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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창원 흑백 김씨박물관 원해 진해콩과자

by 구석구석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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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도시'의 진짜 얼굴은 고즈넉한 골목길에 있더라

 

해마다 봄이 오면 봄꽃 벚꽃과 함께 몸살을 앓는 도시, 진해. 하지만 진해의 속살을 보려면 벚꽃이 만개하기 전이거나 벚꽃이 진 뒤에 찾으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몸살 앓는 진해의 봄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너도나도 달려가는 길이라면 진해의 근대를 느껴 보는 시간 여행을 함께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지난 22일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 너머로 고즈넉하게 이어진 골목길을 '뚜벅이'가 되어 걸었다. 그 흥미로운 시간 여행의 시작과 끝은 진해의 근대사와 예술가들의 숨결을 간직한 '흑백다방'(현 문화공간 SINCE 1955 흑백·진해구 백구로57·010-9910-2421).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까지 살아남아 주어서 고마운 그곳-흑백'으로 가 본다.

 

■시간이 멈춘 공간, 흑백 그리고 김씨박물관

부산을 출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에 들렀다가 '흑백'에 도착했을 때는 한낮이었다. 1910년대에 지어졌다는 2층짜리 건물 1층 출입구에 붙여 놓은 'SINCE 1955'라는 작은 글씨 아래 '흑백'이라고 정갈하게 쓴 간판이 유구한 세월을 입증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간판은 지난 2008년 53년 만에 '흑백다방' 시절을 마감하고 2011년 12월 새롭게 문을 연 '(시민)문화공간 흑백'의 간판이다. 1955년 '칼멘'을 인수해 흑백 시대를 연 서양화가 고 유택열(1924~1999) 화백이 작고한 뒤에는 둘째 딸 경아(49·피아니스트) 씨가 그 공간을 지켜 오고 있다.

 

▲ 경남 진해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흑백은 '문화공간 SINCE 1955 흑백'이란 정식 명칭이 있지만 여전히 입에는 '흑백다방'이란 말이 착착 감긴다. '견뎌 주어서 고마운' 그곳을 지키고 가꾸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비영리 공간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음악회가 열린다.

 

"지난해 44년 만에 흑백을 다녀가신 분이 있는데 그분도 그러셨어요. '진해우체국'과 흑백만 똑같고, 다른 건 다 변해서 가슴이 아프다고요."



흑백에 도착하기 전 들렀던 소사마을 '김씨박물관'(소사로 59번나길4·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055-552-8608)도 지나간 시간의 의미를 떠올리게 했다. '부산라듸오' '예술사진관' 등 오래된 간판부터 타자기, 전화기, 풍금, 장난감 등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김씨박물관은 스토리텔링박물관 '소사주막'(토, 일요일에만 개방)과 함께 시간의 보물창고 같았다. 

 

진해 소사마을의 '김씨박물관'.

 

김씨박물관과 소사주막을 운영하는 김현철(60) 씨가 소사마을에 박물관을 낸 이유도 결국은 명분이고 의미였다. "소사마을은 일제강점기 진해군항 건설을 본격화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항과 시가지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할 웅동수원지와 전기생산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으니까요."



■흑백과 진해우체국만 남은 근대의 거리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흑백의 콘서트까지는 시간이 꽤 남은 듯해 중원로터리(옛 '팔거리') 일대를 걸었다. 흑백이 서 있는 곳 대칭 지점의 진해우체국 옛 청사(국가지정 사적 291호)가 눈에 들어왔다. 1912년 준공된 뒤 2000년까지 우체국 청사로 사용했지만 건물 노후로 인해 지금은 문화재로만 관리된단다. 그나마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경우였다.

 

1912년 건립된 진해우체국 옛 청사.

이번에는 역시 1912년에 지은 '구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이었던 '선학곰탕'(등록문화재 제193호·중원로 32번길22·055-543-6969)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곰탕이라도 한 그릇 할 요량이었지만 점심시간대를 놓친 탓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대신, 1956년부터 중국집 영업을 시작했다는 '영해루'(현 원해루·중원서로52·055-546-9797)를 찾아가 간짜장(5천 원)을 먹었다. '영해루'는 1980년대 초반 현재의 주인(화상)이 가게를 인수해 2대째 운영 중인데 아들 진윤화 씨는 주방을, 어머니 박재기(77) 여사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도 영업 중인 영해루(현 원해루).

'진해군항마을역사관'(진해구 편백로 25-1·070-7337-6110)에도 들렀다. 한 동네(진해구 중앙동)에서 역사관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게 놀라웠지만 일본이 군사목적으로 1912년부터 군항도시를 조성하면서, 도시계획의 시발점이 된 곳이 바로 중앙동이란 사실이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지지난해 12월 옛 노인정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역사관에는 1921년 진해 전경 외에도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근대역사 자료 등으로 빼곡했다.



■진해탑과 여좌천 벚꽃 명소



점심도 먹었고 소화도 시킬 겸 제황산공원 정상에 오르는 모노레일카(중원동로54·055-712-0442·개인 편도 2천 원, 왕복 3천 원)를 탔다. 내려올 때는 365계단을 걸었다. 제황산 정상에 우뚝 솟은 진해탑도 사연이 있었다. 1905년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 함대 마스트를 본떠 1927년 세워졌지만 해방 후 이를 헐고 해군 군함의 사령탑을 상징하는 탑으로 바뀌었단다.



따스한 햇살을 등지고 '진해역'(등록문화재 제192호)까지 걸어갔다가 내친김에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여좌천 로망스다리'까지 걸었다. 아직은 꽃망울 단계였지만 여좌천 인근에서 30년간 롯데사진관(현 꼬꼬동아리)을 운영하다 지금은 폐업한 전직 사진사 정선주(58) 씨는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 여느 해보다 예쁜 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진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자 '진해콩'과 '벚꽃빵'이 있다. 진해콩(1천500원·사진)은 올해로 창업 99년을 맞는 경화당제과(대표 이정제·055-546-6339)가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는 딱 한 종의 과자. 밀가루와 메주 콩가루를 반죽해 불에 구워 맛이 고소하고 달콤하다. 별도 매장은 없으며 우체국 등을 통해서 판매된다. '벚꽃빵'은 벚꽃엑기스와 벚꽃앙금을 주 원료로 진해제과(대표 조성천·070-8833-3135,055-546-3131)가 만든 진해특산품. 10개입 6천 원. 두 제품 모두 군항제 기간에는 풍물시장 등에서 구입 가능하다. 

 

/ 부산일보 2014-03-27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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