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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동해안팔경-화진포 영랑호 낙산사 소금강 경포대 무릉계곡 죽서루 환선굴 대금굴

by 구석구석 201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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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낭만이 흐르는 ‘낭만가도’의 명풍경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참 많다. 특히 관동팔경 등 빼어난 명소가 즐비한 동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7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여행지로 꼽힌다. 최근 강원도청은 북쪽의 고성에서부터 남쪽의 삼척에 이르는 240km 해안도로에 꿈과 낭만이 흐르는 ‘낭만가도(浪漫街道·Romantic Road of Korea)’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 낭만가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치 여덟 개를 뽑아 ‘동해안 팔경’이란 이름도 붙였다.

 

북쪽부터 꼽아 보자면 고성의 화진포, 속초의 영랑호,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소금강과 경포대, 동해의 무릉계곡, 삼척의 죽서루와 환선·대금굴이 그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엉덩이가 들썩거려지는 ‘동해안 팔경’.  2박3일 일정으로 아침 일찍 떠났을 경우, 첫날은 화진포·영랑호를 둘러보고 낙산사 근처에서 하룻밤 묵는다. 이튿날은 낙산 의상대 일출을 감상하고 소금강의 계곡미를 즐긴 뒤 경포대를 한 바퀴 돌면서 예향 강릉을 만끽한 다음 무릉계곡에서 탁족하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비록 동해안 팔경에는 속하지 않지만 빼놓으면 서운한, 추암 일출을 구경한 다음 죽서루와 환선·대금굴에 들렀다가 귀갓길에 오르면 된다.

 

제1경  고성 화진포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서 강원도 동해안으로 빠지는 고갯길은 많다. 북쪽에서부터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그래서 동해안으로 가려면 어느 고개를 넘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인데, ‘낭만가도’의 대표 절경인 강원도 팔경을 하나의 코스로 엮어 둘러보려면 44번 국도와 46번 국도를 이용해 북쪽의 진부령을 넘은 뒤 고성 화진포를 먼저 들르는 게 가장 경제적인 동선이라 할 수 있다.

 

▲ 푸른 물결이 인상적인 화진포. 앞바다에 떠있는 섬은 금구도인데, 최근 광개토대왕의 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화진포는 동해안 팔경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명소다. 미시령을 넘어 화진포로 가는 길은 늘 가슴이 아릿하다. 아마 가장 먼 곳이라는 지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건 바로 화진포가 남북 분단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호수이기 때문이다.


 

▲ 김일성 별장에서 내려다본 화진포. 세 개의 별장 중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나다.

동해안 팔경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화진포는 20세기 중반에 남북한 최고 통치자들이 휴양지로 삼았던 곳이다. 북한의 김일성은 1948년부터 한국전쟁 이전까지 매년 여름마다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딸 김경희 등 가족과 함께 화진포를 찾았고, 전쟁이 끝난 뒤 화진포가 남한 영토에 편입되자 이번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이 여기에 별장을 짓고 여름휴가를 보냈다.

 

화진포 호수는 동해안에 즐비한 10여 개의 석호(모래가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생긴 호수)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뿐만 아니라 호수 주변에 오염원이 거의 없는 까닭에 비교적 양호한 자연생태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발길도 잦았다고 하는데, 같은 석호로서 금강산을 끼고 있는 삼일포나 설악산을 품고 있는 영랑·청초호 등에 비해 인기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세인의 관심을 끌다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탔고, 결국 이번에 강원도 동해안 팔경의 자리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 사이의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다.

화진포해수욕장에 화진포콘도(033-682-0500)가 있지만 육군 휴양시설이라 성수기에는 일반인 이용이 불가능하다. 화진포 남쪽에 금강산화진포별장(033-682-1290), 화포리132펜션(033-682-1223), 반암콘도형민박(033-682-3558) 등이 있다.


 

화진포 근처에서 묵으려면 일반적으로 거진해수욕장에 있는 오션빌(010-9554-4894), 조나단모텔(033-682-5252), 바다랑우리랑(016-791-6899) 등의 숙박시설을 이용한다. 또 화진포 북쪽과 붙어 있는 초도해수욕장 근처에도 만금펜션(033-682-0361), 겨울바다펜션(033-682-779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좀 더 북쪽의 통일안보공원 근처 마차진해수욕장의 금강산콘도(033-680-7800)는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화진포 북동쪽에 있는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어패류 전문박물관이다. 1500여 종 4만여 점을 전시한 패류전시관, 각종 수조에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를 전시한 어류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개류·갑각류·산호류·화석류·박제, 생태를 자연 그대로 재현한 석호, 살아 있는 산호섬과 열대어의 세계, 아쿠아리움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180도 해저터널, 그리고 화진포, 바다의 하루, 신비한 바닷속 여행을 테마로 한 입체영상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관람시간은 09:00~18:00(동절기 17:00). 입장료 일반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주차는 무료. 문의 033-682-7300, www.hwajinpoaquarium.com

 

화진포 서쪽에 있는 금강산 자연사박물관은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학습 공간으로 크게 화석관·운석관·광물관·희귀곤충관·공룡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양 최대 규모의 운석과 화성의 별똥별 등 운석 500여 점을 비롯해 고생대 화석 500여 점, 중생대 화석 300여 점, 신생대 화석 500여 점, 세계의 광물 1000여 점, 세계 희귀곤충 200여 점 등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 관람시간 09:00~18:00(토요일·공휴일·하절기 19:00). 문의 033-682-9394, www.knhmuseum.com

 

제2경  속초 영랑호

고성에서 화진포를 감상한 뒤 7번 국도를 따라 남진하며 송지호 전설을 듣고 왕곡마을을 거닐며 양통집을 둘러본 뒤 길을 재촉하면 설악산 그림자가 가까워질 무렵 자그마한 정자 하나가 발길을 잡는다. 바로 청간정. 동해와 만나는 작은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이 정자는 동해는 물론 멀리 울산바위와 권금성 조망이 빼어나 관동팔경에 속했던 명소이건만 아쉽게도 동해안 팔경에 들진 못했다.


 

청간정을 나와 울산바위를 올려다보면 이내 속초 영랑호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이 최고의 미모를 뽐내는 금강산을 빚고, 그 여세를 몰아 남한 땅에 정성을 다해 세운 설악산을 자신의 수면에 담고 있는 영랑호. 호수 너머로 울산바위가 펼쳐진 설악산이 손에 잡힐 듯 제 미모를 드러낼 땐 마치 설악의 품속에 안겨 있는 느낌이다.

 
▲ 영랑호 전경. 잔잔한 호수 너머로 동해 바다의 파란 물결이 넘실거린다.

속초 영랑호(永郞湖)는 둘레 7.8km, 면적 1.21km2, 수심 8.5m의 석호다. 호수 하구의 모래톱이 넓어 해수의 유입이 감소하면서 담수화됐다. 호수 둘레에 나 있는 8km 호반 순환도로에는 범바위·관음암 등이 눈길을 끈다. 화랑도 체험장은 승마·활쏘기 등 다양한 체험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영랑호 카누장 옆에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에서 운영하는 자전거여행안내소(033-636-5595, 010-9548-5595, www.bicycle.re.kr)가 있다. 대여료는 1일 1만 원, 1시간에 성인 3,000원, 학생(초·중·고) 2,000원.

 

아주 오래전 이 풍광에 반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신라시대 유명한 화랑이었던 영랑(永郞)이다. 그는 동료인 술랑(述郞)·남랑(南郞)·안상(安祥)과 더불어 사선(四仙)으로 꼽혔는데, 그들과 함께 금강산에서 무예를 연마한 뒤 무술대회에 나가기 위해 경주로 가던 중 이 호수의 풍취에 매료되어 무술대회에 나가는 일조차 잊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수 이름도 영랑호가 됐다.


 

▲ 영랑호 잔잔한 물결 너머로 설악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영랑호를 즐기는 법? 그건 바로 영랑처럼 걷는 것이다. 물론 자전거 여행도 괜찮다. 맑을 때뿐만이 아니라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운치가 넘치는 호수길이다. 특히 영랑호 남서쪽 호숫가에 잠겨 있는 큰 바윗덩이인 범바위는 영랑호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올라 봐야 할 곳. 범바위에 세워져 있는 월랑정은 바위와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으므로 정자 뒤편으로 돌아 범바위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 바다, 산과 어우러진 호수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랑호 주변에는 콘도인 영랑호리조트(033-633-0001)와 대호장(033-633-3405), 동수장(033-632-3678), 청명장(033-631-5663), 영랑호 동쪽의 장사항에 에이스모텔(033-636-362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영랑호에서 승용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학사평은 순두부로 유명한 마을이다. 학사평 순두부는 동해 바닷물을 간수로 쓴다. 현재 학사평에는 재래식할머니순두부집(033-635-5438), 김영애할머니순두부집(033-635-9520), 진솔할머니순두부집(033-636-9519)등 40여 곳의 순두부 전문식당이 있다. 순두부 1인분 6,000원.

 

제3경  양양 낙산사

 

관동팔경의 하나인 양양 낙산사(洛山寺)는 671년(신라 문무왕 11년) 의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858년(헌안왕 2년) 범일의 중건을 비롯하여 조선시대에도 중건을 거듭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소실됐고, 1953년 다시 중건했으나 2005년 발생한 동해안 화재로 대부분 불에 탔다. 현재 복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템플스테이(033-672-2417)는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7회 운영한다. 체험비용 어른 3만 원. 종무소 033-672-2447~8, www.nak sansa.or.kr

 

관동팔경뿐만 아니라 동해안 팔경 중에서도 유일한 사찰인 낙산사는 바다처럼 크고 너른 절집이다. 의상이 관음을 친견했다는 이 절집은 오늘날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2005년 동해안 지역에 발생한 큰 산불로 화를 입었다. 이때 일주문과 홍예문 등 건물 16채가 순식간에 불에 타 버렸고, 아름드리 소나무로 울창하던 숲은 잿더미가 됐다. 보타전과 홍련암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기적이었다.

 

이후 다시 복원작업을 시작해 2006년 홍련암 요사체인 연화당의 상량식 봉행을 비롯해 화재로 녹아 버린 보물 제479호 동종(2005년 7월 보물 지정 해제)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해 제자리를 찾았다. 또한 홍예문 누각 복원, 칠층석탑·공중사리탑 보수처리공사 등의 불사를 거듭했고, 현재 천년고찰의 위용을 되찾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전통적으로 낙산사 최고의 일출 포인트는 의상대였고,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이 이곳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왔다.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낙산사 의상대에 올라 일출을 감상했고, 겸재 정선도 붉은 해가 떠오르는 동해를 배경으로 낙산사를 화폭에 담았다. 현대의 사진작가들도 “의상대 정자와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가장 빼어나다”고 말한다.

 

낙산사 입구와 낙산해수욕장 사이에 낙산비치호텔(033-672-4000), 낙산모텔(033-671-4181), 낙산 파크랜드모텔(033-672-7760), 굿모닝모텔(033-671-8817), 페블비치(033-672-7722), 낙산둥지모텔(033-672-4055) 등 숙박업소가 아주 많다.

 

제4경  강릉 청학동 소금강

오대산 동쪽 기슭에 있는 청학동 소금강은 짙은 숲 속을 흐르는 맑은 계류와 불쑥불쑥 솟은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1970년에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강릉 소금강’ 혹은 ‘명주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하는 청학동 소금강. 그렇지만 동해안 팔경 리스트에서 이 청학동 소금강과 무릉계곡을 발견했을 땐 사실 좀 의외였다. 그건 둘의 경관이 함량미달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백두대간 기슭이라 해색(海色)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팔경에 당당히 속한 까닭은 이 둘이 동해안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청학동 소금강. 우리나라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됐다.

오대산 청학동 소금강계곡은 짙은 숲 속을 흐르는 맑은 계류와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1970년에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소금강이란 이름은 일찍이 이곳을 들렀던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청학산기>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소금강에는 여러 군데의 등산로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소금강 답사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청학대피소~식당암~만물상~노인봉~진고개를 거치는 코스는 6시간 걸린다. 국립공원 주차료 5,000원. 관리사무소 033-661-4161

 

청학동에 들어선 날은 굵은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차량으로 주차장은 가득 차 있었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내려가는 계류는 수량이 늘어나 평소보다 더 우렁찼다. 청학동 소금강은 폭우가 내리면 입산을 통제하기도 한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동해안 일대에 호우특보가 내리면 소금강은 입산이 통제된다”며 “야영장도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안전을 위해 텐트를 철수시킨다”고 말한다. 다행히 호우경보도, 호우특보도 발령되지 않은 상황. 느긋하게 발길을 내딛는다.

 

청학동은 청학대피소 부근의 무릉계를 경계로 하류 쪽을 외소금강, 상류 쪽을 내소금강으로 구분한다. 외소금강에는 금강문·옥조대·십자소·옥수연 등 명소가 있고, 내소금강에는 식당암·구룡연·청심대·만물상 등이 절경을 이룬다. 이런 절경을 보며 만물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산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 이상은 무리다.


 

지금이야 산길이 잘 다듬어져서 그렇지 원래 소금강 산길은 상당히 거칠다. 이 산길에 대한 최초 기록은 율곡 이이가 남겨 놓았다. 1569년(선조 2년) 벼슬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율곡은 외할머니의 병환을 살피러 강릉에 왔다가 이곳이 비경이라는 지인의 말에 따라 시간을 내 탐승길에 나섰던 것이다. 이때 율곡은 <청학산기>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곳을 소금강이라 불렀고, 소금강을 끼고 있는 산세는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국이라 해서 청학산(靑鶴山)이라 이름 지었다. 지금도 금강사 앞 영춘대에는 율곡이 직접 썼다고 전해오는 ‘小金剛’이란 글씨도 새겨져 있다.

 

제5경  강릉 경포대

경포대로 유명한 경포호는 그리 넓지 않으나 오랜 옛날부터 동해안 석호의 대명사로서 이름을 널리 날렸다. 만약 강릉에 경포대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강릉 사람들은 대부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경포대가 강릉 사람들의 내면에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무형문화유산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단오제, 유형문화재는 오죽헌, 그리고 자연은 경포대. 강릉의 ‘3대 보물’이다.

▲ 연못과 정자가 잘 어울리는 선교장. 예전에는 경포호의 범위가 이곳까지였다고 한다.

속초의 영랑호와 마찬가지로 이 호수를 제대로 즐기려면 한 바퀴 돌아봐야 한다. 걸어서.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철철 넘치는 경포대 호수길은 강릉 시민들이 가장 아끼는 산책 코스다. 그들은 이른 아침 호수길을 걷거나 달리면서 건강을 챙기고 자연스레 문학·역사와 호흡하니 참으로 보배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경포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일출이나 바다를 감상한 다음, 도로를 건너면 경포호.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이 아름다움을 예찬한 곳으로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새바위에는 월파정이 고운 자태로 앉아 있다.

 

선교장 전통문화체험관(033-646-3270, www.knsgj.net)에서 체험형 숙박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경포대 가까이에는 펜션라고(019-535-1030), 휴심(033-642-5075) 등의 숙박 시설이 있다. 경포해수욕장 근처의 르호텔경포비치(033-643-6699), 비치파크모텔(033-653-9111), 뉴그린모텔(033-644-1960), 씨에스타(033-651-8446) 등은 전망 좋은 숙박시설이다.

 

경포대 근처의 초당동은 국산콩을 곱게 갈은 뒤 바닷물을 간수로 쓴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마을이다. 초당마을에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순두부로 이름을 날리는 전통 있는 식당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초당할머니순두부집(033-652-2058)이 유명하다. 순두부백반 5,000원, 순두부 4,000원, 모두부 5,000원.

 

▲ 널따란 반석이 일품인 동해 무릉계곡. 물 미끄럼을 타는 어린이가 참 부럽다.
 

제6경  동해 무릉계곡

백두대간 두타산(1,353m)이 품고 있는 무릉계곡은 맑은 계류를 따라 펼쳐진 널따란 반석과 기이한 모양으로 서 있는 바위들 덕분에 명성은 오래전부터 백두대간을 넘어 멀리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정선과 동해를 잇는 옛길로 많은 시인묵객이 지나갔고, 그들은 항상 이곳에 들러 흔적을 남겨 놓았다.


 

숲 그늘 짙은 계곡은 하얗게 빛난다. 무릉계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무릉반석(武陵盤石) 때문이다. 널따란 반석에는 온갖 시구가 빼곡하다. 예전부터 이곳에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이 남긴 흔적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글씨는 단연 조선의 명필 양사언이 초서로 쓴 구절이다. ‘武陵仙源(무릉선원), 中臺泉石(중대천석), 頭陀洞天(두타동천)’. 해석하면 ‘신선이 놀던 무릉도원 / 너른 암반 샘솟는 바위 / 번뇌조차 사라진 골짝’이란 뜻이다.


 

이렇게 빼어난 무릉계곡에서 꼭 해보고픈 일. 바로 탁족이다. 아이들은 완만한 경사의 반석 위로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물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광경. 따라해 볼까 하는 유혹도 생기지만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 때문에 물미끄럼을 막고 있으니 어른들은 체면 때문에 나서지도 못한다. 그래도 옛 선비들처럼 그냥 발을 담그고 탁족만 즐겨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니 이를 어이하랴.


 

무릉계곡 탁족이 아무리 좋아도 무릉계곡 전체를 감상하는 일을 빼놓으면 안 된다. 흔히 무릉계곡이라 하면 호암소부터 무릉반석·삼화사·학소대·옥류동·선녀탕 등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약 4km 구간을 말한다. 계곡미? 가히 명불허전이니 걱정 붙들어 매도 좋다. 용추폭포까지 왕복 2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시간이 허락한다면 청옥산이나 두타산 산행을 할 수 있지만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에서 물러서도 괜찮다.

 

무릉계곡 입구에 무릉프라자모텔(033-534-8855), 청옥장(033-534-8866) 무릉반석(033-534-838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무릉계곡 야영장(033-534-7306~7)은 텐트 1동당 7,000원.

 

무릉계곡 산채비빔밥

무릉계곡의 별미는 아무래도 산채비빔밥이다. 여기에 도토리묵이나 빈대떡을 안주 삼아 동동주 한 잔 들이켜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무릉계곡 매표소 근처에 있는 반석식당(033-534-8382)은 깔끔한 밥상차림이 돋보이는 식당이다. 산채비빔밥 5,000원, 도토리묵 5,000원, 빈대떡 5,000원, 동동주 6,000원.

 

제7경  삼척 죽서루

“진주관(眞珠館) 죽서루(竹西樓) 오십천 나린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가니.”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죽서루를 이렇게 노래했다. 여기서 진주는 삼척의 옛 이름이고 진주관은 삼척의 객관이다. 죽서루는 진주관에 딸린 부속건물이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이 죽서루 주변으로 관아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임무를 띤 관리나 유람하는 시인묵객들은 이곳에 들러 시를 짓고 흥취에 빠져들곤 했다.


 

▲ 오십천 건너편에서 바라본 죽서루.

고려시대 처음 건립돼 조선 태종 때 재건된 2층 누각인 죽서루(보물 제213호)는 누각 동쪽 대나무 숲에 죽장사(竹欌寺)가 있어 죽서루라 불렸다 하고, 또 명기 죽죽선녀(竹竹仙女)의 집 서쪽에 있어 유래한 이름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얼마나 이름이 높았나 하면, 고려 때 이승휴(李承休·1224~1300년)는 “이 고을은 높은 누각 때문에 매우 유명해졌구나” 하고 노래했고, 조선시대에는 삼척부사 허목(許穆·1595~1682년)이 “관동팔경 중에 죽서루가 으뜸”이라고 치켜세웠다.

 

죽서루는 동해안 팔경에서도 두 개의 계곡형 명소를 뺀다면 강가에 있는 유일한 명소다. 또한 영동지방에 누정은 셀 수 없이 많아도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것은 삼척 죽서루와 강릉 경포대 근처의 해운정 두 곳뿐이다.

 

이렇게 명성을 드날렸던, 오십 굽이나 휘돌아 감으며 흘러간다는 오십천 물가 층암절벽 위에 지은 죽서루에 오르면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두 눈에 든다. 고려 때는 김극기를 비롯해 이승휴·안축 등이 흔적을 남겼고, 조선시대에는 이이·양사언·정철 등 내로라하는 당대 명사들이 이곳에서 남긴 시가 수백 편에 이른다. 물론 이제 세월이 변해 죽서루에 올라 시 읊는 나그네도 드물고, 진주관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객을 맞아주는 아리따운 삼척 명기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2층 누각에 앉아 20개의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댓잎 바람을 즐기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죽서루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오십천 건너편 강 언덕. 죽서루를 벗어나 엑스포타운으로 접근하면서 오십천 물가에서 한 번 죽서루를 올려다보는 일을 잊지 말자. 관동팔경을 화폭에 담은 겸재 정선도 여기에서 죽서루를 감상했다. 오십천 죽서루 근처에는 은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낚싯대를 준비했다가 수박향 은은한 은어 잡이에 한번 도전해보자.

 

삼척 엑스포타운

 

2002년 세계동굴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죽서루 건너편에 조성한 엑스포타운은 삼척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동굴신비관(033-570-3838)은 동굴의 생성 과정과 종류, 특징 등 동굴의 과거·현재·미래를 실감나게 전시하고 있다. 관람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동굴탐험관(033-574-6828)은 동굴과 인간의 만남을 테마로 해서 꾸몄다. 특히 세계 7대(용암·사암·소금·석고·해식·얼음·석회) 동굴을 사실적으로 재현했고, 동굴탐사 체험 장소도 마련해 놓고 있다.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삼척시립박물관은 보유한 5000여 점의 유물 중 350여 점을 상설전시한다. 8월 말까지 ‘한국의 민화’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무료.

 

죽서루 주변에는 숙박 시설이 없다. 삼척해수욕장의 낙원모텔(033-576-0811), 삼척비치여관(033-576-0163), 해변타운민박형콘도(033-576-0301), 맹방해수욕장의 덕산장(033-572-4753), 양지터민박(033-573-1365) 등 삼척의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모텔이나 민박 등 숙박시설이 많다. 장호항 근처에 용화관광랜드모텔(033-573-6321), 모텔민박(033-572-9888) 등의 시설이 있다.

 

제8경  삼척 환선굴과 대금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삼척은 죽서루 때문에 유명세를 떨쳤지만 21세기에는 석회동굴, 특히 대금굴 덕분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삼척 지역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은 모두 50여 개. 그 중에서도 환선굴·대금굴·관음굴 등이 분포하고 있는 백두대간 덕항산 기슭의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제178호)는 삼척이 ‘동굴의 왕국’임을 알려주는 귀중한 보물이다. 현재 개방된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 두 개뿐인데, 환선굴은 1997년 개방 이후 840만 명, 대금굴은 2007년 6월 개방 이후 2년 만에 약 46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특히 대금굴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미학을 지닌 대금굴. 개인은 인터넷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드높다.<사진 삼척시청>

환선굴은 예약이 필요없지만 대금굴은 반드시 인터넷 예약을 해야만 관람이 가능하다. 두 개의 동굴을 모두 보려면 대금굴 예약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면 된다. 보통 때는 대금굴(어른 1만2,000원) 표를 끊으면 당일에 한해 환선굴(어른 4,000원) 무료입장이 가능했지만, 성수기인 7월 25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따로 표를 끊어야만 한다. 따라서 피서철에 둘을 모두 보려면 개인당 무려 1만6,000원이 든다. 4인 가족이라면 5만 원이 훌쩍 넘는 액수다.


 

이런 고가임에도 대금굴은 예약조차 쉽지 않다. 매월 1일 실시하는 다음달치 예매가 시작 5분 만에 매진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의 개인 손님이 주말에 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여행사나 주변 상가에서 단체표로 싹쓸이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개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높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동굴 보호를 위해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 삼척 환선굴.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석회동굴이다.

 

대금굴은 예로부터 알려져 있던 동굴이 아니다. 삼척시가 2000년 삼척 세계동굴엑스포를 앞두고 탐사작업을 벌여 그 존재를 확인한 뒤 7년 만인 2007년 개방했다. 무려 5억3000만 년이란 오랜 세월 어둠 속에 묻혀 있으면서 개방 전까지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덕에 폭포와 종유석·석순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월간산 478호 2009.8 / 글·사진 민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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