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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마포 성산동 석유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

by 구석구석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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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증산로 87 / 문화비축기지(구. 석유비축기지) 02 376 8410 parks.seoul.go.kr/culturetank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민 투어: 화~토요일 오후 2시, 4시(1시간 소요), 사전 예약 필수

무려 41년 동안 꼭꼭 숨겨져 있었던 그곳은 오랜 세월 동안 인근에 거주한 주민들조차 그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경기장을 끼고 걷기를 10분. 빈 탱크에 문화를 가득 채운 ‘서울 문화비축기지’

▲ T6 커뮤니티센터

문화가 채워지기 전, 그 자리엔 석유가 담겨 있었다.

1973년 중동발 1차 석유 파동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살인적으로 폭등한 세계 유가는 국가적 위기를 야기했고, 이에 서울시는 석유 비축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1976년부터 1978년에 걸쳐 지름 15~38m, 높이 15m의 유류 탱크 5개를 건설했다. 이곳에는 모두 6,907만ℓ의 석유를 비축됐는데, 당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이었다.

화재 등 보안의 중요성 때문에 1급 보안 시설로 분류해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며 운영되던 석유비축기지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상암동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할 당시 위험시설물로 분류된 것이다.

T3 탱크원형

국제적인 행사장 주변에 위험시설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석유비축기지는 이전 및 폐쇄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산업화시대의 유산으로 10년이 넘도록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던 석유비축기지는 2013년에 비로소 새로운 쓰임새를 찾게 된다. 시민 아이디어공모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시민을 위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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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는 축구장 22개와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14만㎡의 부지 가운데는 개방된 문화마당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6개의 탱크가 자리하고 있는 형태다. 여섯 개의 탱크에는 ‘T1’부터 ‘T6’이라는 이니셜과 함께 탱크의 주제를 설명하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T5 이야기관

‘T1(파빌리온)’, ‘T2(공연장)’, ‘T3(탱크 원형)’, ‘T4(복합문화공간)’, ‘T5(이야기관)’, ‘T6(커뮤니티센터)’라는 식이다.

이 중 ‘T1’부터 ‘T5’는 실제로 사용했던 높이 15m, 지름 15~38m의 유류 탱크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T3’을 제외한 나머지는 해체되거나 개조돼 시민을 위한 공연장과 전시장, 과거와 미래를 기록하는 이야기관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T2 공연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문화비축기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람 순서가 중요하다.

가장 처음으로 들여다봐야 할 곳은 탱크의 안과 밖, 콘크리트 옹벽, 암반과 절개지까지 모두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는 ‘T5(이야기관)’다. 그 이름처럼 문화비축기지의 탄생부터 폐쇄, 재생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 공간이다. 또 이곳에는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철제 사다리를 타고 탱크를 오르내리거나 발화점이 낮은 휘발유 탱크를 순찰하는 일, 관련된 군부대에서 투입한 가상 간첩을 잡아야 했던 일 등 당시 석유비축기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수기도 생생하게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T1 파빌리온(왼), T4 복합문화공간(오)

바로 옆 ‘T4(복합문화공간)’는 석유비축기지였던 시절 ‘등유’를 보관했던 탱크였던 곳으로, 지금은 내부의 독특한 형태를 그대로 살린 기획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T3(탱크원형)’는 1978년에 완공된 유류저장 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공간으로, 문화비축기지 내에서 유일하게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탱크기도 하다. 스카이워크 못지않게 아찔한 다리와 철제 사다리, 위압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옹벽을 마주하고 있으면 T5 이야기관에서 보고 온 당시 직원들이 글로 표현했던 긴장감과 두려움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T6 커뮤니티센터

‘T2(공연장)’는 경유를 보관했던 탱크를 해체하고 콘크리트 구조물만 재활용했다. 탱크의 상부는 야외무대로, 탱크의 하부는 공연장으로 꾸며졌다.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서 있는 무대와 돌바닥, 돌의자가 있는 야외무대는 공연이 없을 때면 휴게 쉼터로 이용되곤 한다.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되는 ‘T1(파빌리온)’은 휘발유 탱크였던 곳이다. 탱크를 해체한 자리에 유리 구조물을 세웠는데, 초록빛이 우거진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요가, 명상 같은 수업이 주로 이뤄진다고 하는데, 발화점이 낮아서 가장 위험하다 여겨졌던 휘발유 탱크의 변신으로 아주 그럴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T6(커뮤니티센터)’는 문화비축기지의 유일한 신축건축물이다. 주요 가치인 ‘재생’에 걸맞게 ‘T1(파빌리온)’과 ‘T2(공연장)’를 해체하며 나온 철제 구조물들을 활용해서 지어서인지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기존 탱크와 이질감이 없다. 내부에는 카페테리아와 리셉션, 환경과 지구, 생태, 도시재생 등의 책이 비치된 에코라운지, 공연이나 행사가 진행되는 옥상마루 등 문화비축기지에 방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마련돼있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2 이채영여행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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