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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저런거/군사무기 장비

수송함 마라도함

by 구석구석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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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이 취역을 앞두고 시험항해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함께 한국형 경항공모함 건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열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취역식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마라도함에 대해 이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두고 2030년대 전력화를 목표로 해군이 추진중인 경항공모함의 시초가 대형수송함 3번함 건조 계획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마라도함은 2005년 취역한 독도함과 비교해 외형이나 운용개념으로는 비슷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발전된 기술을 적용함으로서 경항모 개념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력 수송에 경항모 징검다리 역할 겸해

독도함에 이어 두 번째로 해군에 인도되는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같은 1만4500t급 대형수송함이다. 승조원과 상륙군 등 병력 1000여 명과 헬기 10대, 전차 6대, 고속상륙정 2척 등을 탑재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 내 정박 중인 마라도함 비행 갑판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마라도함 취역식에서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함교 중앙 상부에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창원=뉴스1

마라도함은 독도함에 장착했던 전자장비보다 우수한 제품이 대거 적용됐다.

가장 큰 변화는 대공레이더다. 독도함은 함교 후방에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스마트-L 대공레이더를 장착했다. 최대 400㎞ 거리에 있는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로 독일 해군 작센급 호위함 등에서 사용중이다.

반면 마라도함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만든 MF-STAR 대공레이더를 사용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레이더처럼 4면에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형태다.

마라도함은 함교 맨 앞부분에 레이더 구조물을 설치, 전방을 감시한다. 함교 중간 부분에 있는 레이더 구조물은 후방과 좌우 감시를 맡는다. 

탐지거리는 450㎞. 저고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은 25㎞ 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다. 제작사인 IAI는 전자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레이더 반사면적이 작은 미사일이나 항공기도 잡아낼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수동형 레이더보다 운영유지비가 저렴하고 출력은 강해 중국, 일본의 대함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능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 정박한 마라도함 앞쪽에 미국산 팰렁스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장착되어 있다. 해군 제공

적 대함미사일로부터 마라도함을 지킬 마지막 방어수단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는 네덜란드산 골키퍼에서 미국산 팰렁스로 바뀌었다.

1980년대 옛 소련의 대형 대함미사일 위협에 초점을 맞춘 골키퍼는 강력한 화력을 갖춰 최대 12㎞ 떨어진 수상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미사일도 2㎞ 거리에서 격추가 가능하다.  

해군도 광개토대왕급,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과 독도함 등에 30㎜ 골키퍼 CIWS를 장착했다.

하지만 고가의 도입비 및 운영유지비와 더불어 함정에 장착할 때 필요한 공간도 적지 않은 점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골키퍼는 단종됐다. 

반면 20㎜ 구경의 팰렁스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판매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 성능개량을 거듭해 초음속 대함미사일 대응능력에서는 골키퍼를 앞서게 됐다. 해군도 이같은 추세를 고려해 팰렁스를 도입하고 있다.

국산 장비도 대거 탑재됐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과 독도함에서 쓰이던 네덜란드산 MW-08 탐색레이더는 국산 SPS-550K로 바뀌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 마라도함이 정박해 있다. 해군 제공

LIG 넥스원이 개발한 SPS-550K는 3차원 AESA 레이더로 최대 탐지거리가 250㎞로 알려졌다. 마라도함 외에 인천급, 대구급 호위함에서도 쓰인다.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할 무기는 미국산 램(RAM) 대신 국산 해궁(KSAAM)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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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체계도 성능개량이 이뤄져 최대 표적처리 개수가 두 배로 늘었다. 비행갑판을 강화해 미 해병대 MV-22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운용이 가능하다.

직사각형 모양의 넓은 비행갑판에서 뜨고 내리는 헬기를 통제할 항공관제소는 독도함에서는 전방에 있었으나, 마라도함에서는 후방으로 옮겨졌다.

현측 램프(전차 등 탑재 차량과 사람들이 출입하는 좌측 출입구)는 지지 하중을 25t에서 60t으로 늘리고 폭도 3.5m에서 4.5m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K-1 전차를 비롯한 중장비도 현측 램프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해병대가 보유한 모든 장비를 부두에서 탑재할 수 있어서 상륙작전 수행능력도 향상됐다.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으로 소방청 헬기가 접근하고 있다. 해군 제공

◆경항모 건조·운용 경험 축적 효과

해군은 독도함과 더불어 마라도함을 대형수송함으로 분류한다. 여러 대의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넓은 직사각형 비행갑판을 보유한 함정이지만, 해군은 수송함으로 분류한다. 

이를 두고 경항모와 운용 개념이 겹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외형적 측면에서 경항모와 비슷한 마라도함은 2030년대 전력화가 예정된 한국형 경항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운용경험과 기술 축적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군함에서 다수의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항공기 이착륙을 견딜 수 있는 함정 구조와 강도, 항공기 통제, 승조원 훈련 등 확보해야 할 경험과 지식이 많다.

관련 기반이 없는 국가는 점진적으로 항공기 운용범위를 넓히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한다.

옛 소련이 대표적이다. 냉전 초기인 1950년대 호주, 네덜란드, 브라질 등 서방국가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중고 항모를 도입해 해군력을 강화했지만, 관련 기술과 경험이 없던 옛 소련은 연안 기지에 주둔한 항공기에 의존해야 했다.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에서 해경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옛 소련은 1967년 모스크바급 항공순양함을 취역시킨다.

1만7000t급 함정인 모스크바급은 냉전이 시작된 이후 옛 소련이 만들었던 함정 중 가장 큰 것이었다. 선미에 넓은 비행갑판을 갖고 있어 헬기 18대를 탑재·운용할 수 있었다. 

고정익기를 운용하지 않아 공격력이 부족하고 항모와는 직접적인 연관성도 낮았다. 하지만 바다에서 다수의 항공기를 쓰는 대형함정을 만들고 운용했다는 점에서 항모 보유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첫걸음이 됐다는 평가다. 

옛 소련은 모스크바급 항공순양함으로 확보한 경험을 토대로 야크(Yak)-38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 키예프급 항모를 건조했다. 이후 현재의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만들었다.

쿠즈네초프급 항모 2번함 바리야그호는 냉전 종식으로 건조가 중단됐다가 중국으로 넘어가 랴오닝호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옛 소련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경항모와 유사한 형태의 독도함은 항공기 여러 대를 바다에서 띄우는 경험과 더불어 비행갑판을 제작하는 기술 등을 옛 소련보다 더 쉽게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마라도함은 MV-22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고 있다. 독도함보다 비행갑판이 더 튼튼해진 셈이다.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면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의 무게와 엔진 열기를 감당할 수 있는 비행갑판 제작도 가능하다.

옛 소련이 만든 모스크바급 항공순양함. 다수의 헬기를 띄울 수 있어 옛 소련이 항모 관련 기술을 축적하는 시초가 됐다. 위키피디아

다수의 항공기를 통제하면서 대공 및 대잠수함 작전을 실시하는데 필수인 레이더와 음파탐지기 등을 한데 묶어 전투력을 높이는 전투체계, 항공기 수납을 위한 격납고 구조 설계 등도 경항모 건조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병대 상륙훈련 등을 위해 마라도함과 구축함, 호위함으로 구성된 상륙전단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항모전단을 만드는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F-35B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적정 소티(출격횟수) 산출과 항공무장 및 연료 보관 등의 과제를 해결하면 경항모 건조에 필수인 기술과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일보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육군 헬기와 해군 함정. 비록 소속 군은 다르지만 둘은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함정에서 발생한 위급상황을 해결하는 데 헬기만큼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헬기가 착륙할 곳 없는 해상에서 유일하게 공간을 내줄 수 있는 곳이 함정이기 때문이다. 각종 육군 항공과 해군 함정이 합동훈련으로 평소에도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0일 서해상에서 진행된 육군항공사령부의 해상 이·착함 자격(DLQ) 훈련 에서 육군 헬기와 해군 함정이 한 팀이 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고난도 해상 훈련에 안전 확보 최선

20일 아침 육군항공사령부.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는 춘분(春分)이었지만, 실제로는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장병들의 훈련을 향한 열정은 추위도 막지 못했다. 전날 강풍과 안개로 연기된 훈련이 이날 막을 올렸다.

사령부는 이날 서해 해상 마라도함에서 다양한 해상 작전 시 필요한 함상 이·착함 자격 유지·획득을 위한 이·착함 자격(DLQ·Deck Landing Qualification) 훈련을 진행했다.

DLQ는 헬기 조종사가 함정 비행갑판에 안전하게 이·착함할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이번 DLQ 훈련은 해상에서의 수색 및 인명구조, 원거리 물자공수 등 해상작전 수행 능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기획됐다.

기자도 훈련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별도로 마련된 UH-60 블랙호크 헬기에 몸을 실었다.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안전’. 우선 바다에 떨어졌을 때 몸을 띄워줄 구명대를 착용하고, ‘몽키 벨트’라 불리는 하네스에 다리부터 끼워 넣은 다음 어깨에 멨다. 원숭이 꼬리처럼 달린 줄 끝에 있는 고리를 헬기 바닥에 걸어 추락을 방지하는 용도다. 다음은 바다에서 호흡을 도와줄 산소호흡기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안전벨트도 허리만 매는 것이 아니라, 양쪽 어깨까지 단단히 고정하도록 3방향으로 나눠어 있었다. 기내에 붙어 있는 ‘안전벨트 임의 해제금지’라는 문구는 묘하게 긴장감을 더했다. 탑승 과정은 마치 일반 여객기를 타는 것 같았지만, 다양한 안전용 장비를 갖추다 보니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이 훈련은 끊임없이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 평균 10노트로 기동하는 함정 위에 항공기가 신속·정확·안전하게 이·착함해야 하기 때문에 육지에 착륙하는 것과 비교해 고난도의 조종술뿐만 아니라 함정과의 원활한 소통과 이해가 필수다.

이날 조종간을 잡은 송인철 준위는 “함상은 육상보다 공간도 좁고 헬기 간 간격도 좁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특히 육군 항공 전력이 함상에 착륙할 일이 많지 않아 더 조심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군항공사령부가 20일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과 함께 실시한 해상 이·착함 자격훈련에서 AH-64E 아파치 헬기 등 육군 항공전력들이 유도사의 신호에 맞춰 마라도함 비행갑판에서 이함하고 있다. 국방일보 2024. 3 조종원 기자

 

조종사 비행 능력 숙달 이·착함 자격 갖춰

이번 훈련에는 사전 위험 예지 훈련 및 지상 학술 교육을 받은 헬기 조종사 13명과 AH-64E 아파치 3대, CH-47D 시누크 1대, UH-60P 1대 등 5대가 투입됐다. 육군항공사는 참가 전력을 1개 제대로 편성, 바다 위에 떠 있는 마라도함 비행갑판 위에 헬기를 안전하게 이·착함하는 능력을 숙달했다.

DLQ 훈련은 분기별로 진행되는 정례 훈련이다. 조종사들이 비행 능력을 숙달함과 동시에 이·착함 자격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 발생한 환자를 후송하거나, 긴급하게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는 등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필수 훈련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훈련에 함께한 조종사들은 사전에 훈련 관련 워게임과 브리핑, 전술토의를 통해 DLQ 훈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또 DLQ를 이미 획득한 조종사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해주는 등 철저한 준비로 차질 없이 훈련을 마치도록 뒷받침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진행된 이륙. 창밖 풍경이 시시각각으로 달라졌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 보이더니 높다란 송전탑, 아파트와 건물로 빽빽한 동네를 지나니 서해안의 너른 갯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륙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망망대해로 진입하자,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요동치는 바람으로 인한 기체의 떨림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찰나, 햇빛이 반사돼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라도함 유도사가 헬기 유도
해군 계류수들이 아파치 헬기를 묶고 있다.

DLQ 훈련 연계 해상 실사격 훈련도

이내 힘차게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마라도함이 시야에 들어왔다. 앞서가던 아파치가 속도를 유지하면서 순서대로 정확하게 착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갑판 위로 기다란 그늘을 만들면서 착륙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라도함 함수부터 아파치를 선두로 UH-60P와 시누크 헬기가 순서대로 나란히 내려앉아야 하는 상황. 노란 헬멧과 조끼를 입은 유도사의 힘찬 손짓에 따라 안전하게 헬기가 함상에 닿았다.

이어서 갈색 헬멧과 조끼를 착용한 통제사의 지시에 맞춰 파란 조끼를 입은 계류수들이 체인과 고리를 가지고 헬기로 접근했다. 이들은 함정의 움직임에 따라 헬기가 미끄러지지 않게 갑판과 헬기를 연결하고 고정했다. 이어 헬기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함상에서 이탈하면서 모든 훈련이 종료됐다.

조종사들은 이번 훈련으로 기존에 자주 이·착륙한 지상 활주로 외에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도 이·착함할 수 있는 임무수행 능력을 확보했다. 덕분에 유사시 해상에서의 구조 활동과 해군과의 합동상륙작전 등 작전 수행 범위의 폭이 한층 확대됐다.

훈련에 참여한 이태근(대위) 아파치 헬기 조종사는 “이번 마라도함 이·착함 훈련으로 해군과 합동 해상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실전에서 어떠한 임무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항공작전태세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육군항공사는 이번 DLQ 훈련과 연계해 해상 실사격 훈련도 전개했다. 조종사들이 전투 사격 능력과 해상 작전수행능력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육군항공사는 다양한 합동훈련을 지속하면서 압도적 항공작전 대비 태세가 확립된 부대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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