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의 노음산(725.7m·일명 노악산)은 외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산이다. 하지만 상주 시민들에겐 상주 3악(三岳)의 하나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3악은 상주 서쪽의 노악(露岳)인 노음산,남쪽의 연악(淵岳)인 갑장산(805.7m),그리고 북쪽의 석악(石岳)인 천봉산(435.8m)를 말한다.
노음산은 이슬처럼 아름다운 산세가 매력이며 갑장산은 천태만상의 기암괴석과 깊은 울림으로 굽이치는 계류가 장관이라 한다. 천봉산은 상주시내를 속속들이 내려다 볼 수 있는 뛰어난 조망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충절의 혼이 남다른 산이라고 한다.
상주에는 또 4장사(四長寺)라 불리는 4개 사찰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신라시대 창건기원을 두고 있는 천년고찰들인데 남장사 북장사 갑장사 승장사가 그것이라 한다. 이 중 신라 덕흥왕 5년(830년)에 진감국사가 창건한 남장사와 북장사가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라는 시를 지은 여말 고승인 나옹의 창건설화가 서려있는 갑장사도 꽤 알려졌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사찰은 지난 1988년에 새로 지은 가람이지만 법당 앞 삼층석탑이 천년의 풍상을 일깨워준다고 한다. 고찰 승장사는 문헌으로만 전해진다고 한다.
비교적 옛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남장사는 보물 922호인 보광전 목각탱 등이 볼 만하며 800년 된 싸리나무로 만든 일주문이 고색창연하다고 한다. 북장사는 옛가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보물 1278호인 영산괘불이 안타까운 전설을 전해준다고 한다.
전설은 이렇다고 한다. 옛날 어느 날 괘불을 제작하기 위하여 당나라에서 왔다는 스님 한 분이 주지에게 "지금부터 3일 동안 이 법당 안에서 일을 할 것이니 잡인을 금하고 들여다보지 말라" 당부하고 법당으로 들어갔다. 사흘 되던 날 법당 앞을 쓸던 부목승이 법당 안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문구멍으로 살그머니 들여다 봤다. 그런데 스님은 보이지 않고 파랑새 한 마리가 붓을 물고 쪼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상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스님은 물론 그 파랑새도 오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괘불은 오른팔이 미완성된 채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천년고찰의 남장사와 파랑새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북장사를 품고 있는 산이 상주 3악의 하나인 노음산이라고 한다.
산은 하지만 악산의 이미지와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그윽한 산세로 다가왔다. 물론 정상 부근의 암릉과 암봉도 시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갓 떨어진 낙엽이 그대로 쌓인 호젓한 등로가 더 큰 감동으로 펼쳐졌다. 정상에서 내려와 남장사로 이어지는 수도승들의 길에서 감동은 절정을 맞았다. 돌고 돌아가는 옛길인 그 길은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한껏 넘쳐 흘렀다. 가을의 끝자락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 고찰 남장사도 감동의 크기를 더한 명소였다. 가족과 연인과 함께한다면 멋진 추억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행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뤄졌다. 당초엔 두 절을 잇는 테마산행으로 기획하려 했으나 북장사는 그쪽의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아 답사과정에서 제외됐다.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고향산천휴게소~국사봉삼거리~550봉~571봉~옥녀봉~옥녀봉삼거리~북장사갈림길~정상(상상봉)~쉼바위~중궁암~관음암~남장사~(상주시 남장동)남장사주차장 순.
답사 당시 걷는 시간만 2시간40분 가량 나왔다. 휴식시간과 사찰 탐방시간까지 고려한다면 4시간~4시간30분쯤 잡으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능암리 고향산천휴게소가 산행 들머리다. 남장사 들머리를 직진으로 통과하고 나서 보은 방향으로 5분쯤 더가면 오른쪽 대형 간판으로 만날 수 있다. 차에서 내리면 건물 뒤편으로 가야할 산이 보인다. 뾰족한 봉우리가 국사봉 전위봉이다. 산길은 이 휴게소 건물 왼쪽(낙원산채 한정식집)으로 돌아가면 계류와 나란히 거슬러 올라가는 너른 길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 길은 술 주정공장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잠시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단막이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공장측에서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다. 본격적인 산길은 이 공장 왼쪽 뒤편으로 열려 있다.
산길에 접어들었다면 곧바로 계곡을 건너는 시멘트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를 건너야만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 계곡이 훼나무골이다. 길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직진)의 지계곡길(오름길)은 능선으로 바로 붙는 길로 보이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오른쪽으로 틀었다면 이후 길은 계곡과 나란히 가는 묵은 임도를 따르면 된다. 고개를 들어 국사봉 전위봉이 정면으로 보인다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임도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상당히 너르고 상태도 좋지만 몇몇 지점에서 폭우로 팬 곳이 손질이 안 돼 다소 거칠기도 하다. 임도는 한동안(10분쯤) 계곡 본류와 나란히 가다가 진행방향 왼쪽 능선에서 흘러내린 지계곡으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꾼다. 이후 능선 사면을 에돌아 창녕성씨 묘를 지나면 임도 삼거리에 닿게 된다. 들머리에서 묘지까지 25분 소요.
삼거리에 닿으면 임도는 좌우로 나뉜다. 오른쪽이 가야 할 등로다. 이후 임도는 고도의 변화가 거의 없이 위쪽의 능선과 평행하게 간다.
국사봉삼거리는 오르내림이 별반 없는 임도가 본격적인 내리막으로 치닫는 지점의 왼쪽 산기슭으로 연결된다. 임도 삼거리에서 6~7분 거리. 흙이 흘러내릴 정도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사면을 6~7분쯤 다시 올라가면 능선을 만나게 된다. 능선엔 판자로 세워놓은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이후 등로는 오른쪽(위쪽)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등로는 정상을 지나 중궁암까지 마루금을 이어간다. 국사봉삼거리~국사봉 전위봉, 517봉~옥녀봉까지의 된비알이 약간 힘들 뿐 그외 구간은 크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국사봉삼거리에서 국사봉 전위봉까지 12분,571봉까지 10분,다시 옥녀봉까지 16분,남장사 석장승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옥녀봉삼거리(안부)까지 1분,북장사갈림길까지 15분쯤 소요된다. 국사봉은 위치 파악이 되지않아 개념도에 표기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주변의 4개 봉우리 중 571봉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좌우의 계곡이 상당히 깊고 그윽하다.
북장사삼거리를 지나고 나면 암봉이 조금 나타난다. 로프도 있고 철제 사다리도 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동서 양쪽 자락에 깃든 남·북장사가 한결 가깝게 보인다. 북장사삼거리서 10분,다시 5분쯤 오름길을 따르면 정상인 상상봉에 닿게 된다. 정상은 생각보다 밋밋하고 조망도 시원찮다. 하지만 홀로 서 있는 소나무와 화강암의 커다란 정상석이 일품이다. 산의 유래가 적혀있어 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장사의 말사격인 중궁암은 정상에서 북동쪽 방향(진행 방향 직진)의 뚜렷한 등로를 따라 내려가면 쉼바위를 지나 돌탑 아래로 연결된다. 등로 곳곳에서 능선 분기점을 만나게 되지만 길이 외길이어서 쉽게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돌탑 직전의 오른쪽 뚜렷한 사면길은 무시하도록 한다. 사면길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참고한다. 쉼바위까지 9분,돌탑까지 다시 8분이 더 걸린다.
돌탑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등로를 따르면 바로 오른쪽으로 중궁암을 만난다. 이후 관음암 가는 길은 중궁암을 앞으로 돌아 산신각 아래로 떨어지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바로 수도승들의 길이다. 급하지도 거칠지도 않으면서 느긋하게 내려서는 옛길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가끔씩 뒤나 오른쪽을 돌아보면 부드러움으로 우뚝 솟아 있는 정상을 보다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다. 중간에 만나는 왼쪽길을 무시하고 오른쪽길로 계속 이어가면 관음암 앞에 바로 내려선다. 중궁암에서 25분쯤 소요.
이후 남장사까지는 사찰로 이어진 너른 길을 따라가면 된다. 관음암은 현재 불사가 한창이어서 다소 어수선하지만 겨울 문턱에 들어선 남장사는 적막이 감돌 정도로 고요하다. 보광전 목각탱과 철불좌상,관음암 목각불정이 유명하고 빛바랜 일주문과 보호수,그리고 남장지 도로 맞은편 석장승이 찾아볼 만하다. 물론 전국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남장동 곶감마을과 바로 그 아래에 있는 자전거박물관도 시간이 허락되면 둘러볼 만 하다. 관음암에서 남장사까지 5분,다시 주차장까지 3분이 걸린다.
산행문의 위크앤조이레저팀 051-461-4161,010-3377-0752. 부산일보 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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