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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함양 함양읍-용평리 함양중앙시장

by 구석구석 201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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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읍 용평리 607-104 함양중앙상설시장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몸이 뒤틀린다 싶을 때쯤 소박한 풍경이 눈길 을 끈다. ‘시골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싶을 수도 있지만 관 광지마냥 멋들어지게 하늘로 솟은 지붕들이 미를 높이고 있는 풍경 은 뒤틀리던 몸을 바짝 긴장시켜 창밖으로 고정시킨다. 유독 정려 충신이나 효자, 열녀에게 임금이 직접 문을 내려 치하하던 것과 눈에 자주 띄고 큼직큼직한 바위들과 어우러진 하천이 잠에 절은 눈을 번쩍 띄우는 곳, 함양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리산 둘레길 자락, 오일장의 푸근함이 담뿍 묻어나는 시장이 있다. 상설장과 정기장이 함께 서며 풍성함이 두 배가 된 곳, 무엇보다 이곳에 가야 즐길 수 있는 자연산, 지리산, 산! 산!의 매력은 단지 시장만을 보기 위해 찾아도 후회하지 않을 법하다.

어탕국수

한여름 시원한 냇가로 휴가를 가면 바로 잡아 올린 다양한 민물고기로 시원하게 끓여낸 매운탕이 진국이다. 속을 쓸어내리듯 얼큰한 국물에, 어린 시절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이 땀 뻘뻘흘리며 내뱉던 “시원~하다”는 감탄을 어느 새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맛, 그 시원함이 함양중앙상설시장에서 객을 매료시킨다. 어탕이면 굳이 펄떡이는 생선이 필요없지 않나 짧은 생각을 부끄럽게 하는 나름의 장인 정신이 발휘된, 살아있는 고기들이 노니는 수족관이 포인트로 자리잡은 점포들. 손님 잡숫기 좋으라고 고기들을 직접 손으로 일일이 걸러 뼈는 걷어내고 살로만 끓여낸 어탕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인기만점이다. 밀려드는 손님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상인들의 특별 배달 주문에 ‘시장통’이라는 말이 풍기는 분위기처럼 시장의 식당은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도 계절에 나오는 제철 재료들을 시장서 바로 사다가 만들어내는 밑반찬만도 7가지가 되는 걸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함양의 어탕, 어탕국수는 주로 ‘피리’피라미의 방언가 많이 들어가지만 전체로 보자면 잡어탕이다. 이것저것 때에 따라 다양하게 들어간다. 그래도 공통적인 것은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다는 것.

피순대

순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식용비닐에 들어간 당면 가득한 찹쌀 순대를 떠올린다. 요즘은 순대전문점도 늘어 창자를 당면과 야채 등이 고루 섞인 소로 채운 순대로 친근해졌다. 그런데 이건 신세계다. 순대가 뻘겋다. 고추양념을 강하게 해서도, 색소로 색감을 내서도 아니다. 선지다. 이름도 살.벌. ‘피순대’다.
“도시의 순대는 진짜 순대가 아니다. 인조순대다.
죄 체인점이라 특색이 없다. 여긴 다르다. 여기서는 함양서 키운 것을 바로 가져다가 만들어 낸다.” 자랑하기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순대는 또 처음이다. 두툼하게까지 보이는 돼지창자에 단면이 매끈하게 보일 만큼 틈도 안 보이게 선지가 꽉 차 있다.
덕분에 순대를 삶아내는 솥은 마치 고춧가루라도 푼냥 붉다. 선지 탓이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순대라면 당연히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당면이 보이질 않는다. “순대에 당면이 왜 들어가냐”는 그 당연을 철저히 무시한 이게 진정한 ‘전.통.’이라는 전통순대다. 우리네 전통의 미가 넘치는 시장에서 전통의 진수를 맛본 셈이다.
보기에 생소하니 만큼 젓가락을 드는데 주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맛보면 구수한 맛과 느끼하지 않은 감칠맛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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