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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고군산군도 장자도

by 구석구석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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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로 가려면 ‘바다 위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새만금방조제(총 33.9㎞)를 관통해야 한다.
입도 전 레드카펫 밟는 듯 설레는 기분 덕에 앞으로 길게 뻗은 직선 도로가 지루할 틈이 없다. 방조제의 중간쯤,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오면 고군산군도의 관문과도 같은 섬 ‘신시도’에 닿는다. 신라 때부터 청어잡이를 위해 김해 김씨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신시도는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그 전까지는 군산항에서 무려 90여 분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던 외딴섬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휴양림 내 숙박 시설이 모두 ‘오션 뷰’인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이 개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숙박과 관계없이 입장료(성인 1000원)를 내면 당일 탐방도 가능하다. 자연휴양림이지만 꽃과 나무보다는 전망이 한 수 위다. “섬의 토질 때문에 식재할 수 있는 수종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게 김형주 숲 해설사의 말이다. 그는 “대신 바다를 가까이 둔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사스레피’ 나무 등을 관찰할 수 있다”며 “이곳 휴양림뿐 아니라 섬의 숲길을 걷는 동안 어디서 LPG 새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면 이것이 범인일 수 있다”며 사스레피 나뭇가지를 들어 보였다.

고군산군도는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 군락이다.
고려 때 수군 진영을 두고 ‘군산진’이라 불리다가 조선 세종 때 진영이 육지로 옮겨가며 ‘옛 고(古)’자를 붙였다. 신시도를 시작으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 비교적 큰 섬 사이엔 고군산대교, 선유대교, 장자대교 등 연도교(連島橋)가 놓여 차를 타고 쉽게 오갈 수 있다. 고군산군도 여행의 첫 번째 연도교이자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섬의 성찬이 시작된다.

신시도 건너편, 가까이 모여 있는 섬들이 마치 술잔과 장구, 무당이 춤을 추는 것처럼 생겼다는 ‘무녀도’엔 두 개의 ‘똥’섬이 볼거리다. ‘쥐똥섬’과 ‘똥섬’은 다른 섬에 비해 아담하지만, 서해 섬 여행의 묘미를 누려볼 수 있는 포인트다. 쥐똥섬은 물때에 따라 바다 갈라짐 현상, 일명 ‘모세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무녀도와 쥐똥섬 사이에 하얀 모래 카펫이 깔린다. 여행객 사이에 있던 한 마을 주민은 “코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10여 분만에 길이 잠긴다. 방심했다가 섬에 고립되는 사람도 많다”며 “안내 방송이 들리면 재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녀도에서 선유대교를 건너면 고군산군도의 대표 섬이자 중심 섬인 ‘선유도’가 기다린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거치며 고군산군도의 예고편을 맛봤다면, 이제 ‘본방’으로 들어갈 차례. 선유터널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선유도 삼거리로, 좌회전해서 장자대교를 건너면 장자도와 대장도로 이어진다.

선유도로 들어서자마자 탄성 내지는 괴성이 들려온다면, 선유도 해변 상공을 가로지르며 하강하는 ‘선유 스카이 썬라인’ 체험객들이 내는 소리다. 고군산관광탐방지원센터 부근 45m 높이 출발점에서 양주봉 입구까지 700m 구간을 매달려 내려오는 체험 시설(성인 2만원, 어린이 1만6000원)은 젊은 층뿐 아니라 50~60대에게도 인기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짜릿한 그 체험은 다음을 기약하고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선유도 해변(해수욕장)부터 찾았다. ‘십리’라 하지만 실제 길이는 1.5㎞쯤 된다.
4월의 선유도 해수욕장은 ‘바다 멍’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한 모래사장 위 드문드문 놓인 이국적인 파라솔 아래 앉아 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물이 빠지고 펄이 드러나면 갯벌 놀이터로 어린아이들이 뛰어든다. 해변 끄트머리에선 바지락뿐 아니라 농게, 소라게 등과도 조우할 수 있다.

 

장자도에 들어서면 ‘호떡마을’이 마중 나온다. 촘촘하게 이어진 호떡집마다 ‘원조’ ‘직접 반죽’을 내세운다. 구운 스타일의 옛날 호떡이라기보다 기름에 튀겨내는 듯 익히는 요즘식 꿀호떡(2000원)을 판다. 카페 ‘호떡당’ 등에선 젊은 세대 입맛에 맞춘 크림치즈 호떡 등도 선보인다. 일대에서 1만원 이상 구매 시 공영주차장 2시간 무료 주차라 필수로 사먹는 분위기다.

‘장자대교’를 건너면 장자도를 거쳐 대장도에 이른다. 대장도엔 고군산군도 섬 여행의 방점을 찍을 만한 대장봉이 기다린다. CNN 속 고군산군도의 대표 이미지도 대장봉에서 내려다본 섬 무리 풍경이다.

대장봉은 해발 142.8m로 높지는 않으나 만만하게 볼 코스는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구불길’로 올라가 대장봉 정상을 거쳐 나무 계단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하는데, 정석이긴 하나 길이 좁은 데다 일부 구간은 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목책,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는 코스도 노약자에게 쉬운 코스는 아니다. 계단이 가파른 데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해 ‘욕(하며 오르는) 계단’이라는 악명도 높지만, 길을 잘못 들 일이 없고 구불길보다는 ‘비교적’ 수월하다. 오르는 길엔 ‘할매바위’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어화대’, 바다 전망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를 틈이 있다.

식사를 위한 식당은 주로 선유도 고군산관광탐방지원센터 일대에 밀집돼 있다. 공영주차장 뒤쪽 ‘남도밥상’은 군산박대구이정식(1만5000원)을 먹으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 정식엔 맑고 시원한 바지락탕을 곁들여낸다. 팔팔 끓인 바지락탕에 칼국수(3000원)를 투하해 먹으면 더욱 푸짐하고 맛있다.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선유도어촌계수산물센터 ‘고래포차’를 눈여겨볼 만하다. 2~3인이 막회(4만원)나 밑반찬과 맛보기용 해산물이 곁들여지는 막회 세트(5만원) 등에 매운탕(5000원)을 추가하는 게 기본이다. 공깃밥 대신 물회(1만5000원)나 멍게비빔밥(1만2000원)을 곁들이기도 한다.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한접시(2만~2만5000원)’ 메뉴도 다양하다. 유람선 선착장, ‘기도등대’와 가깝다.
/ 글 조선일보 2023 주말뉴스부 박근희기자 / 사진 2023.5.6 새만금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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