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전라북도

군산 신흥동 말랭이마을

by 구석구석 2022. 3. 31.
728x90

 

군산의 1970년대를 볼 수 있는 곳이 신흥동의 ‘말랭이마을’이다.

 

군산시가 고지대 불량주거지 정비의 일환으로 매입한 월명공원아래 신흥동 일대 주거지를 철거하는 대신, 체험 공간으로 다듬은 곳이다. 말랭이마을에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변두리 달동네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낡은 담벼락에다 그 시절 군산의 풍경을 그리고, 새로 추억 전시관 건물을 지어서 촬영세트장 같은 동네 풍경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말랭이마을에다 1970년대 풍경을 재현한 건 실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군산은 그동안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일제 식민지 건축물을 복원하거나 정비했다.

원도심을 일제강점기 식민지 시대의 이국적인 일본인 거리로 조성하는 데 몰두했던 것이다. 이런 시도는 군산시가 나서서 구도심 한복판에다 ‘고우당’이란 일본식 여관을 본뜬 숙박시설을 대규모로 지으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런 방식의 관광개발을 놓고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일제 건물들을 아무런 성찰 없이 그저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한 발상이란 지적이 대표적이었다. 군산 원도심을 복원하면서 일본인 거리조성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식민지의 또 다른 한 주체인 조선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비난도 있었다. 급기야 ‘식민지 미화 투어리즘’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건축물 중심의 역사복원은, 군산의 항일운동 내력을 전시하는 ‘군산항쟁관’마저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 안에 들어서게 되는 데까지 이르렀다. 군산의 한 문화관광해설사는 “관광해설을 오래 했는데, 해설의 80%쯤이 당시 일본인들이 얼마나 건물을 잘 지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돼버리더라”고 했다.

 

말랭이마을은, 일본인 원도심에서 쫓겨난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식민지 시대 조선인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조선인촌’으로 조성하려 했다가 명칭과 성격에 대한 시비가 잇따르고, 일제강점기 당시의 건물이나 공간이 남아있는 게 없어 사업은 표류했다.

 

그러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착안해 신흥동을 ‘근대소설마을’로 조성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아예 ‘근대’를 지워버리고 비탈진 골목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의 특징을 살려 ‘달동네 추억의 공간’으로 테마를 바꿨다.

 

2015년에 시작한 사업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다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마을 골목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아직 내부 공사가 한창인 추억전시관에서는 1970년대 상점가를 재현해 놓은 풍경을 볼 수 있다. 풍년상회, 아리랑이발소, 청춘사진관, 몽롱문방구, 동광상회, 월명청과상회, 대왕대포집, 명희다방…. 꼭 군산이 아니라도 다른 도시의 달동네에 하나쯤 있었을 상점들이다.

 

 

■ 군산의 먹거리

군산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복성루수성반점으로 대표되는 짬뽕과 이성당의 빵을 들지만, 군산에는 뜻밖에도 독특한 이북음식을 내면서 오래 살아남은 식당이 몇 곳 있다. 동의 간장 간을 한 짙은 색 국물에다가 닭고기 고명을 얹어주는 평양냉면을 내는 장재동의 ‘뽀빠이냉면’, 평안도 지방의 전통음식 어복쟁반을 내는 사정동의 ‘압강옥’, 닭이나 꿩, 소고기 등을 우려낸 장국에 밥을 말아내는 조촌동의 ‘평양온반’. 하나같이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음식들인데,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에 곁들이면 잘 어울릴 법하다.

[글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