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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홍천 내면-율전리~창촌리 석화산

by 구석구석 201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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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대관령을 코앞에 둔 채 속사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뒤로하고 31번 국도로 접어들면 서울을 떠난 지 불과 두 시간도 안되어 색다른 분위기의 산골 풍경이 기다린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1,577m)을 가르는 해발 1,089m의 운두령 아래 펼쳐지는 국내 최대 씨감자 생산단지인 홍천군 내면의 수십만 평 감자밭과 골골이 들어 앉은 마을은 우리 땅의 속살과 같은 오지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올라온 길은 굽이굽이 내려가 해발 700m 고원지대를 지나 계방산에서 발원한 자운천을 따르며 바닷가 바위에 달라 붙은 석화를 닮아 석화산이란 별칭을 가진 문암산(1,146m)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다. 인근에는 방태산 등 1,200m가 넘는 산만 해도 10여 개에 달해 양 손을 펼치면 협곡의 산자락이 잡힐 만큼 협소한 골의 연속이다.

 

 광원 삼거리 모래소유원지에서 내린천은 마을의 지명을 따 살둔천이란 이름으로 흐르는데, 살둔과 인제 땅 미산을 지나며 내린천 최고의 절경을 만든다. 사행천으로 S자로 수없이 굽으며 발길을 붙잡는 계곡미가 높은 산봉우리와 어울려 산지수명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4륜구동도 겨우 넘나들던 이곳에 446번지방도로가 뚫리면서 줄배로 건너다니던 강 건너 마을 살둔은 광원 삼거리에서 10분이면 만날 수 있다.

계곡 끝 지점에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도 난리를 겪지 않을 만큼 깊은 오지마을이라 하여 살둔이라 불리게 된 마을이 있는데, ‘삶둔’이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생둔(生屯)’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머물면 산다'는 의미의 살둔마을. 조선시대 예언서<정감록>에 전해오는'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는 '삼둔사가리' 중 한 곳이다. 불과 물과 난을 피할 수 있어 양반들의 피병지로 이름난 곳. 그동안 은둔의 땅으로 외부와 단절된 곳이었지만 도로 포장과 마을로 들어오는 다리가 생겨 오지의 면모를 벗어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단종 복위를 꾀하던 이들이 숨어들면서 마을이 최초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정감록》을 보면 강원도에서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곳으로 <3둔 4가리>를 꼽았는데 3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월둔·달둔이고, 4가리는 인제군의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를 말한다. 난리를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곳 삼둔사가리가 모두 살둔을 중심으로 인근에 있다.

 

살둔계곡의 물은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열목어가 서식하는 1급수를 자랑하고 있다.
봄에는 기암괴석과 철쭉과의 조화로 경관이 수려하며, 계곡이 넓어 물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며 물가 주변에는 바위들이 많아 한낮의 즐거운 피서를 도와 가족단위의 휴양지로 적당한 곳이다. 또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레프팅을 즐길 수도 있으며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너무나 좋은 곳이다.
 
살둔에는 명물이 있다. '한국인이 살 만한 100대 집' 으로 꼽히기도 한 살둔산장이 그것이다. 이상주 씨(60)가 산장지기로 있는 이 산장은 산꾼들의 아지트로 널리 알려져 오래 전부터 오지여행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6년 전 어느 풍류가에 의해 이름난 목수를 불러모아 지은 이 집은 구조 또한 특이하다.

1층은 통나무를 우물 '#'자로 쌓고 그 사이사이에 흙을 채운 전통 귀틀집, 2층은 사찰 구조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이 또한 산장의 매력이다. 특히 마룻바닥으로 된 2층 다락방은 '바람을 베개 삼는다'는 뜻의 침풍루란 이름으로 산장은 '산이 반 물이 반'이라 하여 산반수반정(山半水半停)으로도 불린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산봉우리가 감싸 안은 지형은 그도 그럴듯하다.

이곳의 행정상 지명은 율전리(栗田里). 밤나무가 많아 생긴 지명이지만 지금의 율전리 어느 곳을 가도 밤나무는 없다. 살둔산장 맞은편 깊게 팬골 안으로 들어가면 행정상 율전리에 속하는 인현동과 운리동, 밤바치, 문암동으로 이어진다. 인현동과 운리동에는 민가는 없고 고랭지 채소밭뿐. 밤바치와 문암동은 비포장 산길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되는데, 살둔천으로 합류하는 문암천을 내내 따르게 된다.

 

하늘아래 첫 동네 살둔마을캠핑장 

살둔마을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것은 1993년 폐교된 생둔분교다. 1948년부터 515명의 학생을 배출한 학교는 ‘반공’ ‘방첩’ 문구를 내건 채 시간을 막아섰다. 그런데 을씨년스러울 것만 같던 폐교에 주말이면 어김없이 캠핑 장비를 실은 차량이 속속 들어온다. 캠핑객은 이내 텐트를 치고 화로에 불을 붙인다. 폐교 터에 캠핑의 낭만이 흐른다. 멈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다.

 

마을은 446번 지방도로를 따라 산골 깊숙이 자리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도로는 2001년에 개통됐으니 마을 한가운데 도로가 난 것이다. 도로가 뚫리기 전 마을은 두메산골이나 다름없었다. 방태산(1444m) 줄기인 숫돌봉에 포근히 안긴 살둔은 월둔, 달둔과 함께 '정감록'에 피난처로 기록됐을 정도다. 해발 500m 위 작은 산골마을에는 40 가구 남짓 드문드문 집이 들어섰다.

 

 

살둔마을을 감싼 산줄기에는 천혜의 트레킹코스도 있다. 살둔마을에서 홍천 문암마을로 넘어가는 길이다. 살둔마을에서 호랑소를 지나 시멘트포장도로가 끝나면 문암마을 삼거리까지 자갈길과 흙길로 이어지는 총 4km의 트레킹코스가 시작된다. 걷기 부담된다면 생둔분교에 비치돼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다녀올 수도 있다. 걷다보면 어느새 민가와 펜션은 사라진다. 호젓한 그 길에는 내린천이 오밀조밀 발길에 따라붙어 살만한 둔덕의 맛을 실감케 한다.

 

살둔마을 캠핑장은 생둔분교터에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홍천군 내면 율전리 221-4’를 입력하면 된다. 살둔마을 6km 이내에 매점과 식당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을 꼼꼼히 챙겨서 들어와야 한다.

 

캠핑장 예약은 마을 홈페이지 (http://saldun.invil.org/theme/autocamp/season_camp/contents.jsp)에서 가능하다. 7~8월에는 1동 당 2만5천원, 그 외 계절에는 1동 당 2만원이다. 여름 성수기에도 캠핑객의 편의를 위해 30동으로 예약을 제한한다. 겨울에도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과 개수대가 있다. 단 샤워실과 개수대가 함께 있어서 샤워 시 유의해야 한다. 화장실도 깨끗한 편. 텐트 사이트에서 전기 사용가능하다. (문의:033-434-3798)

 

▲ 생둔분교 바로 옆에 내린천이 흐른다. 이곳에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가 있다.

문암천은 살둔천에 비해 폭은 좁지만 골이 깊은 만큼 계곡이 우람하다. 비 온 후에 들여다본 문암천의 모습은 솟구치는 물줄기 속에 담겨진 깊은 소(沼)와 수많은 폭포들, 아기 주먹만 한 돌멩이가 깔린 계곡의바닥은 투명하기 그지없다. 길은 두 사람이 함께 걷기에 딱 좋을 만큼의 넓이다. 길 한가운데로는 질경이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고, 길가 풀숲에는 온갖 들꽃들이 가득하다. 

 

▲ 살둔마을 걷고 싶은 길/ 살둔마을을 감싼 산줄기에는 천혜의 트레킹코스가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살둔마을에서 홍천 문암마을로 넘어가는 길이다.


살둔에서 6km쯤 문암천을 따르면 밤바치와 문암동으로 갈라진다. 밤바치보다는 온통 돌밭인 산자락 비탈밭이 전부라 돌바치가 더 어울릴 듯한 분위기다. 문암동에는 역사가 100년이 넘은 교회 건물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문암교회는 어느 독립운동가가 일제의 추적을 피해 잠시 은거했 던 곳. "나 죽었소! 하고 살어." 마을 끄트머리에서 만난 칠순의 할아버지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을 난다고 한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이 척박한 땅에 삶의 터전을 일구게 한 것이다.

마을 뒤로는 홍천군 내면 창촌리와 등을 맞댄 문암산(석화산)이 버티고 있다. 산꾼들은 이 산을 작은 설악산으로 부른다. 1,146m로 인근에선 높은 축에도 못 끼지만 기암절벽 위로 난 바위 능선과 적당히 틀어박힌 노송들은 바위산인 설악산을 쏙 빼닮았다. 이 문암산을 가로지르는 문암재는 마을 사람들이 내면 소재지의 창촌장을 보러 넘나들던 길. 지금도 차로 가는 시간이나 걸어가나 엇비슷해 걸어서 넘는다. 욕심 부리지 않고 뿌린 만큼 거둔다는 농부의 마음과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는 산사람의 넉넉한 마음 가득한 문암동과 밤바치를 찾아보면 어떨까.

 자료 - 위클리 프라이데이

  석화가 만발한 석화산

하얀 암벽들이 노송을 분재처럼 뽐내며 우뚝 서 있는 산으로 바위에 석이버섯이 많이 자생하고 멀리서 보면 바위가 마치 꽃과 같다 하여 석화산(石花山)이라 부른다. 국립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에는 아직도 문암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서북쪽의 내면 율전리 문암동 계곡에 마치 거대한 문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문암산으로 표기된 듯하다. 그러나 정상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대원사 입구에는 ‘석화산 대원사’라고 음각된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근래의 등산지도와 개념도에는 석화산과 문암산을 따로 표시하고 있다.

 

‘짝바위’는 대부분의 산객이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등산안내도에 표기가 되어 있지 않고 지나고 나서 만나는 이정표도 엉뚱한 곳을 지시하고 있어서다. 아들을 얻지 못한 사람이 짝바위 틈을 빠져나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등산로

창촌리 - 승지골 - 문암재 - 동능선 - 문암산 - 석화산 - 북능선 - 백성동계곡 - 백성동(6.9Km 3:30)
창촌리 - 석화산 - 짝바위 - 동북능선 - 백성동(4.0Km 2:00)
창촌리 - 석화산 - 짝바위 - 문암산 - 북능선안부 - 계곡 - 백성동(6.0Km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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