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역시 여름을 제대로 즐기는 데는 래프팅만한 레포츠가 없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릴과 모험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강물과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수려한 경치로 눈을 즐겁게 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 직장 동료와 함께라면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래프팅은 ‘종합 레포츠 세트’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나기엔 고민이 앞선다. 강원 철원의 한탄강, 영월의 동강, 인제의 내린천, 경남 산청의 경호강,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를 비롯해 금강, 남한강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래프팅 전문가들은 스릴과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즐거우면서도 스릴,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봉화군 이나리강을 추천하고 있다. 이나리강 래프팅 코스는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의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며 40~50m에 이르는 강폭, 수심 2, 3m에 4곳의 급류지점이 있어 여름 레포츠의 꽃인 래프팅의 스릴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낙동강 상류천인 이곳은 내린천이나 한탄강, 동강 등과 비교해 급류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은 덜하지만 물살이 급하지 않고 바위 등 위험요소인 장애물이 거의 없어 어린이나 여성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가이드의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준비운동이 끝난 후 고무보트에 올라 이나리강 탐험을 시작했다. “출발지인 이나리 강변에서 도착지점인 광석나루까지 10여 ㎞ 래프팅 코스는 2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되며 특히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는 도립공원 청량산의 아름다운 비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서툰 노젓기 탓에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배는 좌우로 흔들리고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기는커녕 앞만 본 채 노를 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30분 이상 내려갔을까? 비로소 배의 균형이 잡히기 시작했고 어느새 자유자재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노하우까지 터득해 나갔다. 그제서야 강물의 흐름이며 주변의 절벽, 기암괴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본 이나리 강변은 기암절벽과 하늘을 이고 뻗은 소나무 군락,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이름모를 새들의 모습까지 한 폭의 그림과 다름없었다. 강을 품고 있는 청량산이 소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이나리강 래프팅 코스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백용담에 다다랐다. 우뚝 솟은 백용담 인근은 각종 기암괴석이 빼어난 기백과 기품을 자랑하고 있어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에서 굴러떨어져 강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는 바위를 보면서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굳이 래프팅을 즐기지 않더라도 주변의 풍광 자체로만으로도 훌륭했다.
잠시 백룡암의 비경에 취할 무렵 고무보트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이곳 안내 가이드들이 자랑하는 이벤트가 시작된 것. 노를 이용한 물싸움과 배 흔들기, 배 두 대를 서로 끌어당기는 차전놀이, 배를 거꾸로 뒤집는 바이킹 놀이, 뒤집어 놓은 보트 위에서 서로를 밀어 물에 떨어뜨리는 닭싸움에 이어 보트를 커다란 바위에 걸쳐놓고 한 명씩 온몸을 던져 타는 미끄럼틀 놀이 등 종류도 무궁무진했다.
이건호 강나루래프팅 대표는 “이나리강에는 급류가 많지 않고 수심도 얕은 편이라 다양한 물놀이 이벤트가 가능하다”며 “여러 가지 재미있는 물놀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래프팅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2004년에 1만 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5만명을 넘었고 그 중 70% 정도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로 어린이나 장애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수영을 못 해도 상관없다. 200㎏의 부력을 가진 구명조끼와 헬멧이 안전을 지켜주는데다 전문 안전교육을 받은 가이드가 동승하므로 6세 이상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물놀이를 하다 ‘꼴깍’ 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데 설마?’ 하는 생각에 물놀이가 더욱 즐겁다.
한바탕 물놀이와 잠깐의 휴식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급물살타기. 갑자기 빨라진 급류에 고무보트가 요동친다. 물놀이에 잠시 풀렸던 마음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도 잠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 않아 비교적 얕은 수량 탓에 급물살 타기의 참맛을 즐기기엔 다소 아쉬웠다.
급류지점을 지나고 종착역인 오마교에 다다를 즈음 함께 래프팅에 나섰던 4대의 보트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경주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참가자들의 구령소리에 이나리강이 쩌렁쩌렁 울렸고 치열하게 앞을 다투기 시작했다. 조금전 뱃놀이의 낭만과 급물살 타기의 스릴이 수상 스포츠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치열하게 앞을 다투었지만 도착지에선 누가 일등이랄 것 없이 서로를 격려했다.
3시간여 동안의 래프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짧은 자연과의 만남이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 혼잣말을 엿들은 가이드는 “이나리강에서는 보통 5월부터 10월까지 즐길 수 있지만 다양한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수온이 올라가고 장마가 끝나 수량이 많아지는 7월과 8월이 가장 좋다. 비용은 2, 3만원대이지만 단체 할인 등 협상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자료 : 매일신문 최창희기자
명호면 소재지 농협 맞은편에 위치한 청량호식당(054-673-6790)의 은어구이와 은어회, 도리뱅뱅이(민물고기 쪼림)는 별미다. 식당 주인이 1급 청정수에서 낚시로 갓 잡아온 은어회는 맛이 담백하며 은어구이는 뼈째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꺽지`참피리`버들치 등 민물고기를 간장양념으로 맛을 낸 ‘도리뱅뱅이’ 또한 한 접시면 2, 3명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각각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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