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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안동 35번국도-오대리 약산 홍은사

by 구석구석 200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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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지맥은 낙동정맥 가사봉 서쪽 4.9km 지점(보현지맥 785m봉)에서 갈라져 북서쪽으로 뻗어가며 구암산(807m)~솔치재~노래산(794m)~계명산(530m)~약산(582.5m)을 거쳐 안동시 임하면 임하리 반변천까지 이어지는 60여km의 산줄기다. 이 구암지맥의 끝자락인 임하면에 솟은 약산(藥山)은 말 그대로 병을 치료하는 약과 관련된 얘기가 전해지는 산이다.

 

'천지개벽시에 온 세상이 물바다로 변했으나 한약 1첩 묶은 면적만큼 남아 있었다’고 약산이라 한다는 것. 또 이 산에는 만병통치의 진귀한 한약재료(약초)가 많이 생산되고, 풍병을 고칠 수 있는 약수터가 있어 ‘약산영봉’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더불어 천지개벽 때 산 정상에 갓을 걸어놓을 만큼의 공간만 남기고 물에 잠겼다 해서 갓걸이산(함양 괘관산)이라 부른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다양한 전설과 유래는 어느 지방의 산에서든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대체로 이런 얘기를 안고 있는 산은 그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주를 이룬다. 약산도 임하면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약과 관련된 의미를 부여하며 영산으로 대접하는 이 지역의 주산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편 약산의 정상인 약산봉을 안동의 문필봉(文筆峯)으로 부르기도 한다. 산꼭대기가 붓처럼 생겼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는 풍수사상에서 비롯된 듯싶다. 멀리서 보면 뾰족한 형상에 붓끝처럼 하늘로 향하는 나무가 더해져 어느 정도 산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정도라는 것. 특히 안동대학 주변이나 임동 쪽에서 바라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안동 땅에는 예로부터 문사(文士)가 많이 배출됐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 안동지역 산꾼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약산은 등산로가 단조롭고 길 찾기가 쉽지 않지만 산행 내내 임하호를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등로는 임하면 오대리에서 시작해 홍은사~약수터~주능선~정상~389.8m봉~401m봉~안동 권씨 묘지를 지나 갈림길에서 구암지맥을 벗어나 왼편 금소리로 내려선다.

 

▲ 오대교와 약산정상 / 월간산 2009.12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오대리는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길안면소재지를 약 2km 남겨둔 지점이다. 도로변에서 홍은사 표지판(1.5km)의 화살표 방향을 따라 마을길을 벗어나 길안천에 놓인 오대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서 조망되는 약산은 문필봉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와 함께 나지막한 동네 뒷산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어깨를 벌린 산릉이 좌우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이 마을의 주산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마을길을 벗어날 무렵이면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보호수)과 홍은사 표석을 만나고 뒤이어 ‘약산 홍은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난다. 산골짜기로 들어서는 길 옆에는 탱글탱글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가 지천이다. 30분이면 닿는 홍은사는 고풍스런 절집은 아니다.

손문의 효심을 기리기 위한 절 '홍은사'


<삼국유사(三國遺事)> ‘효선편(孝善編)’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때, 손순(孫順)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홀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부처님의 감응으로 신기한 석종(石鐘)을 얻어 출천(出天)의 효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손순은 홍효사(弘孝寺)라는 절을 세우고 석종을 안치하여 부처님의 은혜와 부모에 대한 효행을 널리 선양했다고 한다. 경주 모량리에 있었다는 이 절의 석종은 후백제와의 전란으로 없어지고 절만 남아 있었으나 그 절 또한 세월 속에 사라졌다. 이에 경주 손문(孫門)의 후손이 손순의 효행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1997년 이곳에 건립한 절이 홍은사다.

절집을 나서서 오른편의 제법 널찍한 산길로 오른다. 15분쯤이면 ‘약수터 정상 1.1km’라는 푯말이 서 있다. 약수는 말라 버렸고 계곡에 걸린 통나무 다리를 건넌다. 낙엽이 푹신한 산사면을 가로질러 나아가면 주능선에 닿는다. 이곳에는 묵은 묘지 4기가 산등성이 따라 나란히 있다. 흥해 배씨(興海 裵氏)의 묘지다. 문인석을 갖춘 흐릿한 비문을 보니 생전에는 벼슬깨나 했음직하다. 후손이 없는지 비문은 마모돼 식별이 어렵고, 묘지에 자란 수목으로 짐작컨대 돌보지 않은 지 꽤 오래인 듯싶다.

이제부터는 구암지맥을 따르는 주능선으로 이어간다. 능선이라 하지만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뒤섞인 울창한 숲속이다. 배씨 묘지를 뒤로 하고 된비알로 한 구비 넘어서면 ‘약산 700m’라는 푯말이 있다. 평탄하던 산길은 이내 경사가 가팔라지고, 하늘로 향해 곧추선 늘씬한 참나무들은 계절의 변화에 잎을 떨어내고 있다. 지그재그로 잇던 산길은 지형도상의 550m봉을 오른편에 두고 산사면 우회로를 따른다. 산비탈의 경사가 심하다보니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안전을 배려하지만 낙엽이 쌓인 산길은 무척 미끄럽다. 잠시 후 다시 주능선을 만난다. 정상 360m라는 푯말을 지나 올라서면 왼편 홍은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에 벤치가 놓여 있고 곧 산정에 이른다.

정상에는 표석과 이 산의 유래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고, 뒤편에는 무덤 같은 봉화대터와 전망대가 있다. 그렇지만 산정에서의 주변 조망은 좋지 않다. 정상 가장자리에 설치된 목재 데크의 전망대는 임하호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이곳 역시 주변의 수목으로 시원한 조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른편에는 용계다리가 내려다보이고, 왼편으로 멀리 수곡교와 중평신단지가 언뜻언뜻 보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임하호의 물살은 눈부시게 푸르고, 산중 호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임하댐은 다목적 수자원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84년 12월에 착공, 1992년 6월에 완공되었다.

잡풀에 뒤덮여 묘지처럼 돼 버린 봉하대터는 본래 약산 봉수대로 임서면과 임남면에 소속된 봉수로 보인다. 이 봉수대는 청송 진보의 남각산 봉수대에서 받아 다시 신석산 봉수대를 거쳐 안동 남산 봉수대로 연결시켜 주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산불이 휩쓸고 간 서북쪽 능선

하산은 일단 구암지맥의 마루금을 따르게 된다. 물론 중간 중간 헷갈리는 지점이 몇 곳 있어 독도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지만 대체적으로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상에서 서쪽(임하임도 푯말) 방향으로 내려서면 봉분이 큰 무덤을 만나고 15분 정도 지날 무렵 오른편 능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오른편에 임하호가 수시로 보이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야트막한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하는 능선길로 금소리 갈림길까지는 빨라도 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잠시 후 산불의 흔적이 시작되면서 묘지가 자리한 봉우리(447m)를 넘어 내려섰다가 다시 삼각점(길안 303, 2004 복구)이 있는 389.8m봉에 이른다. 잔디가 없는 마사토 묘지 1기가 있는 이곳은 시원한 임하호의 풍광을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어 좋다. 소나무에는 ‘구암지맥 389.8m 준·희’라는 조그만 아크릴 표시판도 걸려 있다.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산길은 마루금을 따라 더욱 확연하지만 주변의 소나무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생채기를 남긴 채 모두 고사하고 말았다.

숯덩이로 변한 나무들이 도열한 지대를 지나 바위가 듬성듬성한 능선으로 오르면 401m봉이다. 이 봉우리에서 뒤돌아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산등성이 끝머리에 약산 정상이 붓끝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맞은편의 삼각형 봉우리(388m봉)를 쳐다보고 날등을 내려서면 불에 탄 이정표(약산 4.5km)가 쓰러져 있고, 산길은 388m봉 왼편 산허리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발아래로는 산자락을 휘감으며 흘러가는 길안천을 따라 고곡리, 멀리 금소리 일대가 훤하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다시 주능선을 만나고, 오른편 산자락을 따라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임하호를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20여 분간 주능선과 야트막한 봉우리를 좌우로 넘나들며 산길이 이어져 다소 혼란스럽다. 드디어 산불지역을 벗어나면서 조림지를 만나고 드문드문 자리한 묘지를 지나면서 시야도 트여 임하리 일대를 볼 수 있다. 움푹 팬 구덩이가 보이는 봉우리를 지나면 지형도상의 269.4m봉도 머리를 드러낸다. 안부 소로를 지나 무명봉에서 서쪽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만나는 안동 권씨 묘지를 지나면 금소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구암지맥이 끝나는 임하리까지는 1시간이면 가능하다. 산행은 지맥의 마루금을 벗어나 왼편으로 내려서면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금소리마을에 닿으면서 끝난다.

 

○오대리~홍은사~약수터~주능선~정상~389.8m봉~401m봉~안동 권씨 묘~갈림길~금소리 (5시간30분 소요)
○오대리~홍은사~약수터~주능선~정상~389.8m봉~401m봉~안동 권씨 묘~269.4m봉~임하리 (7시간 소요)
○오대리~홍은사~약수터~주능선~정상~홍은사~오대리 (3시간 소요)

 

숙식

약산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나 식당이 없다. 숙식은 안동시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안동은 국제적인 관광지로 호텔을 비롯해 숙소가 다양하고 소문난 먹거리집도 많다. 상아동의 까치구멍집(054-821-1056)은 헛제사밥과 식혜를 맛볼 수 있고, 안동간고등어(054-855-9900)의 간고등어 정식도 유명하다. 안동의 먹거리 하면 찜닭과 간고등어, 헛제사밥, 한우를 생각하겠지만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 뒷골목(남부동)에 있는 시골장터 국밥집(054-859-9898)의 쇠고기국밥과 석쇠불고기는 별미 중의 별미다.

 

월간산[482호] 2009.12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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