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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저런거/군사무기 장비

미국 전차 받아쓰던 한국, 자체 개발·수출국 됐다

by 구석구석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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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폴란드 북부 그디니아. 발트해와 인접한 항구도시에 안제이 두다 대통령,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장관 등 폴란드 정부 고위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로 뒤덮인 장비들이 이들 눈앞에 도열했다. 한국에서 들여온 K2 전차 10대와 K9자주포 24대였다. 

폴란드 군인들이 6일(현지시간) 그디니아 항구에 입고된 K2 전차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디니아=AFP 연합뉴스

지난 7월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K2 1000대, K9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폴란드에 판매하는 기본계약을 맺고, 8월 말에 이를 구체화해 K2 180대, K9 212대를 수출하는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한 직후 이뤄진 첫 수출 물량이다.

6.25 전쟁 직후 오랜 기간 미국에서 전차를 원조받아야 했던 한국이 이제는 최신 3세대 전차를 개발, 해외에 판매할 정도로 방위산업 기술이 급성장한 셈이다.

 

◆‘자주국방’ 소요가 수출 기반…추가 성능개량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차를 독자 개발해 생산하는 국가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치솟는 개발비와 도입비 부담 때문이었다. 한때 독창적인 컨셉의 전차를 만들었던 스웨덴, 스위스 등이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를 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6.25 전쟁으로 산업기반이 붕괴됐던 한국은 1950년대부터 미군이 쓰던 M47, M48 전차를 들여왔고, 국내에서 M48을 면허 생산하다가 K1 전차를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1990년대부터 상당한 투자를 진행, 최신 3세대 전차인 K2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생산을 했다.

재정적, 기술적으로 큰 부담이었지만 북한이 기갑전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대응하려는 차원이었다.     

폴란드 군인들이 6일(현지시간) 그디니아 항구에 입고된 K2 전차 앞에 서 있다. 그디니아=AFP 연합뉴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각국의 무기 구매 경쟁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은 폴란드와의 K2 수출 계약 체결 4개월만에 첫 물량을 폴란드에 보냈다. 그만큼 전차를 신속하게 생산할 능력을 갖춘 셈이다.

서방 선진국들이 냉전 종식 이후 3세대 전차 대신 기존 전차 개량에 무게를 두고 보유량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폴란드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K2를 선택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는 K2 180대를 도입하고, 추가 협상이 잘 이뤄지면 2026년부터 폴란드군 요구가 반영된 K2PL이 생산될 예정이다. K2PL까지 더해지면 폴란드 수출 규모는 1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K2PL은 K2를 대대적으로 개량한 형태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K2는 통신체계를 폴란드산으로 교체한 수준이지만, K2PL은 성능이 한 단계 높아진다.

1500마력 엔진과 자동장전장치, 12.7㎜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장착한다.

성능 향상의 초점은 방어력이다. 폴란드 언론 등에서는 수출계약 체결 전부터 K2의 방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2 전차가 지난 10월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 전차 출고식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기갑부대를 상대할 K2는 2008년에 개발됐다. 개발 당시 북한군 전차는 115㎜ 주포를 갖고 있었고, 포탄의 파괴력도 러시아산보다 낮았다.

반면 폴란드가 위협으로 간주하는 러시아군은 125㎜ 주포를 쓰는 T14, T90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해당 주포가 1㎞ 거리에서 900㎜ 이상의 두께를 지닌 장갑을 뚫는다고 주장한다. 대전차미사일도 북한산보다 우수하다. 전차 전면과 측면 장갑 강화가 필수인 이유다.

이를 위해 K2PL은 특수장갑과 반응장갑을 추가해 방어력을 높인다.

현대 전차에서 필수품인 능동방호장치도 추가될 전망이다. 

폴란드에 수출될 K2PL 전차 모형. K2 전차의 성능을 높인 개량형이다. 박수찬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능동방호장치를 갖추지 않은 러시아군 전차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로켓 공격에 파괴되는 장면이 세계에 공개됐다.

연막탄 등으로 구성된 소프트킬 능동방호장치와 더불어 대전차미사일을 파괴하는 하드킬 능동방호장치를 함께 사용해 전차를 보호하는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K2는 레이저 경보장치와 연막탄 등을 장착하고 있지만, 대전차미사일을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 능동방호장치 탑재도 필요하다. 하드킬 능동방호방치는 해외에서 장비를 도입하거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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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이스라엘산 트로피 시스템이 거론된다. 2009년 실전배치돼 가자지구 등에서 능력을 입증한 트로피 시스템은 로켓이나 미사일 공격을 수많은 파편으로 요격한다. 미국 등에서도 채용했다.

국내에서는 10여년 전에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실제 전력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때 확보된 기술을 활용하면 K2PL 생산이 시작될 2026년까지는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군 M1 전차가 이스라엘산 트로피 능동방호장치를 장착한 채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로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위사업청은 “폴란드 수출 물량을 고려해서 2025년에는 능동방호체계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개발 완료 이후 시험평가를 감안하면, K2PL 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폴란드 지휘통제체계 등 폴란드산 장비를 통합하는 작업이 추가된다. 

이같은 개량 작업을 진행하면 K2PL의 중량은 60t을 넘는다. 미국산 M1A2보다 가볍지만 폴란드군이 쓰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A4 전차 중량 55t, 개량형인 레오파르트2A6의 58t보다 무거워진다. 이는 폴란드군의 교량, 도로, 항만 사용과 작전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K2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중량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폴란드의 요구를 충족하는 K2PL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추격 본격화…차세대 기술 개발 서둘러야

폴란드가 ‘K방산’의 큰손 역할을 하면서 K2의 수출길이 열렸지만, 이같은 ‘잭팟’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선진국들은 본격적으로 차세대 전차 개발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에이브럼스 X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나믹스는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방위산업 전시회(AUSA 2022)에서 기존 M1 전차를 개량한 M1 에이브럼스-X를 선보였다.

에이브럼스-X는 승무원 숫자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중량을 70t에서 55t으로 낮췄다. 작전반경은 M1A2와 같지만, 연료 소모는 50% 감소했다. 승무원의 상황인식능력을 높이고 디지털 운영체계를 적용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KF51를 선보였다. 지난 6월 유로사토리에서 공개된 KF51는 130㎜ 주포에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한 59t짜리 전차다. 다목적 미사일 4발과 드론 탑재가 가능하며, 전반적으로 혁신적 개념이 적용됐다. 프랑스 넥스터와 독일 KMW도 EMBT라는 차세대 전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제안하는 차세대 신형 전차 모형.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첨단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K2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최근 차세대 전차(NGMBT)의 기본 개념을 공개한 바 있다. 적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대폭 낮춘 스텔스 기능이 반영된 차세대 전차는 중량이 55t 이하다. 130㎜ 주포와 다목적 미사일, 능동방호체계, 원격사격통제체계 등을 탑재한다.

승무원은 2~3명이며 하이브리드 동력체계를 사용해 500㎞의 전투행동반경을 지닌다. 유무인 복합체계와 인공지능(AI)기반 운용체계를 갖춰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다목적 드론 운용도 가능하다.  

전차 주변의 상황을 센서로 파악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전에 현수장치를 가동해 험지에서도 기동력을 보장하는 능동형 현수장치를 사용할 예정이다.

NGMBT는 현재 육군에서 연구를 진행중이며, 실용화가 추진되면 2040년쯤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차의 실전배치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미래 전장에서 전차가 갖춰야 할 성능과 모습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기술도 확실하게 개발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지만, 냉전 이후 오랜 기간 전차 연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 성과가 단기간 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육군 제11사단 소속 K2 전차가 기동훈련을 앞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적용될 기술의 개발 난도가 높고, 연구에 필요한 예산도 적지 않다. 기존에 쓰고 있는 전차의 추가 생산과 유지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예산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 K2 개발 이후 전차 관련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운용하지 않았다. 폴란드 수출 전에는 K2에 적용된 기술이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해외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K2의 수출길이 열렸지만, 이같은 ‘잭팟’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려면 차세대 전차 기술 개발이 급선무다. 

기술을 개발하면 K2 성능개량에 활용할 수 있고, 선진국들이 새로 제작한 차세대 전차에 맞설 신형 전차를 적절한 시점에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미래 지상전에 투입될 차세대 전차의 모습과 운용개념 등의 연구를 서두르고, 핵심 기술에 대한 선행연구에도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 폴란드 K2 수출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K방산’이 한 단계 도약하는 토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

 

/ 세계일보 2023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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