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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곡성 18번국도-구룡리 신숭겸유적 섬진강오토캠핑장 편백나무숲

by 구석구석 2007.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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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군 목사동면 - 18번국도(구룡리)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고 정감이 가는 마을이 여럿있다. 흔히 농도라는 전라도에 500미터가 넘는 첩첩 산들로 둘러싸인 전라도 곡성 땅 목사동면도 그 중 한 곳.

 

순천 승주, 주암과 맞닿은 동쪽과 남서쪽으로는 해발 763미터의 희아산과 뾰족한 첨탑 모양의 해발 580미터 아미산이 버티고 서 있고, 유일하게 트인 곳이 있다면 보성강에 면한 북쪽뿐이다. 산이 많은 만큼 깊은 골짜기마다에서 흘러내린 목사동천이 보성강과 합류하는 곳의 좁디좁은 무논이 이 고장이 지닌 들판의 전부다.


기실 '목사동'이라는 별난 이름도, 전라도답지 않게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마을의 지형과 관련되어 있다. 온통 산뿐이다 보니 다른 고장과 통하는 길이 다 막혀 있고,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깊은 산 속 조용한 곳을 찾는 수도승들에게는 안성마춤인 곳이었을 것이다.


아미산 아래 천태암을 제외하면 흔적조차 사라져 전설 같은 얘기로 남았지만, 본디 이 고장 산에는 모두 18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8개의 절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파자(破字) 형식을 빌려 붙인 이름이 바로 '목사동'으로 목(木)은 십(十)과 팔(八)을 합한 글자인 까닭이다.

 

 구룡비 용산재전경/오마이뉴스 서부원

 

보성강을 건너 목사동면 소재지에 들어서면 솟대와 함께 '충의의 고장'이라는 글씨를 새긴 표지석을 만난다.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궁벽진 곳에 이런 거창한(?) 수식어를 붙인 까닭은 고려 충신 신숭겸 장군이 이 고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후백제와의 패권 다툼의 고빗길이었던 공산 전투에서 위기에 처한 고려 태조 왕건을 대신해서 목숨을 바친 신숭겸은 장절공이라는 시호을 받고 평산 신씨의 시조가 되었으며, 엄격한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 와서도 명장이자 충신으로 추앙을 받아 곳곳에 사당이 세워졌다.

 

▲ 용산제. 곡성군 목사동면 구룡리에 있는 신숭겸 사당이다/월간산


전남 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된 목사동면 구룡리 비래봉 중턱의 용산재가 신숭겸의 탄생지이며, 동상이 세워지는 등 최근 정비 사업이 한창이다. 이곳 외에도 심신 수련을 위해 즐겨 찾았다는 동리산 태안사가 지척이고, 무예를 닦을 때 말을 매어두었다는 계마대 등 신숭겸과 관련된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신숭겸의 계마대(좌) 보성강 상류의 주암댐(우)/ 오마이뉴스 서부원

 

목사동면에는 신숭겸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버려진 듯 널브러진 고인돌 몇 기가 보성강을 따라 남아있을 뿐 이렇다 할 문화재도 없고, 곡성 죽곡면과 순천 주암면을 잇는 18번 국도만 남북으로 유일하게 나 있을 뿐이다.


명색이 면(面)이라지만, 전체 인구가 대도시의 한 학교 학생 수보다도 적은 1700여 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이 노령 인구일 뿐 10대 청소년들은 아예 없다시피 해 중학교는커녕 변변한 초등학교조차 없다. 또한 웬만한 농촌이면 다 서는 5일장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실 등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목사동면에서 성장한 신숭겸 장군은 고려의 무장으로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추대하여 개국공신이 됐으나 불행하게도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후백제군에게 포위되어 왕건으로 변장하고 싸우다 전사하게 된다. 용마가 공의 목을 물고 태안사 뒷산 장군단에 나타나 사흘간 울부짖다가 죽자 스님들이 공의 머리와 용마를 장사지내고 천년동안 제를 올리고 있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오성산에서 유치산, 닭재를 지나 닭봉에서 목사동지맥을 갈라놓고, 노고치를 지나 백운산을 향해 달린다. 물줄기는 보성강을 이루다가 섬진강에 살을 섞고 남해로 흘러든다.

 

옛적에 배를 매단 바위가 있었다는, 이 지맥 상의 첫 봉우리인 희아산(763.8m)은 한국지명총람에 동쪽 산 아래에 벳엣골이 있는데, 희아산이 높아 눈이 많이 쌓여 희고(白), 골짜기가 깊어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둡고 검게(鴉) 보인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른 봄 산벚꽃이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나면 요염하고 화사한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불태우고, 여름이면 원시림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수려한 계곡과 수림, 가을은 단풍과 야생열매, 겨울이면 설경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석곡 나들목->구례, 압록 방향으로 진행->목사동1교에서 우회전->목사동면소재지(평호마을)

 

곡성 섬진강오토캠프장
1만여 평의 평지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만들어낸 수림은 멋도 멋이지만 사이트 구축에 중요한 그늘을 제공해준다.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도로에서 500m 정도 더 들어온 곳에 있어 조용하고 안락하다. 어둠이 내린 캠핑장에는 풀벌레 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만 남는다.

태안사 계곡에서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주간동아

 

캠핑장 한편에는 낚시터가 하나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태공들이 말하는 이른바 ‘손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랫동안 낚시터로 사용하지 않은 탓에 두 자 넘는 붕어는 물론, 잉어와 향어도 심심찮게 올라온다고 한다. 그렇게 잡아올린 물고기로 직접 요리해 먹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 않다.

 

 낚시터를 이용하려면 야영료 외에 1만원을 내야 하며, 낚싯대는 각자 준비해야 한다. 낚시터 뒤로는 제법 모양을 갖춘 골프연습장도 있다. 캠핑장과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캠핑장 측 배려에는 점수를 줄 만하다. 골프연습장에는 골프채가 준비돼 있으며 1회 사용료는 3000원이다.

 

캠핑장 옆으로 있는 보성강은 섬진강오토캠핑장의 가장 큰 자랑이다. 캠핑장 앞 물가는 물살이 여리고 수심이 1m가 채 되지 않아 아이들 물놀이 장소로 좋다. 간이천막을 둘러놓은 곳이기는 하지만 캠핑장에 샤워장이 마련돼 있어 물놀이 후 몸을 씻을 수도 있다.

 

 

섬진강오토캠핑장의 시설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기본 편의시설인 개수대와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100여 팀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캠핑장 규모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 화장실도 여자화장실 한 곳을 제외하면 아직은 재래식에 만족해야 한다. 다행히 전기 사용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콘센트가 50m 간격으로 설치돼 있어 쉽게 전기를 끌어올 수 있다.

 

활엽수숲 한쪽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골프연습장이 마련되어 있다. 오토캠핑과 어울리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점수를 줄 만하다. 대규모 단체가 캠프사이트를 이용해야할 경우 골프장 그물을 걷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골프장 부지까지 포함하면 최대 200팀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강변의 캠프장은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야영장 바로 옆을 흐르는 보성강은 수심이 깊지 않고 유속이 느려 물놀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성수기에는 야영장 바로 옆에 간이샤워장을 만들어 물놀이 후에 몸을 씻을 수도 있도록 배려했다. 주간동아 593호 별책부록 오토캠핑/월간산 462호 2008.4

 

[이용 요금] 야영비는 1팀당 1박에 15,000원을 받는다. 전기 사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낚시를 즐기려면 별도의 이용료(10,000원)를 내야한다. 골프연습장 사용료는 1인당 3,000원으로 골프채와 공이 준비되어 있다.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구룡지 389. 전화 061-362-8466, 011-604-1068.
[부대시설] 낚시터, 골프장, 취사시설, 화장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신성한 편백나무숲이 있는 삼산

 

 평소 등산을 꽤 하는 사람도 오토캠핑을 가서는 선뜻 산행에 나서기 힘들다. 오토캠핑은 가족단위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등산의 왕초보인 아이들이나 아내와 함께 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산은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산이다.

우선 계곡 깊숙한 데까지 임도가 뻗어 있어 3km만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고 알려진 편백나무숲이 있어 건강에 좋고 운치 있다. 특히 몸의 면역력을 강화해줘 아이들에게 좋다. 육산이라 길이 푹신푹신하며 급경사가 적은 편이다. 정상 조망이 좋아 도시락을 먹고 쉬기에 제격이다. 다만 길이 약간 희미해 선두에 선 이가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산행은 삼산에 올라갔다가 올라간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오는 코스를 권한다. 비래봉 쪽은 내리막이 가파르고 볼거리가 없으며 길이 희미해 초보자의 경우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수곡재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으나 역시 길이 희미하고 이정표가 없어 독도에 자신이 없다면 온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가는 것이 상책이다. 삼산에서 편백나무숲만큼 좋은 명소는 없으므로 온 길을 그대로 내려가 한 번 더 피톤치드를 마시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삼산이 온 가족이 타기에 큰 어려움이 없고 적당한 운동량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산임을 뒷받침하듯 섬진강오토캠핑장 최영식씨는 “단골손님 중에 올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삼산을 다녀오는 손님이 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대요”라고 말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간 길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는 6km에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토캠핑에 곁들이기 좋은 가벼운 산행이다.

삼산 산행은 들머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자가용으로 임도를 최대한 올라가 별장 위 삼거리에, SUV 차량의 경우 등산로 입구에 주차하고 산행하는 것이 온 가족과 부담 없이 산을 타기에 좋다. 내비게이션에 ‘수곡2구회관’ 혹은 주소 검색으로 ‘곡성군 목사동면 수곡리 300번지’ 회관 주소를 쳐서 찾아간다.

▲ 캠핑장 옆으로 섬진강 상류인 보성강이 흐른다. 물소리가 시끄럽지 않아 얘기를 나누거나 잠을 자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회관(좌표 N35 07 34.1 E127 19 16.7) 앞 삼거리 공터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150m를 가면 좁은 사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농원 가는 길’이라 적힌 우측 길로 가지 말고, 맨 왼쪽 길을 따라 1.9km를 가면 붉은 ‘삼산’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승용차는 여기에 주차한다. SUV나 4륜 차는 비포장길을 따라 600m를 더 오르면 등산로 입구(좌표 N35 07 11.5 E127 20 15.2)에 닿는다.

 

수곡2구회관 앞이 그나마 터가 넓어 차를 세웠다. 동네 아주머니에게 삼산 들머리를 묻자 저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란다.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서 40분은 걸린단다. 차로 갈 수 있으니 타고 가길 권한다. 그러나 비래봉까지 종주하려면 차를 다시 가지러 가기가 곤란하여 걷기로 한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서서히 몸을 푼다. 완만한 길을 따라 서서히 산속으로 들어간다. 계곡 곁 사면으로 임도가 나 있다.

삼산에서 내려서는 맞은편 지능선엔 단풍이랑 억새가 가을 축제를 벌였다. 서울 근교였다면 사람들이 가만 두지 않았겠지만 심심산골이라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던 임도는 편백나무, 소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화사하여 50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는 벤치가 휴식을 권한다. 묵사동면 청년회에서 세운 이정표가 갈 길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정비한 흔적이 나 있던 등산로가 얼마 안 가 희미해진다. 표지기도 달아 놓고 나무에 표시도 해놓았으나 낙엽이 덮여 희미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사람이 다닌 길의 냄새가 난다.

완만한 오름이 이어지는 짙은 숲을 무심결에 잡념에 빠져 산만하게 걷다 딴 세상을 만난다. 편백나무숲, 멀리서 눈에 들기라도 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제멋대로 자란 나무 틈을 걷다 갑자기 신성하리만치 쭉쭉 뻗은 편백숲에 들자 막 국경을 지나 노르웨이의 깊은 숲에 온 듯 놀랍다. 고요하고 엄숙한 무게감에 신성함이 배어 있어, 거구의 편백들이 명상하는 수도사들 같다. 바닥은 솔잎이 수북해 푹신푹신한 것이 몸과 마음의 긴장을 묘하게 누그러뜨린다. 느리게 걸으며 신성한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몸속의 나쁜 기운이 날숨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기분이다.

 

어렵지 않게 닿은 능선삼거리, 이정표를 따라 정상으로 간다. 완연한 육산이라 능선 오름길에서도 호흡이 어렵진 않다.

▲ 정상에서 본 동쪽의 구례와 광양의 산등성이들. 월간산


정상(좌표 N35 06 35.4 E127 20 48.7)은 동쪽으로 트여 있고 작은 바위도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목사동면 청년회에서 간벌을 해 시야를 틔운 흔적이 있다. 덕택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맞은편 봉두산 기슭엔 태안사가 있다는데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태안사는 보물을 네 점이나 간직한 곡성 최고의 고찰이다. 그 아래 계곡에는 죽곡면의 동계천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곳곳에 마을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북쪽 비래봉으로 향한다. 능선 내리막에서 자칫 방심하는 사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어 디딤이 좋지 않다. 포대자루를 타고 갔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낙엽의 바다다. 늘어선 나무를 손잡이 삼아 의지하기도 하고 스틱을 미리 짚어가며 균형을 잡는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으로 내려선 이후로는 약초꾼이나 다니는 길처럼 희미하다. 간간이 매달린 꾼들의 표지기가 반갑다. 나무가 빽빽해 지루한 능선길, 속도에 집착하며 길이 희미한 만큼 독도를 통해 산행의 재미를 찾는다.

둥그스름한 숲 속의 봉우리. 비래봉에 온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허무한 정상이다.

가파른 낙엽 길이 다리 근육을 바싹 긴장하게 만드는 하산길은 등산로가 없는 듯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다닌, 그나마 갈 만한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글처럼 잡목이 우거진 내리막을 요리조리 길을 찾아 내려서자 날머리인 신숭겸 사당이다. 광화문 이순신상 같은 동상에 비석까지, 주변 시골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시설이다. 그는 궁예를 폐하고 왕건을 추대한 고려의 개국공신으로 견훤의 군대에 왕건이 포위되자 그를 구하고 전사했다.  월간산[482호] 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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