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몰고 오는 고소함의 끝판왕, 고창 풍천장어 거리
[여행스케치=고창] 고창 여행은 바람과 함께 다닌다. 군집을 이룬 고인돌 유적지에도, 고창읍성의 대나무숲에도, 청보리 새싹이 움트는 학원농장에도 바람은 여행자의 발걸음과 함께 움직인다.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발걸음에서만이 아니다. 바닷바람을 몰고 온 풍천장어로 입이 호강하는 여행까지 고창에서는 바람의 맛을 즐긴다.
고창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풍천장어이다. 여러 장어류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면서 귀하게 여기는 민물장어다. 모든 장어류가 보양식 재료로 여겨지지만, 풍천장어가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바다에서 담수로 찾아오는 민물장어의 삶과 바람을 몰고 온다는 스토리가 상상의 맛을 더욱 높여주는 것도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민물장어
장어(長魚)는 이름 그대로 몸이 긴 물고기를 뜻한다. 붕장어, 갯장어 등 바다에서 서식하는 장어들도 맛 좋고 영양가 높기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장어라고 하면 뱀장어(민물장어)를 먼저 떠올린다.
그 이유는 민물장어 특유의 더 고소한 맛이 있어서이기도 할 테고,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삶을 살기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여 더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어는 우리가 잘 아는 연어처럼 염수와 담수를 오가는 습성을 지닌 물고기다. 다만 알을 낳기 위해 민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반대로 민물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이로 인해 뱀장어의 몸값이 더 비싼 이유가 생기게 되는데, 뱀장어가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환경을 알지 못해 오랜 세월동안 수정란 단계부터 키우는 완전 양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양식은 바다에서 치어를 잡아 성체로 키우는 방식이기에 치어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년 전 완전 양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소식이 들린 적도 있으나, 아직 완전한 양식 성공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도 민물장어를 맛보기 위해 큰 맘 먹고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값은 꽤 나가지만 먹고 나서 후회를 하는 일은 없다. 그중에서도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를 최고로 쳐주는데, 그 맛이 유달리 담백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풍천은 특정 지명을 뜻하는 말이 아닌 것으로 흔히 알려졌다. 풍천은 바닷물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지역을 말하는데, 보통 바다에서 물이 들어올 때 바람도 육지로 불어오기에 이때 나타나는 장어를 일컬어 풍천장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반면에 고창에서는 역사적 고증, 구전, 풍수학, 지리학적 어원을 추적해 풍천이 고창군의 고유지명이란 결론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의 창본 <수궁가>에 ‘풍쳔장어 대령하고’라는 대목이 존재하고, 백제시대 이후부터 선운사의 냇가를 풍천이라 불렀다는 구전도 확인한 것.
풍수적으로는 서쪽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과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하천이 만나는 지점을 풍천이라 했다는 점을 들어, 선운산 도솔암 계곡에서 시작해 주진천과 합류하는 선운천 수계가 풍천이라 주장한다.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맛
민물장어는 닭가슴살과 비교해도 될 만큼 많은 단백질을 함유한 고단백 먹거리다. 기름기가 많으면서도 포화지방산은 적고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과 이로운 영양소로 되어 있는데,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다는 오리고기보다도 뛰어나다고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와중에 오메가3 계열 지방산도 다수 함유하고 있어 혈관 건강에도 이롭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옛날부터 병약한 사람에게 몸을 보하게 하려고 푹 고아 먹은 영양식이었다. 특히 남자에게 더 좋은 식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A인 레티놀과 레티날이 정자의 생성을 돕고, 아연이 성적 성숙을 유도하며 아르기닌이 혈관확장 작용을 해 리비도를 강화한다는 측면도 예를 든다.
또한 장어가 함유한 레티놀은 점막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림프구 생산을 증가시켜 전반적인 면역기능도 높인다고 한다. 아연도 인체의 면역반응 및 상처 치유와 회복 과정을 돕는다. 이외에도 장어 예찬론자들은 눈과 뼈 건강 등 수없이 좋은 효능을 내세운다. 그러므로 장어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몸을 회복하는 영양소를 고루 갖춘 셈이다.
모든 보양식이 그렇듯이 건강을 챙기자는 생각으로 먹는 것이지만 사실 맛이 좋아야 많이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장어는 싫어할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장어를 뜻하는 한자 만(鰻)은 일(日), 사(四), 우(又), 어(漁)가 합쳐져 있어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진다’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고소한 향, 토실토실한 육질,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해 한 점을 먹고도 금세 입맛을 다시며 또 한 점을 먹게 된다.
선운산 앞 풍천장어 거리에서 장어를 즐기자
고창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선운사로 향하는 길목에 고창 풍천장어 거리가 있다. 선운천을 따라 올망졸망 모인 풍천장어집들을 찾으면 민물장어를 소금구이, 양념구이, 장어탕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어의 맛은 역시 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식당 앞 어른 어깨높이만 한 수족관을 가득 채운 장어들의 멈출 줄 모르는 움직임에서 ‘풍천’의 기가 느껴질 정도다.
장어 손질은 바닥에 내리쳐 기절시킨 후에 머리를 송곳으로 고정하고 뼈와 피를 발라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어의 피에는 약간의 독이 있으니 혹시 장어 손질을 구경할 기회가 있더라도 눈이나 몸 어딘가에 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할복한 장어는 바로 조리하지 않고 2시간 정도 긴장된 근육이 풀리기를 기다린 후에야 뜨거운 불 위에 올린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맛볼 수 있다. 소금구이 본연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것도 좋고, 소스나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감칠맛이 돈다.
장어구이에 빠질 수 없는 채 썬 생강을 곁들여 기름기를 잡아주며 먹어도 좋고, 깻잎이나 상추에 얹어 쌈을 싸먹어도 일품이다.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어느새 장어가 다 비워지고 높은 가격을 걱정하기보다는 추가 주문을 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창의 또 다른 특산품이자 풍천장어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복분자주를 곁들이면 맛도 영양도 배가 된다. 장어에 함유된 비타민E와 복분자주가 혼합되면 동맥경화, 암, 노화를 억제하고 피로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다만 주의할 점은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지 말라는 것이다. 서로 상극인 성질을 지니고 있어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한편, 고창에서는 군의 대표 먹거리인 풍천장어와 복분자 그리고 수박을 소재 삼아 매년 여름 복분자와 수박축제를 선운산도립공원에서 개최하니 그 시기에 맞춰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 출처 : 여행스케치 노규엽기자
[소문난 먹거리촌⑧] 바람을 몰고 오는 고소함의 끝판왕, 고창 풍천장어 거리 - 여행스케치 (ktsketch.co.kr)
고창 삼인리 선운사 도솔암 꽃무릇 풍천장어 복분자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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