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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합천 둔내리 황매산수목원

by 구석구석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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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센터 앞마당에는 양버즘나무 8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70년이라는 이 나무들은 원래 합천 용주면의 용호초등학교 교정에 있던 것이다. 그러다 학교가 문을 닫았고 이곳으로 옮겨졌다. 8그루의 나무들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자리해 있다. 그런데 왜 8그루인가 했더니 세상에! 쌍성인 미자르와 알코르를 하나처럼 가까이 배치해 두었다.

 

두베와 에라크·페크다는 마당의 쉼터를 감싸고, 에그레즈·알리오트·미자르는 방문자 센터 앞을 지키는 모습이며, 알코르와 알카이드는 입구 길 가에 장승처럼 서 있다. 고개를 번쩍 들면 황매산 정상과 황매삼봉, 상봉이 한눈에 보인다. 

 

방문자센터 앞 수령 70년의 양버즘나무들.

 

황매산 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는 자연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주요 테마원의 안내를 들을 수 있다.

두베 양버즘나무 옆으로 나무수국이 가득 피어있는 경사진 길을 오른다. 하얗게 핀 수국 꽃들은 점점 퇴색된 붉은 빛깔로 변하고 있다. 잠시 후 전시온실이 나타난다. 동화책에서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다. 내부에는 희귀식물인 식충식물과 움직이는 식물 등이 자란다는데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온실 옆 텅 빈 벤치그네가 평온해 보인다. 풀숲에 덮인 좁은 물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바람소리원', 조금 더 오르면 '암석원'이다. 암석원에서 황매산의 상봉·중봉·하봉이 조망된다.

 

황매산은 해발 1천113m다. 수목원은 그 중 해발 750m에서 1천100m 정도 높이에 조성되어 있고 합천읍과 약 5℃ 정도의 온도 차이가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대규모 목장 단지가 있었다고 한다. 목장을 철거한 이후 황매산 조림사업으로 자작나무, 단풍나무, 전나무 등을 심어 군락을 이루었다고 한다. 일대는 해발고도가 높고 수원이 풍부해 버드나무류가 많이 자생하고 또한 다릅나무, 비목나무 등의 교목류와 철쭉·진달래의 대규모 식생군락지가 자연적으로 이뤄져 있다.

 

수목원은 이러한 기존 식생의 특성과 조건에 맞춰 자생식물원, 음지식물원, 그라스원, 약용식물원, 유실수원 등 17개의 테마 정원으로 꾸몄다. 전체 면적은 약 21만㎡로 각 테마원은 단순한 조경이나 체험의 공간만이 아니라 황매산 일원의 자생식물유전자원을 보전·복원하고 2천여 종의 야생화와 동식물들을 보호·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람소리원에서 전시온실 앞을 거쳐 내려온 물줄기와 보존수림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음지식물원을 좌우로 감싸며 내려간다. 음지식물원에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무성한 그늘 아래에 덩굴 개별꽃, 산자고, 선괭이눈 등 80여 가지 야생화가 살고 있다. 가장 단순한 판자형의 길을 밟고 숲으로 들어간다. 어둑한 숲이 계곡물소리를 삼킨 듯 먹먹하다. 그러나 촉촉함 속에 넓게 퍼진 풀냄새와 나무 냄새가 상쾌하다.

 

경사면의 키 큰 낙엽수들 사이에 놓인 데크 산책로를 따라간다. 데크길 주변으로 누리장나무 군락이 있다는데 어두운 눈은 그 나무를 알아보지 못한다. 7월에 흰 꽃이 향기롭게 피고 10월에는 씨방이 터지면서 브로치 같은 열매가 꽃 같이 핀다는데 찾을 수가 없다. 이름표에 인색하다고 투덜대지만 너의 이름을 부르는 나의 음성을 너는 들었을 게다. 키 큰 수목들 사이를 걷다 갑자기 탁 트인 하늘과 멀리 겹겹의 산을 만난다.



해발 760m에 위치한 종이비행기전망대다. 왼쪽으로 황매평원이 보인다. 그리고 모산재. 저 너머는 돛대바위인가. 왼쪽으로 보이는 이마와 같은 저곳은 박덤일 듯하다. 그 사이로 골이 넓고 깊게 내려서고 산줄기들이 줄줄이 따른다. 먼 산들은 떨리는 한 일자로 하늘을 받치고 있다. 골바람을 타고 먼 산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 방문자센터의 옥상과 황매평원으로 향하는 길도 보인다. 수목원에서 황매산 정상주차장이나 평원으로 연결되는 자연림이 있다. 전나무와 단풍나무 등 몇몇 조림된 나무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숲을 느낄 수 있는 탐방로다. 새 봄에 연두가 오르면 그 길을 걸어 산정의 너른 평원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전망대 옆 '그라스원'에 가우라가 환상적이다. 작은 나비들이 춤추는 것 같다. 사람의 눈은 다 비슷한 건지 '춤추는 나비를 닮았다'고 '나비바늘꽃'이라 부른단다. 바늘은 씨방의 모양새라고 한다. 그라스원은 손바닥만 한 평원이다. 가우라와 부처꽃, 리아트리스, 억새 등이 자란다. 억새들은 씨앗을 맺고 터지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면 멀리멀리 날아가려고. 그라스원 위로 솟구친 황매산의 마루능선에 짙은 구름이 내려앉았다.

 

/ 영남일보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황매산의 철쭉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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