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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합천 59번국도 홍류동계곡

by 구석구석 2007.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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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번국도는 경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이며 가야산국립공원을 안쪽을 지나가는 남북도로이다.

 

은은한 솔향 세찬 물소리… 가야산 홍류동계곡

 

 

 

고운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는 홍류동 계곡은 찾는 이들까지 신선으로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세상의 근심·걱정을 잊고 세찬 물소리가 정신을 깨게 해 준다는 곳, 가야산의 보물임을 자부하는 홍류동계곡으로 떠나보자.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해인사입구까지 4㎞에 이르는 홍류동계곡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까지 붉어진다해서 홍류동으로 불린다. 사실 홍류동은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피서,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인파가 몰려 사계절 몸살을 않는 곳이다.

'스님이여 청산좋다 이르지 말게/ 산이 좋다면 왜 다시 나오나/ 멋 훗날 내 종적 눈여겨보세/ 청산이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 '.

신라말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이 남긴 입산기의 일부이다. 당대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그의 최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그가 무릉도원을 꿈꾸며 식솔을 데리고 홍류동계곡으로 들어왔고 여기서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질 뿐이다.

신라말 어지러웠던 세상을 비관하며 이 곳으로 들어온 그는 홍류동 물소리에 세상 시름을 잊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상사람들은 홍류동의 세찬 물소리가 최치원의 귀를 멀게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과연 최치원이 이 곳에서 신선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반도 아름다운 곳을 두루 찾아다녔다는 최치원이 유독 여기에 많은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볼 때 홍류동은 확실히 그의 존재를 깊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운 최치원의 시가 적혀 있었다는 고운제시석처와 바위에 새겨진 글들/안병기


확실한 건 최치원의 기억을 모른다해도 홍류동의 절경속에 서면 누구라도 그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싶은 욕구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홍류동계곡 제일의 절경인 농산정과 마주보는 석벽엔 최치원이 쓴 시가 새겨져 있다.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글씨체를 바라보고 있으면 역사 속 인물과 대면하는 듯 하다. 고운은 농산정에 자주 올라 시심을 달래고 바둑을 두었다.


 

계곡 건너편에 있는 농산정과 고운최치원둔세지비/안병기


농산정의 자리매김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를 둘러싼 홍송들의 자태가 그 첫번째이다. 늙을수록 굳센 생명력을 발휘하는 홍송이 농산정을 부드럽게 안아준다. 더러는 바위벽에 붙어 삶에 대한 질긴 집착을 보여주고 더러는 사모관대 차려입은 가야산의 주인처럼 계곡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다.

 

경남 문화재자료 제172호 농산정의 현판과 상량문/안병기

 

정자는 정면과 측면이 모두 2칸씩인 아담한 정자이다. 1922년 해체해서 다시 지은 것을 1936년에 다시 한 번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건물 네 방향에 농산정이란 현판이 하나씩 다 붙어 있다는 점이다. 자기현시욕이 강한 사람들이 빚어낸 촌극이다.

 

산 기슭으로 다가가면 최치원 선생의 기념비와 사당이 있다. 기념비 옆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최치원의 영정을 모신 학사당이다. 학사당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고운최선생신도비와 위쪽의 학사정/안병기

 

최치원은 12세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 가서 과거에 합격하여 당나라의 관리를 거친 다음 귀국하여 885년에 귀국하여 한림학사수병부시랑·서서감지사를 역임한다. 894년에는 "토지 제도를 바로잡고 빼앗은 토지는 돌려줄 것" 등을 요구하는 등 <시무책(時務策) 10조>를 진성여왕에게 상소하면서 문란한 국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얼마 후 관직을 버린 그는 이 홍류동 계곡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홍류동 계곡쪽으로 좀 더 다가서보자. 옥빛의 물들이 바위를 돌아 돌아 힘차게 쏟아져나온다. 그 수량이 엄청나 어떤 곳은 폭포을 이루고 어떤 곳은 거대한 소를 이룬다. 예외없이 흘러제끼는 물소리는 옆사람과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농산정을 뒤로 하고 좀 더 상류쪽으로 접근했다. 길상암 아래 주차장옆을 돌아들어가니 어디선가 맑은 기운이 쏟아져나온다. 낙화담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협곡이 둘러싸인 곳에서 옥색 물이 쏟아져 나오고 하늘과 맞닿은 절벽에선 눈부신 폭포가 흘러내린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협곡안에는 신선이 된 고운이 웃고 있을 것만 같다.

협곡 앞에 깊은 소가 있어 좀 더 가까이 접근하기가 힘들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끝을 모를 정도라니 섣불리 다가선 사람들은 화를 당했다고 한다.이런 전설은 낙화담을 좀 더 신비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낙화담을 돌아나와 해인사 일주문을 통과해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간다. 가야산 등산안내판을 만난다. 그 뒷쪽엔 용문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햇빛과 만나며 일곱빛깔의 환상을 자아낸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기둥을 내리꽂는 폭포를 보면서 마음속까지 후련해진다.

홍류동에는 19개의 명소가 있다는데 이렇게 넋을 놓고 경치를 보다가는 다섯개도 못볼 것 같다. 하긴 몇 개를 봤다는 갯수가 뭐 중요하랴. 홍류동의 맑은 기운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으니 마음은 이미 신선이 된 듯 하다. 

 

가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055-932-7810)에서는 사전 예약을 받아 홍류동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설명해주는 자연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직원이 함께 다니며 가야산의 숨겨진 비경들을 설명해준다. 
 

 

자료 - 부산일보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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