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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당일치기여행

by 구석구석 201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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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포항 여행 / 서울에서 2시간 포항 맛 여행

전업주부의 아침은 전쟁입니다. 늦잠 자는 아이 엉덩이 두드려 학교 보내고, 허겁지겁 서두르는 남편까지 챙겨 회사로 출근시키고 나면 맥이 팍 풀려버리죠.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 식탁 위에 남은 밥, 싱크대 속의 설거지거리들. 뒤따르는 똑같은 일상에 가끔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이럴 때는 포항으로 떠나보세요.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포항까지 가는데 걸리는 최단시간은 2시간 15분. 커피 몇 잔 놓고 수다를 떨던 옆집의 거실 공간을 편안한 열차여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겁니다. 조금 서두르면 구룡포 대게로 점심을 먹고 죽도시장에서 장을 본 다음, 서울로 되돌아와 저녁상까지 차릴 수 있습니다. 서울과 두 시간 이웃이 된 포항. 그곳에서 즐기는 알짜배기 맛을 소개합니다.

포항 죽도시장의 매력 넘치는 먹거리

  죽도시장은 포항 맛의 원천

포항은 심장이 두 곳이다. 하나는 포스코(POSCO)의 용광로. 다른 하나는 죽도시장이다. 포스코 용광로에선 뻘건 쇳물이 끓고, 죽도시장엔 살아있는 생선들이 시장상인들과 함께 활기를 불어넣는다.


현지 사람들은 죽도시장을 ‘동해안 최대의 재래시장’이라고 말한다. 규모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다. 새벽 위판장에선 경매가 열린다. 가장 볼만한 것은 문어 경매. 붉은 문어들이 슬금슬금 바닥을 누비며 몸값 올리기 경쟁을 벌인다. 경매가 끝나면 소매 좌판이 깔린다. 펄펄 뛰는 활어는 드물어도 갓 잡아온 선어들이 가득하다. 철 만난 도다리, 광어, 가자미를 비롯해 대구, 고등어, 삼치, 오징어 등. 한쪽에선 선어로 즉석에서 회를 친다. 두세 가지를 섞어 담아 한 접시에 1만원. 서넛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근처 양념집(1인당 3000원)으로 줄달음쳐 소주잔을 기울이며 “캬아~!” 소리를 연발한다. 선어를 구매한 사람들은 아이스박스 얼음 포장(2000원 별도)을 해서 서둘러 떠난다.

이곳에서 대게 뺨치는 고가 인기 해산물이 있다. 삶은 문어다. 문어는 경상도 지방에서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매우 귀한 식재다. 한 마리에 보통 10만원(4kg 내외)은 각오해야 하는데, ‘클수록 값이 더 나간다’는 시장원리가 이상하게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2.5kg 정도가 8만원. 이 크기가 무게 대비 가격이 가장 비싸다. 제사상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인 크기라 그렇다고 하는데, 더 큰 놈이랑 비교해 먹어보니 역시 그 놈이 야들야들하고 맛있다.

죽도시장의 먹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래 고기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보통 한 접시에 3만원인데 말만 잘하면 1만원에도 고기 몇 점 맛볼 수 있다. 건어물도 풍부하다. 밑국물(다시) 내는데 빠지지 않는 마른 멸치와 다시마, 김과 미역도 인기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피데기(반건조물) 생선도 있는데 가자미의 경우엔 크기에 따라 적게는 세 마리, 많게는 스무 마리에 1만원을 받기도 한다.


이른 아침 죽도시장을 돌다 보면 배꼽시계의 알람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시장 풍경과 쇼핑하는데 정신이 팔려 아침 식사를 잊고 있었던 것. 이럴 때 멀리 갈 것 없다. 시장 안에서 바로 해결하기 좋은 곳이 있다. 고등어구이 골목과 수제비 골목이다. 고등어구이 골목에선 고등어 한 마리 구워내는 비빔밥 백반상이 1인분에 4500원이다. 서울의 6000원짜리 된장찌개백반, 7000원짜리 고등어구이정식, 8000원짜리 산채비빔밥이 부럽지 않은 상차림이다. 오히려 고등어의 선도를 따지면 4500원의 두 배 9000원을 받아도 아깝지 않은 맛이다. 구수한 누룽지 숭늉으로 시작해 8가지 반찬이 쟁반에 빼곡하다.

 

수제비 골목에선 수제비가 3500원이다. 칼국수도 마찬가지 가격. 칼국수랑 수제비가 반반 들어간 칼제비도 같은 값이다. ‘수제비?’와 ‘칼국수?’ 사이의 고민을 덜어주는 칼제비가 제일 인기가 높다. 포항의 명물인 부추와 김 가루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고, 보들보들한 면발로 목 넘김이 좋다.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는데 모든 집이 오전 9시가 돼야 문을 연다는 점이다.

죽도시장을 돌아보다 출출하면 시장 안 고등어구이 골목을 찾아보자

 

산속 포항의 ‘죽장연’ 된장 맛

포항과 정반대의 이미지로 포항을 대표하는 곳도 있다. ‘세월과 자연만 담았습니다’를 고집하고 있는 죽장연. 100% 국산 콩으로 메주를 쒀서 질항아리에 담아 맛을 내는 전통장 제조업체다. 현장은 포항의 서북쪽 끝, 청송과 맞닿은 죽장면 상사리다. ‘여기가 포항이란 말이야’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동쪽 포항 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서쪽 대구에서 불어오는 분지의 바람이 만나는 오지산골이다. 이곳에는 장항아리만 3000 독이 넘는다. 겨울철엔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인 항아리의 열병식, 봄철엔 항아리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시중가는 된장 2만5000원(1kg), 고추장 2만8000원(1kg), 간장 1만4000원(480ml)인데 현장에선 10% 할인해준다.

 

세월과 자연만 담아 만드는 죽장연 전통장

 

호미곶 해맞이는 새날의 맛

해는 뜬다. 언제나 뜬다. 굳이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호미곶 일출을 권하는 건 어둠을 걷어낸 태양은 새날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일출명소 중에 빠지지 않는 곳이 포항의 호미곶. 호랑이 모양인 우리나라 지도 동쪽 끝자락의 꼬리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해 뜨는 시간이 빠르다. 해가 바뀔 때마다 해맞이 인파로 몸살을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한가하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되돌아보며 남은 날들을 다잡는 시간으로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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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에는 바다와 육지에 불쑥 솟아오른 두 개의 손 설치물(상생의 손)이 있다. 그 사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이다. 바다 손 설치물의 손가락 끝에 앉은 갈매기를 모델로 촬영한 일출 사진은 더 붉게 다가온다. 호미곶을 벗어나 구룡포에서 이르는 해안도로는 셔터만 눌러도 ‘캘린더 사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호미곶 상생의 손

 

빠뜨리기 아까운 별미 맛집

포항시 북구 해안로 217-1 / 마라도횟집

물회가 25,000원으로 비싼데 최강달인물회에 걸맞게 맛이 있다. 25,000원인데 맛이 없으면 이상하지.
전복, 해삼, 소라, 계절해물이 고추장과 특허받은 육수와 잘 어울리게 나온다.  

 

 

남구 희망대로514번길 46 / 슈만과 클라라 054-274-4258

포항시청 건너편 논실 마을에 숨어있는 커피전문점. 실내 분위기나 주변 경관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리기에 충분한 곳이다. 최고의 바리스타를 꿈꾸며 일본 커피 명인으로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포항MBC 기자 출신의 주인이 핸드드립 방식으로 정직하게 커피를 내린다. 과일과 꽃향기가 풍부한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프가 한 잔에 6500원. 최고급 재료를 이용해 매일 만들어 내는 수제 케이크와 건강빵도 커피 못지않은 명품 맛이다.

 

남구 이동로 14 / 경주종가집 054-278-6468

간판메뉴는 7000원짜리 장독된장. 다진 고기에 두부, 콩나물, 미나리, 팽이버섯, 양파, 풋고추 등이 넉넉하게 들어간 된장전골이다. 식탁 위에서 보글보글 끓여 국수를 넣어 익혀 먹기도 하고, 비빔 재료를 더해 하얀 쌀밥에 얹어 비벼 먹기도 한다. 이 메뉴보다 한 단계에서 두 단계 격이 높은 된장갈빗살(1만3000원)이나 된장갈비(1만8000원)도 있는데, 된장갈빗살은 한우갈빗살이 100g, 된장갈비는 한우갈빗대가 120g 더해진 장독된장이다.

 

북구 양학천로 25 / 다미촌 054-283-0046

‘철강왕’ 고 박태준 회장에 빗대 ‘소폭왕’으로 불리는 함순복 이모가 운영하는 포항 시내의 고깃집이다. 함 이모는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포항의 명물. 40대임에도 섹시한 외모에 환한 웃음까지 던지며 손님상에서 기묘한 폭탄주를 말아 낸다. 그래도 원칙은 있다. ‘낮술 노(No), 1인 1잔’이다. 낮에는 말아주지 않고 밤에는 한 사람에게 한 잔이란 룰이다. 생고기 3만원(200g), 갈빗살 1만9000원(120g).

 

북구 해안로 57-5 / 별미복별미회  054-247-3727

영일대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포항물회 전문점. 이집의 대표메뉴는 ‘명인물회(2만원)’. 지난 2011년 ‘포항의 맛 경연대회’ 물회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물회에 자연산 도다리, 전복, 소라, 멍게 등 여러 가지 해산물이 들어간다. 배와 오이, 양파, 다진 마늘 각종 양념들과 직접 담근 고추장이 더해져 감칠맛이 좋다. 함께 나오는 가자미 맑은 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구룡포읍 구룡포길 62-3 / 철규분식 054-276-3215

50년 전통의 분식집으로 작고 볼품없지만 맛있는 시골 찐빵(3개 1000원)으로 유명하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특이한 점은 잔치국수(2000원) 또는 단팥죽(2000원)과 함께 찐빵을 먹으러 오는 단골손님을 위해 찐빵만 따로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도 국수나 단팥죽 모두 맛이 훌륭해 주문해도 후회가 없다. 진빵을 단팥죽에 찍어 먹는 맛도 별미다.

 

구룡포읍 호미로 239-13 까꾸네 모리국수/ 054-276-2298 

모리국수로 유명한 음식점. 모리국수는 구룡포 뱃사람들이 팔다 남은 것으로 만들어 먹던 토속음식이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아귀와 아귀 내장, 미더덕, 대게, 바다메기, 홍합 등을 듬뿍 넣고 콩나물, 파, 마늘로 다진 양념장을 섞어 걸쭉하고 얼큰하게 끓여 먹는다. 무조건 2인분(1만2000원) 이상, 인원수대로 주문해야 한다.

출처 : 청사초롱 4호 /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유지상, 박은경(청사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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