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강원도

영월 예밀리 망경산사 운탄고도

by 구석구석 2024. 6. 5.
728x90

영월 망경산사와 운탄고도

황금폭포 ‘붉은 물’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흐르고…

강원도 영월에 해발 1088m의 망경대산이 있다. 이맘때면 망경대산 기슭으로 생강나무 노란꽃이 화들짝 핀다. 바람에 언뜻 실려 오는 그윽한 향기로 봄이 지나는 것을 안다. 

망경대산 고봉의 능선들이 양팔을 벌려 지맥을 만들다 잠시 숨을 고르듯 남서쪽에 넓은 터를 만드니 그곳에 망경산사가 있다. 영월 김삿갓면 예밀리 마을에서 삭도길을 굽이굽이 올라 해발 800m지점이다. 

온갖 희귀식물과 산야초 봄빛 가득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몇 년 전이다. 반대편 망경대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임도를 따라 두 시간을 걸었다. 자령치 넘어 잣나무 숲을 지나 만난 망경산사는 아늑한 숲속의 정원이었다. 낮고 채색 없는 한 칸 법당과 공양간 한 칸, 절 주변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온갖 야생화와 산야초밭이 펼쳐졌다. 그때도 봄빛이 가득했다. 

만경산사

이번에는 망경산사에서 템플스테이가 아닌 휴식형으로 미리 신청하고 하룻밤을 묵었다. 다시 찾은 산사에서 인사했다.

“이제 봄이 됐으니 다시 바쁜 계절이 됐네요.”

“겨울철에도 바빴어요. 겨울꽃 때문에 허리가 다 휘었어요.” 

주지스님이 웃으며 받아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눈을 치워 산사에 길을 내느라 바빴단다. 아랫절 망경산사가 해발 800m이고 숲길과 산길을 30분 걸어 올라가야 하는 해발 900m에 본 법당인 만경사가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이곳은 거대한 바위 사이사이에 지어진 사찰로 마치 일반 사찰의 암자 같다. 

두 절을 하루에도 한 번씩 거르지 않고 다녀가는 등인스님의 한겨울 일상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아랫절인 망경산사에는 청하스님이, 윗절인 만경사에는 주지스님인 등인스님, 두 비구니 스님이 각각 살림을 맡아 꾸려나가고 있다. 이제 봄이 됐으니 다시 천상의 화원 만들기에 또 하루해가 짧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님들은 야생화와 약초를 가꾸는 일이 일상의 수도가 된 지 오래다. 

산야초원

산사 주변에는 얼레지, 바람꽃, 깽깽이풀. 시로미, 단풍취 등 50여 종의 희귀 식물과 산야초원에는 눈개승마, 참고비, 두메부추, 천궁 등 20여 종의 산야초가 자라고 있다. 그 넓은 땅의 꽃 한 송이마다 정성이 사람 마음속에서 다시 꽃을 피워 낼 것 같다.

산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잠들어

망경산사 뒤편으로 낙엽송이 절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겨울에도 산사에는 새하얀 상고대 꽃이 피어 그림처럼 아름답다. 또한 봄과 초여름의 연녹색, 가을의 노란 잎들이 스카이라인을 그리며 사계절 소박하고 아름다운 산사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728x90

망경산사 야생화원

이곳은 고도가 높아 해가 제법 먼 산으로 늦게 지고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 꽃차를 만들려고 낮에 채취한 생강나무꽃을 만지는데 그윽한 냄새가 온방에 가득하다. 밤새 짝을 찾는 산개구리의 울음소리와 가끔 고라니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든다.

딱새와 멧비둘기 울음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숲을 울린다. 아침 공양으로 나온 눈개승마(삼나물) 나물이 봄의 입맛을 살린다. 두릅 같으나 훨씬 쫄깃한 식감이 있다. 이곳의 산나물들은 철에 따라 바뀌며 상에 오른다. 건강한 산사의 밥상이다. 

구름도 모인다는 오지마을 모운동

점심까지 먹고 길을 나서는데 스님이 아침나절 따 놓은 눈개승마와 이곳에서 채취한 말린 마가목 한 봉지를 달여 먹으라고 넣어 주시는데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만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행복한 마음으로 청량한 봄빛 모운동으로 가는 산길을 따라 걸어본다. 망경대산 자연휴양림-망경산사-모운동-광부길은 13㎞다.  

망경산사에서 모운동가는 길

강원도 영월 김삿갓면에는 오지마을 모운동(暮雲洞)이 있다. 해발 700m에 위치해 구름이 모인다는 말에서 유래한 영월 폐광지역 산촌이다. 첩첩산중 산자락에 지금은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동네다. 사실 이곳은 옛날 석탄산업 호황기에 광부 숫자만 2000여 명에 이르렀을 만큼 번성했던 곳이다. 마을 주민도 1만여 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만 할 뿐이다. 

버스 승강장 옆 밭에 복사꽃이 피어 산골 마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예밀리 포도마을에서 굽이굽이 삭도를 따라 망경산사와 모운동으로 가는 예밀정류장 삼거리까지 굽이길과 송골길이 있다. 망경산사를 기점으로 만경사로 이어지는 망경산사길과 연이어 싸리재와 모운동으로 이어지는 명상길이 있다. 모운동 마을에서 다시 망경대산 허리길을 따라 옥동광업소가 있던 광부길로 다시 이어지니 이 구간들이 산꼬라데이길이다. 산꼬라데이길은 강원도 토속어인 산골짜기를 뜻한다. 

운탄고도

그중에서도 해발 800m 망경산사와 모운동으로 이어지는 명상길 1.5㎞는 호젓한 넓은 숲길이 운치를 더한다. 높은 키의 낙엽송 숲길을 지나 싸리재를 넘으면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숲길 가장자리는 철에 따라 온갖 야생화가 핀다. 가파르지 않은 임도가 부담 없고 편안하다. 옆 사람과 담소하며 걷기에 알맞은 산길이다. 

모운동으로 가는 바로 아랫길은 차량 두 대가 넉넉히 지나갈 정도로 널찍한 길이 있어 일행 중 한 사람이 차량으로 모운동까지 먼저 가서 기다려도 된다. 그곳에서 광부의 길이 다시 시작되니 합류할 수 있다. 

망경대산 바람 청아한 빛으로 가득

마을 끝 산꼬라데이길 마지막 지점에서 광부길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석탄광산의 흔적들을 만난다.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기둥인 동발을 만들던 제작소와 옥동광산 폐광구에서 흐르는 물을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흘려보내는 황금폭포도 볼 수 있다. 폐광산의 물에 철 성분이 많아 붉고 황금색처럼 보여 이름을 황금폭포로 지었다.

폐광산 입구에는 사시사철 물이 펑펑 나온다. 이곳이 길의 끝이라 모운동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지금은 오지로 남아 있는 그 길. 내륙의 운탄고도1330, 영월, 정선, 태백으로 이어지는 운탄고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망경대산 허리를 스치는 바람은 청아한 빛으로 가득하니 봄이 시작돼 지나감을 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2023.4.8 이성영객원기자

 

 

해발 800m 야생화 그득 ‘꽃길’ 도란도란 추억 가득 ‘숲길’ [테마여행] - 한국아파트신문

강원도 영월에 해발 1088m의 망경대산이 있다. 이맘때면 망경대산 기슭으로 생강나무 노란꽃이 화들짝 핀다. 바람에 언뜻 실려 오는 그윽한 향기로 봄이 지나는 것을 안다. 망경대산 고봉의 능

www.hapt.co.kr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