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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청도 매전-20번지방도-두곡리 선의산~용각산

by 구석구석 201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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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은 경북 경주·영천 사룡산(677m)에서 분기해 주 정맥은 정남향으로 달리고, 서남향으로 비슬지맥을 만든다. 비슬지맥은 경북 청도 땅에서 청도천과 동창천을 보듬어 밀양강까지 잇는다. 지맥의 허리쯤인 경북 청도군 매전면과 경산시 남천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선의산(仙義山·756m)에서 다시 남쪽으로 산줄기를 뻗는데, 산꾼들은 이를 용각분맥이라고 부른다. 청도 땅의 척추 역할을 하는 분맥은 청도를 산동과 산서로 가른다. 용각산(龍角山·692.9m)은 그 척추의 대들보 격인 산이다.

 

▲ 청도 땅의 척추 역할을 하는 용각분맥의 주산 용각산에서 하산길을 연다. 전설에 등장하는 용마를 매달았다는 바위가 저 바위일까? 산꼭대기 주변은 온통 진달래다. 두견이 만발할 때 오면 입이 벌어질 만하다. 멀리 영남알프스 연봉 위로 잔설이 희미하게 보인다.


청도군의 지세를 살펴보자. 군의 북쪽으로 비슬지맥이 담을 쌓았고, 이와 나란히 남쪽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영남알프스 산군이 엎드려 있다. 여기서 불거진 운문지맥에도 이름난 산이 많다. 이러다 보니 청도 하면 영남알프스와 운문지맥의 준산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 탓일까? 아니면 그 덕분일까? 비슬지맥과 용각분맥의 산들에 정맥(지맥) 종주꾼들의 발길은 남았지만, 상대적으로 일반 등산객의 발 때는 덜 묻은 편이다.

 

참나무 낙엽송 길 걷는 맛 좋아

선의산엔 일제 쇠말뚝 박은 흔적과 용각산 정상엔 용마바위 전설

 

 

선의산 등산로


선의산은 이곳 사람들이 마음으로 대한다는 산이다. 아래에서 산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 다른 말로 '마음산'이다. 용각산은 산꼭대기에 둘러싼 아침 운무가 아름다워 '청도 팔경'에 들어갈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두 산이 잇는 마루금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지만, 낙엽송·참나무·솔숲이 넉넉했고 낙엽 덮인 묵은 길에서 간만에 오롯한 걷는 재미도 느꼈다. 영남 알프스의 북쪽을 보는 조망미도 괜찮았다.

 

코스는 두곡리 두실 마을회관을 출발해 중들마을에서 동쪽 능선을 탄다. 그 흔한 산행 안내리본이 하나도 달리지 않을 정도로 길이 깨끗했다. 뜻하지 않은 '개척산행'은 신 났지만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목과 선의산~용각산 사이에서 간간이 가파른 비탈을 만났다. 들머리를 출발해 659봉에 오르면 주능선이다. 이후 능선은 오르락내리락하다 선의산에서 705봉까지 무던히 걷는다. 이후 570봉~505봉~529봉을 지나 용각분맥과 만났다. 용각산에서 임도까지 솔숲을 내려와 두실마을로 가는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산행 거리 14.5㎞, 넉넉잡아 5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혼자서도 좋고, 가족과 함께 가도 좋은 산행지다.

두실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아스팔트 신작로가 뻗어 있다. 도로 좌우로 일명 '청도 반시'로 불리는 감나무들이 서 있다. 벌바람이 앙상한 가지들을 흔들어대니 소슬한 기분이 든다. 홍시가 주렁주렁 열리는 계절에 이 길을 걷는다면 바라만 봐도 군침이 돌겠다.

신작로를 따라 10분가량 걸어가면 중들마을이다. 통상 선의산 산행 들머리는 중들에서 1㎞쯤 북쪽으로 떨어진 암자골이다. 하나 중들~암자골 사이가 최근 아스팔트로 포장돼 운치가 없고 차량 이동도 많아 취재팀은 산행 들머리를 수정하기로 했다. 이에 암자골 들머리 대신 중들마을 능선 길을 찾아 새로운 등로를 꾸며보았다.

 

▲ 참나무, 낙엽송이 우거진 오르막길이다. 묵은 길이 많아 산행리본을 참고하자.
마을 입구 정자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마을로 접어든다. 3분쯤 걷다 보면 양철로 만든 저수조(탱크)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키 큰 소나무들 아래에 묘들이 무더기로 있다. 5분 남짓 가면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으로 오른다.

솔숲 아래 오솔길이다. 낙엽이 깔린 묵은 길이다. 묘로 가는 길이라 길 폭이 좁고, 뚜렷하지 않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10분 남짓 오르면 350봉이고, 이 봉우리를 우회해 다시 10분을 더 나아가면 384봉 조금 못 가서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부터 낙엽송과 참나무가 무성하다. 능선 사면을 비스듬하게 오르니 어느새 560봉이다. 낙엽길에 발자국 흔적이 하나도 안 보인다. 때 묻지 않은 길을 걸을 때 콧노래가 난다. 15분가량 된비알을 오르면 659봉이다. 비로소 주능선에 올라섰고, 서쪽으로 뻗은 비슬지맥과 만난다.

 

능선길을 따라 10분 남짓 간다. 발밑 낙엽이 사각대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린다. 암봉인 705봉으로 오르려면 설치한 밧줄을 이용해야 한다. 봉우리에 서니 비로소 사방이 확 트였다. 남쪽으로 영남 알프스의 가지산~운문산~억산 줄기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동쪽으로 보니 단석산~고헌산의 산줄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705봉에서 4분쯤 진행하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고 여기서 10분가량 더 가면 경산시 남천면 송백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 705봉에서 본 영남알프스 북쪽 전망.

 

 

▲ 선의산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 계단.

데크 계단을 밟고 선의산 정상에 올랐다. 꼭대기는 전체적으로 암봉인데 군데군데 억새와 잡풀이 자란다.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모습이라는 선의산이지만, 도무지 그 모양새가 가늠되지 않는다. 오히려 말안장을 닮아 붙은 '마안산'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옛날에 1만 명의 사람들이 여기서 놀았다고 해서 정상을 '만산바위'로도 불렀단다.

풍수가들은 이 정수리의 기운을 받으면 산 주변 마을에서 정승 여덟 명이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정기를 끊으려고 길이 1.5m, 지름 1.5㎜ 쇠말뚝 1개를 여기에 박았다. 표석 앞에 '일제 만행-쇠말뚝 뽑은 곳'이라는 기념비가 있다.

 

 

정상 데크 전망대에서 보면 조망은 남쪽과 동쪽이 훤하고, 북쪽과 서쪽이 조금 덜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이정표와 갈림길이 잇따라 나온다. 이 지점에서 705봉까지 10분 거리. 705봉에서 505봉까지 고도가 쑥 떨어진다(약 10분 소요). 이럴 때면 내리막의 안도감보다 다가올 오르막의 고역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505봉부터 용각산까지 가풀막이다. 오늘 구간 중 가장 험난하다. 529봉을 비켜 지나간다. 높이가 올라갈수록 숨도 가팔라진다. '약 용각산(龍角散)은 소리가 안 날지 모르지만 산 용각산은 소리가 나네!' 취재팀 중 한 명이 농을 한다. 25분쯤 비탈과 씨름하면 비슬지맥이 끝나는 삼거리(이정표)이다. 비슬지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제부터 용각분맥이 시작된다. 솔숲이 끝나자 진달래가 무더기로 반긴다. 진달래 숲 가운데로 길이 나 있다.

 

용각산 정상에 용뿔 모양의 바위는 없고, 네모 난 바위가 몇 개 서 있다. 전설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용마를 매어둔 바위가 저 바위들 중 하나이지 싶다. 청도산악회가 한자로 용각산을 새긴 정상 표석용 바위가 눈길을 끈다. 선의산에서 보이지 않던 청도 읍내가 발아래로 선명하게 보인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곰티재' 방향으로 하산한다. 솔숲 아래 외길을 밟는다. 10분 정도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여기서 간벌이 어지럽게 된 솔길을 따라 다시 10여 분을 가면 임도다. 용각분맥은 이 지점에서 오른쪽 연봉 능선으로 넘어간다. 산행기점으로 돌아가려면 용각분맥에서 벗어나 임도를 타야 한다. 이정표의 '두곡리' 쪽을 향해 임도를 걷는다. 넉넉잡아 25분 정도면 마을로 접어든다. 갈색 벽돌로 지은 2층 마을회관을 보며 고샅길을 지나면 산행이 끝난다.

 

 

▲ 용각산 정상에선 선의산에서 안 보이던 청도읍 일대가 보인다.

 

 

▲ 너덜지대라는 이정표가 있는 구간.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곳 말고 돌길은 없었던 것 같다.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전대식 기자

 

산행지 주변에 별다른 음식점이 없다. 청도읍까지 나와야 한다. 청도는 반시와 함께 추어탕이 유명하다. 청도역 부근에 10여 군데의 추어탕 집이 있다. 

 

'의성식당(054-371-2349)'과 '삼양식당(054-371-5354)', '고향추어탕(054-371-0282)'이 잘 알려진 집이다. 세 곳 모두 1급 수질인 청도천과 동창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쓴다고 한다. 1인분에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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