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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신광-마북리 괘령산

by 구석구석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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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괘령산(掛嶺山·869m)

 


포항시 북구 신광면 마북리 당수동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상마북저수지 주차장~전원주택~임도~오동나무~505봉 지릉~505봉(무덤)~괘령산 정상~능선 갈림길~괘령~내연지맥~성법령 갈림길~비학지맥~625봉~옛무덤~상마북저수지~당수동 10.7㎞를 5시간20분 걸었다.

마북리는 내연지맥과 비학지맥에 둘러싸인 오지이다. 계곡의 초입인 반곡에서 차량으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골이 깊다 보니 저수지도 크다. 당수동의 700년 된 느티나무는 수몰된 위기에 놓인 것을 1999년 옮겼다. 안착을 하긴 한 것 같으나 왠지 처량하다.

당수동을 지나 계곡 옆으로 난 포장길을 올라서자 상마북저수지 아래 작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능선으로 이정표가 붙어 있으나 오른쪽 옛 인피마을이 있던 길을 택한다. 그래야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 돌아 원점회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지은 전원주택을 지나 임도를 따른다.

▲ 505봉으로 올라서는 분기점이 되는 오동나무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12분 정도를 올라가니 바짝 마른 개울에 거친 돌멩이만 드러나 있다. 여기서 왼편 산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야 한다. 계곡으로 가면 농장이 나오고 길이 험하다. 임도에 풀이 무성하다. 언젠가 '인류가 사라진 뒤의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인공의 흔적은 자연에 의해 차츰 지워지는가 보다.

묵은 임도를 계속 걷는다. 이 길의 끝에 있는 인피는 예전엔 제법 마을을 이뤘지만 지금은 약초를 재배하는 딱 한 집이 있다고 한다. 원래 예정은 인피마을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안부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길이 점점 거칠어지는지라 조급한 마음에 505봉 능선으로 붙었다.

 

굵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이정표가 되었다. 오동나무에는 딱따구리가 깃들어 있는지 작은 구멍이 아래위로 두 개 나 있다. 낙엽에 덮인 희미한 길을 따라 된비알을 오른다. 무척 미끄럽다. 나무를 잡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한참을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6분이다. 무덤이 있는 평지에서 숨을 돌린다.

▲ 괘령산 정상부에 오르기 직전 떡갈나무숲. 둥그런 정상부가 보인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된비알이다. 오직 능선을 따라 오른다. 505봉 바로 아래에 또 무덤이 하나 있다. 조선시대 통정대부를 지낸 사람의 묘소였다. 옛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험한 곳에 조상을 모셨을까. 무덤에서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골랐다. 제법 조망이 좋다.

 

잠깐 동안 평탄한 것도 잠시 지겨운 오르막이 계속된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이 코스를 택하면 땀 한 줄기 진하게 흘리겠다. 사우나가 따로 없다. 이렇게 몸을 움직여 흘리는 땀은 아무래도 온도를 높여 빼내는 땀보다 더 나을 것이다.

505봉을 지나 인적이 거의 없는 능선길을 오른다. 나무들은 모두 옷을 벗어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 경사도가 심해 자주 미끄러진다. 온 신경을 다리에 모으니 종아리가 아파온다. 58분을 더 걸어 괘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헬기장이 있는 정상부에 작은 정상석 하나가 반긴다.

주위의 나무들이 꽤 자라 조망이 기대만큼은 아니다. 운무가 끼어 멀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나목들 사이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랄까. 한바탕 땀을 흘린 뒤의 허탈감일까. 살짝 우수에 잠긴다.

괘령을 향해 간다. 5분을 내려서니 왼쪽으로 능선 갈림길이 있다. 상마북저수지에서 곧장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다. 사람들이 다녀 패인 골에 낙엽이 많이 쌓여 어떤 곳은 허벅지까지 빠질 정도로 깊다. 일부러 그 곳을 택해 러셀을 한다. 낙엽을 헤치고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 괘령으로 내려선다. 죽장면 상옥과 신광면 마북리가 나뉘는 시점이다.

가끔 숨어있는 돌부리나 나뭇가지가 복병이다. 넘어져도 낙엽이 푹신해 크게 다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야겠다. 정상에서 괘령까지 내려서는 데는 14분 정도가 걸렸다. 괘령에서는 죽장면 상옥쪽으로도 길이 나 있고, 상마북저수지로 내려서는 하산로도 잘 나 있다. 중간탈출로로 그만이다.

괘령을 지나 약간 오르막을 오른다. 낙엽을 누가 쓸어 모았는지 길 전체가 두께 50㎝ 정도의 낙엽 이불로 뒤덮여 푹신푹신하다. 낙엽길을 37분이나 걸었다. 내연지맥과 비학지맥이 만나는 성법령 갈림길에 도착했다. 오던 길로 곧장 가는 길은 성법령에 가는 길이니 독도에 주의해야겠다. 비학산 쪽으로 가야 한다.

이제부터 비학지맥이다. 동남쪽을 향해 지맥이 길게 뻗어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비학산까지 곧장 내달려도 좋겠다. 길은 한때 임도를 개발하려고 했는지 꽤 널찍하다. 진달래나무가 지천이다. 붉은 진달래가 활짝 핀 봄날의 산행을 상상해 본다.

마북리는 옛날 동해안 역마을이었던 반곡에서 말들을 풀어놓자 이곳에서 놀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상마북저수지 다음 골짜기엔 천도교의 2대 교조인 최시형 선생이 몸을 숨겼던 검곡이라는 곳도 있다.


온전히 비학산까지 다 갈 수는 없었다. 625봉 능선을 따라 하산하기로 했다. 지도에는 625봉 바로 아래 안부에 옛길이 있는데 찾지 못했다. 지맥 갈림길에서 37분 만에 625봉 턱밑에 도착했다.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 하산한다. 희미하지만 길이 있다.

내려갈수록 길은 점점 뚜렷해진다. 17분을 더 내려서니 오래된 무덤 하나가 있다. 무덤을 지나 상마북저수지 초입으로 내려섰다. 저수지에 비친 산그림자가 장관이다. 주차장까지는 30분이 걸렸고, 주차장에서 당수동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이 더 걸렸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경북 포항 북구 신광면 마북리 당수동을 주소지로 찾아가면 된다. 당수동을 지나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상마북저수지 아래에 주차공간이 제법 있다.

산행을 마친 후 우선 자연 용출 유황온천수로 이름이 난 포항신광온천(054-262-3232)에서 피로를 풀면 좋다. 51도의 고온이라 보일러가 필요 없는 온천이란다. 물이 너무 매끈해서 비누를 씻어내는데 애를 먹는다. 온천 입구의 온천수를 먹어 보니 달걀 썩은 내가 났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다.

신광온천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선돌칼국수(054-261-9959)의 칼국수(3천500원)가 허기를 달래기 좋다. (5천원)과 오뎅탕(5천원)에 동동주(5천원) 한 잔이면 넉넉해진다. 어머니가 해 온 식당을 딸이 이어 받았는데 손맛이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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