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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대관령 월정사 눈꽃마을 바람마을 삼양목장 선자령

by 구석구석 2010.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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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 순백의 영혼이 그리워 찾아간 설국

 

겨울에 더 생각나는 곳,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면 더욱 그리운 곳, 폭설이 쏟아지면 더더욱 가고 싶어지는 곳, 바로 강원도 대관령이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설국 중 접근성으로나 사연으로나 이 대관령을 따라갈 곳이 없다. 하얀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깊은 겨울날, 순백의 영혼이 부친 초대장을 어찌 뿌리치랴.

▲ 삼양목장 동해전망대 주변 풍광.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눈이 쌓일 틈이 없다.

 설국 여행은 대관령 일대가 최고다. 겨울에 무릎 이상의 눈이 쏟아지는 거야 당연하고, 고속도로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하니 내로라하는 여느 설국보다 겨울 여행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여기에 전통 깊은 문화유산에다 이국적인 풍광까지, 그야말로 겨울 추억 만들기는 이만한 데가 없을 성싶다. 무엇보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대상지가 널려 있으니 어쩌면 2박3일로도 짧다고 할 것이다.

첫날은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나온다. 6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 월정사 방면으로 향하다 방아다리약수에 잠깐 들른다. 톡 쏘는 맛이 일품인 탄산약수다. 진입로의 전나무 가로수는 월정사 전나무 숲의 맛보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방아다리약수로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면 길을 되짚어 나온 뒤 다시 6번 국도를 타고 월정사로 향한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이즈음이면 오후에 접어들었을 터.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 산책, 월정사·상원사 답사만으로도 최소 2~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본격적인 오대산 눈꽃 산행을 미루더라도 적멸보궁까지만 다녀오려면 1시간을 더 잡아야 겨울 월정사와 상원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대산 입구의 숙소에 묵으면 저녁은 산채비빔밥으로 해결한다. 만약 이튿날 대관령마을에서 겨울 추억을 쌓으려면 차항리의 눈꽃마을이나 횡계리의 바람마을에서 묵는 것도 괜찮다. 두 마을 모두 지정 숙소를 이용하면 입장료를 면해주거나 할인해준다.

눈꽃마을은 겨울의 황병산 사냥놀이를 특화한 장점이 있고, 바람마을은 치즈 만들기 등의 체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마을의 성격이 비슷하므로 취향에 따라 한 마을만 찾아가면 된다. 한 번 입장했다 하면 반나절은 즐겨야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점심은 마을마다 갖춰진 간이음식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

오후엔 삼양목장에 다녀온다. 차량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넉넉 잡아 1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도중에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 놀이시설은 없다.

둘째 날 밤은 횡계 주변에서 묵는 게 무난하다. 이튿날 옛 대관령 고갯마루 주변을 둘러본다. 양떼 목장 구경, 그리고 선자령이나 대관령 옛길 산책 등이 기다리고 있다. 전날 삼양목장에 다녀왔다면 비슷한 풍광을 만나게 되는 선자령보다는 대관령 옛길 걷기를 추천한다. 대관령 옛길 왕복은 3시간30분쯤 걸린다. 이렇게 하면 2박3일 대관령 여행은 끝이 나게 된다. 물론 코앞에 있는 용평스키장에서 스키나 보드 활주를 빼고 잡은 일정이다.

 

▲ 폭설이 쏟아지는 있는 월정사. 천왕문의 고풍스러움과 흰 눈이 잘 어울린다.

만약 1박2일로 대관령 일대를 둘러보려면 첫날 방아다리약수~월정사~상원사 순서대로 들르고, 눈꽃마을이나 바람마을에서 숙박한다. 이튿날 오전엔 마을에서 놀다가 삼양목장에 서둘러 다녀온다. 그리고 오후 들어 대관령 옛길을 걷기 전에 양떼 목장을 둘러보면 된다. 그렇지만 해가 짧은 겨울철엔 이 일정도 제법 빠듯하다. 

강원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는 뉴스가 들리면 달려가고픈 대관령. 동심으로 돌아가 거센 바람 부는 대로 하염없이 눈길을 걸으며 겨울 추억을 만들고 싶은 그곳으로 간다. 영동고속도로는 전국 어디에서든 강원도 대관령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편리한 길이다.

오대산으로 찾아들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한 후 6번 국도를 타고 간다. 도중에 방아다리약수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까지 와서 톡 쏘는 탄산수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탐방지원센터 앞 주차장에서 약수터까지는 200m. 거리가 길진 않지만 울창한 전나무·잣나무 숲은 눈길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약수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 나무숲은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것을 독림가인 일송 김익노(1993년 작고)씨가 심고 가꾼 것이다. 상쾌한 나무 향기에 휩싸여 약수터 눈길을 걷노라면 비로소 강원도 땅에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된다.

▲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방아다리약수.

방아다리약수는 한 모금만 마셔도 “카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일제강점기엔 북한의 삼방약수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끌어 수많은 환자가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물 좋고 공기 맑으며 눈길도 걷기 좋으니 오대산 품으로 들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데 더없이 적당한 곳이다.

오대산 월정사 가는 길. 눈이 쏟아진다. 전나무 가로수도, 고승들이 잠든 부도전도 온통 새하얗게 단장했다. 숲도 눈 깜짝할 사이 새하얗게 변한다. 춥고 시린 겨울날, 전나무 숲은 따뜻하다. 하얀 눈은 여기에 싱싱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아마 문수보살을 만나기 위해 오대산을 찾았던 자장율사도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오대산 전나무 숲은 매표소를 지나 산굽이 하나 돌아 만나는 일주문 앞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차장은 금강연 바깥쪽으로 500m 정도 에돌아간 지점에 있다. 도로가 이렇게 월정사 전나무 숲을 건드리지 않고 돌아나면서 옛길은 고스란히 걷는 사람의 몫이 된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단체관광객은 차량 운전기사가 일주문 앞에서 임시 정차 후 관광객들을 내려주기도 한다. 자가운전자는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야 한다. 금강연에 걸린 금강교를 건너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조금 전 지나쳐온 전나무 숲 산책로, 왼쪽은 월정사 경내로 직접 들어서는 길이다. 먼저 오른쪽 길을 선택해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초록과 순백의 조화. 중간엔 민간 신앙이 절집으로 들어온 예가 될 수 있는 성황당, 몇 해 전 쓰러졌다는 최고령 전나무도 눈길을 끈다. 길은 유모차를 끌고서도 산책할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한 번쯤 고개를 들어 전나무의 키를 가늠해본다. 그 너머로 하늘이 한 뼘씩 띄엄띄엄 드러난다. 전나무 숲 산책로 거리는 약 1km, 천천히 걸어도 왕복 30~4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천년고찰에 핀 새하얀 눈꽃

월정사(月精寺)를 창건한 이는 신라 자장율사(590~658)다. 진골 출신인 그는 선덕여왕에게 황룡사 9층탑을 세우자고 건의했고, 통도사와 정암사도 창건한 인물. 그는 당나라에서 공부하다 만난 문수보살로부터 가사 한 벌과 부처의 바리때(밥그릇), 정골 사리를 받고 귀국했다. 그는 이 산기슭에 띳집을 짓고 부처의 정골 사리를 중대 적멸보궁에 모셨다. 그리고 동대·서대·남대·북대에 각각 오류성중(五類聖衆)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기도를 했다. 중대엔 문수보살, 동대엔 관세음보살, 서대엔 아미타불(대세지보살), 남대엔 지장보살, 북대엔 석가모니불(미륵보살)이 계신다는 것인데, 이 사상이 오대산(五臺山)이란 산명(山名)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 고려 일연스님이 오대산을 일컬어 국내의 명산 중 가장 좋은 곳이자 불법이 길이 번창할 곳이라고 한 예언대로 월정사는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도 위풍당당한 사세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강원도 지역을 아우르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의 본사로서 당당함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6·25전쟁 때 피해는 참혹했다. 국보급 건축물이 모두 불타버리고 범종도 녹아 사라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돌로 만든 것들만 그나마 무사했다. 바로 팔각9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다.

팔각9층석탑의 팔각은 불교의 실천수행에 기본이 되는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다. 고려 초기에 제작된 이 탑은 연꽃 무늬로 장식된 이층 기단, 균등하고 우아한 조형미를 갖춘 탑신, 그리고 완벽한 형태의 상륜부 등에서 세련된 조형미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으로 꼽힌다. 왼쪽 무릎을 세우고 오른쪽 무릎은 꿇은 채 탑을 우러르고 있는 석조보살좌상은 법화경의 약왕보살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지금 팔각9층석탑 앞에서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석조보살좌상은 모조품이다. 진품은 풍화현상이 일어나자 성보박물관에 들여놓았고 그 자리에 이 모조품을 가져다놓은 것이다. 아쉽게도 새하얀 모조품에선 세월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월정사를 벗어나면 눈 덮인 비포장도로가 얼어붙은 맑은 금강연 계류를 끼고 상원사까지 이어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8km.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를 걷기도 하는데, 편도만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왕복이라면 4시간 정도 걸린다. 이따금 지나는 차량이 조금 방해되긴 하지만 길이 너른 편이라 그다지 나쁘지 않다. 월정사에서 상류 중간쯤의 섶다리까지는 계류를 따라 오솔길이 뚫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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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상원사 자리는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명당

조선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극심한 피부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병을 고치러 물 좋다는 데는 다 찾아다니던 세조가 오대산에 이르러 월정사에서 참배하고 상원사로 가던 중 계곡에서 목욕을 하다 문수보살을 만났다. 그때 세조가 옷을 벗어 두었다는 ‘관대거리’를 지나 눈 덮인 계단을 조심조심 오르면 상원사(上院寺) 경내. 이 절집은 우리나라의 사찰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지어졌다고 평가를 받는 보궁이다. 바로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곳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종으로 꼽히는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이 보관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725년(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들어진 이 동종은 한국 종의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종으로 꼽힌다. 종 표면엔 공후(서양의 하프와 비슷한 현악기)와 생황(삼국시대부터 사용하던 관악기)을 연주하는 비천상이 생동감 넘치게 새겨져 있다. 오대산을 깨우는 종소리도 청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아쉽게도 문화재라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문수전(文殊殿)에 모셔진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은 세조가 관대거리에서 만난 문수보살의 모습을 바탕으로 조각한 것이라 한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께 삼 배 올리고 소원을 빌어본다.

문수전 계단 아래쪽엔 한 쌍의 동물 석상이 보인다. 이는 세조와 인연이 있는 석상이다. 상원사를 찾은 세조가 법당으로 들어서려 할 때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자락을 물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아니,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당황한 세조는 법당을 뒤지게 했다. 법당 마루엔 자객이 숨어 있었다. 고양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에게 상원사를 중심으로 사방 80리 땅을 주었는데, 이를 묘답(猫畓·고양이 논), 묘전(猫田·고양이 밭)이라 했다. 또 이 일을 기리기 위해 법당 앞에도 고양이 석상을 세운 것이다. ‘공양미’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눈꽃만 즐기려면 적멸보궁까지만 가는 게 좋아

상원사부터 시작하는 산길은 넓고 완만하다. 사자암(중대)을 지나면서 조금 가팔라지던 산길은 적멸보궁(寂滅寶宮)에 이르러 잠시 부드러워진다. 비로봉 정기가 동으로 뻗어내린 곳에 있는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정골 사리가 묻혀 있는 곳. 바로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 든다.

상원사를 찾은 불자들은 대부분 적멸보궁에도 들렀다 간다. 또 장기간 상원사에 머물면서 기도 드리는 불자들 덕에 폭설이 내려도 적멸보궁까지는 언제나 러셀이 잘돼 있다. 그렇지만 적멸보궁을 지나면서부터는 적설량이 갑자기 많아진다. 본격 산행이 아니라면 아쉽더라도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다.

적멸보궁을 지나 정상까지 갈 요량이면 겨울산행을 위한 장비를 철저히 갖추는 게 좋다. 오대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라 추락 등의 위험은 덜 하지만 도보용 아이젠은 꼭 신어야 한다. 또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더라도 정상 능선엔 바람이 거세게 부니 꼭 기능성 방한·방풍 의류를 입어야 한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면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적멸보궁 이후로는 입산통제임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월정사 문화재관람료 어른 2,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400원. 국립공원 주차료 승용차 4,000원. 오대산관리사무소 033-332-6417, 매표소 033-334-6919, 월정사 종무소 033-339-6800

숙박  월정사 매표소와 가장 가까운 민박단지엔 산장민박(033-332-6589), 보궁민박(033-332-6616), 오대민박(033-332-6532)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작은 방 4만~5만 원. 오대산국립공원 진입로엔 특급호텔인 켄싱턴플로라호텔(033-330-5000)을 비롯해 펜션과 민박집 등이 많다.

식사 

한겨울에도 오대산 기슭에서의 별미는 역시 산채비빔밥이다. 제철에 거두어둔 산채를 묵나물로 만들어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상을 차린다. 된장찌개를 비롯해 취나물·곰취·참나물 등이 올라온다. 산채백반 1인분 8,000원. 산채정식 1인분 1만2,000원. 오대산 입구의 시설지구에 오대산식당(033-332-6888), 비로봉식당(033-332-6597) 등 산채비빔밥을 차리는 식당이 많다.

 


대관령 눈꽃마을
겨울 추억 만들기 좋은 산간 마을


오대산 품을 빠져나와 간평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56번 지방도를 타고 대관령면 방향으로 달린다. 싸리재를 넘어 차항리로 들어서면 여인의 허리처럼 부드러운 언덕에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목장들이 나타난다. 드문드문 솟은 소나무들은 여행객들이 대한민국 으뜸 설국으로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수문장 같다.

횡계 나들목 진입로 100m 정도 못 간 지점의 차항리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해 5km 들어가면 대관령 눈꽃마을이다. 도중에 ‘평창 황병산 사냥민속’이란 입간판도 보인다. 차항리 일대엔 ‘황병산 사냥놀이’란 민속이 전해온다. 이는 30~40년 전 횡계 주민들이 눈 쌓인 황병산에 올라 창으로 멧돼지를 잡던 놀이를 재연한 민속행사다. ‘황병산 사냥놀이’는 언뜻 보면 여느 농촌에서 행해지는 농악놀이와 비슷하지만, 놀이 중간에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멧돼지를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대관령 눈꽃마을은 황병산(1,407m) 남쪽의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에선 몇 해 전부터 봄·여름·가을에 즐길 수 있는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받고 있다. 2008년엔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을 열면서 사계절 내내 찾아갈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났다.

간이식당을 겸한 휴게실엔 깊은 눈길을 걸을 때 쓰는 설피, 전통 스키인 썰매, 물건을 담는 주루막 등이 전시돼 있다. 종류도 많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눈 많은 산골에서 쓰던 도구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이 마을에선 전통 썰매를 신고 설원을 내려오는 전통썰매대회가 매년 열린다. 전통 민속행사인 ‘황병산 사냥놀이’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첫 대회였던 지난해엔 대보름 무렵인 2월에 열렸으나 올해엔 아쉽게도 대관령 눈꽃축제 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1월 23일과 24일에 진행됐다. 따라서 2월 중에 눈꽃마을을 찾아도 아쉽지만 전통썰매대회는 볼 수 없다.

눈꽃마을에서의 겨울 놀이는 스릴 넘치는 봅슬레이 코스에서 즐기는 튜브썰매가 기본이다. 이외에도 여름 바다에서 타던 바나나 보트를 설원에서 즐기는 스노래프팅, 초보자도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스노카트도 준비되어 있다. 또 전통놀이로는 전통썰매로 경사진 언덕을 내려오는 황병산 사냥놀이 체험과 설피를 신고 마을 주변 산책로를 둘러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설피·주루막 만들기 등은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할 소중한 체험이다.

눈꽃마을 체험료는 카트(15분/2인) 2만 원, 스노래프팅 5,000원, 전통썰매체험 1만 원, 설피 트레킹 5,000원. 스키·보드 초보자들을 위한 기초 강습(3만 원)도 있다. 입장료는 대인 4,000원, 소인(어린이 및 청소년) 6,000원. 입장료를 내면 눈썰매는 무료. 문의 033-333-3301, www.snowtown.co.kr

숙박 

대관령 눈꽃마을(033-333-3301)에 펜션이 마련돼 있다. 8만~10만 원. 눈꽃마을 펜션에서 숙박하면 입장료와 눈썰매는 공짜다. 눈꽃마을 주변에 동화속정원(033-333-5255), 대관령융프라우펜션(033-336-0982), 대관령그린필드펜션(033-335-1470) 등이 있다.

 식사 

눈꽃마을 안에 간이식당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산촌밥(5,000원), 묵은지와 돼지고기찜(2만 원) 등 산골 내음이 가득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방백숙(3만 원), 두부전골(2만5,000원), 만둣국(5,000원) 등도 차린다.

눈꽃마을 입구엔 멧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황병산식당(033-332-5989)이 있다. 청정지역에서 키운 멧돼지는 이곳의 별미. 멧돼지 소금구이(200g) 1만3,000원, 멧돼지 바비큐는 15인 이상일 때 주문 가능. 2~3일 전에 예약 필수. 성인 1인당 2만 원. 주류를 제외하고 식사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외에도 황태해장국 5,000원 등도 있다.

 

의야지 바람마을  대관령 거센 바람이 그려낸 겨울 추억

▲ 동해전망대로 오르는 길목에 만날 수 있는 영화 ‘연애소설’ 촬영지.

대관령 겨울 여행에서의 또 다른 볼거리는 황태덕장. 겨울철 대관령 주변은 개천을 따라 펼쳐진 너른 구릉 곳곳이 황태밭으로 탈바꿈한다. 눈 덮인 황태덕장과 어우러진 고원지대 눈마을의 정취는 이색적인 풍경화. 횡계리 일대와 대관령 삼양목장 길목의 덕장에서는 오늘도 줄줄이 매달린 명태가 눈보라 속에서 얼다 녹다를 반복하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삼양목장 가는 길목인 횡계리 해발 750~800m 고원지대에 위치한 ‘대관령 의야지(義野地) 바람마을’은 대관령 지역에서 눈꽃마을과 쌍벽을 이루는 산간 마을이다. 고원지대라 한여름에도 모기에 물리지 않을 시원함을 자랑하는데, 겨울엔 거대한 설국으로 변한다.

의야지 바람마을엔 3300만㎡(약 1000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는데, 주민들은 2005년부터 이 초지를 활용한 산촌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겨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을 주변 10만㎡의 초지를 활용해 ‘스노우파크’를 조성했다. 이는 겨울 놀이 체험이 가능한 놀이공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역시 눈썰매. 5~8명의 인원이 함께 탈 수 있도록 튜브를 연결해서 만든 눈썰매는 회전과 속도가 더해 훨씬 더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스노봅슬레이, 설상차, ATV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치즈 만들기가 있다. 대관령 젖소의 우유를 원료로 하여 직접 치즈를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딸기잼 만들기도 있다. 대관령 일대에서 재배한 여름 딸기를 급속냉동했다가 겨울에 해동시켜 재료로 쓴다. 직접 만든 딸기잼을 빵에 발라 먹어볼 수 있다. 여성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떼 농장도 운영한다.

스노모빌 래프팅 8,000원, 스노봅슬레이(1회) 3,000원. 설원ATV(20분) 1만 원. 치즈 만들기 1팀당 4만 원. 입장료는 성인 1만 원, 어린이 7,000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즐길 수 있는 공짜 놀이는 튜브썰매, 플라스틱썰매, 양먹이주기다. 홈페이지에서 할인권을 인쇄해가면 입장료의 10%를 할인해준다. 입장 시각 10:00~17:00. 문의 033-336-9812~3, www.isnowpark.com

 

숙박  의야지 바람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시설로는 의야지펜션(010-8794-7570), 눈송이펜션(033-335-5864), 하늘채민박(010-3093-618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4인 가족 기준 10만 원선. 이 숙박시설들을 이용한 손님들에겐 ‘스노우파크’ 입장료의 20%를 할인해준다.

식사  바람마을 체험장 휴게실엔 간이식당이 갖춰져 있다. 메뉴는 감자떡(3개 1,000원), 만둣국(6,000원), 메밀전(5,000원), 도토리묵(5,000원), 황태국(5,000원) 등 다양하다.



삼양목장 설원과 어우러진 풍력발전기의 이국적인 풍광 장관

선자령과 황병산으로 이어진 산줄기 안쪽 해발 850~1,470m의 고지에 들어선 삼양목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장이다. 총면적은 2,000ha. 이 가운데 초지면적은 650ha에 이른다. 초지 중 방목지는 300ha. 그렇지만 총 사육두수는 육우와 한우를 모두 합쳐야 700여 마리밖에 안 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낙농의 메카로 불릴 만큼 많은 소들을 방목했으나 요즘은 마릿수가 줄어든 대신 관광단지로 탈바꿈했다. 삼양목장은 2007년에 일반에게 처음 공개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삼양목장을 찾은 관광객은 40만 명에 가까운 38만8300명이라 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 CF를 삼양목장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김연아의 ‘씽~씽~에어컨’ CF도 이곳이 배경이다. 겨울 삼양목장은 여느 계절과는 확실히 다르다. 랜치마트 주차장 근처엔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 준서 집’이 있고, 자동차 도로 중간에도 타조 방목장, 영화 ‘연애소설’ 촬영지 등의 볼거리가 있지만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목장 그 자체다.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고원목장에 흰 눈 뒤집어쓰고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몇 그루, 거기에 “휙~ 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설경이다.

목장 안엔 총연장 22km 정도의 목장 관리용 자동차 순환도로가 있다. 이 중 매표소에서 동해전망대에 이르는 4km는 관광코스로 개발돼 있어 일반인들도 출입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다른 계절엔 셔틀버스가 운행하지만, 겨울엔 자가운전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동해전망대에 서면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는 물론이요, 강릉시내와 경포대 너머로 푸른 동해도 조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몸을 날려버릴 듯한 거센 바람이 항상 불어대기 때문에 차 밖에 오래 서 있지 못한다. 이때엔 차 안에서 목장 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차를 대고 차나 커피를 음미하면 좋다. 뜨거운 물은 삼양목장 랜치마트 쉼터 한쪽에 비치되어 있으니 올라오기 전에 들러 보온병에 담아오면 된다.

폭설이 내리면 목장관리소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제설작업을 하므로 안심하고 들어서도 되지만 체인은 반드시 준비하는 게 좋다. 걷고 싶은 이들은 구내 랜치마트 앞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올라갔다올 수 있다. 관리도로를 따르는 코스는 길이 순하고 평탄해 3시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도로 옆으로는 산책로도 연결돼 있다.

삼양목장은 동해전망대까지 가는 도로 주변의 이국적인 풍광에 집중해서인지 아쉽게도 아이들이 놀거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작년까지는 비료포대로 타는 눈썰매장이 있었지만 올해엔 목장 사정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얼음썰매는 탈 수 있다.

삼양목장 입장료는 볼거리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라는 평가다. 성인 7,000원, 소인 5,000원. 주차료 없음. 운영 시각 08:30~16:30. 다른 계절엔 매표소 외곽의 대형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철엔 목장쉼터가 있는 랜치마트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다. 문의 033-335-5044, www.samyangranch.co.kr

숙박  삼양목장엔 숙박시설이 없다. 삼양목장 가는 길목 쪽으로 대관령품안에(033-335-0830) 등의 펜션이 있다. 의야지마을 주변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식사 삼양목장에도 식당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김밥, 컵라면과 간단한 음료 등만 갖춰져 있어 말 그대로 간단히 요기만 할 수 있을 정도의 메뉴다. 컵삼양라면 800원, 큰컵삼양라면 1,000원, 작은컵육개장 800원, 큰컵육개장 1,000원. 김밥(한 줄) 2,000원. 도시락을 싸갔을 경우 광장의 청연원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옆의 상점에선 라면 20개들이 1상자를 1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
양떼 덕분에 어린이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아담한 목장

현재 풍력발전기 세 대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대관령(大關嶺·832m)은 강원도의 유서 깊은 고을인 강릉과 역사를 같이해온 백두대간의 큰 고개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개로서 영동지방의 관문이 된다. 지금은 456번 지방도로 바뀐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상행선) 주차장. 옛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휴게소의 널찍한 주차장엔 최근 설치한 풍력발전기 두 대가 서 있고, 예전의 휴게소를 개조한 신재생에너지전시관도 있다.

구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주차장에서 ‘대관령 양떼목장’ 이정표를 따라 3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양떼목장 매표소가 나온다. 겨울엔 양떼가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만날 순 없으나, 대신 우리 안에 있는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입장권과 바꾼 건초를 양들에게 내밀면 녀석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바구니를 먹어치운다.

목장 주변 산책로는 전체 1.4km. 아기자기한 산책로와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어린이들이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전망 좋은 언덕엔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 세트장으로 쓰였던 통나무 움막 한 채가 있다. 온 가족이 눈길을 걸은 뒤 양에게 먹이를 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삼양목장보다 넓지 않지만 산책로가 아기자기해 부담 없고 양떼가 많아 연인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예전엔 부드러운 언덕을 이용해 만든 눈썰매장도 있었지만,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운영하지 않는다. 지난해 양떼목장을 찾은 관광객은 46만3000명. 대관령에 있는 여러 목장들 가운데 가장 방문객이 많았다.

입장료 성인 3,000원, 어린이 2,500원. 주차는 무료. 운영 시각 09:00~17:00. 문의 033-335-1966, www. yangtte.co.kr

숙박  양떼목장에선 숙박할 수 없다. 근처에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눈꽃마을이나 바람마을 주변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식사 양떼목장 입구엔 간이상점이 여럿 들어서 있다. 여기에선 양으로 만든 양인형도 구입할 수 있다. 양떼목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념품이 될 수도 있다. 양고기꼬치(2,000원)도 판다. 닭고기꼬치보다 조금 질긴 편이다. 이외에도 김밥, 어묵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을 뿐이다.

선자령  안전한 눈꽃 산행지로 등산인들에게 인기 으뜸
대관령 고갯마루 북쪽에 있는 선자령(仙子嶺·1,157m)은 맑은 날이면 강릉 시내와 동해의 파란 물결, 그리고 우리나라 최대의 고위평탄면인 대관령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남으로는 능경봉~고루포기산, 북쪽으론 황병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마루금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자령은 해발 1,000m가 훌쩍 넘는 높이라 겨울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레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으나, 산길 초입인 대관령 고갯마루가 832m이니 정상과의 표고 차는 마을 뒷산 정도인 325m밖에 안 된다. 게다가 산길 주변이 완만한 목장지대라 초보자도 방풍덧옷이나 아이젠 등 장비만 철저히 준비한다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선자령은 겨울 눈꽃 트레킹의 대표적인 대상지로 손꼽힌다. 

▲ 금강송 빼곡한 옛길을 걷고 있는 가족. 길이 험하지 않아 아이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구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주차장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콘크리트 포장길을 1km 정도 오르면 참나무 숲속에 터를 잡은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이 보인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강릉단오제의 중요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이어 국사성황사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오르면 곧 항공통제소까지 이어진 콘크리트길을 만난다.

이 길을 300m 정도 걸으면 선자령 가는 본격 산길이다. 여기서 새봉을 지나 선자령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산길은 키 작은 나무 사이로 나 있고, 왼편으로는 대관령 한일목장·삼양목장의 설원이 펼쳐진다. 이렇게 눈길을 헤치고 1시간 정도 걸으면 새봉에 도착하고, 새봉에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40여 분 소요된다. 역시 산길은 부드럽다. 그러나 만약 방한복을 완벽히 갖추어 입지 않으면 금방 동태가 될 정도의 칼바람이 부는 곳이다.

선자령에서 하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손수 운전해 대관령 주변을 여행 중이라면 어쨌거나 주차를 해놓은 구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 다음 선자령 정상을 좀 더 지난 ‘선자령 나즈목’에서 보현사가 있는 계곡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선자령에서 대관령 방향으로 100여m 다시 되돌아와서 어흘리의 초막골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다. 두 코스 모두 아이젠이 꼭 필요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선자령 산길은 전체적으로 험하지 않지만 능선엔 늘 칼바람이 불고 산길은 꽁꽁 얼어 있으므로 반드시 방한복과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선자령 왕복은 3~4시간쯤 걸린다.

숙박  대관령 주변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용평리조트 입구인 횡계리에 드래곤밸리호텔(033-335-5168~9), 그린앤블루호텔(033-335-4450) 등의 호텔을 비롯해 숙박시설이 아주 많다.

식사   대관령에서 생산되는 황태는 통통하고 껍질이 붉은 황색에 윤기가 나며 속살도 황색을 띠고 육질도 부드러워 인기가 있다. 황태에서 우러난 국물은 애주가들의 으뜸 해장용으로 꼽힌다. 대관령면소재지인 횡계리에 황태요리를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황태회관(033-335-5795), 송천회관(033-335-5943), 대관령황태촌(033-335-8885) 등이 유명하다. 황태해장국(1인분) 6,000원, 황태구이정식(1인분) 1만 원, 황태찜 2만5,000원~3만5,000원.

 


대관령 옛길  금강송은 쭉쭉 솟아 있고, 옛 사연은 구불구불

우리나라는 산악국가라 고개가 많다. 그 많고 많은 고개 중에 강릉의 대관령만큼 유명한 고개는 없을 것이다. 대관령을 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몇 해 전 터널로 연결해 새로 뚫은 영동고속도로, 두 번째는 구 영동고속도로인 456번 지방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용하던 대관령 옛길이다. 이 중에서 대관령 눈꽃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옛길을 차분히 걷는 것이다.

조선시대까지 이용하던 대관령 옛길은 강릉 구산(丘山)에서 반정(半程)을 거쳐 대관령 너머 서쪽의 횡계(橫溪)까지를 말한다. 이 중 현재까지도 온전히 남아 있는 옛길은 제민원(濟民院)이 있던 현재의 대관령박물관 앞에서부터 구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반정까지 5km 구간이다.

구 영동고속도로(456번 지방도) 대관령 정상에서 강릉 방향으로 500m 정도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 반정’이라 쓰인 큼직한 표석이 보인다.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전망대엔 망원경도 설치돼 있다. 간이주차장 옆 트럭매점에선 군것질 정도의 간단한 음식도 판다.
 

대관령 옛길은 동쪽 사면이라 눈이 금방 녹는 편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고 며칠 지나면 위쪽을 제외하고는 눈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호젓하긴 해도 외길인 데다 이정표도 잘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약간의 경사가 있긴 하지만 어린이들도 위험하지 않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그래도 도보용 아이젠은 필수.

아쉽게도 대관령 옛길은 원점회귀가 아니라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 표석이 있는 대관령 반정에서 옛길을 걸어 내려갔다가 차량도 들어오는 하제민원까지 다녀올 수 있다. 그렇지만 되돌아오는 길이 오르막이라 지루해지면서 조금 더 힘이 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경우엔 반대로 아래쪽인 하제민원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내려올 때 힘이 덜 들 뿐만 아니라 올라올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여러 풍광들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실제로 강릉의 많은 시민들은 이렇게 대관령 옛길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강릉 구산에서 대관령을 넘자면 ‘장승거리’와 ‘굴면이’ ‘제벵이’ ‘원울이재’ ‘반젱이’ ‘윗반젱이’ 등을 차례로 지나야 했다. 제벵이는 길손들에게 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하던 제민원(濟民院)이 있던 마을인데, 옛 제민원 자리엔 고미술 수집가인 홍귀숙씨가 평생 동안 모은 유물을 기초로 설립한 민속박물관인 대관령박물관(033-640-4482~3)이 터를 잡고 있다.

대관령박물관 뒤편엔 대형 차량 수십 대를 동시에 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대형 버스로 온 단체관광객들은 이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여기서 하제민원까지 1.5km 정도의 거리는 교행이 조금 불편하지만 포장이 되어 있어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하다. 도중에 만나는 야트막한 원울이재는 옛날 강릉으로 부임하거나 강릉을 떠나던 고을 원님들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 곳이다.

도보로 가는 본격적인 옛길은 하제민원 맨 위쪽의 ‘옛길만나가든’ 앞에서 시작한다. 이곳엔 승용차 십여 대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다. 부드러운 길을 1.5km 걸으면 제왕산 가는 갈림길. 이 길을 지나자마자 옛날 선비들이 과거시험 보러 가던 길에 쉬었다는 주막터가 나온다. 현재 이곳엔 귀틀 초가집과 물레방아를 복원해 놓았다. 주모는 없지만 준비해온 간식을 먹는 등 쉼터로 이용할 수 있다. 2km 정도 더 가면 쉼터가 나오고 다시 1km 더 오르면 456번 지방도와 만나는 반정이다. ‘윗반젱이’라고 불리던 반정은 횡계와 구산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인데, 옛날엔 이곳에 주막이 있어 길손들이 쉬어가기도 했다.

대관령 아래쪽의 하제민원에서 위쪽의 반정까지 올라가는 데는 2시간 소요. 반대로 반정에서 하제민원으로 내려가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그러므로 대관령 옛길 왕복 코스는 걷는 데만 3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셈이다.

금강송림에 자리를 잡은 대관령자연휴양림

대관령 옛길 하제민원 갈림길에서 잠시 옛길을 벗어나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서쪽 길로 1km 정도 들어가면 대관령자연휴양림이 나온다. 백두대간 대관령 동쪽 해발 200~1,170m의 고지대에 자리한 이 휴양림 일대는 전국 3대 미림으로 손꼽히는 숲으로서 수령 200~300년 이상의 소나무·참나무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쭉쭉 뻗은 금강송으로 유명하다. 1922년경 씨앗을 뿌려 조성한 국내 최대의 금강송림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하던 명품 소나무. 이곳엔 높이 17m, 가슴높이 직경 36cm인 ‘쭉쭉 빵빵’한 소나무들이 400ha에 걸쳐 있다. 몇 년 전 광화문 복원에 쓰일 금강송 26그루를 강원도 강릉과 양양 등지에서 선정했는데, 이곳의 금강송이 처음으로 베어졌다. 당시 선정된 금강송은 수령 150년, 직경이 무려 94cm에 이르렀다.

숙박  대관령 옛길 아래쪽인 하제민원에 대관령노루귀펜션(016-448-1424), 초록향기(010-3934-3614)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1박 6만~12만 원. 하제민원 근처의 대관령자연휴양림은 금강송림 속에 자리 잡은 휴양시설이다. 산막 사용료는 4인실 주말·성수기 5만5,000원(비수기·주중 3만2,000원), 5인실 7만 원(4만 원), 7인실 8만5,000원(5만 원), 10인실 11만 원(7만 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는 3,000원. 문의 033-641-9990, www.forest.go.kr

식사  하제민원 대관령 옛길 입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옛길만나가든(033-641-9979)은 식당과 민박을 같이하는 집이다. 토종닭백숙(3~4인 4만 원), 오리백숙(4만5,000원), 도토리묵(8,000원) 등을 차린다. 민박은 작은 방 3만 원, 큰 방 5만 원. 또 대관령박물관 주변에 산골캠퍼스(033-646-3579), 옛길주막(033-641-9594) 등의 식당이 있다.

월간산 2010.2 <민삿갓의 팔도기행> 글·사진 민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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