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청풍호…물결 따라 빛이 춤춘다
청풍명월(淸風明月)
공산명월(空山明月)과 짝이 맞을 것 같은 이 말이 충북 제천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이번 제천길에서 알게 됐다. 여행가들은 국내 최고의 저수지 의림지와 울고넘는 박달재의 고장, 제천을 '청풍명월 1번지'로 꼽는다. 청풍명월은 어디에 숨었을까? 청풍호의 봄밤에 바람이 건듯 불면 저절로 안다. 만공산으로 치닫는 월광이 지는 벚꽃잎을 받는다. 은색의 화우(花雨)가 호면에 떨어지는 광경, 그걸 정자에 앉아 바라봤을 옛 시인묵객의 입에서 청풍명월이란 말이 저절로 터져나왔으리라.
청풍호에 차려진 태조왕건 세트장
KBS가 10년간 사용키로 한 제천 촬영장은 고려 때 예성강 하류 벽란도 포구를 재현한 해상 촬영장. 주차장에 내려 전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20여m 올라가니 호반 곁에 세트장이 포근하게 잠들어 있다. 뭐랄까, 나그네가 꼭 옛 성읍마을에 행차한 것 같다. 초가 28채를 비롯해 수군 관아동, 정자, 망루, 길이 100여m의 성벽과 성문, 빛바랜 옛배와 부교형 선착장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언덕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앙증맞은 성벽을 만난다. 그곳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면 좋을 듯 싶다. 관광객들이 성벽 위에 쌓아놓은 올망졸망한 미니탑도 운치를 더한다. 전망대로 꾸며진 선박형의 전시장도 바로 옆에 있다. 거기에 가면 탤런트 최수종 등 출연진의 다양한 포즈를 볼 수 있는 사진이 부착돼 있다.
그곳 2층 뱃머리에서 세트장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가장 풍광이 좋은 포인트는 수군 관아 정자. 그곳 기둥 사이의 공간을 통해 정리된 청풍호 전경을 곱씹어본다. 몇몇 관리원들이 아침 일찍 초가 지붕에 이엉을 얹고 있다. 하늘색을 그대로 카피한 청풍호, 주변의 갈색 산들은 헤아릴 수 없이 중첩돼 멀어져간다. 얕은 나를 버리고 잠시 깊은 나를 만나본다.
#청풍문화재단지
‘ㄷ’자형 가옥, ‘ㅡ’자형 가옥, ‘ㄱ’자형 가옥, ‘ㅁ’자형 가옥 등 다양한 조선 후기 전통가옥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2천점의 생활유물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신라 말 고려 초에 제작된 보물 제546호 청풍석조여래입상과 보물 제528호 한벽루도 찾아볼 만하다.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 4년에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된 기념으로 세운 누각. 관람시간 3~10월: 오전 9시~오후 6시 요금 성인 1천5백원 어린이 6백원, 문의 043-640-6503
이곳 문화해설사들이 관광객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제천에 와선 절대 충주호란 말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 청풍명월의 고장답게 '청풍호'라고 불러야 된다. 물론 충주쪽에선 충주호라고 명명한다.
충주댐 공사 때 수몰 지역 내 문화유산을 83년부터 3년여에 걸쳐 물태리 언덕 9만여 평의 부지 위에 옮긴뒤 85년 12월 청풍문화재 단지를 개장한다.
옆에는 SBS 촬영세트장이 마련돼 있다. 이로써 청풍호는 국내에선 방송 양사의 세트장을 가진 유일한 관광지가 된다. 단지에 가면 예전 청풍부의 관아와 민가, 석물군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용인 민속촌과 달리 이곳 민가 관람은 참 실속이 있다. 이 단지에 와서 눈여겨 봐야 될 건축물이 한 채 있다. 바로 조선조 위정자들의 풍류공간 구실을 한 객사인 '응청각(凝淸閣)'이다. 거기엔 다른 건물과 달리 현판이 한 개 더 있다.
응청각 뒤편에서 청풍호를 방안에서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관수당(觀水堂)이다. 봄밤 지는 벚꽃을 청풍명월 톤으로 만끽할 수 있는 바로 그 포인트다.
#청풍랜드 문의 043-648-4151, www. bigbungee.com
세계최초 번지종합레저타워시설을 갖춘 청풍랜드는 번지점프장, 수상아트홀, 인공암벽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2001년 11월 문을 열었다.
한 대의 번지점프대에는 점프대를 비롯해 시속 100㎞로 최고 60m까지 튕겨 오르는 이젝션 시트, 40m 상공에서 그네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빅스윙 등 3종의 점프 기구가 달려있다. 춘·하절기엔 2000년 4월 개장된 고압분수가 로켓처럼 쏘아올리는 162m급 분수를 볼 수 있다. 요즘은 가동하지 않는다. 동파방지를 위해서다. 명물이 또 하나 있다. 시드니 오페하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수상 아트홀. 커다란 뿔 소라로 무대 위를 덮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청풍리조트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원주 만종 JC에서 제천 방향으로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 남제천 IC에서 금성·청풍 방면으로 우회전해 10분 정도 가면 국민연금청풍리조트 건물이 길 양편에 나타난다. 서울에서 출발해 도착하기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국민연금청풍리조트는 특2급 호텔인 레이크호텔과 관광1급 호텔인 힐호텔로 이뤄져 있는데 레이크호텔 건물 바로 아래로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고 힐호텔에서도 대부분의 방에서 호수를 볼 수 있다. 레이크호텔 주위로는 조각공원까지 연결된 왕복 50분가량의 산책로가 나 있어 청풍호의 호젓한 경치를 감상하며 걷기 좋은데, 청풍호수에 설치된 수경 분수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수경 분수는 하루 3~5회 물을 쏘아 올리는데 야간에는 특수조명을 켜 색다른 장관을 연출한다고.
금수산 일대에서 나는 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 별미
여행으로 피곤해진 몸은 호텔 1층 아로마·스파센터 ‘떼라피’에서 풀면 좋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아로마테라피와 1인용 자쿠지에서 미세한 공기방울이 전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하이드로테라피, 특수 압력복으로 근육통과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해주는 프레소테라피 등을 받을 수 있으며 향긋한 해조 추출물을 이용한 탄력관리 페이셜 케어도 인기. 하이드로테라피 2만원, 프레소테라피 1만5천원, 탄력관리 페이셜 케어 5만원(세금, 봉사료 포함).
스파테라피로 몸이 개운해지면 다음엔 맛있는 식사를 할 차례. 아름다운 호반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레이크호텔 3층‘레이크피아’에서 유기농 재배한 새싹 샐러드와 타이드레싱을 얹은 포크 안심이 나오는 오가닉 메뉴를 시키면 부드러운 육질에 어울리는 매콤하고 향긋한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후식으로 나오는 딸기 무스케이크도 별미. 힐호텔 1층 한식 레스토랑‘금사연’의 금수산산채비빔밥도 추천메뉴. 금수산 일대에서 나는 신선한 나물과 버섯으로 만들어 담백하다. 토속메뉴인 오골계탕이나 붕어찜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또 실내·외 수영장, 골프 퍼팅장, 농구장 등이 있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수 있으며 노래방과 라틴풍 바 ‘라상떼’도 있다.
국민연금 수급권자 및 가입자에겐 주중 30%, 주말 20%, 성수기 (7월22일~8월15일) 10%의 할인혜택을 준다. 객실 요금 슈페리어룸(2~3인용) 12만7백오십원, 스위트룸(2~6인용)30만2천4백오십원(세금, 봉사료 포함액)
국내 최초 능강 솟대 문화공간
조각가인 윤씨. 그에게 삶의 2막을 솟대로 펼치도록 부추긴 건 원로 서양화가 권옥연이었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솟대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 윤씨는 그 이전엔 솟대란 단어조차 몰랐다. 솟대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솟대인'으로 만든 것이다. 천직을 찾은 그는 서울 근교 판교 광교산 언저리 작업장에서 기존 솟대와 구별되는 자연미 가득한 '심상적 솟대' 시리즈를 잉태시킨다.
능강솟대공원에서 본 청풍호반
20여년전의 일이었다. 90년대 후반 서울 작업장 근처가 난개발된다. 서울을 뜨기로 맘먹는다. 그래서 찾은 데가 청풍호 근처. 제천시가 그를 무지무지 탐을 낸다. 전국 최초의 테마솟대공원을 청풍호반에 유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배경을 안고 2004년 8월 윤씨가 만든 300여점의 솟대가 국내 최초의 솟대공원인 능강 솟대문화공간에 전시된다. 이들 솟대는 칼질을 하지 않고 생긴 모습 그대로 형상화해 비정형적이고 동적이다.
초입을 지나 입구 잔디밭에 놓인 파티용 야외 의자에 앉았다. 청풍호의 한 호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양이 한반도처럼 생겼다. 윤씨는 "청풍호가 한반도를 닮은 호랑이의 양수 구실을 하기 때문에 솟대공원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대한민국 희망 1번지"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평생 거처할 곳과 일을 찾은 윤씨가 마냥 부럽다. 특히 중앙 통로에서 고개를 들면 구멍 뚫린 천장정 위에 놓인 솟대와 하늘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043)653-6160
청풍호엔 2개의 큰 다리가 있다. 청풍호 만남의 광장에서 단양 방면의 호반 일주로를 달리면 맨 먼저 청풍대교, 그 다음 옥순대교를 만난다. 청풍대교를 건너면 청풍문화재단지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계속 달리면 금수산의 숨겨진 비경과 치맛자락처럼 드러나는 청풍호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중부권의 아름다운 호수 충주호에 위치한 클럽 ES 리조트. 객실이나 데크를 그대로 뚫고 나무가 자라는 자연친화적인 리조트로 가까이 월악산과 금수산, 충주호가 펼쳐져 있어 가족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빌라형, 별장형, 고성형 등 3종류의 콘도로 나뉘어 있고 빌라형은 21평 파인 하우스와 32평 메이플 하우스로 나누어진다. 복층 구조로 모두 취사가 가능하다.
ES 리조트의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
클럽 ES 리조트에서는 5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문화 공간과 다채로운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별빛 아래 상영되는 야외영화, 음악회, 전통 도예방, 버섯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재배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충주호를 내려다보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실외 수영장과 레스토랑, 벽난로가 있는 카페 비노로소, 염소와 사슴을 구경할 수 있는 방목장 등도 있다.
산야초마을 야초체험관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호텔리어 출신인 김대표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여기서 천연염색과 약초 관련 각종 물품도 만들면서 산골사람으로 살고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 대표적 싸움터, 그 영향 때문인지 주민들의 말투가 거칠다. 난데없이 나타난 부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열정에 찬 김 대표가 이들을 설득했다. "마을의 풍광이 바로 관광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주민들이 김 대표 집으로 온 농촌 체험단에게 밥도 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웃 마을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후 마을사람들의 마인드가 확 바뀌었다.
이젠 하천리는 전국적 팜스테이마을로 둔갑했다. 그 덕분에 아시아나측과 자매결연도 맺을 수 있었다.
작업장 한 켠에 앉아 그의 지난 세월을 만났다. 찻상에 이곳 약초로 만든 약차가 올려졌다. 제천은 연평균 기온 10℃, 일조량 하루 7.2시간, 제주도를 제외하곤 가장 높다. 그래서 제천이 4대 약령시장 중 한 곳이 된 모양이다. 당귀, 곰취, 도라지, 잔대, 참나물, 산수유, 참취, 민들레, 헛개나무, 느릅나무, 진황정, 황기, 씀바귀, 왕고들빼기 등 20여 가지 약초가 각종 웰빙 먹거리·상품으로 개발됐다. 민박집도 있다. 구들장 있는 15개의 토방, 200명이 와도 자고갈 수 있다.
여기엔 두 개의 체험관이 있다. 염색과 약초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은 별로 문제가 없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곳 밥상에 고개를 돌릴지 모르겠다. 도시의 여느 식당 곁반찬과 포맷이 다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여기 농산물로만 음식을 만든다. 야성미가 넘치는 밥상이다. 그런데 그 뒷맛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하천리 정복희 부녀회장이 담근 황기, 고들빼기, 오이, 고추, 가지, 산초 등 각종 장아찌가 인기만발. 4인 가족이 1박2일 숙식 해결하는데 10만~12만원만 내면 된다. 후식으로 황기 약차까지 먹고 금수산을 보니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는 기분이다.
산야초마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팜스테이 홈페이지(www.nonghyup.com) 참조.
산야초 마을에서 계속 차를 몰면 상천리 민속마을이 나온다.
가을걷이 흔적이 도로 양편에 오롯하게 남아 있다. 가드레일 위에 천수답에서 거둔 벼를 얹어 말리고 있다. 꼭 짚가리처럼 보여 드라이브를 더욱 운치있게 만든다.
수산면 상천리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산수유 마을'로 유명하고 조금 올라가면 용담폭포가 나온다. 초겨울이라서 그런지 수량이 너무 줄어들어 그냥 암벽을 보는 듯 했다. 청풍호반 관광 중간 기착지인 상천마을에서 묵직해진 몸을 녹일 수 있는 곳이 있다.
제천시가 숯가마를 주제로 조성한 테마민속마을이다. 3개의 민박동은 평일 8만원, 주말 10만원에 대여해 주는데, 이때 숯가마 이용(6천원)은 무료다. (043)653-5501
이어 가볼 곳은 중국 구이린(桂林)의 축소판 같은 옥순봉, 2001년 준공된 옥순대교 중간에서 봐야 가장 풍광이 좋다. 월출산 등 제천시의 뭇산맥, 그리고 청풍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절묘한 포인트도 있다. 바로 속리산 법주사 말사인 정방사(淨芳寺)이다. 여름엔 밀양 얼음골 같은 제천 얼음골이 있다.
거기서 나와선 '한국 의병거사 1번지'로 불리는 공전리의 자양영당(紫陽影堂·043-640-5708),
황사영이 박해를 피해 토굴에서 천주교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썼던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 배론성지(043-651-4527), 시간이 좀 더 있으면 영화 '박하사탕'의 첫 장면 촬영지 백운면 애련리 지소마을 철교에 가봐도 좋을 것 같다.
찾아가는 길 남제천 IC. 톨게이트에서 나와 우회전 하면 82번 지방도 청풍문화재단지·금수산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30분. 숙식은 청풍호 주변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 숙박시설은 고급에서 민박까지 다양하다. 청풍 리조트(043-640-7000)는 청풍호 조망이 잘되며 퍼팅골프장(총 18홀)과 테니스, 농구, 족구 등 야외 스포츠시설도 있다. 그곳에서 2시간30분 코스의 금수산 등산도 할 수 있다. 시골집 분위기 속에서 일박을 원하면 수산면 하촌리 산야초 마을 민박촌(651-3336), 학현 민박촌(640-4124) 등을 노크하면 된다.
관광문의 (제천관광정보센터·043-652-5681)
영남일보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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