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대여, 조작법, 주행까지 누구나 쉽게!
[여행스케치=포항] 스쿠터를 타고 장쾌한 바다 풍광과 호젓한 갯마을 경치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여. 구태여 제주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당신의 욕구를 채워줄 여행지가 있다. 스로틀을 당겨 앞으로 나아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여러 명소가 브레이크를 잡게 만드는 곳, 바로 경북 포항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아 글치, 포항도 억수로 멋진 해안도로가 많심더.” 김관호 ‘기적 오토바이’ 사장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뱉은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포항에는 무척 근사한 해안도로가 많다. 이를 부정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네 바퀴로 가는 탈것을 부려 달려본 자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 게다.
해안누리길 53개 구간 가운데 하나인 ‘호미곶 새천년길’을 걸어본 자도 익히 알 거다. 하지만 이 같은 포항 해안도로는 저평가된 면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 내지 구룡포 과메기의 존재감에 가려져서다.
호랑이 꼬리처럼 힘차게 뻗은 포항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해안누리길을 걷기에도 더없이 좋다. 그러나 스쿠터로 달려본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이 해안도로를 스쿠터로 누비는 건 포항이나 그 근교에 사는 이들 중에서도 스쿠터 소유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허나 최근 포항 스쿠터 여행을 갈망하는 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일이 생겼다. 스쿠터 대여점이 포항에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서다. 그리고 이들 대여점 가운데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라 소문난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기적 오토바이다.
“타는 법 갈키주고, 한 바쿠 빙그르 도는 거 보면 압니더.” 김 사장은 스쿠터 초심자가 찾아오면 기본적인 조작, 주행 방법, 안전 운행법 등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그런 다음 운전해볼 것을 권한다.
일종의 시험인데, 김 사장이 봤을 때 “이 사람한테 스쿠터를 빌려줬다간 화를 면치 못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소질이 없어 보이면 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걱정할 건 없다. 그에게 거부당한 여행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여하튼 일련의 과정을 거쳐 스쿠터 대여에 성공(?)하면 김 사장이 직접 달려 검증한 해안도로 코스도 귀띔해준다.
시동을 켜고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국가지정 사적 제386호 장기읍성이다. 스쿠터 대여점에서 출발해 929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닿는다. 장기읍성을 둘러본 후에는 양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31번 국도를 타자. ‘양포항’을 시작으로 느긋하게 달리는 재미가 쏠쏠한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자동차 운전대를 꺾기에 망설여지는 길도 거리낌 없이 들어가는 스쿠터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시점이다.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 중 하나라고 극찬한 신창1리 일출암도 자동차라면 쉬이 지나치고 말 명소다.
하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만나는 하정3리 경북대학교 수련원 방면 해안도로도 반드시 달려야만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없다.
Tip 기적 오토바이의 스쿠터 대여 / 포항시 북구 동빈로92-1
1 스쿠터 대여 시 자동차 면허증이나 원동기 면허증 지참 필수.
2 운전면허증을 빠뜨렸다면 가까운 경찰서에서 임시면허증 발급.
3 20세 이하일 경우 부모님 동의 여부가 확인돼야 대여 가능.
4 안전모, 휴대전화 거치대 함께 빌려줌.
5 대인 무한, 대물 2000만원 한도 종합보험 혜택.
6 매주 일요일 휴무지만, 전화만 하면 달려옴.
/ 출처 : 여행스케치 박지원기자
느긋한 속도로 들여다본 포항의 매력
[여행스케치=포항] 스쿠터를 빌려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보면 짙고 푸른 바다 풍경에 몇 번이고 스쿠터의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고즈넉한 어촌마을의 생활상이 엿보이는 하정3리 일원을 훑고 나오면 구룡포와 호미곶으로 뻗은 929번 지방도가 나온다. 이 도로도 스쿠터를 세우고 싶은 경치가 어김없이 펼쳐진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해 개성 넘치는 사진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인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그렇다.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가면 발가락 틈새로 고운 모래가 스며드는 구룡포해수욕장, 밑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닷물에 맨발을 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삼정해변도 마찬가지다. 이 덕분에 종일 바다를 끼고 달려도 질리지 않는다.
호미곶 관광지에 닿기 전에 나타나는 강사2리와 대보1리를 잇는 해안도로도 기막히다. 스쿠터 스로틀을 당기는 내내 거센 파도가 밀려와 갖가지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풍경은 제주의 비경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 도로 시작점에 있는 데크길은 마치 자석 같다.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니 말이다. 한쪽에선 바위와 맞닿아 산산이 부서지는 새하얀 포말이, 다른 한쪽에선 울창하게 우거진 송림이 시신경을 자극한다.
이렇듯 장엄한 바다를 벗 삼아 달리다 보면 호미곶 관광지가 나타난다. ‘상생의 손’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높은 국립등대박물관을 둘러본 다음에는 도구해수욕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쭉쭉 진행하자. 그렇게 달리다 스쿠터 엔진을 잠시 식힐 곳은 포항함 체험관이다.
2010년 3월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과 동일 재원의 함정이다. 평소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엿볼 수 있었던 해군 초계함 내부와 외부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실종자 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한 UDT 특수전여단 한주호 준위의 동상 앞에서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것도 잊지 말자.
여장을 풀 자리는 ‘게스트하우스 파티’다. 위트 넘치는 이종국 사장이 운영하는데, 이색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하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언제나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숙소가 독특한 까닭은 ‘파티’란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잘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여기서 사람들과 복작거리길 원하면 파티에 참여하고, 달콤한 휴식이 간절하면 객실에서 잠을 청하면 된다.
이튿날 눈을 뜨면 20번 지방도를 따라 영일대해수욕장을 거쳐 칠포ㆍ오도ㆍ월포해수욕장까지 달리자. 그러다 7번 국도로 갈아타고 보경사에 도착해 포항 스쿠터 여행의 마침표를 찍자.
Info 게스트하우스 파티 / 포항시 남구 새천년대로460번길 14
숙박료 2인 1실, 3인 1실(온돌방ㆍ침대방)
/ 출처 : 여행스케치 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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