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구례군 산동 - 861번 지리산관통도로(성삼재)
861번 도로는 남원과 구례를 구불구불한 산길로 연결하며 정령치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를 기준으로 남원과 구례를 구분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밑까지 차가 다녀도 되게 길이 잘 나있다.
조금은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그 길. 네 바퀴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한반도 이남의 가장 높은 곳,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이 어디 쉬울 턱이 있겠는가. 산이 얼마나 높고 깊으면 중턱쯤 도착하자 산 밑의 무덥던 공기가 어느새 에어컨의 그것처럼 청량해져 있었다.
지리산의 성삼재가 안개를 걷고 우리를 맞고 있었다. 성삼재에 올라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안개가 지리산 골짜기마다 가득 채워져 있다. 아침 해는 어디에 숨었는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산 정상으로는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일뿐 구름이 산 전체를 덮고 있다.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지만 예단하기가 난감하다. 한차례 소낙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하고, 금세 파란하늘이 열릴 것 같기도 하다.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성삼재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갔다. 아직 매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출근 전이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온 물을 한잔 마시고 노고단 정상을 향햐여 출발을 하였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조금 오르면 탁 트인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산등성이가 나오며 화엄사가 있는 마산면쪽에서 노고단 오르는 길과 마주한다. 노고단에 오르는 길은 돌아서 가는 산장코스와 바로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노고단이 눈앞에 보이더니 저 밑으로 구례 시가지가 펼쳐졌다. 비록 안개 때문에 뿌옇게 보였지만 화엄사가 분명했으며, 굽이굽이 보이는 하얀 실타래는 섬진강 줄기였다. 과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산을 넘으며 저 풍경을 보고 또 보고 했을 것인가. 지리산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 지역민들의 최적의 피난처임을 감안한다면 저 풍경에 울었던 사람들도 꽤 되었을 것이다.
노고단 산장에 이르자 산장은 보수공사로 한창이었고, 일찍 올라온 등산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느라 떠들썩하다. 노고단 산장앞에 군데군데 서 있는 주목은 운무에 휩싸여 태고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노고단 정상은 예전에는 군사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통제 구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시설은 없어지고 일반인들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나무계단이 멋지게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지리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고단 정상에는 돌 무데기가 높여 쌓여져 있고,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쉼자리를 잘 마련해 놓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했다. 고지대도 고지대였지만 사진 속의 예전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기존에 워낙 망가뜨려 놓은 이유도 있는 듯했다. 저렇게 무작정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니 수풀이 남아날 수 있었겠는가. 산이 깎이지 않고 이만큼 명맥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노고단 정상은 구름이 쉼없이 왔다갔다 한다. 구름속에 가만히 앉아서 새로운 풍경에 취해 들어가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산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구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걷힐 만하면 구름이 올라오고, 다시 걷힐 만하면 또다시 뿌옇게 구름이 끼고 그런 식이었다. 사진으로 만들어진 안내판을 보아하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예술일 터인데 마냥 아쉬울 뿐이었다.
/ 오마이뉴스 임재만 최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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