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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성북구 개운산 - 홍릉수목원

by 구석구석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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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산책로 - 홍릉수목원 / 7.9km / 3시간

숲을 키워내는 건 흙과 햇볕과 물이다. 그 삼중주의 리듬 속에서 조화롭게 자란 숲을 우리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혹은 수목원이라고 부르며 귀히 여긴다. 이번에 걸을 홍릉수목원은 감미로운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처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명품 숲길이다. 코스의 시작인 개운산에서는 둘레길, 혹은 순환산책로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짙푸른 녹음과 조우하게 된다. 산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근사하다. 고딕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고대 캠퍼스도 발걸음에 볼거리를 보태며 걷기꾼들을 응원한다.

길음역~개운산 정상 30분/1.4km

길의 시작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2번 출입구를 나오면 왼편으로 내부순환로가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가도로를 이루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 아래, 찻길을 건너는 건널목이 있으니 보행신호를 받아 건넌 후 왼쪽으로 간다. 돈암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단지를 끼고 오른쪽 길로 돌아가면 곧 개운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학교 교정 너머로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이 슬쩍 인사를 건넨다. 개운초교를 지난 후 만나는 갈림길에 들어서면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인적 드문 작은 터널 하나를 지나면 ‘죽림정사’라는 절이 있고 사찰과 맞붙은 높다란 계단을 볼 수 있다. 그 계단이 이 코스의 들머리가 된다.
 
  현대식으로 지어 올린 사찰 전각의 고운 단청을 끼고 계단을 오르면 곧 개운산의 흙길이다. 갈림길을 만나면 ‘순환산책로’ 푯말을 따라 간다. 우리가 진입하는 북쪽 능선은 개운산 정상을 짊어지고 있는 터라 조금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한다. 경사로에는 계단을 설치하여 위험한 요소는 없다.
 
  5분 정도 올라가면 경사가 끝나고 작은 쉼터와 그 앞에 우레탄으로 포장된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 너머로는 최근에 지어진 신식 공중화장실도 보인다. 이 우레탄 산책로에서 오른쪽으로 100m만 가면 개운산 정상 쉼터다. 그곳에 식수대와 조망명소가 있으니 둘러보고 오길 권한다. 개운산 정상 조망명소에서는 서울의 북쪽 방벽인 북한산이 오래된 병풍처럼 아련하게 시선을 잡는다.
 
  정상을 돌아 다시 우레탄 길을 걸어 화장실 앞을 지나면 곧 길 왼쪽으로 담소정(談笑亭)이라는 편액이 지붕 안쪽에 걸린 정자 쉼터를 만난다. 이 정자 옆에 놓인 벤치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우레탄 길과 나란히 가던 이 좁은 흙길은 차츰 우레탄 길과 거리를 벌리며 석축 위에 흰색 건물로 지어진 개운산체육센터(성북구의회)로 안내한다.

개운산 산책로~고려대캠퍼스 50분/2.7km
 
  개운산체육센터 밑의 솔숲 길을 지난 후에는 평탄한 중턱 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남진하면 된다.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도 틀린 길이고, 포장길을 만나거나 오르막길이 계속되어도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우선 체육센터 석축 밑을 지난 지 100m 만에 왼쪽에 작은 정자쉼터가 있는 계단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계단을 가로질러 그대로 직진한다.
 
  잎맥이 뚜렷한 팥배나무가 많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가면 Y자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니 오른쪽 30m 앞에 나무계단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열 개가 조금 넘는 낮은 나무계단을 올라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넘어 가면 오른쪽에 나무계단이 있는 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 중턱 방향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가는 길이니 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못 미쳐 걸으면 Y자 형태로 길이 갈라지는데 두 곳 모두 평탄한 길이어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는 약간 내리막을 이루는 왼쪽이 맞다. 그리고 비교적 큰 길만 따라가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연결되는 찻길과 만난다. 잦은 갈림길에 비해 이정표가 부족한 탓에 지나는 이들이 있으면 그때마다 고려대학교 위치를 물어 방향을 잡는 것이 좋겠다.

중세 유럽의 성을 보는 듯한 웅장함을 간직한 고려대학교 도서관 건물.

고려대학교 북문(3)으로 들어서면 자유롭게 캠퍼스를 활보하다 지도를 참조하여 고려대역이 있는 곳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고려대 캠퍼스를 제대로 걸어보려면 북문을 지난 지 100m 정도 됐을 때 오른쪽으로 돌면 만나는 중앙도서관에서 캠퍼스 걷기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대 중앙도서관은 대학 본관 건물과 함께 석조 고딕 양식에 따라 크고 웅장하게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오래전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고려대학교 건축 양식의 모범이 되어 이후에 지어지는 고대 건물들도 비슷한 패턴을 그려내게 만들었다.
 
  중앙도서관을 끼고 돌아 새로 지어진 동원글로벌리더십홀에서 왼쪽으로 가면 본관 건물 뒤편의 작은 산책로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는 본관을 끼고 돌아 정문 부근의 큰 길을 통해 지하철 고려대역이 있는 출구 쪽으로 나가면 된다.
 
 
  홍릉수목원~회기역 1시간20분/3.9km

홍릉수목원 산책로.

지하철 6호선이 지나는 고려대역 옆에 있는 삼거리에서 현대주유소 앞으로 건널목을 건너 그대로 직진한다. 약 5분 정도 인도를 걸으면 정릉천을 건너는 종암대교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 홍릉수목원까지 가는 5분 거리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우는 쾌적한 길이다.
 
  홍릉수목원 입구(4)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라는 큰 간판이 있다. 늘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토, 일, 공휴일에만 문을 열어 일반인들을 받아들인다. 홍릉수목원을 걷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 숲길로 들어가 국립산림과학원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이후로는 홍릉수목원 산책로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크게 걸으면 된다.
 

홍릉수목원의 약용식물원 부근.

홍릉수목원은 임업연구원의 부속기관이다.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홍릉에 임업시험장을 조성하면서 홍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원래 면적은 지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여러 국가기관이 그 안으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크기로 축소되었다. 1948년까지 전국 산야에서 수집한 식물표본이 4천여 종 30만 점에 달했으나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복원과 수집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 북한 지역 자생 수종을 제외하고 2천여 종의 국내 식물 2만여 개체를 보유하게 되었다.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이 길을 그냥 한 바퀴 휙 돌아 나가기에는 참 아깝다. 고3 정도로 보이는 어느 여학생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 머리가 맑아지는 피톤치드 덕분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곳을 걸을 때는 홍릉수목원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조경수원 뒤 샛길까지 돌아 나와야 완벽한 관람이 된다.
 
  홍릉수목원 관람을 끝냈으면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간다. 한적한 인도 왼쪽으로 금방 다녀온 홍릉수목원의 나무숨결이 울타리를 넘어온다. 이런 고즈넉한 길은 10분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길은 홍릉수목원 담장을 뒤로한 채 늘 보아오던 일상의 거리 풍경으로 돌아온다. 시끄럽고 요란한 일상이 더 복잡하게 꼬여 있을수록 숲길의 위로는 절실하기 마련인가 보다. 꿈꾸듯 걸어왔던 숲길이 시가지에 오버랩된다. 코스가 마무리되는 회기역(5)은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고 다음 사거리에서 직진하듯 길을 건너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 월간조선 윤문기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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