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수를 간판 메뉴로 내세운 식당이 유독 눈에 띈다. 멸치 육수에 삶은 소면을 말아 내는 '잔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가 두 주인공이다. 잔치국수는 간편하고 간단한 음식이란 인식이 강했다.
화려한 이름과는 달리, 잔치국수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잔칫상의 주역이라기보단, 각종 요리로 기름진 입을 깨끗하게 씻는 가벼운 마무리 즉 수줍은 조연에 불과하던 잔치국수. 언제 이렇게 급부상한 걸까?
국수의 급부상은 경기불황과 함께 찾아왔다.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 서원예 마케팅팀장은 "잔치국수가 외식메뉴로 각광받게 된 건 2~3년 전부터"라고 했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 한 그릇 3000원인 잔치국수보다 더 경쟁력 있는 메뉴는 드물다.
비빔국수가 음식 트렌드의 전면에 나선 건 경기도 연천에 있는 '망향비빔국수'란 식당의 역할이 컸다. 망향비빔국수를 주문하면 사발에 소면을 담고 새빨간 국물을 흥건하게 끼얹어 낸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풀면 국수가 풀리면서 양념과 쉬 섞인다.
서원예 팀장은 "비빔국수는 비비기 귀찮고, 고추장의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망향비빔국수가 해결하면서 '메가히트'를 쳤다"고 설명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비빔국수집들은 모두 '망향비빔국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231-2 망향비빔국수 031)835-3575 www.manghyang.com
지난 몇 년간 '줄 서서 먹는 비빔국수'의 열풍을 일으킨 곳이다. 양념장에 비벼 먹는 줄로만 알았던 비빔국수를 '국물까지 떠먹는' 물비빔국수 타입으로 선보여 히트를 쳤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분점을 내고 있지만, 시작은 경기도 연천군부대 앞 작은 국숫집이었다. 중면과 소면 사이 정도 굵기의 건면에 숙성한 야채수를 넣고 만든 자작한 비빔장이 특징이다.
톡 쏘면서도 칼칼하고 달콤한 것이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이다. 미리 가볍게 무쳐서 물비빔장을 자작하게 부어나오므로, 따로 비빌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비빔국수 4000원.
서울·수도권 잔치국수 명가
잔치국수만큼 흔하고 만만한 음식이 또 있나 싶지만, 막상 제대로 된 멸치육수 내고, 쫄깃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건면을 삶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싸고, 푸짐하고, 한 그릇 뚝딱 비우면 속 든든하고 뜨끈해지는 잔치국수. 우리 동네, 나들이길, 등산길에 한 그릇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들을 꼽아봤다.
덕양구 행주내동 138-3 / 행주산성 원조국수집 032 974 7228
가장 맛있는 잔치국수집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잔치국수를 파는 곳은 이 집일 듯하다. 행주산성 잔치국수촌의 원조집. 합석은 기본, 입구에서 주문하고 계산도 선불이다. 진한 멸치육수지만 비리지 않고 달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어이구' 소리가 나올 정도로 큰 그릇에 가득 담긴 소면에 뜨거운 육수를 넉넉하게 부어낸다.
남양주시 조안면 송천리 1060 운길산 수종사 입구 / 운길산 처음처럼
운길산 중턱 수종사 입구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잔치국수집이다. 자연에 폭 안긴 듯, 소박하고 아담한 나무집이 등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은근한 멸치국물의 잔치국수 맛도 괜찮지만, 탁주 한 사발과 어울리는 묵은 김치 맛이 더 예술이다.
경기 성남시 상적동 248-12 / 청계산 옛골국수집 031)757-1516
남해산 멸치로 우려낸 육수는 양파의 은근한 단맛과 어우러져 진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하다. 고명은 김과 소량의 통깨, 파뿐이고, 잘 삶은 면발은 쫄깃한 탄력이 살아있다. 양 역시 푸짐한데, 얼마든지 더 청해 먹을 수 있다. 재료를 전라도에서 공수한다고 하며 맛과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곳이다.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189-1 / 분당 산고을국수잔치 031)712-9894
생채소(당근, 부추)를 고명으로 올려 씹는 맛이 좋은 잔치국수.
의정부시 신곡동 677 / 의정부 부흥국수 031)871-1945
의정부 일대에서 이름난 전통의 국수집. 자체 국수공장을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며,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두툼한 중면(소면보다 굵은 국수)으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낸다. 멸치국물에 한약재와 같은 향이 더해진 육수가 특색있다. 한쪽에는 손님이 직접 부침개를 해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둔 점도 재미있다.
용산구 용문동 효창공원역 6번 출구 앞 / 맛있는 잔치국수
2평 정도 되는 초미니 잔치국수집. 거제도 출신 화통한 여사장이 서빙, 조리, 설거지까지 혼자서 척척 해낸다. 육수가 진하고 강하면서도 끝맛이 시원하다. 대식가가 아니라면 한 그릇으로 배가 꽉 찬다.
그 좁은 곳에서, 계란지단에 삶은 부추까지 정성스럽게 올린 고명이 정겹다. 잔치국수만큼 인기있는 비빔국수는 한쪽에서 바로 무쳐주는데 참기름과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것을 내기 전 들기름으로 한 번 더 맛을 낸다. 시골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김치와 깍두기도 수준급
동대문구 제기동 137-544 / 고대앞 멸치국수 02)953-1095
허영만의 '식객'에 나와 유명해진 멸치국수 맛집.
학교 앞 분식집 모양의 소박한 분위기지만 잡맛 없이 깨끗하면서도 국물 맛이 깊은 편이다. 그 국물 그대로 차갑게 식혀 냉국수도 말아낸다. 차가운 멸치국수 4000원, 뜨거운 멸치국수 3000원.
신당동 중앙시장 입구 / 중앙시장 할머니국수
맛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팍팍 느껴지는 시장 국수집이다. 인상 좋은 할머니 사장님이 40년 넘게 잔치국수를 말아낸 곳이다. 섬세하게 맛보기보다 고춧가루를 팍팍 쳐서 얼큰하게 후루룩 먹는 것이 더 어울린다.
노원구 공릉동 571-16 / 소문난 멸치국수 02)973-4337
노원구 공릉동 태릉입구역 1번 출구 앞에 ‘공릉동 국수거리’를 알리는 간판이 서 있다. ‘공릉동 국수거리’ 도로 양쪽 옆에 국숫집이 띄엄띄엄 보인다. 그 거리에서 ‘소문난 멸치국수’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멸치육수 맛이 은근하게 퍼진다. 동작구 본동의 ‘소문난 잔치국수’집 잔치국수보다 멸치육수 향이 옅다. 대파를 간장에 넣은 양념장을 얹어 먹는다.
논현동 미정국수 02)3446-3864
강남 일대에서 드물게 보이는 잔치국수집이다. 논현동 영동시장 골목 지하에 있다.
일대 술꾼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뒤포리, 멸치, 다시마, 무 등으로 시원한 국물 맛을 내고, 간장으로 묵직하게 맛을 잡아준 육수가 개성 넘친다. 진하지만 멸치맛이 두드러지지 않아 평소 멸치국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무난히 먹을 수 있을 듯. 유부, 다시마, 파 등 고명도 정성스레 올렸다.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안(회현역 5번 출구) / 일류분식
남대문을 찾는 사람들이 24시간 찾는 내공의 분식집.
멸치, 다시마, 무를 24시간 끓인 진한 육수의 잔치국수가 인기다. 푹 우려낸 진한 멸치육수에 청양고추를 고명으로 올려 칼칼하고 개운한 뒷맛이다. 쉬 불지 않는 두툼한 중면을 사용한다.
중구 황학동 632 / 소문난 국수집 02)2253-5086
열무김치를 올려 개운한 시장통 잔치국수.
명동에서 1958년부터 국수를 말아내고 있는 ‘명동할머니국수집’
메뉴에 ‘할머니국수’라는 게 있다. 멸치 향이 옅은 멸칫국물이다. 두부를 고명으로 얹은 국수 이름은 ‘두부국수’다. 간간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장을 넣어 먹는 편이 낫다. 1958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한국전쟁 이후 명동을 오가던 사람들의 주린 배와 쓰린 속을 풀어주던 국수였을 것이다.
종로구 사직동 적선시장 골목 / 체부동 잔칫집 02)730-5420
잔치국수를 안주 삼아 한잔할 수 있는 시장통 국수 맛집.
종로구 피카디리 극장 건물 바로 왼쪽 / 종로 잔치국수
식당 이름이 잔칫집이다. 자리를 메운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잔칫집 같다. 식사 때면 줄 서서 기다리기 일쑤다.
서대문구 홍제동 298-9 인왕시장 내 / 원조국수 02)396-9353
무악재 홍은시장 잔치국수집들의 원조.
마포구 망원동 한강수영장 망원지구 앞 / 원조잔치국수전문
4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잔치국수집.
마포구 서교동 479-8/ 명품 잔치국수집 02)336-2004
김치를 올려 새콤달콤한 맛을 살린 '김치국수'로 유명.
영등포구 문래동4가 8-26 / 영일분식 02)2636-9817
문례동 철공소 골목에 있는 소박한 할머니국수집이다.
김치를 큼직하게 찢어 넣고, 썰지 않은 상추를 그대로 넣어 투박하게 무쳐주는데 통깨를 솔솔 뿌려 고소하다. 양념은 고추장이 아닌 간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내 칼칼하면서도 깔끔하다.
면은 소면과, 칼국수면 중 선택 가능하다. 칼국수 면을 차게 비벼내는 '칼비빔면'이 특히 별미다. 멸치칼국수와 만두 맛도 비빔국수만큼 유명하다.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36-2 여의도백화점 지하 1층 / 진주집 02)780-6108
콩국수 하면 떠오르는 곳이지만, 비빔국수도 인기다.
무절임, 오이, 호박, 미나리, 삶은 달걀까지 고명부터 화려하다. 매콤새콤 딱 떨어지는 양념 맛이 쫄면 비슷한 면발과 조화를 이룬다. 점심때마다 줄이 길지만, 국수값이 비싸 투덜거리는 직장인들도 많다.
용산구 한강로1가 231-23 / 옛집국수 02)794-8364
담백한 멸치국물로 옛 잔치국수의 맛을 그대로 내는 집.
용산구 이태원2동 666번지 / 멸치국수 02)790-4154
깔끔한 맛으로 야식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집.
성북구 성북동 ‘구포국수’
국수를 직접 뽑아 말려서 파는 동네가 몇 곳 있는데, 그중 부산 ‘구포국수’와 충남 ‘예산국수’가 유명하다. 성북동 ‘구포국수’집은 경남 김해 특산인 구포국수로 만든다. 육수와 고명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이 집은 국수와 고명을 그릇에 먼저 담고, 주전자에 담긴 뜨끈한 육수를 손님 식탁에서 부어준다. 주전자 주둥이에서 국수 그릇으로 떨어지는 육수에 결이 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구수한 냄새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국수 타래 풀어지듯 마음도 풀어진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989-13 구포촌국수 051)515-1751
잔치국수 딱 하나만 내는 집. 국수사리 추가 주문이 안 되니 처음 주문할 때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뜨거운 멸치육수를 작은 양은주전자에 따로 내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부어 먹게 한다. 단 남기면 안 된다. 벌금을 내야 한다. 왜 국수사리 추가가 안 되는지, 국수를 받아보면 안다. 삶는 솜씨와 타이밍이 절묘하다.
중면에 단무지채ㆍ데친 부추ㆍ양념장ㆍ깻가루 따위를 올려 낸다. 남해산 멸치로만 우려낸다는 육수가 언뜻 탁해 보이나 맑고 구수하고 깊다. 겨울철(12~2월)에는 오후 7시 문 닫는다. 국수 3000원(곱빼기 3500원, 왕 4000원)
강서구 대저1동 332-18 대저할매국수 051)973-0837
맛집은 고사하고 식당이 있을 법하지 않은 공장지대에 있다. 한가운데 큼직한 테이블이 있고, 여기에 반찬 20여 가지가 놓였다. 밥도 있고 팥죽도 있다. 국수와 멸치육수, 각종 고명이 한쪽에 있다.
이른바 뷔페식 국숫집. 처음에는 국수를 국물에 말아 냈다. 그러다 주인 손순연씨가 국수 삶는물에 팔을 데었다. 궁여지책, 삶은 소면과 국물을 상에 놓고 손님들에게 마음대로 먹게 했다. 이게 대박을 쳤다. 갓 삶아낸 쫄깃한 소면을 즐기긴 어렵지만 장작불로 은근히 끓인 육수와 잔칫집처럼 푸짐한 반찬,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대구
남구 대명2동 1805-5 할매칼국수 053)651-7969
칼국수 명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칼국수집이지만, ‘세면국수’이라 불리는 잔치국수 맛도 최고로 꼽힌다. 대구식 맑은 멸치국수장국은 비린 맛 없이 얌전하고 개운한 맛이라 냉국수로 낼 정도다.
고명이 특이하다. 쇠고기ㆍ버섯 볶음, 감자채 따위가 볶은 호박ㆍ김가루ㆍ깻가루와 함께 올라간다. 남은 국물에 딸려 나오는 보리밥을 말아 먹어야 제대로 된 마무리다.
북구 노원동 노원1가 503번지 국수마을 053)355-4724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누런 양푼에 찰랑찰랑 넘칠 듯 담아준다. 국물이 빨갛다. 여기에 면을 말고 데친 부추만 올려 낸다. 멸치 맛이 진하고 매콤한 국물과 쫄깃한 면, 부추의 씹히는 맛이 여느 잔치국수집과 다른 개성이 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청양고추는 벽에 ‘위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라’ 는 경고를 붙여둘 정도로 맵다. 일요일 쉰다. 잔치국수 3000원.
김해대동국수골목
대동할매국수 경상도 지방 잔치국수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대동국수' 타입을 처음 유행시킨 집. 단무지채·데친 부추·양념장·김가루·깻가루에 땡초를 곁들인 중면에 양은주전자에 담긴 멸치육수를 부어 먹는다. 50년 전통이 느껴지는 깊고 묵직한 맛의 멸치육수와 잘 삶은 면발이 조화롭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그만일 듯. '땡초'라 불리는 매운고추를 듬뿍 올려 칼칼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국수 3000원(곱빼기 3500원, 왕 4000원). 일요일은 쉰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13 (055)335-6439 친척이 운영하는 부산 분점(051-335-7230)도 유명하다.
아지매국수(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47·055-335-1277)는 대동할매국수에서 오래 일했던 '아지매'가 차렸다.
장터국수(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13-470·055-335-8430)도 대동 국수골목에서 빠지지 않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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