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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춘천 44번국도 조교리 홍천고개

by 구석구석 200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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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44번국도 조교리~홍천고개

 

 

 

화창한 봄날, 푸른 호수를 가르는 뱃길의 낭만을 50분 남짓 즐기는 사이, 배는 조교리 나루(춘천시 북산면)에 이물을 들이민다. 조교리는 행정구역상 춘천시에 속해 있지만 시내버스도 들어가지 않는 오지다.

험준한 산악으로 빙 둘러싸인 이 마을도 오지라는 누명(?)을 벗을 기회가 일찌감치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홍천군 두촌면 원동리로 통하는 홍천고개 도로 공사가 시작됐던 것.

 

하지만 1965년 소양댐이 들어서면서 북산면 소재지였던 내평리(현재의 면 소재지는 오항리)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다. 그래서 육로를 따라 조교리로 들어오려면 미완성 홍천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뱃길로 춘천을 오갔고, 생활필수품은 지프형 자동차를 이용해 홍천에서 구입해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으나 홍천고개가 2003년 포장되면서 이윽고 교통의 오지라는 굴레를 벗어 던졌다.

 

조교리는 바위산(858m).매봉(800m).매봉남봉(710m) 등의 준봉을 뒤로 하고 소양호를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파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조교리를 에워싼 이 산들은 700 ~ 800m급 산 치고는 제법 웅장한 데다 인적 드문 비경의 골짜기들을 허리춤 곳곳마다 품어 심산유곡의 정취가 그윽하다. 특히 매봉 서쪽 기슭의 중밭골은 수많은 쏠('작은 폭포'라는 뜻의 순우리말)과 깊은 웅덩이들이 이어져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조교리 나루에서 25분쯤 걸으면 매봉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조교2교를 건너 200m가량 가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왼쪽이 중밭골이고 직진에 가까운 오른쪽 계곡은 무애골로 이어진다. 어느 골짜기로 들어서든 매봉 정상으로 연결되지만 중밭골 쪽 경치가 한결 아름답다.

 

세찬 물소리와 더불어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비경을 보여주는 중밭골은 상류로 오를수록 운치를 더해 간다. 졸졸 흐르던 맑은 물은 작은 벼랑을 만나 어쩔 수 없이 쏠을 이루고 그 아래로는 푸른 못이 입을 벌리고 있다.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노란 산동백(생강나무, 새앙나무)과 연분홍 진달래가 곱게 피어 봄의 교향악을 노래한다.

 

어디선가 무당개구리가 튀어나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수북한 낙엽 위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죽은 척하기도 한다. 한국 특산인 이 놈이 사는 것으로 보아 물이 맑은 것은 분명할 터. 벌컥벌컥 계곡 물을 그냥 마셨다. 달고 시원하다.

 

40분쯤 계곡 길을 헤치면 14번째로 물을 건너는 지점에서 이름 없는 폭포와 만난다. 높이는 5m 남짓하지만 주변 암벽이 그럴싸한 자태로 박혀 있고 물줄기 아래로는 넓고 푸른 웅덩이가 드리워 경탄을 자아낸다.

 

여름이라면 한바탕 수영하기 딱 알맞은 곳. 가족 여행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쉬면서 도시락도 먹고 맑은 공기도 마음껏 들이마시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한데 왜 이리도 사람이 없을까?

사정이 허락하면 2시간30분쯤 더 올라 매봉 정상을 밟는 것도 좋다. 정상에서는 북서쪽으로 바위산이 우뚝하고 시계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수산리 분지.응봉산.가마봉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조망이 시원스럽다. 내려오는 길은 중밭골을 다시 더듬어도 좋고 무애골을 거치는 것도 괜찮다.

 

드라이브 메모 : 6번 국도→용두 교차로→홍천.인제 방면 44번 국도를 거친다. 철정 3거리로부터 9.7㎞ 지점인 원동리에서 좌회전, 12㎞ 가량 달리면 홍천고개를 넘어 조교리에 이른다. 서울 동부 지역(광장동 기준)에서 이곳까지 약 130㎞로 2시간10분 남짓 걸린다.

자료 -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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