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전통시장은 2, 7일로 끝나는 날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그러나 장이 서지 않는 날도 시장은 열려 있다. 옛날 전통시장과는 달리 현대적인 아케이드 밑으로 가지런하게 일자로 늘어선 상점의 모습은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다. 시장은 정문과 후문 구역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정문은 농산물과 과일, 후문은 수산물 위주의 시장이다.
먼저 정문으로 들어가면 남해의 해풍을 맞고 자란 싱싱한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특히 남해의 특산물인 마늘이 출하되는 6월이면 시장은 알싸한 마늘 향으로 진동하고, 유자가 출하되기 시작하는 11월~12월 초순이면 시장 가득한 유자 향에 달큰하게 취하곤 한다.
산 너머 남쪽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꽁꽁 언 대지를 녹이며 봄 내음을 실어 나르지만 우리가 미처 맞을 채비를 하기도 전에 봄은 훌쩍 여름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래서 더욱 귀중하고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계절이 됐 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픈 그 아쉬움을 산 너 머 남촌으로 직접 가서! 봄을 만끽하는 것으로 채워보는 것 은 어떨까? 탁 트인 남해 바다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구릉 들의 아름다운 선, 달달하다 느낄 만큼 순한 바다 바람이 시 원한 곳, 남해다.
“어서오시다.” 툭 내뱉는 말에 되레 뒷걸음질 치는 경우도 있으나 무뚝뚝하게 들리는 말투에 기죽지 말 것. 한발 다가서면 두 팔 벌려 달려오시는 친절하고 적극적인 상인분들이시다. 좋은 환경 덕에 특산품도 많은 곳, 때문에 시장에 들어서면 눈이 팽글팽글 돌 지경이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상인분들께 여쭤보면 “외지서 왔나봐?”라며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시장 여기저기 웬 생선이 하나같이 몸을 뒤집은 채 뽀얀 배를 드러내고 있다. 어물전의 점포 중 없는 매장이 있을까 싶을 만큼 봄철에는 제철의 저력을 한껏 보여주는 양태다.
양태는 살이 많아 먹기 편해 여러 가지 요리에 두루 활용된다. 해풍에 말린 포의 형태로도 널리 애용돼 포도 많이 유통되지만 보통 7월까지가 제철이니 7월 이후에는 생물로 즐기는 편이 좋다.
작은 고추가 화끈한 자극으로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면 작은 멸치는 부드러움과 깔끔하게 혀를 감는 매콤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막뒷밭에서 채취한 것을 바로 가져온 냥 푸르름이 넘치는 쌈채에 부드러운 멸치 살을 척척 얹어 먹는 멸치쌈밥의 매력은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마늘종의 맵싸한 듯 상쾌한 맛과 쌈채의 아삭함, 멸치의 부드러운 살맛이 이루는 조화에 이래서 멸치쌈밥이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봄철에는 통통하게 오른 살과 부드러운 뼈가 입에서 녹듯 넘어간다.
■ 청정지역 해풍 머금은 ‘마늘’
남해는 마늘의 고장이다. 6월쯤에 출하되는 마늘은 대부분 남해산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남해마늘은 유명하고 생산량도 많다. 무기질 토양에 사면이 바다인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만큼 맛과 색깔이 뛰어나고 알맹이도 단단한 것이 남해마늘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 달콤새콤 쌉싸래한 ‘유자’의 유혹
예로부터 ‘유자’ 하면 경남 남해군을 꼽았고, 지금도 각 마을 농가에는 30년 넘도록 농심을 달래며 효자 노릇을 해온 유자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해의 유자는 향이 강하고 맛이 뛰어난 것으로 명성이 높다. 유자청을 담게 되면 특유의 향과 은은한 맛이 더 깊어져 사람들의 미각을 사로잡는다.
특히 최소한 20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유자를 생산할 수 있는데, 남해군의 각 마을 농가에 심어져 있는 유자나무는 수령 30년 넘은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최상품의 유자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남해바다에 접해 있어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지닌 남해는 겨울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적당한 강수량과 비옥한 토양까지 품질 좋은 유자를 재배하기에 좋은 천혜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달콤새콤 쌉싸래한 유자의 유혹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차원이 다른 명품 ‘죽방멸치’
멸치에도 명품이 있다? 바로 남해에서만 생산되는 죽방멸치가 그것. 이름부터 특이한 죽방멸치는 거대한 대나무 통발에 멸치를 가둬서 잡는 전통방식으로 생산된다. 그물로 잡는 멸치에 비하여 상처가 적고 멸치의 스트레스 또한 적어 그 맛이 뛰어나다.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멸치의 명품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차원이 다른 스타급 몸값이 되었다. 다행히 남해전통시장에서는 죽방멸치의 산지답게 좀 더 싼 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
■ 남해의 샹그릴라,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여행 1번지는 단연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45도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 계단, 680여 개의 논이 바다까지 흘러내리는 다랭이논은 설흘산 자락과 해안이 맞닿아 절경을 이루고 있다. 그 풍경이 중국의 샹그릴라를 연상케 해 ‘남해의 샹그릴라’로 불린다.그 아름다운 정경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담겼으며,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담장이며 지붕에는 꽃과 사람, 동물 등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랭이마을은 바닷가 마을이면서도 포구가 없다. 거친 파도와 아슬아슬한 바위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 마을에서는 산기슭에 한 평이라도 더 논을 내려고 90도로 곧추세운 석축을 쌓았다. 지금도 소를 이용해 경작을 하며 손으로 쟁기질과 써레질을 해야 하는 힘겨운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 다랭이 논 덕분에 마을은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선조들이 일구어 온 한 뼘의 역사가 푸른 희망이 되고 있는 셈이다.
■ 기암절벽 위에 우뚝 선 보리암
남해 금산 정상 아래 위태롭게 자리한 작은 암자 보리암. 683년 원효대사가 건립한 암자로 우리나라 3대 기도처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 특히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경이 아름다워 여행자들에게도 손꼽히는 관광명소이다. 또한 암자로 올라가면서 이어지는 돌담길과 정상에 올라서면 보이는 기암괴석, 주변의 낮은 산등성이들의 아름다운 곡선과 바다가 만나 빚은 풍경이 경탄을 자아내고, 다시 바다 뒤로 펼쳐지는 작은 섬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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