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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진안 데미샘 섬진강발원지

by 구석구석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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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산으로부터 시작한다, 진안 데미샘

 

 

[특집② 발원지를 찾아가는 여행_섬진강] 물은 산으로부터 시작한다, 진안 데미샘 -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진안] 물의 고향은 산이다. 물은 산 깊은 곳, 나무와 풀들의 뿌리를 훑고 깨어난다. 돌 틈을 비집고 나서야 겨우겨우 제 모양을 갖춘 물은 한 덩어리로 엉겨 아래로 흐른다. 작고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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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진안 2023 황소영객원기자] 물의 고향은 산이다. 물은 산 깊은 곳, 나무와 풀들의 뿌리를 훑고 깨어난다. 돌 틈을 비집고 나서야 겨우겨우 제 모양을 갖춘 물은 한 덩어리로 엉겨 아래로 흐른다. 작고 귀여운 방울은 계곡이 되고, 계곡은 하천이 되며, 하천은 강이 되고, 강은 여러 물줄기를 거두어 바다로 간다. 산에서 태어난 물은 그렇게 제 세상을 넓혀간다.

이름은 달라도 결국 섬진강
전북, 전남, 경남을 경유한 만큼 예로부터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북 순창에선 적성강 혹은 저탄, 남원에선 순자강, 전남 곡성에선 압록강 혹은 탄진강, 구례에선 용왕연 혹은 잔수진, 경남 하동에선 다사강 혹은 두치강 등으로 불렸다.

바다와 맞닿은 광양시만 ‘섬진’으로 불렀는데, 고려 우왕 11년(1385) 왜구가 이 강을 따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었고, 이에 놀란 적들이 도망가 일찌감치 두꺼비 섬(蟾) 자를 붙인 까닭이다.

경남 하동의 섬진강 모래밭. 맞은편은 전남 광양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풍부한 물과 너른 들, 넉넉한 산이 있어 예부터 강은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우리나라 5대 강 중 수질이 가장 맑다는 섬진강은 말할 것도 없다.

가야시대를 배경으로 쓴 김훈의 장편소설 <현의 노래>에는 “흐름을 다한 강이 느리고 순하게 바다와 포개지는 어귀에서 산맥은 멀어지고 물은 넓어져서 멀리 가는 새들이 퍼덕거리는 새로운 천지가 열리는데…”로 이 강을 표현하고 있다.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고, 왜군의 침입 경로가 되는 등 조선시대를 지나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섬진강은 남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데미샘에서 망덕포구까지, 섬진강 걷기여행 중인 트레커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길고 멀기도 해서 섬진강 시원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좌로 우로 아래로 때로는 위로 선을 긋는 사다리게임과는 다르다.

뿌리처럼 뻗은 그 많은 물줄기 중에서 강의 하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산과 가깝게, 지상에서 제일 높이 멀어진 출발점, 그러니까 섬진강 공식 발원지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마을 상추막이골, 장수군과 경계를 이룬 팔공산(1,151m) 북쪽 기슭, 이미 잘 알려진 데미샘이다.

장수와 진안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백패킹 중인 등산객들. 데미샘은 팔공산 북쪽 기슭에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데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온 말로, 샘 위쪽에 천상데미, 즉 하늘과 닿는다는 봉우리가 있다.

왕복 1시간, 데미샘 가는 길
데미샘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옆에 안내판 하나와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샘까지는 1.19km. 30분 정도면 가능한데 산중턱이어서 그게 또 만만하진 않다. 대신 오르막이 힘든 만큼 내리막은 수월해서 왕복 1시간, 운동 삼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고원지대인 진안에는 이름난 명산이 많은데, 특히 마이산은 계절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를 만큼 명성이 높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우 몇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세상은 벽으로 나뉜 것처럼 확연히 구분됐다. 휴양림 쪽에 뜨겁고 환한 볕이 쏟아졌다면 숲은 어둡고 서늘했다. 왼쪽으로 물이 흘렀다.

길은 꾸준한 오르막이다. 숲이 우거져 시원한데도 땀은 사방에서 솟구쳤다. 깃털을 가득 품은 새들은 덥지도 않은지 연신 조잘조잘 노래를 한다. 어쩌다 소리가 나 돌아보면 갈색 줄무늬 털옷 차림의 다람쥐가 사뿐사뿐 발놀림을 하고 있었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휴양림에서 왕복 1시간쯤 걸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물은 얕은 바위를 적셨고 젖은 바위마다 진초록 이끼가 덮였다. 이끼는 물길의 흐름과 빛의 방향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있었다. 숲속을 걷는 이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느라 걷고 쉬고를 반복한다.

휴양림에서 절반쯤 올라서면 물길이 바뀐다. 이번엔 오른쪽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강의 시작점에 다가설수록, 물은 얕았고 힘은 줄었다. 나뭇잎 사이로 육각정 하나가 보인다. 육각정이 보인다는 건 데미샘에 다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정자에 앉아 다리쉼을 한다.

약수는 아니지만 마실 수 있다고 적혔는데 그마저도 수량이 적어 내키지가 않는다. 장마와 태풍이 지난 후에야 물은 물대로 제 역할을 하려는지….

이끼로 뒤덮인 샘 아래쪽 계곡. 섬진강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으로 223.86km에 달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예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 몇몇 사내들은 손바닥을 애써 오므려 물을 담는다. 꼼지락대는 작은 물은 3개 도, 11개 시군을 적신 후에야 바다가 된다. 그사이 300여 개의 크고 작은 물들이 강의 본류와 합수한다.

숲이 빼곡해 한낮에도 빛이 들어올 틈이 없다. 여름에도 땡볕 걱정없이 산책삼아 다녀오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그 물엔 봄의 꽃들과 여름의 청량함, 가을 단풍과 겨울 폭설까지, 자연이 내어주는 계절의 맛이 녹아있다. 강에선 산냄새가 난다. 물은 산에서 출발해 바다가 되고, 비가 되어 다시 산으로 돌아와 흙 위에서 잠이 든다.

데미샘 위로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데미샘에 모이기 전, 그 시초의 시초까지 찾고 싶지만 길은 없었다.

이 자리에 ‘섬진강 발원지’ 돌비석을 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샘터를 등지고 왔던 길 그대로 내려서다 문득 물의 속도가 궁금해졌다.

진안을 출발한 이 물이 임실~순창~남원~곡성~구례~하동~광양의 지류를 모아모아 바다로 빠지는 덴 얼마나 걸릴까.

섬진강 발원지가 여기 또 있네!
18세기에 쓰인 이중환(1690~1756)의 지리서 <택리지>에는 “마이산 남쪽 골짜기 물이 임실을 지나 남쪽으로 남원에 이르러 요천과 합쳐지며 (중략) 지리산 남쪽을 따라 섬진강이 되어 남해로 들어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된다.”라고 적혔다.

그 옛날 강의 시원을 정확히 알 방법이 없기도 했겠지만 여전히 마이산(687.4m) 탑사엔 ‘섬진강 발원지 용궁’이 있다. 온통 바위투성인데 이 맑은 샘은 어디서 흘러온 걸까.

데미샘 샘물. 마실 수 있다지만 이날은 수량이 적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요즘처럼 산림이 울창할 땐 두 개의 암봉이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해서 용각봉이다. 마이산에는 고려시대 장수였던 이성계가 왕조의 꿈을 꾸며 기도를 올린, 혹은 조선의 왕이 된 후 백일기도를 드렸고, 그때 마신 물이 은같이 맑아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는 은수사가 있다.

주차장에서 마이산 탑사까지 가는 길. 왼쪽으로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작은 호수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지만 이 산에서 가장 유명한 건 강한 비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는 80여 기의 돌탑과 그 탑을 품은 탑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샘물 용궁도 탑사 입구에 있다. 물론 탑사와 은수사는 지척이어서 탑사에 왔다면 은수사까지 보고 가는 게 좋다. 총 14개 구간, 210km에 달하는 진안고원길의 출발점, 제1구간 ‘마이산길’이 탑사와 은수사를 지난다.

탑사에서 북부주차장 방향으로 가면 이성계의 전설이 있는 한적한 은수사에 닿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강의 시원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팔공산이든 마이산이든 섬진강은 진안에서 출발해 바다가 된다. 그 강 한 조각을 파란 바가지에 담아 꿀꺽 넘겨본다. 순간 거대한 물줄기가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

비바람에 흔들리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80여 기의 미스터리한 석탑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탑사에도 섬진강 발원지라고 적힌 샘물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남로 367 / 마이산 탑사 063-433-0012
외줄탑 가운데 있는 중앙탑, 오방탑의 호위를 받는 천지탑 등 이갑룡 처사가 백여 년 전 쌓았다는 80여 기의 돌탑이 있다. 탑사에서 우측 북부주차장 방향으로 가면 은수사에 닿는다. 사찰 입구에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가 밀집돼 있다. 주차요금은 따로 없으며 입장료만 낸다.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초등생 1,000원.

이갑룡 처사가 백여 년전 쌓았다는 돌탑이 있는 마이산 탑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안군 진안읍 전진로 3071-21 / 연꽃두부 0507-1309-1938
농가맛집으로 대부분의 식재료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다. 콩과 연잎을 사용해 매일 아침 삼색두부를 만든다.

콩과 연잎을 사용해 매일 아침 삼색두부를 만드는 연꽃두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잎밥 정식 1인 1만 5,000원, 바지락순두부 8,000원, 콩국수 8,000원 등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매주 수요일엔 문을 닫는다.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1길 172  / 데미샘자연휴양림 063-290-6993
데미샘 초입에 있다. 휴양관, 숲속의 집, 한옥동이 있으며 휴양관은 4인실 성수기 주말 기준 5만 원, 숲속의 집은 7만 원, 한옥동 8인실은 11만 원이다.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요금이 없어 데미샘을 오가기가 수월하다.

데미샘을 오가기 수월하게 해주는 장소인 데미샘자연휴양림.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 2023 황소영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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