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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평창 평창강 백일홍 효석문학관

by 구석구석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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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 1만여평 꽃밭에 붉은 백일홍 천만송이 활짝

‘행복’한 꽃밭 속으로 들어가 서둘러 온 가을 만끽

올해 메밀꽃은 없지만 효석달빛언덕엔 소설의 향기 물씬 

붉고 하얀 꽃송이 바람 따라 춤춘다. 때론 팜므파탈처럼 농염하고, 때론 무한대의 순수함과 수줍음 지닌 소녀 같은 예쁜 꽃. 머리 위로 파란 하늘 점점 높아지고 하얀 뭉게구름까지 나들이 나섰으니 그래, 어느덧 가을이다.  천만송이 백일홍 지천으로 핀 평창강에 서서 서둘러 온 가을 사뿐히 맞는다.    

 

#천만송이 백일홍 활짝 핀 평창강 따라 가을 오다  

 

이 세상에 잡초는 없다.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일 뿐. 멕시코가 고향인 백일홍도 원래 들판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이었지만 화훼농가들이 개량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백일홍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백일동안 피고 지기에 백일홍이라 부르는데 또 다른 백일홍, 배롱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어린 시절 맨드라미, 봉숭아와 함께 장독대 옆을 늘 지키던 백일홍을 기억한다. 그만큼 흔한 꽃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바뀌면서 이젠 쉽게 찾아 볼수 없는 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더 반가운가보다.

강원 평창군 평창읍 제방길 백일홍꽃밭에 들어서니 여심을 홀리며 알록달록 물들인 백일홍이 가을 바람타고 흔들리며 고향의 아련한 추억까지 실어온다. 무려 천만송이 백일홍이 평창강을 따라 조성된 1만여평 꽃밭을 가득 채운 풍경이이라니. 꽃밭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 얼굴빛은 금세 꽃빛으로 물든다. 붉은색이 가장 많지만 분홍, 주황, 노랑, 하양 등 다양하다. 자세히 보면 꽃잎 속에 노란 수술이 아주 화려해 작약이나 모란을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효석 생가 길목의 백일홍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백일홍 설화다.

머리 3개 달린 이무기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던 동해의 어촌마을. 자기 차례가 된 몽실 처녀가 실의에 빠져있는데 바우 총각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나선다. 바우는 백일뒤에 돌아올 때 배에 하얀 깃발이 달렸으면 이무기를 죽인 것이고 붉은 깃발이 달려 있으면 자신이 죽은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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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은 바닷가에서 백일동안 정성 기도했지만 바우의 배에 달린 깃발은 붉은색. 이에 절망한 몽실은 자결하고 마는데 사실 깃발의 붉은색은 이무기의 피. 바우는 몽실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는데 몽실의 혼이 이름 모를 꽃으로 환생했고 백일홍이 됐다는 바로 그 이야기다. 

△메밀싹 육회

이런 설화 때문에 백일홍은 기다림, 연인, 그리움의 꽃말을 지녔다. 특히 붉은색의 꽃말은 행복, 하얀색은 순수. 매년 이맘때면 평창강을 따라 백일홍이 만개하는데 오는 6∼12일 평창읍 제방길 백일홍꽃밭에서 백일홍 축제가 펼쳐진다. 붉은 꽃이 가장 많은 꽃밭 속으로 들어가니 꽃말처럼 행복한 미소가 귓가에 걸린다. 축제 기간에 7080콘서트, 청소년페스티벌, MBC가요제 등 다양한 공연도 곁들여진다.

봉평에 왔으니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용인 고기리막국수와 쌍벽을 이루는 봉평 미가연은 쓴메밀과 단메밀을 섞어 만든 순도 100% 메밀국수만 내놓는다. 이대팔 메밀비빔국수는 가지런하게 둘둘 만 국수 위에 무, 메밀싹, 김가루, 들깻가루를 차례로 얹었는데 한 젓가락 그대로 떠서 입안에 밀어 넣자 투박하면서 구수한 봉평의 향기로 가득 찬다. 메밀싹과 아삭한 무를 섞어 먹는 육회, 메밀싹 묵무침, 메밀전병까지 메밀의 향연을 즐기고 효석문화마을로 나선다. 

효석달빛언덕 달빛나귀전망대

#메밀꽃은 없지만 소설 속 풍경 가득한 효석달빛언덕 

 

막 실개천을 건너려나 보다. 커다란 나귀 한 마리가 물의 깊이를 가늠하려는 듯 지그시 고개를 내민 목가적 풍경.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에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과 아치형 하늘다리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예쁜 수채화가 또 있을까.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효석이 나고 자란 평창 봉평의 효석달빛언덕에 섰다.

효석달빛언덕 전경

안타깝게도 올해는  소금을 뿌린 듯 산허리에 지천으로 핀 메밀꽃 위로 흐븟한 달빛이 내리는 봉평의 몽환적인 풍경을 보기는 틀렸다. 매년 9월초에는 가을을 알리는 메밀꽃이 만개하는데 올해는 거의 피지 않았기때문이다. 여름에 내린 폭우로 메밀씨가 나 물러버리면서 하얀꽃들은 거의 실종된 상황이다. 그래도 소설은 향기는 여전해 가을 나들이하기 좋다.

오랜만에 찾은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예술촌은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2018년 문을 연 효석달빛언덕 덕분. 예전엔 이효석 생가만 덩그러니 있어 좀 썰렁했지만 달빛언덕을 중심으로 근대문학체험관, 푸른집, 달빛나귀전망대, 꿈꾸는 달카페 등이 옹기종기 모이면서 한나절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장돌뱅이들의 짐을 등에 진 귀여운 나귀 한 마리가 여행자를 반긴다. 그 너머로는 높이 5m의 거대한 나귀조형물이 실개천 옆에 놓였다. 달카페와 하늘다리로 연결된 달빛나귀전망대다. 덕분에 소설 속 풍경 속에 서 있는 듯하다.

나귀가 효석달빛언덕의 주인이 된 이유가 있다. 현대 단편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나귀는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는 주인공 허생원의 분신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허생원이 투전으로 모아둔 돈을 사흘 만에 모두 잃었지만 장을 돌며 간신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귀 덕분. 더구나 여자와는 연분이 멀어 쓸쓸하고 뒤틀린 반평생을 지냈기에 허생원에게 나귀는 가족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 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는 허생원의 회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꿈꾸는 달 카페

나귀는 허생원과 아들 동이를 이어주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왼손잡이 허생원은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가는 길에 동행한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대화하다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했고 나귀를 부리는 채찍을 왼손에 든 모습을 보고는 이를 확신한다. 봉평장 물레방앗간에서 딱 하룻밤 사랑을 나눈 성서방네 처녀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사실을.

꿈꾸는 달 카페는 작은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책들이 가지런하게 꽂힌 독특한 원형 책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쿠션과 피자 굽는 화덕 모양의 난로가 설치됐다. 겨울에 따뜻한 난로 옆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기 좋겠다. 음료 중 곤또밀이 가장 인기. 곤드레, 나또, 메밀을 갈아 넣었는데 구수한 향이 오래오래 입안에 남아 ‘봉평의 향기’로 기억된다.

푸른집
푸른집 내부

하늘다리를 건너 달빛나귀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효석문화예술촌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뒤 근대문학체험관에서는 1920~1930년대 효석이 활동했던 근대 경성과 평양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만나고 효석과 순수문학을 지향하던 문인들이 결성한 ‘구인회’의 활동도 엿볼 수 있다. 휘날리는 투명천과 봉평마을 사진으로 꾸민 아트월은 끊임없이 바뀌는 아련한 조명 덕분에 신비로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푸른집 연인의 달

#허생원처럼 죽어서도 떠돌던 비운의 효석

 

꿈꾸는 정원을 지나면 초록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푸른집을 만난다. 1936년 효석이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면서 거처를 옮겨 생활하던 넓은 정원이 딸린 붉은 벽돌집을 재현했다. 거실에는 피아노와 축음기가 놓였고 그가 좋아하던 프랑스 여배우 다니엘 다류의 사진도 벽에 걸렸다. 효석은 축음기로 항상 음악을 즐겼고 쇼팽과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자주 연주했단다. 푸른집에는 은밀한 공간이 숨어있다. 문을 열면 하얀 벽을 빛과 나무 그림자로 채운 공간이 등장해 벤치에 앉으면 사람도 작품이 된다. 푸른집 뒤 언덕에는 ‘연인의 달‘이 둥실 떴다. 밤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달에 띄워 수줍은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푸른집을 나서 왼쪽 계단을 오르자 이효석 묘지가 등장한다. 대표작의 주인공이 오늘은 봉평장, 내일은 대화장으로 늘 떠돌아다니던 장돌뱅이 허생원이기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효석은 죽어서도 허생원처럼 여러 곳을 떠돌아야 했다.

1942년 작고한 효석은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곧은골에 안장됐지만 영동고속도로가 나면서 1972년 용평면 장평리로 이장됐다.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영동고속도로 4차선 확장공사로 묘지 앞마당 일부가 잘려나가자 1998년 9월 연고 하나 없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11월에야 아내 이경원씨와 함께 봉평으로 이장돼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편안하게 영면하게 됐다.

묘지 아래 이효석 생가에는 백일홍이 활짝 피어 안마당이 화사하다. 2007년 지역 원로들의 고증을 토대로 마을 안 생가터에서 약 600m 아래쪽에 초가집 생가를 복원했는데 운치 있는 툇마루에 앉아 백일홍을 즐기며 쉬어가기 좋다.

효석달빛언덕 맞은편에는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숲이 하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테마로 꾸민 ‘효석문학의숲’으로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무장애나눔길로 조성됐다. 한적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설 속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동이가 나귀를 끌고 허생원 뒤를 따라가는 하트 포토존을 지나 오른쪽 길로 오르면 소설 문장들을 새긴 커다란 바위들이 계속 등장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며 걷는 기분이다.

충주댁

효석달빛언덕 맞은편에는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숲이 하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테마로 꾸민 ‘효석문학의숲’으로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무장애나눔길로 조성됐다. 한적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설 속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동이가 나귀를 끌고 허생원 뒤를 따라가는 하트 포토존을 지나 오른쪽 길로 오르면 소설 문장들을 새긴 커다란 바위들이 계속 등장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며 걷는 기분이다.

봉평오일장에선 백발이 성성한 여행자 서너 명이 짐을 나르던 수레를 끌어 보며 추억에 잠긴다. 울창한 나무가 우거지고 보라색, 하얀색 등 다양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길은 주막 충주댁으로 안내한다. 동이는 대낮부터 충주댁을 끼고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있고 뒷짐 진 허생원이 안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소설에서 허생원은 그런 동이가 못마땅해 따귀를 때린다.

편안한 데크길을 좀 더 오르면 깊은 개울을 건너다 넘어져 허우적대는 허생원을 동이가 구하는 장면과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사랑을 나눈 물레방앗간이 잇따라 등장한다. 돌아나가는 데크길은 홍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고 마지막 구간에선 자작나무숲이 예쁜 공간을 선물한다.

이효석조형물

마을 입구의 이효석문학관엔 그의 숨결이 살아 숨 쉰다.

2002년 문을 열어 올해 꼭 20주년을 맞았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엿보고 육필원고 등 유품도 만나는 문학전시실과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로 꾸며졌다. 문학정원에는 효석이 책상에 앉아 지금도 작품을 집필 중이다.

/ 세계일보 2023 평창=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평창 종부리 평창강둔치 백일홍축제 남산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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