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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서울 청계천 청계광장

by 구석구석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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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청계천은 '한국 도보생태관광 1번지' 

 1961년 복개공사가 완료된 후 44년간 어둠에 묻혀 있던 청계천이 도심 속 쉼터로 탈바꿈했다. 2003년 7월 공사가 시작된 지 2년3개월 만의 일이다. 총길이 5.8km, 22개의 다리를 갖춘 모습으로 돌아온 청계천은 10월1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이미 도심의 쉼터로 주변 직장인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평로와 맞닿아 있는 청계1가에서 청계9가 신답철교까지 5.8km의 청계천 구간과 그 주변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에서부터 이름도 모양도 가지가지인 22개의 다리, 다시 햇빛을 보게 된 역사유적 등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이들에게 청계천의 역사를 알려주는 데 유용한 청계천문화관, 청계 고가도로의 모습을 일부 남겨둔 존치교각, 청계천에 물이 흐르면서 새들이 날아오고 있는 버들습지 등 청계천 나들이 전에 챙겨야 할 정보는 한두 가지가 아닌 셈. 대표적인 청계천의 볼거리와 주변 명소,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는 청계천 다리 이름에 대한 유래 등을 소개한다. 

지방에서 올 경우 서울역에서 내려 지하철 1호선을 탄 후 시청역에 내려 청계광장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무조건 청계천만 걷지마라. 주변에 워낙 다양한 볼·먹·즐길거리가 있어 오기 전에 작전을 짜야 한다. 청계천관리센터(02-2290-7111) 운영부(부장 박호영)로 연락하면 청계천의 역사부터 부근 인프라 챙기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청계천 문화관(02-2286-3410)에도 가보라. 청계천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청계천은 내청계천과 외청계천으로 나눠진다. 내청계천은 청계광장에서 복개구간인 고산자교까지. 고산자교에서 서울숲까지는 외청계천 구간.

 모전교 밑에는 많은 사람이 쉬고 있고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서 놀고 있다.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내청계천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청계광장과 동대문 패션특구와 연계쇼핑할 수 있는 오간수교 패션광장. 밤 풍광이 가장 좋은 구간은 청계광장~삼일교(2.7㎞). 낮에 볼만한 벽 조형물로는 2만명의 국민이 직접 타일에 쓴 50m 길이의 소망의 벽(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 장통교 근처에 오면 길이 192m로 세계 최장의 규모를 보이는 도자벽화로 연출한 정조반차도(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이 있는 화성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시민 2만여 명의 소망이 담긴, 타일로 만들어진 50m 길이의 '소망의 벽'

 청계광장 근처엔 정부청사, 한국프레스센터, 조선·동아일보, 서울특별시의회, 덕수·경복궁,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교보문고 등 각급 유명 공공건물 등이 밀집해 있어 도심관광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청계천 내에선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없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노천 먹거리 타운이 조성돼 있고, 각 교량 근처에 개방화장실이 있다.

청계광장은 태평로 입구 동아일보사 앞에 위치하며 총 면적 2천1백6평으로 광장과 이를 둘러싼 수변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우리나라 전통 보자기 형태로 만들어졌다. 촛불 모양의 분수와 원형의 슈터분수, 청계천으로 물이 떨어지는 벽천분수가 구경 포인트. 해가 지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어울려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앞으로 공휴일마다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할 예정. 

정조반차도는 청계천 상류구간인 장통교와 삼일교 사이에 설치된 그림.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의 회갑을 맞이하여 화성과 현륭원에 다녀온 모습을 그린 정조반차도를 확대해 문화재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도자벽화로 재현했다. 원작 정조반차도는 단원 김홍도의 지휘 아래 김득신, 이인문, 장한종, 이명규 등 쟁쟁한 화가들이 1천7백여 명의 사람과 8백여 필의 말이 행진하는 모습을 63쪽의 그림에 담은 작품이다. 

1410년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옛 무덤터에 있던 돌을 옮겨와 세운 광통교는 어가와 사신 행렬이 지나가는 주요 통로이자 다리밟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를 즐겨 하던 장소였다. 다리의 축대에는 신덕왕후 무덤 주위의 돌에 새겨졌던 정교한 조각들이 남아 있고, 교각에는 청계천 다리 등을 공사한 조선시대 기록이 새겨져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광통교와 광교사이의 조명

청계천 중간 지점인 오간수교 상류에 설치된 문화의 벽에는 전갑배, 배진환, 장수홍, 백명진, 강석영 등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유지 관리가 쉽고 물에 잘 견디는 자기 재질의 타일로 벽화를 만들었으며 아이들과 함께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파랑 조끼를 입고 안내를 하는 청사랑 회원들에게 물으면 된다. 고색어린 쇼핑 코스인 인사동으로 가려면 삼일교 한국산업은행(옛 3·1빌딩) 왼편 인사로를 따라 가면 된다. 옷을 사고 싶다면 오간수교를 통해 나오면 된다. 근처에 동대문 쇼핑타운, 두산타워, 밀리오레, 평화패션타운 등이 몰려있다.


# 한 폭의 은하수 같은 청계천의 밤

이성계·무학대사·정도전이 거닐었던 곳, 청계천.

동에서 서로 흐르는 한강과는 반대로 흐르는 이 개천은 1411년 조선의 일꾼 5만2천800명이 동원돼 하상을 파내면서 대토목공사가 시작된다. 1935년 급기야 청계천 복개공사가 시작되면서 청계천은 어둠에 갇힌다. 71년 복개도로 위에 청계고가도로가 생겼고, 2003년 복원되면서 빛을 만난다. 

10㎞ 떨어진 한강물과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1급수) 등 하루 12만t의 물을 청계천 상류로 끌고 와서 청계광장, 삼각동, 동대문, 성북천 등 4개 지점의 폭포, 분수, 터널 등을 통해 분산해 흘려보냈다. 이 과정에 지출되는 전기료는 연간 8억7천만원, 하루 238만원. 생태하천답게 인공산란장과 어도는 물론 새들이 쉴 수 있는 말뚝도 가설했다. 사람과 동물이 동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래서 '오감만족 청계천도보생태관광'이 가능하게 된 것.

첨단 조명공학이 밤의 청계천을 만들었다. 개천물 안에 반도체발광소자(LED)를 설치했다. 그래서 물길이 은하수처럼 보인다. 대낮의 청계천만 보고가면 나중에 후회를 한다. 반드시 밤의 청계천을 봐야 된다.
낮과 반대로 걸었다. 출발점인 청계천 광장에서 삼일교까지. 청계광장이 압권이다. 이 광장은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과 동아일보 사옥 곁에 조성된 800여평 규모의 다목적 놀이마당.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건 청계천을 600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 물이 흐르면 미니어처에 깔린 광섬유에서 빛을 발한다. 순간 물에 별빛이 떠오른다. 하루 6만5천여t의 물이 2단 광장폭포를 통해 떨어진다. 

폭포 옆에 전국 팔도에서 가져 온 다양한 돌을 엮어 '팔석담'을 만들었다. 사랑과 행복을 빌며 여기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공단측이 지난 1년간 물에 떨어진 2천여만원의 동전을 복지단체에 전했다.

모형 첨성대와 달팽이처럼 생긴 '스프링(Spring)'이 매력적이다. 모형 첨성대는 승용차 헤드 라이트를 벽돌처럼 사용했다. 밤엔 흰 불빛이 새어나와 멀리서 보면 샛별 같다. 붉은 다슬기 모양의 20m 높이의 스프링은 청계천 상징 조형물이다. 세계적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가 암투병 중인 아내의 쾌유를 빌며 만든 것. 조형물 안쪽에는 철근으로 만든 붉은색과 푸른색 리본이 휘날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광장에 손잡고 나란히 누워 아스라이 멀어지는 정점을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청계천에 놓인 22개 다리는 가지각색의 모양만큼이나 특별한 의미를 저마다 갖고 있다. 조상들의 생활상과 조선시대 풍경을 짐작할 수 있는 다리로는 모전교, 마전교, 비우당교 등이 있다.

옛날에는 과일 파는 가게를 모전이라고 불렀는데, 다리 근처에 모전들이 많았다고 해서 모전교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마전교는 다리 부근에 소와 말을 사고파는 마전이 있어 생겨난 이름. 비우당교는 비오는 날이면 지붕에서 비가 새 방안에서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청렴했다는 조선 세종 때 청백리 하정 유관 선생의 일화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크고 넓은 다리’라는 뜻의 광교, 누런 학이 날아왔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황학교, 오간수교 상류에 왕버들이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버들다리, 청계천과 중랑천의 두 지류가 합쳐진다는 의미로 지어진 두물다리, 인근 종로4가의 배오개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배오개다리 등 재미난 이름이 많다.

우리나라 역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다리 이름도 많다. 수표교는 세종 23년(1441) 다리 옆에 개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수표석을 세운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삼일교는 1919년 3·1운동을 기념해 붙여진 이름이다. 단종이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귀양갈 때 그의 아내 정순왕후 송씨가 영도교까지 나와 작별인사를 했다고 한다. 영도교란 ‘영영 건넌 다리’, ‘영이별 다리’로 전해지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이와 더불어 알아두면 좋을 다리 이름들이 많다. 맑은내다리는 청계천을 우리말로 바꿔 만든 이름이며 새벽다리는 광장시장 근처에 있는 다리로 새벽시장의 활기와 향수를 담아 지어졌다. 나래교는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을 한 다리로 동대문 의류상권이 세계 패션 1번지로 비상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 '사랑의 수표교' '이별의 영도교'

믿거나 말거나 소문 하나. 청계천 복원 1년간 이곳에서 모두 19쌍의 커플이 결혼을 했단다. 이중 세 쌍의 커플이 헤어졌는데 이들이 사랑을 고백한 데가 영도교 다리 밑. 그들은 영도교에 서린 애환을 몰랐을 것이다. 단종이 왕위를 뺏긴 뒤 강원도 영월로 귀양갈 때 아내 송비와 이별했던 장소가 바로 영도교. 그래서 여기서 고백한 사랑이 무산되고 만 걸까. 하지만 수표교는 영도교와 달리 사랑을 꽃피워준다. 숙종이 의례를 마치고 수표교를 건너다가 우연히 미모의 처녀를 보게 된다. 그 여인이 바로 '조선의 악녀' 장희빈이었다. 비록 뒷끝이 씁쓸한 사랑이지만 사랑을 이뤄준다고 해서 현재 청계천 교량 중 프러포즈 1순위.

 

# 생태공원으로 변한 청계천의 하류

내(內)청계천 5.8㎞ 구간을 구경하고 나서 가볼 데는 버들습지와 서울숲공원.
버들습지는 예전부터 복개되지 않은 고산자교부터 중량천과 합수되는 지점까지 조성돼 있다. 청계천 복원구간 중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행자 눈을 즐겁게 하는 징검다리와 여울

고산자교~청계천 광장 소요시간은 걷기만 할 때 50여분. 자칫 지루할 수 있어 공단측이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모두 14개의 관람 포인트가 있다. 청계광장, 광통교, 정조반차도, 수포교터, 옥류천, 패션광장, 오간수문터, 청계천 빨래터, 리듬벽천, 소망의 벽, 터널분수, 기존 청계천 존치 교각, 청계천 문화관, 버들습지. 이중 눈을 가장 즐겁게 하는 건 징검다리. 외지인들은 22개의 청계천 교량보다 징검다리에 더 매료된다.

모두 17개의 징검다리, 3개의 세월교가 놓여 있다. '세월교'는 반대 편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섶다리'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교량도 똑 같이 만들지 않았다. 작품처럼 보이도록 생명을 부었다. 한자어 교량에는 '교', 한글 교량엔 '다리'를 붙였다. 이들 다리엔 조선의 역사가 오롯하게 박혀 있다. 제일 큰 다리는 광통교. 이 다리는 종로와 남대문을 잇다가 58년 복개공사 때 매몰됐다가 복원돼 현재 위치로 왔다. 

 숲속 놀이터 맞은편에 물놀이터가 있다. 인공적으로 시내도 조성, 어린이들이 물장난하기 좋다. 인라인 스포츠 마니아들을 위해 X스포츠장도 마련돼 있다. 매년 3~10월은 바람의 언덕에서 꽃사슴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 지금은 꽃사슴 행사를 하지 않는다. 청계천 자전거 전용로를 통해 중량천-한강시민공원-용비교-서울숲으로 접근하면 된다. 걸을 경우 청계광장에서 2시간 걸린다. 입장료는 무료.(02)460-2905


/ 영남일보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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