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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여수 대경도 외동마을 내동마을

by 구석구석 2008.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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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국동항으로 향했다. 잠수기수협 앞에 대경도 들어가는 도선이 닿는다. 매표를 하려고 대합실에 들어가니 시간표도 없고 표도 팔지 않는다. 배는 기다리면 오고, 요금은 배에서 받는단다. 새우깡과 생수를 샀다.

배는 승용차 4대를 실을 수 있으며, 객실은 따로 없고 긴 나무의자가 무료한 듯 기다리고 있다. 도선요금은 어른 500원, 학생 100원이다. 2~3분 걸렸을까? 대경도 선착장에 도착했다고 내리라 한다. 너무 싱겁다. 선창에는 여수로 나가려는 차들이 기다리고 있고, 승합차로 된 택시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대경도 들어가는 철부선 월호호

 

대경도(大鏡島)는 여수항에서 남쪽으로 약 0.5㎞ 지점에 있다. 서쪽에 있는 소경도(小鏡島)와 함께 여수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며, 주위에는 송도·노도·가장도 등의 섬들이 산재해 있다. 고려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으며, 경도(京島)라 하다가 경도(鯨島)로 바뀌었고, 1910년 이후부터는 주위의 바다가 맑다는 뜻으로 경도(鏡島)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고래를 닮은 섬이 더 친근감이 간다.

 

외동마을 높은 곳에 당집과 함께 소나무가 있다. 점점 다가갈수록 나무는 죽은 채로 다가온다. 동그랗게 둘러쳐진 석축에 갇힌 소나무는 이미 생명을 잃었다. 최근에 죽었는지 나무의 형태가 그대로 있다. 오랜 세월을 바닷바람과 싸우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버텨왔는데, 도로를 내면서 소나무 뿌리를 잘라서 죽었다고도 하고, 당집을 지어서 죽었다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훼손으로 인해 소나무가 고사되었다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소나무

 

맞은편 언덕에도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갔다. 정상에는 당집과 소나무 세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동그랗게 석축을 쌓아놓았다. 당집의 경계를 만들었는지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큰 소나무는 말라버렸다.

 

당집의 소나무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약 500여 년 전 자손이 없는 노부부가 나무 두 그루를 심어 자식처럼 키웠으며, 소원으로 마을을 지키는 이정표가 되라고 하였다. 노부부가 죽은 후 위쪽 노송은 할아버지 나무이고 아래쪽은 할머니 나무라고 하였으며, 마을 주민들이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 당산제와 풍어제를 모신다고 한다.

 

마을 앞으로 도로가 나고 개발이 되면서 이제는 이정표가 역할을 다한 듯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는 그렇게 죽어 갔는가 보다. 세월이 지난 후에는 인간의 풍요만을 기원하는 당집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 같다.

 

 

멀리 돌산도가 보이고... 내동마을의 소나무와 당집

 

섬을 따라 가는 길은 차도 다니지 않은 한적한 길이다. 섬 능선을 타고 이어진 길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준다. 외딴집과 물 빠진 굴양식장의 풍경, 바다너머로 보이는 돌산도의 풍경들이 어우러진다.

 

섬 중간 정도 왔을까? 내동마을이 있고 맞은편 언덕에 큰 소나무가 보인다. 밭을 지나 올라섰다. 소나무가 500년 묵었음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있다. 오랜 풍상을 견디어 왔는지 많은 가지들이 잘려 나갔다. 늙은 소나무는 금줄을 두르고서 하얀 당집을 긴 팔로 감싸고 앉았다. 당집을 감고 있는 긴 팔은 살아 있는 듯 한 착각을 느끼게끔 꿈틀거린다. 당집을 열어보니 한쪽은 부엌이고 한쪽은 제실이다.

 

섬으로 이어진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섬이 크다. 밭에서 냉이를 캐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니, 한참을 바라보다 반갑게 웃어준다. 할머니는 아는 사람이 인사를 하는 줄로 잠시 착각을 한다. “놀로 왔는갑다.” 섬을 여행하면서 가끔 느끼는 감정이다. 염소는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난데없는 불청객에 놀란 표정이다.

 

  

경도초등학교와 내동마을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학교 운동장과 마주친다. 경도초등학교다. 바다가 보이는 운동장.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것고 잔디운동장이다. 조그만 섬마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일까? 운동장에는 주인 없는 공이 두 개나 있다. 도시 같으면 누군가 주워갔을 텐데, 여기에서는 내 것임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공놀이 하려면 학교로 나와야 하고, 혼자 할 수 없으니 굳이 집에 보관할 필요가 없었는가 보다.

 

마을은 항아리 같은 포구를 품고 낮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잘 쌓은 돌담도 있고, 문을 닫은 미용실도 보인다. 파출소도 있고, 보건소도 있으니, 있을 건 다 있다. 바닷가에서 일을 마친 아주머니들은 파래를 뜯어 작은 손수레에 끌고 온다. 자료 - 오마이뉴스 2008 전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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