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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의령 평촌리 봉황대 일붕사

by 구석구석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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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류면 청정로 1202 - 15(평촌리 174) 일붕사 / 055 572 7777

 

신라시대 왕이 머물렀다고 궁류면이라 부르는 이곳 봉황산은 기기묘묘한 기암괴석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한다. 일찍이 하늘의 신선이 봉황을 타고 내려와 약수를 마셨다는 봉황대를 서슴없이 오른다. 마치 금강산을 옮겨놓은 듯 깎아지른 수려한 바위 군이 갖가지 형상을 만들고 그중 맑은 정기가 공간을 메우는 봉황대는 정말 절경이다.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 봉황암, 석문, 사무천 등 명소를 둘러본다. 천태만상의 바위가 꿈틀꿈틀한다. 갑자기 속세를 떠나 선경에 온 것 같은 탈속의 감정을 느낀다. 게다가 맑은 폭포수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풍경도 아름답고 경이롭다. 잠시 현실을 떠나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무릉도원의 상상 여행을 한다. 한번 탄생하면 우주 어느 곳에서든 영원히 존재한다는 햇빛이 눈에 부서질 때 나는 어마지두 정신이 들어 단아하게 쌓은 돌탑군을 지나 일붕사 경내로 들어간다.

 

일붕사 입구의 돌탑과 수려한 암벽군./ 영남일보

일붕사의 독특한 대웅전(大雄殿)인 제1동굴법당으로 간다.

제1동굴법당인 대웅전은 7년간의 굴착 끝에 1996년에 준공, 넓이가 455㎡에 이르고 높이가 8.5m, 12.7m, 길이 27.5m인 동양 최대의 동굴법당이며 영국기네스 북에 등재돼 있다. 대한불교 일붕 법왕종 총본산인 일붕사의 대웅전으로 손색이 없는 규모와 신비감으로 마음이 어뜩하다.

 

노사나불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과 좌우에 8대 보살이 모셔져 있다.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다는 금강지권을 한 비로자나불에게 세 번 절한다. 하얀 돌로 조각한 비로자나불은 동굴의 조명을 받아 신비하고 경이롭다. 비로자나불은 법신불(法身佛)로 법(法)의 몸(身)에서 나오는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춰 가득하다는 뜻이다.

 

대웅전과 무량수전 / 영남일보

법의 몸은 형상이 없다. 허공과 같이 끝없이 크고 넓어서 어느 곳에서나 두루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항상 변하여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미혹에 묶여 있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맑은 믿음으로 의심하지 않으면 어디서든지 비로자나불을 만날 수 있다.

 

비로자나불은 현재 지금의 부처다. 비로자나불이 되는 초벌수행이 보살행이다. 보살(菩薩·bodhisattva)은 깨달은 중생이다. 보살에게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誓願)과 자기가 쌓은 선근공덕(善根功德)을 남을 위해 돌리는 것, 즉 회향(回向)이 있어야 한다. 나의 모든 행동이 너에게 이익이 되게 한다. 나의 몸 입 뜻이 너의 밥이 되고 피가 되고, 생명이 된다.

 

이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행을 위해 대웅전 동굴법당에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일붕사는 보살행의 서원을 세워 성실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고 일붕 효 누리 요양원과 실버타운을 운영해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없애주는 말하자면 복지 사업을 통하여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동굴법당인 일붕사 대웅전 / 영남일보

제2동굴법당인 297㎡의 무량수전(無量壽殿)으로 들어간다.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다. 아미타불은 나무아미타불이고 나무(南無)는 귀명(歸命) 즉 나의 생명의 본질로 돌아간다. 아미타불은 무량한 생명(無量壽)을 가진 부처님이다. 나의 생명의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무량한 수명(無量壽)을 가진 부처님이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다. 우리를 참 인간으로 회복시켜주는 부처님이시다. 세 번 절한다.



밖으로 나와 일붕사를 창건한 일붕 대선사 동상 앞에 선다. 일붕 서경보 대선사는 191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출생, 19세인 1932년 제주 산방굴사로 출가 혜월 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후 1969년 미국 템플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동국대 불교대학장을 역임했다. 세계 각국 유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무려 126개 취득, 세계 최대 박사학위 보유자가 되기도 했다.

 

1988년 승적을 둔 조계종에서 분리 일붕 선교종을 창종, 초대 종정이 되셨다. 1992년에는 세계불교 법왕청을 설립, 초대 법왕의 자리에 오르셨다. 그리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전파하다가 1996년 6월25일 세수 83세 법랍 64세로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일붕사 봉황전

조사전에 간다.

깨달으면 내가 부처이고 부처가 바로 나다. 부처와 보살은 저 멀리 산 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여기 내 마음에 있다. 일붕 대선사는 "입살이 보살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몸과 뜻을 바로 세워 말하면 말하는 대로 보살이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쉽게 보살도에 다가가는 법어다. 경내를 더 탐방하다가 석조 포대 화상을 만난다. 포대화상은 중국 당나라 말기의 고승이다. 법명이 계차이고 별호가 포대 화상이다. 포대는 자루다. 즉 지팡이에 자루를 메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탁발한 것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를 좋아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포대화상이 크게 웃을 때 그 웃음 따라 같이 웃으면 부귀, 무병, 장수의 세 가지 복이 생긴다고 한다. 웃음은 깨달은 자의 얼굴이고 복을 불러오는 아이콘이다. 우리도 이런 보시의 포대 하나 장만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경내의 산신각, 칠성각, 약사전을 탐방하고 느린 걸음으로 3분 거리에 있는 극락보전(極樂寶殿)으로 간다. 극락보전은 온통 금박인 단아한 건물이다. 일본의 금각사를 연상케 하고 주위를 둘러싼 연못에는 큰물고기가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다. 공간적인 구성과 황금비례(黃金比例)가 얼마나 절묘한지 눈이 슴벅슴벅한다. 한 바퀴 돌아 일붕사 입구로 내려간다.

 

길은 고즈넉한 산사 풍경이 망막에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일붕사 가람 배치는 미적 구도도 뛰어나지만 빼어난 산세가 둘레를 감싸 안고 있는 타원형의 평촌리 들판도 하나의 이상적인 지형을 그리고 있다. 

[영남일보 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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