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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강서구 우장산 검두산

by 구석구석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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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갈라지면 사람들이 모여 하늘에 비를 갈구하던 두 개의 봉우리가 있었다. 한양성 서남쪽에 있던 이 봉우리는 원당산과 검두산으로 불렸고, 이 봉우리들을 합쳐 우장산(雨裝山)이라고 불렀다. 기우제를 지낸 지 3일째 되는 날은 반드시 비가 와서 우장(雨裝)을 하고 올랐다는 신령스런 산인 것이다. 지금은 완벽하게 공원화되어 외곽으로 포장산책로를 둘렀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자꾸자꾸 공원 중심인 숲길로만 향한다. 비를 부르는 이 작은 산은 6km에 달하는 숲길이 아기자기하게 곳곳을 수놓는다.

 
  우장산역~원당산 외곽 산책로 45분/2.0km

예전에는 모진 가뭄에 사람 가슴마저 타들어가면 영험한 장소를 찾아 비를 부르는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 이런 기우제에 있어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서울 강서구의 우장산이다. 이 호칭은 북쪽의 검두산과 남쪽의 원당산이라는 작은 봉우리를 합쳐서 부르는 것이다. 이제는 도심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한 우장산공원은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졌지만 직선거리가 1km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규모이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큰 신성함이 깃들어 예부터 많은 이가 비를 찾아 이 봉우리를 올랐다. 그래서 지금도 해마다 산신제를 올리곤 한다. 마른 땅에 비를 뿌려 근심을 풀어주던 이 산이 지금은 팍팍해진 도시민들의 가슴을 숲의 단비로 촉촉이 적셔주는 영험함을 발휘한다. 이 작은 산 곳곳에 감춰져 있는 오솔길과 산책로를 엮어 놓으면 놀랄 만큼 아기자기한 코스가 나타난다. 놀며 쉬며 걸으며 한나절 푹 쉬었다 오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우장산역 1번 출입구(1) 계단을 올라와 그 방향 그대로 3분쯤 가다 컴퓨터 학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조금만 가면 우장산 푸른 숲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파트단지에 길이 막혔으니 왼쪽으로 돌아 골목길을 5분 정도 더 걷는다. 올림푸스 맨션을 지나 우장산 산책로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푯말(2)이 가리키는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선다.
 
  그러면 이게 웬일인가 싶을 것이다. 옹색하기만 한 계단을 올라선 순간 갑자기 너른 길이 나오는데, 모양이며 품새가 영락없는 남산북측순환산책로의 잘 가꿔진 길과 똑 닮았다. 산책로 오른쪽으로 잘 자란 플라타너스나무의 손바닥 모양 잎사귀가 풍성한 그늘을 만들고, 왼편으로는 벚나무와 아까시나무의 진초록 녹음으로 숲이 한껏 부푼다. 이 길은 남쪽 산인 원당산의 외곽산책로이다.
 
  봄에는 순백의 꽃을 품어내는 벚나무와 아까시나무의 호위를 받던 이 길이 여름이면 포플러와 다양한 활엽수가 만들어내는 녹음 터널을 선사한다. 특히 원당산의 자랑인 쪽동백나무 군락이 꽃을 뿜어내는 계절이면 그 향긋함이 온 산에 진동한다.

검두산산책로 45분/1.9km

원당산 외곽 산책로를 30여 분 정도 걸으면 원당산에 기댄 한국폴리텍대학 앞을 지나 왼쪽에 터널이 있는 차도를 만난다. 국궁장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 터널 위로 나 있는 생태이동로를 건너면 우장산의 북쪽 봉우리인 검두산 길(3)로 접어든다. 검두산은 검덕산, 검지산, 검둥산 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이 작은 산에는 아기자기한 숲길과 산책로가 많이도 감춰져 있다. 지금부터 그 길을 하나하나 들춰서 걸어보도록 한다.
 
  먼저 생태이동로를 지나 50m 정도 가다 포장길을 버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오솔길로 들어선다. 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길을 잡아 10분 정도 걸으면 포장로를 만난다. 우선 왼쪽으로 간다. 100m 남짓 더 걸으면 넓은 공간에 포장길이 Y자 형태로 갈라지는 곳이다. 이곳은 검두산 정상을 돌아 다시 오게 되는 곳이니 잘 기억해 두자.
 
  먼저 왼쪽 길을 따라간다. 평지나 다름없는 약간의 경사로를 10분 못 미쳐 걸으면 검두산 정상(GPS실측치 해발 96m)에 우뚝 선 새마을지도자탑에 이른다. 난데없이 나타난 이 웅장한 탑은 검두산 기슭에 자리 잡았던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주도로 1986년에 지어진 것이다. 당시 전국 9개도와 1개 특별시 3개 직할시를 뜻하는 탑신과 바닥에 깔린 231개의 돌은 전국 각지의 돌들을 직접 가져다 깐 것으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새마을지도자들의 화합과 단결을 의미한다고 한다. 시절이 바뀌며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많이 퇴색되었으나, 그때 그 시절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상념에 빠지게 된다.
 
  지도자탑에서 가야 할 길은 탑 뒤로 나 있는 좁은 숲길이다. 그리로 내려가면 곧 검두산으로 건너와 처음 걸었던 오솔길과 만난다. 아까 지났던 포장산책로 Y자 갈림길까지 다시 간다. 이번에는 직진해서 가는 듯하다 곧바로 포장로를 버리고 왼쪽 관목 사이로 난 좁은 흙길로 빠져서 걷는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산기슭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오솔길을 걷는다. 답사 당시, 잘 자란 어치 한 쌍이 신갈나무의 여린 가지 위에서 다정한 뒤태를 보여주어 기분이 좋았던 작은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얼마 되지 않아 원당산에서 검두산으로 건너왔던 생태이동로 쪽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원당산 쪽동백나무 군락지~우장산역 50분/2.1km

생태이동로를 건너 다시 원당산으로 건너가면 이번에는 쪽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원당산 내측 산책로(4)를 걸을 수 있다. 생태이동로를 건너 직진하듯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쪽동백나무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피어 달콤한 꽃향을 뿜어내는 쪽동백나무는 원당산 봉우리를 중심으로 넓은 영토를 확보했다. 이 작은 산의 1만㎡ 면적에서 쪽동백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니 이 산의 주인은 쪽동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양안으로 늘씬하고 매끈한 쪽동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포장 산책로를 간다. 길 곳곳에 자리 잡고 산보객의 시선을 기다리는 시판(詩板)은 산보객을 위한 보너스다. 좋아하는 시인의 문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보기도 하고, 짙푸른 녹음을 빨아들일 듯 큰 숨을 들이마셔 보기도 한다.
 
  그 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원당산 정상에 있는 ‘우장산 정상 만남의 장소’에 다다른다. 만남의 장소는 너른 공터에 휴게시설과 운동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이 운동하고, 서로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아주 편안한 길을 걸은 터라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만남의 장소에서 비를 부르는 우장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안내판을 읽고 그 옆으로 난 숲 속 오솔길을 따라간다. 계속해서 오솔길을 가면 이 만남의 장소로 돌아오지만 10분 정도 걷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포플러가 많았던 우장산산책로 시작점으로 떨어진다. 지금부터 우장산역(5)에 이르는 길은 왔던 길을 되짚으면 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걸었던 길 중에 맘에 드는 길만 골라 더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 월간조선 윤문기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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