉에 오천정씨들의 무덤이 있다. 선무랑(宣無郞) 정차근(鄭次謹)의 무덤은 훌륭한 명당으로 자손들이 번창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아들 정윤량은 소문난 효자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효성에 감복한 어느 노승이 이곳을 장지로 점지했다는 전설의 명당이다.
자양면 문화재 단지에서 바로 산행 시작
주변을 둘러보고 되돌아나와 사의당 앞에서 오르막길을 몇 발짝 옮기면 갈림길이다. 90도로 꺾어 오른편 길로 들어서면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부드러운 숲길이다. 벽진이씨 묘를 지나 얼마 못가서 갑자기 수종이 변한다. 소나무숲에서 참나무숲으로 바뀌면서 가파른 능선길에 ‘꼬깔산 1.5km’ 표지판을 만난다. 경사가 심한 마사토 길을 오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 꼬깔산 정상표석. 그 뒤 나뭇가지 사이로 기룡산이 보인다. |
40여 분 힘겹게 오르니 정면에 암벽이 버티고 섰다. 좌우 어느 쪽이든 우회해 오르면 묵은 묘 1기가 자리하고 널찍한 바위는 쉼터를 제공한다. 전망도 시원해 자양면소재지 일대와 영천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소나무숲 사이의 오천정씨 명당자리도 내려다보인다.
땀이 식을 즈음 자리를 털고 일어나 10분 가량이면 첫 표지목(하절 2.0km, 기룡산 4.1km, 묘각사 6.1km)을 만나면서 경사진 비탈길은 끝난다. 표지목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지나면 참나무 낙엽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길이다. 지난 여름의 푸르름은 볼 수 없고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붙들고 삭풍을 맞고 있다.
능선길을 10분쯤 걷다보면 신선암 갈림길이다. 표지목은 ‘신선암 1.3km, 하절 2.0km, 기룡산 3.8km, 꼬깔산 0.5km’를 표기하고 있다. ‘하절 2.0km’ 표기는 지나온 첫 표지목에서 본 것과 같아 어느 것이 잘못인지 분간이 어렵다. 이곳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곧장 헬기장이다. 보도블록이 깔린 넓은 헬기장에는 ‘꼬깔산 0.8km' 라는 표지판이 나무밑둥 사이에 끼어 있는데, 이곳의 이정표들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헬기장에서 고깔산까지는 10여 분이면 닿지만, 중간의 갈림길에서 오른편 경사진 능선길을 바로 올라야 한다. 왼편 길은 우회로로 자칫 정상을 밟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 기룡산에서 동남으로 뻗어내린 주능선은 꼬깔산까지 이어진다. |
꼬깔산 정상(736.1m)에는 오석으로 된 표지석이 있다. 2005년 5월1일 자양초등학교 총동창회가 설치한 표지석 뒷면에는 영천댐에 수몰된 고향과 모교에 대한 애틋한 심경을 새겼다. 옆에는 ‘기계 316’ 삼각점이 있고, 주변 조망은 좋지 않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북쪽의 기룡산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다.
꼬깔산 정상에서 오른편 길은 신선암쪽 하산길이다. 발걸음을 왼편으로 약간 옮긴 후 북쪽 능선을 따르는 내리막길이 기룡산으로 연결된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에 길을 구분하기 힘들고, 때로는 미끄럽기까지 하다. 정면의 봉우리를 두고 왼편으로 우회하니 짧은 오르막길에 경주김씨 묘를 만나고, ‘기룡산 2.8km’ 표지판도 있다.
▲ 기룡산 서쪽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본 정상(왼쪽)과 꼬깔산. |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면 곳곳이 전망대다. 조금 전 지나온 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지고 꼬깔산 너머 영천호의 일부도 조망되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갈림길 표지목에서 15분이면 815m봉을 지나게 되는데, ‘기룡산 1km’ 표지판이 있다. 바로 정면의 기룡산을 바라보며 내리막을 한번 내려섰다가 올라치는데, 무덤 2곳을 지나게 된다. 명당자리가 많아서인지 무덤이 많은 특이한 산이다.
▲ 기룡산 정상에 서면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하산은 무인산불감시카메라 뒤쪽의 너덜길을 지나 진달래나무 사이의 암릉을 따르면 된다. 우회로가 있지만 아기자기한 이 암릉길은 기룡산 산행에서 가장 두드러진 코스가 아닌가 여겨진다. 크게 위험한 곳도 없지만 오른편의 보현산을 건너다보며 오르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25분 정도 이 암릉을 지나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편 암봉은 전망대다. 기룡산에서 동남으로 뻗은 능선과 꼬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서남쪽 능선으로 나아가면 ‘기룡산 1.3km’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길은 갈라지는데, 오른편은 시루봉으로 연결되고, 묘각사 또는 낙대봉으로 가려면 왼편 정남쪽 능선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 역사에 비해 초라한 묘각사는 불사가 한창이다. |
묘각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다. 신라 선덕여왕(632~647) 때 의상(義湘·625~702)이 창건했다. 설화에 따르면, 창건 당시 동해의 용왕이 의상에게 법을 듣기 위해 말처럼 달려왔다고 해서 절이 위치한 이 산의 이름을 기룡산(騎龍山)이라 했단다.
용왕이 달려와 의상에게 법문을 청하자, 의상이 법성게(法性偈)를 설하였더니 문득 깨닫고 승천했다. 용왕은 하늘에서 감로(甘露)를 뿌렸는데 , 이 비로 당시 극심했던 가뭄을 해소하고 민심을 수습했다고 한다. 이에 의상의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묘각사라 했다고 전한다. 천년고찰 묘각사는 그 역사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재 불사가 한창이지만 350년 된 극락전은 많이 쇠락한 모습이다.
경내의 오룡수(悟龍水)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절집을 나선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20여 분 내려가면 왼편으로 기룡산~꼬깔산 중간 능선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이정표(꼬깔산 3.6km, 기룡산 3.7km, 시루봉 8.2km)를 만난다. 용화리 마을이 보일 즈음 오른편 운곡지 갈림길(낙대봉에서 떨어지는 지점)이 나오고, 마을 경로당을 지나 용화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버스정류장에는 등산안내판과 묘각사 표지판이 있다. 월간산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산행코스
○자양파출소~문화재단지~꼬깔산~기룡산~시루봉 갈림길~묘각사~용화리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자양면사무소~꼬깔산~기룡산~낙대봉~운곡저수지(용화리)~용화리 버스정류장 <7시간 소요>
○용화리 버스정류장~운곡저수지(용화리)~낙대봉~묘각사 갈림길~기룡산~꼬깔봉~문화재단지~자양파출소 <7시간30분 소요>
○묘각사~기룡산~묘각사 <1시간30분 소요, 승용차 이용해 묘각사에서 출발할 경우>
숙박
자양면소재지에는 민물고기를 이용한 매운탕, 회, 찜 등을 메뉴로 하는 식당이 몇 곳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슈퍼마켓도 있고, 민박은 가능하다(자양면사무소 전화 054-330-6607). 영천시내는 장급 여관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다양한 음식으로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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