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한 적군에 불벼락… ‘하늘의 탱크’ 공격헬기가 떴다
1960년대 말 베트남 남부의 한 정글. 가까이 접근하는 미군을 기습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베트콩들은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오자 공포에 질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고 날렵한 외형을 지닌 미군 헬기가 나타나 베트콩들에게 로켓탄과 미니건 등을 쏘기 시작했다. 풍부한 전투경험을 지닌 베트콩이었지만, 하늘에서 날아드는 불벼락 앞에서는 저항하지 못한 채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 헬기가 세계 최초의 공격헬기 AH-1 ‘코브라’다. 수송헬기에 무장을 장착한 것과 달리 공격용으로 개발돼 실전투입된 AH-1은 이후 출현한 공격헬기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정글에서 태어난 공격헬기
1965년 베트남에 처음 발을 디딘 미군은 유럽이나 미국 본토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했다. 울창한 정글과 베트남 남부 메콩강의 습지는 미군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트럭이나 장갑차를 이용한 전통적 접근 방식은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미군은 UH-1 수송헬기를 대거 투입, 병력을 특정 지역에 실어 나르는 공중기동작전을 펼쳤다.
병력 이동을 가로막던 정글과 습지를 피해 병력 집중이 필요한 곳에 공중기동을 통해 병력을 빠르게 모으고, 전투가 끝나면 다른 지역으로 신속하게 옮겼다.
전투를 벌일 지역을 미군이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공중기동작전은 전쟁 주도권을 미군이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베트콩이 UH-1 착륙지점에 매복해 미군을 기습하거나 대공 사격을 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상 제압을 맡을 공격헬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투기와 포병 사격을 통한 화력전이 대안으로 있었지만, 지상부대를 빠르게 지원하기는 어려웠다.
그 결과 등장한 기종이 AH-1이다. AH-1은 현대 공격헬기의 개념을 만들어낸 기종이다. 제자리 비행과 선회를 통해 지상 포병이나 공군 전투기가 공격하지 못하는 지역도 제압이 가능했다.
‘기관포와 로켓탄, 대전차미사일’이라는 현대 공격헬기 무장 조합은 AH-1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수 하단에 설치된 기관포는 좌우 양옆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지상의 적군을 공격했다. 성능개량 과정에서 추가 장착된 토우(TOW) 대전차미사일은 적 전차나 장갑차도 쉽게 파괴할 수 있었다.
전후 복좌형으로 구성된 조종석은 정면에서 바라볼 때 항공기 단면적을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외부 항력이 감소, 비행성능을 높였고 적 대공포탄에 맞을 가능성은 낮췄다. AH-1이 공격헬기의 시초로 평가받는 이유다.
AH-1의 위력을 확인한 미군은 1980년대 이후 지상군 작전에서 AH-1을 투입했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과 1988년 파나마 침공, 1990년 제1차 걸프전 등에서 AH-1은 적 지상군을 제압해 아군을 보호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등장하면서 미 육군은 AH-1을 퇴역시켰다.
반면 미 해병대는 AH-1을 대대적으로 개량한 AH-1Z를 사용하고 있다. 첨단 전자장비와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운용하는 AH-1Z는 외형은 AH-1와 비슷하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외에도 유럽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공격헬기를 개발해 운용중이다. AH-64가 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을 격파하며 성능을 입증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타이거 공격헬기를 개발했으며, 중국은 WZ-10을, 러시아는 MI-28과 KA-52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격헬기는 탑재 장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다른 곳에서 데이터링크를 통해 공유된 정보가 조종사 헬멧에 시현되는 등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는 전투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공격헬기가 대형화되고 운영유지비가 급증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AH-64를 비롯한 대형공격헬기 구매를 줄이는 대신 크기가 작고 비용이 저렴한 소형무장헬기를 함께 운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사용국이었던 한국, 세대교체 준비
6.25 전쟁 당시 북한군 전차의 공격을 막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은 ‘탱크 킬러’인 공격헬기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한국군은 베트남전쟁에서 활약했던 AH-1 도입을 희망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소형헬기인 500MD에 기관총과 토우(TOW)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500MD 무장형을 들여왔다.
저렴한 비용이 강점이던 500MD는 한국군에서 널리 쓰였지만, 소형헬기에 미사일을 장착하면서 항속거리가 40%나 짧아졌다. 산악지형이 많아 측풍이 거센 한반도에서 안정적인 비행도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76년 미 해병대용 AH-1 8대가 도입됐다. 이후 19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70여 대를 추가 배치했다. 이 가운데 20여 대는 야간에서도 토우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나이트(C-NITE) 조준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 육군의 AH-1은 북한군 기계화부대 위협을 저지하는 수단으로서 오랜 기간 활약했으나,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새로운 기종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육군은 미국 보잉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했다. AH-64E를 추가로 들여오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중인 소형무장헬기(LAH)도 AH-1을 대체할 기종이다. 유럽 에어버스 EC155를 기반으로 2015년 개발에 착수한 LAH는 2020년대 초반부터 전력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소형무장헬기는 광학 및 적외선 카메라를 포함한 표적획득장치(TADS)와 20㎜ 기관포, 대전차미사일 등의 무장이 장착된다.
소형무장헬기에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가 탑재된다. 일단 지상부대에서 무인기를 띄우면 헬기 조종사가 이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단계는 헬기에 캐니스터(원통) 발사형 무인기를 싣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한 뒤 헬기 조종사가 무인기를 띄우는 방식이다.
위험지역이나 정찰장비에 의한 탐지에 제약을 받는 사각지대에 헬기가 직접 진입하는 대신 무인기를 먼저 투입해 상황을 살핀 후 움직일 수 있어 헬기 조종사의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AH-64E는 육군의 전략적 억제능력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지상작전사령부가 주도적으로 운용을 하고, 소형무장헬기는 전선과 가까운 전방 지역에서 군단 사령부 통제 아래 전술적 차원에서 운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해병대의 상륙작전 지원을 위한 상륙공격헬기 개발 및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제13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상륙공격헬기를 국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상륙공격헬기 개발이 성공하면 향후 한국군의 공격헬기는 AH-64E와 소형무장헬기, 상륙공격헬기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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