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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봉화 933번지방도 갈산리 갈천정

by 구석구석 2007.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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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갈산리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잿못마을에 위치한 갈천정葛川亭은 비지정 문화재로 건축년대는 1808년(순조8)이며 , 건축주는 김희주(金熙周,1760(영조36)∼1830(순조30)이다.

갈천정 주변은 호박덩굴이 무성하고 고추밭으로 일구어져 어지럽고, 정자 왼쪽 측면에는 예전에 누가 살았던 흔적으로 시멘트 블록으로 보일러실 같은 것을 덧붙여 놓았다. 그나마 아직도 애써 옛 모습으로 위엄을 지니고 있는 것은 낡은 현판들뿐이다.

 

갈천정 앞에 서면 보기에 너무 안쓰럽다, 마냥 안타깝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지붕엔 풀이 가득, 지붕 선은 기울어 흐트러져 있다. 마루 밑엔 농자재가, 대청마루 한 귀퉁이와 뒤 툇마루 위엔 벌통이 쌓여 있고, 대청마루와 방 사이의 문짝은 합판으로 땜질을 해놓았다. 몇 년 전에는 겨우 붙어 있던 마루의 난간은 떨어져 나가고, 천정은 기왓장이 깨져서 비가 새고 흙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후손들과 문화재당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보수하여 문화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하겠다.


갈천정은 갈천 김희주가 지은 정자로서, 못을 파 연꽃을 심고 날마다 글을 읽고 시를 읊으며 노년을 보낼 계획으로 1808년(순조 8) 당시 안동부 재산현 갈산리 선영 아래에 이 정자를 지었다. 산이 깊고 물이 돌아나가며, 아래에는 폭포가 있고 돌이 파여 그윽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위에 집을 짓고 재를 족한이라 하고, 헌을 수월이라 이름 붙였다. 정자를 자신의 호를 따서 갈천정이라 이름 지어 현판을 걸었는데, 자신의 선영이 있는 갈산리의 칡 갈자를 따고, 갈산리에 냇물이 맑게 흐르므로 내 천자를 따서 자신의 호를 삼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정자의 이름을 붙인 것 같으며,왼쪽 대청칸위의 수월헌은 정자 앞 물에 달이 밝게 비치는 형상을 표현하고, 오른쪽 온돌방 칸위의 족한재는 만년에 한가롭게 노닐기에 족하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 생각된다.

 

김희주(金熙周, 1760∼1830)의 본관은 의성이다. 자는 공목, 뒤에 왕명에 의하여 성사로 고쳤으며, 호는 갈천(葛川)이다. 그는 개암 김우굉의 현손이다. 옛 안동부의 속현인 내성현 망도리에서 후덕한 사람으로 알려진 아버지 증) 이조 참판 김시동과 어머니 반남박씨 박효술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처사 전필현과 송오 권사민에게 수학하였으나 뒤에 대산 이상정의 문인이 되었다. 대산 이상정은 돌아갈 즈음 사람들에게 김희주의 장래가 유망하다고 칭찬했다 한다.

 

1789년(정조 13) 사마시에 합격하고, 1792년(정조 16) 문과에 급제하여 규장각강제문관이 되었다. 1795년 단풍정친시에 합격한 뒤 성균관전적으로부터 병조좌랑, 병조정랑, 예조좌랑, 예조정랑 등을 지냈고,1819년(순조 19) 대사간에서 병조 참판을 거쳐 영흥 부사가 되었으나 이듬해 사임하였다.

 

또한 영해 부사·안주 목사·우승지·형조 참판·한성 좌윤·사간원 대사간·함길도 관찰사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김희주는 만년에 귀향하여 소수서원의 원장이 되었다. 화공을 불러 낡은 선성의 영정을 모사하고, 회헌 안향과 신재 주세붕의 영정도 새롭게 손보았다. 영정들을 봉안하는 날, 그 자리에 모인 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를 매우 영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1798년 홍문관교리 때에는 시폐를 상소하여 왕의 가납을 받았고, 1800년 교리에 실록편수관을 겸하여 『영조실록』 편찬에 참여하였다. 만년에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리산을 비롯한 여러 명산들을 두루 둘러보았으며 바다를 건너가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을 감상하였다. 유람에서 돌아온 이듬해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문집으로 『갈천집』 10권이 있다. 문집 중 권1~2의 시 가운데 「화귀거래사」는 김희주의 문학적 재주와 감성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서는 주로 학우들과 친지들과 주고받은 것으로 이황과 이상정의 학문에 관한 것이 있다. 소 중에 「논혜경궁복제소」는 당시 예설에 관한 소신을 밝힌 것으로 혜경궁의 상례에 있어 소홀한 처사를 지적하였다. 「경연강의」는 왕도정치를 주장하여 맹자의 사상을 실천해야 한다고 논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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