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충청북도

제천 522번지방도-두학동 고명동 자작동 가창산

by 구석구석 2009. 12. 23.
728x90

제천역에서 522번 지방도가 상천마을(두학동)~장치미(고명동)~자작동을 거쳐 어상천까지 뻗어 있다.

 

 

 

 

상풍마을~설매산~정상~장치미 코스가 가장 볼 것 많고 뚜렷

 

산과 노래,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제천의 동쪽 가까이에 노래를 부른다는 뜻의 가창산(歌唱山)이 있다. 제천 가까이에 있지만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도 되고, 제천시와 영월군, 단양군의 경계가 되기도 하는 산이다. 더불어 가창산은 치악산 아래 남대봉에서부터 감암산·석기봉·용두산·무등산·왕박산·삼태산·태화산 등 명산들을 꿰고 지나는 영월지맥에 있는 산이어서 산꾼들 사이에서는 제법 알려져 있다.

 

제천시청에서 가창산에 제법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산길은 넓게 잘 손질되어 있다. 또 숲 가꾸기 사업을 벌여 간벌을 잘 한 덕으로 온 숲에 햇빛이 들어 밝고 깨끗하다. 이렇듯 가창산은 숲이 짙고 깨끗하다. 바위가 드물어 화려한 기암괴봉은 적으나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온 산이 석회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더러 보이는 바위는 하얗고 기묘하다.

 

가창산에서 가장 좋은 곳은 고스락(정상)이다. 남으로 삼태산이 건너에 보이고 소백산의 조망이 눈을 끈다. 가을에는 몇 그루의 크나큰 단풍나무가 이 고스락을 빨갛게 치장한다. 고스락은 동북면과 동면이 천길 바위벼랑으로 되어 있어 조망이 좋고 시원하다. 특히 기동(강원도 영월군 서면 토교리)으로 빠지는 골짜기는 깊고 길다. 나무에 가려져 있어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가창산의 두 가지 전설

 ▲ 상풍마을에서 전망대로 이어진 오름길. 밧줄을 붙잡고 오른다.

 

가창산의 전설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려 왕조 후예의 이야기다. 고려가 망하자 왕족인 왕씨가 왕박산에 숨어들어 살았다. 그 왕족을 모시는 사람들이 왕족의 어린이를 안거나 업고 어르며 더러는 무등을 태우고 춤을 추었던 산이 무등산이고, 자장가 등 노래를 부르며 왕족의 어린이를 돌보았던 산이 가창산이라는 것이다. 산 이름에 빗대어 만든 이야기 같다.

 

다른 하나는 조선조에서 사화로 인해 비참하게 망한 두 집안의 젊은이 둘이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두 친구는 열심히 공부를 하며 집안을 망하게 한 못된 세상을 원망하고 벼슬길에 나가지 말자고 서로 굳은 다짐을 한 뒤 헤어져 살았다. 

 

그러나 한 친구는 글이 성취되자 약속을 어기고 벼슬길에 들어서 꽤 성공도 했다. 벼슬길에 들어선 친구는 나이가 들자 옛 친구가 그리워졌고 궁금하기도 했다. 수소문 끝에 친구가 가창산에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를 찾아갔다. 벼슬살이 친구는 약속을 어긴 것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때 산속에 숨어 쓸쓸하게 살아 온 친구의 아내가 가야금을 타고 노래를 불러 두 친구의 우정을 되살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가창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두 이야기는 인터넷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jongshae)에서 보고 대충 옮긴 것이다. 이 이전의 출처는 알 수 없다.  

 

한때 충북 일대의 산은 물론 전국의 산들을 누비고 다녀 유명했던 제천의 이연규씨가 가창산을 추천했다. 이 가을의 어느 날 가창산의 산행에 나섰다. 산행에 동참한 일행은 백두대간을 왕복 종주하고 아홉 정맥도 종주했으며 지금도 친구 7명과 함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맥종주를 계속하고 있는 제천 대성면옥 표순철 사장과 소방서에 근무하는 박해경씨 그리고 이연규씨다. 우리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박해경씨 승용차 편으로 동쪽 가까이 보이는 가창산으로 향했다.

 

산행들머리가 되는 상풍마을은 단양의 어상천면으로 넘어가는 522번 지방도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다. 농가가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로, 버스는 어렵고 승용차만 들어갈 수 있으나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다.  

▲ 제1전망대에서 본 제천 풍경.

 

가창산 산길의 시작은 마을이 끝나는 골짜기 들머리 가까이에 있다. ‘가창산 5.9km’로 표시된 안내판이 있고 산길이 손질되어 있어 산길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산길에 들어서자 바로 가파른 비탈을 올라채야 했다. 밧줄이 매어져 있었으나 숨이 찼다. 길가의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이 눈에 띄어 일행은 밤을 줍노라 비탈의 풀 속을 뒤지기도 했다.

 

산길은 곧 첫 봉우리인 제1전망대에 올라섰다. 작은 납작바위 하나가 있을 뿐인 이곳에 제천 쪽의 나무를 베어 내어 제천시가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제1조망대란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숲속의 등성이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잘록이가 나선다. 거기에 잘 가꾼 묘가 있고 묘를 지나면 또 가파르게 산비탈을 올라간다. 이 비탈 위의 봉우리가 설매산이다. 여기에 ‘가창산 4.25km 상풍마을 1.9km’의 안내 표지판이 있다. 

 

설매산에서 잘록이로 내려서는 등성이와 잘록이 일대는 유난히도 넓어 밭으로 일구면 훌륭한 농장이 될 것 같았다. 내려선 잘록이에서 또 오르는 비탈도 만만치 않다. 그 꼭대기에 올라서면 산불감시초소가 맞이한다. 얼마나 바람이 센지 감시 초소를 굵은 나무에 철사로 잡아매어 놓았다. 여기서도 제천시가가 잘 보인다.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골짜기에 석회석 채석장이 있는 듯 매우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들렸다.

 

산불감시초소에서 펑퍼짐한 등성이 길로 나아가면 곧 삼거리가 나선다. 왕박산에서 문영월재를 지나 올라온 영월지맥의 길과 여기서 만나는 것이다. 이제는 계속 영월지맥 길을 가게 된다. 여기에 삼각점이 있고 안내 표지에는 ‘설매산 2.63km 가창산 2.6km 문영월재 1.0km’로 되어 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이 지맥 길은 갖가지 풀이 우거져 있고 여러 가지 꽃도 볼 수 있었다. 또 이 지맥길은 종주꾼들이 많이 다니는 듯 나뭇가지에 색색의 깃(표지기)이 많이 매달려 있었다. 이 길의 제천 쪽은 숲 가꾸기가 잘 되어 있어 큰 나무 사이에 공간이 많아 숲 전체가 밝다. 평지 비슷한 이 길 끝에 작은 잘록이가 있고 잘록이 왼편 (동쪽 영월 땅)의 골짜기 막바지는 옛 채석장이었던 곳으로, 돌아가며 깊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폐광 터이기는 하지만 폐광 정리를 잘해 놓았고 폐광을 한 지도 오래 되어, 이제는 주위의 초목이 제법 어우러져 보기가 그리 흉하지 않다. 오히려 드러난 하얀 바위들이 기암괴석으로 보이기도 하고 영월 쪽으로 훤히 터져 있어 조망도 좋다. 백덕산이 저기에 보이고 오른편 골짜기 아래에는 우리가 하산할 곳에 있는 장치미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이 잘록이에서 한바탕 좀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가창산의 고스락이지만 우리는 고스락을 앞에 두고 시원한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뒤 한바탕 바윗길을 거쳐 고스락에 올랐다. 상풍마을에서 약 2시간30분이 걸려 올라온 이 고스락은 힘을 들여 올라올 만한 값어치가 넉넉히 있었다. 동쪽 영월 서면 쪽과 남쪽 단양 어상천 쪽은 절벽을 이루고 있어 시원하고 바위도 있어 조망도 좋다. 바로 건너에 삼태산이 보이고 오른편 끝에 소백산도 보인다.

 

몇 그루의 단풍나무 잎이 빨갛게 물이 들어 제법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무성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서면 쪽 고스락 바로 아래는 높은 바위 대문처럼 크나큰 바위 협곡을 이루고 있어 장엄했다. 삼각점도 있고 안내 표지판도 있다. 우리는 아쉬운 발길을 고명동 장치미 쪽으로 돌려 하산을 시작했다. 장치미 쪽으로의 하산 길은 희미하고 별다른 점도 없으며 안내표지도 없다.

 ▲ 가창산 고스락(정상)에서 맞은편의 삼태산을 바라본다. 정상은 소백산이 보일 정도로 화려한 전망을 자랑한다.

 

서쪽으로 뻗은 큰 등성이에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어상천으로 넘어가는 옛 고갯길에 내려서게 된다. 포장도 되어 있지 않다. 고갯길을 따라 내려가면 장자광업소 들머리에 너덧 집의 장치미 마을이 있고 522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마을 어귀에 버스 정류소가 있다. 여기서 가창산의 산행이 끝난다. 고스락에서 장치미 정류소까지 1시간이 걸린다.

 

상풍마을에서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 문영월재로 오른 다음 영월지맥을 타고 주봉까지 오를 수 있으나 문영월재까지의 골짜기 길이 좋지 않고 안내 표지도 없다. 안내표지도 잘 되어 있고 길도 좋은 상풍마을 제1전망대 길이 거의 외길이다. 하산도 고스락에서 장치미로 내려서는 외길이다. 거꾸로 장치미에서 가창산 고스락으로 오르는 것도 마땅찮다. 길이 애매하여 내려오기는 좋으나 올라가기에는 길의 가닥을 잡기도 어려워 좋지 않다.

 

상풍마을~제1전망대~설매산~산불초소~영월지맥 삼거리~일자봉~정상~등성이길~옛길 고개~장치미 마을 (산행시간 약 4 시간)

 

월간산 481호 2009.11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장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