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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저런거/군사무기 장비

소형무장헬기(LAH)

by 구석구석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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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육군이 두려워하는 무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공격헬기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입증한 전차도 하늘에서 다가오는 공격헬기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의 지상군을 보유한 국가 중 대다수가 공격헬기를 운용중인 이유다.

소형무장헬기(LAH)가 비행시범 도중 기체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은 1979년대부터 500MD, AH-1S 등의 공격헬기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신형 기종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20년대부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소형무장헬기(LAH)가 미국 보잉 AH-64E와 함께 노후한 공격헬기들을 대체할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첫 양산결정이 내려진 LAH는 한반도 유사시 전면전은 물론 국지도발이나 대테러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500MD 대체하면서 성능 높여

서방에서 운용되는 공격헬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기종은 AH-64E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쟁 등에서 성능을 입증한 AH-64를 현대화한 AH-64E는 최대 10㎞ 거리에 있는 지상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대량 도입하기에는 고가의 장비다. 

이같은 점을 의식한 군 당국은 AH-64E를 일부 도입하면서, 부족한 수요는 민수헬기(LCH) 개발과 연계해서 만들어질 국산 LAH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체계개발이 진행, 2018년 11월 LAH 시제1호기가 제작됐다. 2019년 7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소형무장헬기(LAH)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앞에 주기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LAH는 20㎜ 기관포와 국산 천검 공대지미사일, 로켓 등의 무장을 장착한다. 천검 미사일은 미국산 헬파이어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니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표적 식별과 추적이 가능하며, 미사일을 쏜 직후 이탈해 적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LAH는 조종사의 생존성과 임무 수행능력을 높여주는 첨단 전자장비도 다수 탑재한다. 

기체에 장착된 표적획득지시장치(TADS)는 주·야간에 최대 20㎞ 거리까지 측정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 4개의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고장이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 정비 소요 시간을 줄이고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상태감시장비(HUMS)도 갖췄다. 

비행과정에서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 고도, 방향은 컴퓨터로 제어한다. 기관포 사격 시 발생하는 반발력으로 발생하는 기체 자세의 변화도 최소화한다. 

자동 순항과 자세 유지, 계기 착륙 접근을 포함한 조종의 핵심 요소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소음과 진동도 최소화됐다.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획득해 각 군의 지휘소나 다른 무기체계와 공유할 수 있다. 

LAH를 운용할 조종사와 정비사 교육을 위한 훈련체계도 갖춰진다. 조종사가 저공비행 도중 엔진 정지를 비롯한 비상사태 대응 방법 등을 익히는 모의비행훈련장치, 기체 정비 전에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정비훈련장치는 조종사, 정비사의 숙련도 향상을 돕는다.

첨단 무장과 전자장비를 조합한 LAH는 정찰 외에도 독자적으로 적 전차 등을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 이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북한 기계화부대 공격, 육군 공중강습부대의 기습작전 호위,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무장헬기(LAH)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상공에서 비행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인기 탑재·특수전 형태 등도 거론

LAH와 비슷한 무장헬기는 한반도 이외의 국가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대형공격헬기는 가격이 비싸서 대량 배치가 어렵다. 

국경에서의 무력충돌 등 저강도 분쟁에까지 대형공격헬기를 투입하기는 어렵다. 전선과 가까운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소형무장헬기나 다목적 헬기가 여전히 일선에서 활동하는 이유다.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국경 분쟁을 벌이는 인도는 다목적 경전투헬기를 개발하고 있다.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 최근 시제기가 인도군에 납품됐다. 

중국이 신장과 티베트의 고산지대 환경에 맞게 자국산 Z-20 다목적 헬기를 개량한 버전을 배치하려 시도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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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는 한국 육군에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았고 다른 나라보다 개발도 늦게 시작됐지만, 전쟁 기술과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개념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성능 향상에 나설 태세다.

대표적인 것이 유무인 복합체계다. 유무인 복합체계는 유인기와 무인기가 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비대칭 전력이다. 

이 체계를 활용하면 조종사가 탑승한 기체와 무인기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복합 편대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10월 21~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 전시한 소형무장헬기(LAH)와 유무인 복합체계.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다. 조종사는 산 너머에 위협적인 존재가 있는지를 무인기로 확인, 공격하거나 우회 비행 등을 할 수 있다.

LAH에 헬기 탑재 캐니스터(발사통)형에서 소형 무인기를 발진시키면, 지상 정찰이나 공격 임무를 무인기가 대신하면서 조종사가 적에게 공격받을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해 KAI는 지난달 29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LAH 유무인복합체계용 자율협업 및 결심지원체계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AI 기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무인기가 정찰을 할 때 상황 변화를 감지하면 실시간으로 임무를 수정, 조종사의 판단력을 높이게 된다. 

KAI는 이를 토대로 무인기 편대 운용기술 및 조종사 의사결정 지원체계를 개발해 내년쯤 착수할 예정인 헬기발사형 무인기 개발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 등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미군 특수전 헬기와 유사한 소형다목적헬기(LUH)도 제안된다.

한국 육군 UH-60 헬기 편대가 지상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9월에 열린 DX코리아(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에서 KAI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LUH는 LAH를 개조한 특수 임무 장비를 장착한다.

지휘관이 탑승해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통제기, 특수전부대원을 빠르게 수송하는 특수작전공격헬기, 무인기로 작전지역을 정찰하는 정찰기 등으로 구성된다. 대테러 및 도시작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AH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차세대 헬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2020년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기존 UH-60 기본형 100여대의 수명주기가 도래하면,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중형 기동헬기전력 중장기 발전방안을 의결했다. 

차세대 기동헬기는 최근 군 당국 차원에서 소요확정이 이뤄졌으며, 선행연구와 사업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2024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독자 개발 또는 해외 기술협력이나 공동개발 등이 거론된다.

UH-60 기본형 퇴역 예상 시기는 2030년대 후반. LAH가 소요결정 이후 첫 양산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개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변속기 등 해외 선진국에 의존하는 핵심 구성품 국산화가 중요하다. 이는 한국 헬기 기술 자립도를 높여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군의 운용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

한국 육군 수리온 헬기가 이륙에 엎서 지상요원으로부터 점검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LAH는 2026년까지 개발될 상륙공격헬기와 더불어 군용 헬기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차세대 기동헬기에 포함될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은 헬기 제작 분야에서 선진국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추격자’ 역할을 해왔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술을 축적하며 인프라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같은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새로운 헬기 개발을 위한 개념을 살피고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데 한창이다. 우리도 LAH와 수리온을 발전시키면서, 기존 헬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성능을 지닌 첨단 기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국의 헬기 산업은 선진국을 쫓는 것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 세계일보 2023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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