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수온 78도를 자랑하는 부곡온천관광특구 덕암산(德岩山, 545.3m)
과거 화산활동의 흔적은 온천뿐만 아니라 덕암산 계곡에 수많은 용암 바위로 남아있다. 덕암산 능선에서 하루 코스로 이어지는 화왕산(火旺山·756m). 문자 그대로 '불뫼'인 것을 보더라도 그 주변 땅을 밟기만 해도 후끈한 기운이 온몸 가득 스며들 것만 같았다. 실제 주위 산군들은 삐죽삐죽 솟아 있는 모양새라 마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치 신열에 들뜬 것 같은 묘한 기대감에 들떠 행장을 꾸렸다. 해마다 겨울철이 돌아오면 수많은 전지훈련팀이 부곡온천에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산행의 초입 부곡버스터미널에서 덕암산 꼭대기를 올려다봤다. 잔뜩 찌푸려 경계선은 흐트러져 있다. 동장군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대신 정상에서 맛볼 수 있는 조망권을 잃었다. 아쉬움의 보상으로 온천욕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덕암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지만 길이 단순명료해서 헤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임도를 이용해 거저먹기로 다녀오는 방법까지 있다. 산 중턱까지 닦인 임도로 올랐다가 빠른 하산길을 잡아 되돌아오는 것이다.
오늘은 서쪽 능선을 타고 올라 덕암산 정상을 밟은 뒤 동쪽 방면의 열왕산으로 종주하지 않고 지능선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농협연수원에 닿는 원점회귀 노선을 선택했다. 7㎞에 불과하니 식은 죽 먹기 아니냐고? 이번 여행의 콘셉트가 온천 산행이라 허락되는 코스다. 그래서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걸어도 좋겠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 산행 초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등반에도 마침맞다. 온천욕에 방점을 찍은 가벼운 산행코스라 만만하게 도전해도 좋다는 뜻이다.
산행은 '행운의 다리'를 올려다보면서 시작된다. 부곡버스터미널에서 부곡하와이의 두 건물 사이를 잇는 통로를 지난다. 머리 위에 '幸運의橋'라고 씌어 있다. 300m 정도 포장로를 따라가다가 전봇대에 붙은 '한골1길' 표지를 보면서 좌회전. 포장로를 버리고 왼쪽으로 이어진 산길로 접어들면 흙길을 밟으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임도가 따라오고 오른쪽으로는 안동김씨 묘역을 끼고 걷는 길이 이어진다. 임도와 능선은 나중에 100m 정도 합쳐졌다가 나무정자가 있는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임도는 계곡을 끼고 산중턱으로 달아나 버린다. 능선으로 가는 석축 계단을 밟고 오솔길 비탈을 치고 나가다 하산 중인 노인과 맞닥뜨렸다. "왜 이 길로 오르시나?" 반듯한 임도를 두고 왜 비탈과 씨름하냐는 뜻이다. 아무리 온천 산행이지만 편하자고 임도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 정도 비알이면 착한 편이다. 이 능선길은 외길 수순이라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덕암산은 솔숲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토종 이엽송, 즉 우리 소나무 군락이다. 가끔 리기다소나무가 드문드문 막아섰지만 거개가 토종이다. 이런 군락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잡목을 쳐내서 그런지 시원하게 뚫린 나무들 사이로 산들바람이 분다. 바람에 실려 피톤치드가 떠다니고 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나름 운치까지 있으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활공장에 오르니 갑자기 시야가 탁 트였다. 부곡온천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하지만 역시 뿌옇다. 이어서 막아서는 이정표. 화왕산이냐, 덕암산이냐! 여기서 길이 갈린다. 화왕산으로는 16.3㎞ 더 걸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건각들이 좋아할 만한 한나절 코스가 된다. 덕암산 정상까지는 1.7㎞ 남았다. 길은 짧은데 정상과의 표고차가 200m쯤 된다. 거친 비알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잠시 비탈을 내려갔다가 임도의 끝에 붙은 정자에서부터 가팔라진다.
헉헉 대는 숨소리가 거칠어질 무렵 다시 한 번 멋진 전망 포인트를 만났다. 목하의 시계가 너무 흐리다. 산행대장이 바위 위에 다리를 걸친 채 멋진 자세를 취했지만 정작 발아래 세상은 뿌옇기만 하다. 문득 독일 함부르크 미술관에서 봤던 프리드리히의 회화작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떠올랐다. 자욱한 안개 바다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 속절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란 걸 보여주는 것일까?
상념을 걷어내고 잠시 걷다 점심 도시락을 꺼냈다. GPS를 확인해 보니 정상이 가깝다. 2013년판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는 정상이 545.3m라 되어 있다. 점심을 먹은 곳 주변인데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다 삼각점(544m) 표지를 만났다. 다시 몇 걸음 옮기자 정상 표석(544.5m)이 떡 하니 서있는 게 보였다. 이곳은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은 곳이다. 식사한 곳을 뒤돌아보니 분명 저쪽이 훨씬 높다. 좋은 기술로 재측정하면서 흔하게 생기는 오차다. 표석이 앉은 곳의 풍광이 뛰어나니 그리 믿고 인증사진을 찍어도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하산길로 내려가다 해돋이 명소를 만났다. 동쪽 방면으로 시야를 가릴 만한 산이 없어서 멀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일출행사 단골지점인지 입간판과 펼침막, 땅을 돋워 만든 제단 같은 것도 보였다.
본격 하산길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리본이 무수히 달려 있는 왼쪽 주능선 길로 나아가면 안 된다. 열왕산 쪽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이어서다.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지능선이 농협창녕교육원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역시 외길이다. 미끄러운 돌길만 주의하면 안전산행이 마무리된다. 농협창녕교육원 운동장으로 내려오면 산길이 끝난다. 부곡하와이 야외수영장 옆을 거쳐 버스터미널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 걸으면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본격적인 산행의 맛을 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더니 이내 끝나 버렸다. 2시간35분간 7㎞를 걸었다. 오늘은 일부러 게으름을 피우며 걸었지만 착하게 걸으면 2시간쯤 걸렸을 것이다. 음력 새해를 앞둔 마지막 산행, 뜨거운 온천에 몸을 맡겼다.
/산행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부산일보 글·사진=김승일 기자
창녕군 ‘부곡온천 힐링둘레길’ 조성, 새로운 관광지 각광 기대
부곡온천 힐링둘레길은 부곡 덕암산 기슭에 기존 등산로와 연계한 둘레길 3.5㎞ 구간과 전망대 1개소로 조성됐다.
창녕군은 부곡온천 힐링둘레길 조성으로 지역주민에게 문화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부곡온천 힐링둘레길 조성사업 현장 점검에 나선 한정우 군수는 “부곡온천 힐링둘레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곡온천과 함께 새로운 관광체험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기존 등산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투어코리아 - No.1 여행·축제 뉴스(http://www.tournews21.com)
ㅇ [여행스케치 2024 창녕] 제29회 부곡온천축제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부곡온천 관광특구 일원에서 개최된다. 78℃로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수를 자랑하는 부곡온천수의 우수성을 홍보함과 동시에 온천수를 이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온천축제다.
행사는 부곡온천수의 영구분출과 부곡온천관광특구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시작으로 온정제와 관광객 노래자랑, 연극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온천수 족욕체험과 함께하는 버스킹 공연과 전국 통기타대회 등 볼거리들이 예정되어 있으며, 힐링 둘레길 걷기와 같은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온천수 빨리 식히기, 삶은 계란 빨리 먹기 등의 이벤트도 준비되며, 저녁시간에는 라이브 축제, 힐링콘서트 등의 공연으로 참가객들을 즐겁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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