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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저런거/군사무기 장비

근접방어무기체계 바다의 마지막 방패

by 구석구석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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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공개한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가 함정에 접근한 표적을 요격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방위사업청 제공

바다에서 활동하는 군함은 수많은 위협에 노출된 채 임무를 수행한다. 그만큼 군함을 보호하는 장치도 많이 갖춰야 한다.

미국의 이지스 전투체계, 독일 네덜란드의 아파르(APAR), 영국의 샘슨(SAMPSON) 등 다양한 함정 보호 시스템이 세계 각국 해군에서 쓰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가운데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는 군함과 승무원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함대공미사일과 전자전 장비의 요격 시도를 뚫고 함정 가까이 접근한 미사일을 자체 레이더나 모함의 센서 등으로 탐지, 기관포로 파괴한다. 

함대공미사일을 갖출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해군에서도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술적, 경제적 문제로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자체 개발해 함정에 탑재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다른 나라들처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외국에 의존했던 한국은 국산화 작업에 나설 태세다. 2020년대 후반부터 취역할 해군 함정 규모와 해외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6월9일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참가자들이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관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존 기술 활용해 개발 기간 단축

방위사업청은 29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국내 개발하는 ‘CIWS-Ⅱ’ 체계개발 사업을 다음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CIWS-Ⅱ’라는 이름은 1980~1990년대 해군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 2007년 1번함이 진수된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에 장착된 40㎜ 노봉 기관포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개발되는 근접방어무기체계라는 의미를 지닌다. 

체계개발은 LIG 넥스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32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2027년에 개발되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신형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3 및 배치4, 경항공모함 등 2030년대 한반도 해역에서 활동할 함정에 장착될 예정이다.

‘CIWS-Ⅱ’ 사업은 기존 기술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서 진행된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가 함정이 있는 해역 상공에 있는 표적을 파괴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방위사업청 제공

개발을 주도할 LIG넥스원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반 기술을 갖춘 상태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해군이 쓰는 골키퍼의 창정비를 완료하고 관련 시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통합과 시험평가, 군수지원 등의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포신과 급탄장치는 해군이 기존에 운용중인 네덜란드 탈레스 30㎜ 골키퍼 근접방어무기체계와 같은 것을 적용한다. 

골키퍼에 장착된 30㎜ 기관포는 미 공군 A10 전투기에 장착되는 GAU8 개틀링포다. 분당 발사속도가 4200발에 달해 동급 기관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갖췄다. 수상표적은 12㎞, 대함미사일은 2㎞ 거리에서 파괴할 수 있다. 

1970년대 서방측 해군의 최대 위협이었던 구소련 대형 대함미사일을 단번에 부수기 위해 개발된 만큼 강력한 화력을 갖췄다. 대함미사일은 물론 고속보트 등도 파괴한다. 영국, 한국, 네덜란드 등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 기술적 신뢰도도 높다.

일각에서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무게와 부피를 줄인 기관포를 새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조기 전력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 기존 기관포를 활용하는 방안에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골키퍼에서 쓸 30㎜ 포탄이 여전히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근접방어무기체계의 ‘눈’인 레이더는 한국형전투기(KF-21) 사업을 통해 확보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다. 근접방어무기체계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AESA 레이더가 적용되는 셈이다. 외형은 스텔스 설계를 적용해 적 레이더파에 반사되는 면적을 줄인다.

국내 개발될 근접방어무기체계의 작전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드론, 고속정까지 파괴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부족한 기술은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다. 개발이 성공하면 최대 14㎞ 거리에서 초음속 또는 해면근접비행 순항미사일과 드론,  항공기, 고속정까지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운용중이고, 북한도 냉전 시절 구소련과 중국에서 도입한 구형 대함미사일을 대체할 미사일을 공개한 상황에서 최신 근접방어무기체계 개발은 해군 함정 생존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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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국산 쓰는데 국산 개발하는 이유는

해군이 근접방어무기체계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은 군사적, 경제적 요인에 기인한 바 크다.  울산급과 포항급에 쓰였던 40㎜ 노봉 기관포는 본격적인 근접방어무기체계로서는 성능에 제약이 있었다. 

해군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 서후원함에 장착된 40㎜ 노봉 기관포가 해상에 설치된 가상 표적을 향해 포탄을 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해군은 광개토대왕급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골키퍼를 장착했다. 이지스 전투체계에는 미국 레이시온의 20㎜ 팰렁스가 장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깨고 골키퍼를 선택할 정도로 해군은 골키퍼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하지만 해군은 2011년 1번함이 진수한 인천급(울산급 배치1) 호위함에 팰렁스 블록1B를 장착했다. 

팰렁스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에서 널리 쓰이는 근접방어무기체계다. 설치에 필요한 공간이 작고 체계통합이 간단하며, 세계적으로 신뢰성이 검증된 M61A1 20㎜ 기관포를 사용한다. 

다만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기관포 포신을 연장하는 등의 개량을 실시한 팰렁스 블록1B가 주로 쓰이고 있다. 

골키퍼를 애용했던 해군이 팰렁스를 선택한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다. 인천급 건조 사업 추진 당시 팰렁스의 도입 가격은 골키퍼의 절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인천급과 대구급 호위함,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는 팰렁스가 장착됐다.

문제는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배치2 건조 추진과정에서 불거졌다. 이지스함 1척에 팰렁스 2기를 장착하는데, 도입 가격이 3900만달러(457억원)에 달했다. 훈련 및 탄약비용이 포함됐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고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군 정비 부사관들이 골키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쟁기종이었던 골키퍼가 단종돼 팰렁스가 서방에서 거의 유일한 근접방어무기체계가 되면서 제작사인 레이시온이 가격을 올렸다는 해석이 많았다. 시장을 특정 기업이 독점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경제학 논리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2020년대부터 한국형차기구축함, 해양정보함, 울산급 배치3 및 배치4, 경항공모함 등 고가의 첨단 함정 건조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팰렁스의 가격 상승은 전체 사업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는 국면이라면 도입비와 후속군수지원비 절감 등을 위한 국산화를 고려하게 된 대목이다.

 

◆미국산보다 우수한 무기 등장할 듯

해군과 방위사업청, LIG넥스원이 추진중인 근접방어무기체계 국산화는 골키퍼의 장점에 최신 기술을 혼합하는 개념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하려면 기존 시스템과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 해군은 골키퍼를 장기간 운용한 경험이 있고, LIG 넥스원은 골키퍼 창정비를 진행한 노하우가 있다.

여기에 국산 AESA 레이더와 광학장비 기술을 적용해 체계통합을 하면, 신형 근접방어무기체계를 단기간내 개발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근접방어무기체계는 팰렁스보다 우수한 성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널리 쓰이는 팰렁스 근접방어무기체계. 체계통합이 쉽지만 20㎜ 기관포탄의 위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 기관포를 사용하는 팰렁스는 소프트웨어와 탄약 등을 개량했지만, 20㎜ 기관포의 한계로 인해 파괴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포착하고도 완전히 파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국내 개발될 근접방어무기체계에서 쓰일 30㎜ 기관포는 강력한 관통력을 갖고 있다. 팰렁스보다 파괴력은 우위에 있다.

탐지능력은 팰렁스, 골키퍼보다 더 뛰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 상상도에는 4면에 AESA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AESA 레이더는 다수의 목표물을 추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만큼 동시교전능력이 강화되는 셈이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해군 함정의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다. 북한 지대함미사일 위협 아래 연안에서 작전을 펼칠 해군 함정 중 다수는 먼거리에서 북한 지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해궁 함대공미사일과 근접방어무기체계로 대응해야 하는데, 마하 2 이상의 표적 추적에 한계가 있는 골키퍼나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소수의 미사일을 파괴하는 기능이 우선시됐던 팰렁스보다는 AESA 레이더를 이용한 동시추적능력을 갖춘 국산 장비가 더 적합하다. 

해군 함정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결과적으로는 골키퍼의 파괴력을 유지하면서 탐지 및 추적능력은 대폭 향상되는 개념의 근접방어체계가 등장하는 셈이다. 팰렁스에 의존할 필요성이 낮아지는 대목이다.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 개발이 성공하면, 전력 증강과 더불어 방산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 창정비를 할 수 있어 후속군수지원 비용이 낮아지고, 우수한 성능을 갖춘 방어장비 장착으로 중국 등 주변국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은 높아진다. 

팰렁스의 가격 상승에 고민하는 서방측 해군에 가성비가 높은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제시, 방위산업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있다. 국산 함정을 수출하면서 패키지로 근접방어무기체계를 포함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용 문제로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하지 않는 개발도상국 해군도 근접방어무기체계는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근접방어무기체계의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 세계일보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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