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경상북도

울진 서면-하원리 밭치마을 불영사 천축산

by 구석구석 2014. 2. 19.
728x90

 

경북 울진에 불영사란 비구니 사찰이 있다. 그 절 일주문을 보면 '천축산불영사'라 씌어 있다. 창건의 유래 역시 절이 있는 산의 생김새가 인도 천축국에 있는 산과 닮았다 해서 천축산이라 하고 절 이름도 한때 천축사라 했었다고 한다.

바로 그 천축산이 어떠할까. 어떤 산세와 연유를 지녔기에 감히 천축의 이름을 달았을까. 이번 주 산&산이 그 궁금증을 해소하러 나섰다.

산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과 서면 경계선상에 있다. 높이는 653m로 인근의 통고산(1066.5m)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하지만 남북으로 왕피천과 불영계곡이 흐르고 있는데다 지형까지 까다로워 제대로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볼 수 없는 꼭꼭 숨은 산이다. 특히 산의 남쪽에 흐르는 왕피천은 그 옛날 왕이 은거지로 삼을 만큼 첩첩산중의 오지인 왕피리로부터 발원되는 계곡이다.

이 산의 자락에 깃들어 있는 불영사 역시 예사롭지 않은 고찰이다. 특히 절이 있는 주변 지형은 산이 감돌고 물이 휘돌아가는, 소위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전형이다. 불영사는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절 자체의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물론 수백년 세월 동안 소실과 중수를 거듭했지만 고색과 어우러진 단아한 모습은 단연 으뜸이다.

응진전 대웅전 영산회상도 등 보물과 법영루, 그 아래 연못이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이 연못은 능선 쪽 바위가 수면에 관음상의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해서 불영지라 이름 붙었고 이를 계기로 절의 이름도 천축사에서 불영사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노란 창포꽃이 고즈넉한 절의 운치를 더한다. 절 관람료가 2천원인데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천축산으로의 산행은 불영사를 빼곤 의미가 없다. 따라서 답사 역시 핵심 경로에 넣는 것으로 이뤄졌다. 다만 불영사를 들머리 구간에 넣지 않고 하산 경로상에 잡은 것은 등산객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불영사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울진군 서면 하원리 밭치밭마을~천축산 북릉~천축산~북바위봉~550봉~북쪽 능선길~불영사~불영사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약 3시간20분, 휴식을 포함한다면 4시간30분쯤 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코스는 주의할 대목이 많다. 우선 독도에 자신이 없으면 가능한 한 경험이 많은 산행 전문가가 인솔하는 단체산행을 통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형이 생각보다 복잡한데다 산이 깊어 자칫 한눈을 팔았다간 조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모산악회가 준비없이 산행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회원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낭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혹 개인으로 간다면 기사를 꼼꼼히 읽고 반드시 개념도를 손에 쥔 채 주변 지형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가도록 한다.

다음으로 불영사를 찾아가는 방법상의 문제다.

반드시 산&산 팀이 제시하는 코스대로 따라가길 당부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고 설령 산길을 잘 찾아 내려간다 해도 사찰 경내로 바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찰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후답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불영사는 등산객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비구니 수행 도량이다.

산행은 하원리 밭치밭마을 버스정류소에서 시작한다. 밭치밭마을은 울진읍에서 불영사로 가는 36번 국도로 들어서서 20분쯤 가면 닿는 불영사 못 미친 민박마을이다.

버스정류소 이정표엔 '전치'로 나와 있다. 버스정류소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쪽을 보면 강 수준의 계곡 하천과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산자락이 천축산으로 연결되는 지능선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정류소 맞은편 시멘트길로 연결돼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 노란색 바탕의 천진사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참고한다.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면 곧 T자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천진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지능선 들머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 더 진행해 왼쪽 아래의 하천을 보면 다리의 교각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구조물이 들머리로 가는 포인트다. 실질적인 들머리는 이 구조물 너머 맞은편 둔덕을 오르는 계단으로 열려 있다.

문제는 하천에 물이 많을 경우 신발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다행이 물이 많지 않다면 군데군데 놓인 징검다리 돌을 이용해 물을 건널 수 있다.

하천을 건너 계단을 오르면 제법 너른 밭을 만난다. 산길은 여기서 밭 왼쪽 끝의 산자락으로 연결돼 있다. 왼쪽으로 30m쯤 거리다.

지능선에 닿으면 가야 할 방향은 오른쪽의 능선길이다. 곧 갈림길이 있는 안부를 만나고 안부에서 직진의 오름길(능선)을 따르면 시설물이 있는 주능선까지 별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중간에 간혹 만나는 사면길은 무시한다.

버스정류소에서 첫번째 안부까지 6분, 산불감시시설까지 75분쯤 걸린다. 등로 중간중간 송진 채취 흔적과 금강송들을 만난다. 금강송은 얼마 전 화재로 타버린 숭례문에 사용됐던 재목으로 유난히 곧고 길어 미인송 혹은 색이 붉어 적송, 왕실의 관곽재로 사용됐다고 해서 황장목이라고도 불린다. 울진지역이 군락지다. 등로의 조망은 그리 시원치 않다.

천축산 정상은 산불감시시설에서 오른쪽 능선길이다. 인적이 드물고 수풀이 우거져 산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발 아래로 희미하게 이어져 있어 잘 살펴보고 가도록 한다. 정상까지 3분.

바윗돌이 몇 개 포개져 있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서쪽의 통고산 쪽과 북쪽의 산릉 쪽으로 열려 있다. 불영사는 642봉에서 북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의 등로는 갔던 길을 5m쯤 되돌아 나와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길로 연결된다. 여기서부터 주의가 요망되는 구간이다. 지형이 복잡하고 가끔은 주능선을 벗어나 산길이 나 있지 않기 때문에 개념도를 수시로 확인해 보면서 진행하도록 한다. 오른쪽 아래로 떨어진 등로는 이후 왼쪽으로 트는 듯하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돌아 능선과 합류한다. 휘어지는 부분에 별다른 특징이 없어 잘 살펴보고 진행하도록 한다.

진행 방향 정면은 길의 흔적이 거의 없고 오른쪽은 희미하지만 흔적이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이후 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정상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만나는 안부까지 10분, 무명봉을 왼쪽으로 돌아 다시 만나는 분지 같은 안부까지 12분쯤 걸린다.

분지 같은 안부에서의 등로도 주능선을 따르지 않는다.

산길은 주능선 왼쪽 사면으로 이어가다 건너편의 지능선 자락으로 붙는다. 이후 지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틀어 주능선 방향 오름의 길을 좇아간다. 독도가 까다로운 구간이지만 그런대로 뚜렷한 길을 따른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분지 같은 안부에서 642봉까지 10분쯤 걸린다.

642봉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 그냥 지나간다. 대신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있으나 무시하고 정면의 넓고 비교적 뚜렷한 길을 따른다.

북바위봉은 642봉에서 6분쯤 능선을 따라가면 만난다. 북바위봉 직전 만나는 갈림길은 나중에 550봉으로 가야 할 등로다. 둥근 바윗돌과 멋드러진 금강송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북바위봉에 오르면 바로 아래 바느질 틀의 북 같은 모양의 북바위(암봉)와 아득하지만 불영사의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북바위는 북바위봉 오른쪽을 돌아내려가 지능선을 따라가면 만난다. 암봉엔 남선대란 각자가 새겨져 있다.

불영사로 내려서는 550봉 가는 길 역시 북바위봉을 되돌아 나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아래로 연결된다. 이후 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주능선 마루금을 따라간다 생각하면 쉬 이어갈 수 있다.

북바위가 잘 보이는 바위전망대까지 5분, 능선이 아닌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의 오른쪽 아랫길로 내려와 만나는 안부까지 4분,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와 만나는 능선분기점까지 4분,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 오름길로 올라 만나는 550봉까지 7분이 더 걸린다.

550봉에 닿기 직전 만나는 능선상 갈림길에선 왼쪽의 사면길은 무시하고 정면의 오름길로 오른다. 사면길로 잘못 접어들면 불영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놓치게 된다. 유의 지점이다.

550봉은 주변의 봉우리와 달리 곧고 키가 큰 금강송 소나무가 여럿 서 있어 위치 확인이 쉽다. 혹 분별이 어렵다면 642봉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만나는 봉우리라 생각하면 된다.

이 봉우리가 중요한 것은 이 이상 더 진행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자 하산해야 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550봉에서 불영사로 내려서는 등로는 진행방향 오른쪽 아래로 열려 있다. 이후 외길의 비교적 뚜렷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두 차례 정도 계곡을 만나고 그 계곡을 왼쪽으로 건너면 불영사 진입로에 닿게 된다. 불영사 진입로까지 35분 소요. 진입로에 닿으면 길 건너편에 굴참나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불영사를 둘러보려면 왼쪽길로 가면 되고 매표소로 바로 나가려면 오른쪽 아랫길로 향하면 된다. 불영사 대웅보전까지 5분, 매표소까지는 15분쯤 걸린다. 불영사 버스정류소에서 밭치밭 정류소까지는 2구간 거리(약 2.5㎞)다. 버스는 오후 시간대에 2시55분, 5시10분, 6시30분에 있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부산일보 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