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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영주 영주동 구성공원 근대역사문화거리

by 구석구석 200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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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는 북쪽이 충북 단양, 동쪽이 봉화에 닿아있고 서쪽으로는 문경, 예천과 맞닿았다. 영주에는 신라시대부터 절이 많이 들어섰다. 영주에는 부석사, 소수서원, 희방사 등 태백산 정기가 가득 담긴 문화유산이 많아서 답사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다.

 

영주의 번성과 쇠락은 열차의 흥망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에는 세 개의 철도 노선이 교차한다. 1942년 중앙선이 개통되고 영주역이 문을 열었다. 뒤이어 영동선과 경북선이 놓이면서 영주는 물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열차가 중장거리 교통의 중심이었던 시절. 영주역 개설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였다. 기차역이 들어서면서 영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역은 사람을 불러들였고, 그렇게 몰려든 사람을 상대로 한 장사치들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늘어난 인구가 1970년 초반에는 18만 명을 헤아렸다. 열차를 타고 들어왔다가 잠깐 머물고 떠나는 뜨내기들까지 합친다면 실제 인구수는 20만 명이 족히 넘었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기억이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영주 인구는 그때의 겨우 절반쯤에 턱걸이하는 정도다.

 

하지만 영주의 번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철도의 가설과 함께 시작된 영광이었으니, 철도에서 고속도로로 교통의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쇠락이 시작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도시의 중심이동은 구도심에 지층을 남긴다. 제자리에서 번성하는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새것으로 바꾼다. 그 과정에서 오래된 것은 흔적 없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반면 급작스러운 소외나 개발 지체의 시간은 ‘오래된 것들의 화석’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화석이 된 이야기가 영주 구도심에 있다.

 

 

 영주2동 구성공원

구성공원은 영주2동 옛 산성 터에 자리한다. 신동국여지승람에 보면 구성산성은 돌로 쌓았으며 둘레 1,281척, 높이 9척이며 성 안에 우물이 있고 군창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곳에 오르면 영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정상에는 가학루란 누각이 있어 북쪽으로 소백산 연화봉이, 남쪽으로는 학가산이, 동쪽으로는 문수산과 일월산이 바라보인다.

 

구성공원에는 선정비와 반구정, 봉송대 글씨 등이 있다. 반구정은 고려 말 김해부사를 지낸 사복재 권정이 고려 멸망 소식을 듣고 고향 안동에 세웠던 정자를 후손들이 옮겨온 것이다. 영주~풍기 철로 아래를 지나 서천강변으로 가면 구학공원 제민루 아래 정도전 생가인 삼판서 고택이 있다. 원래는 구성공원 동쪽에 있었지만 1961년 사라호 태풍 때 유실돼 이곳에 새로 지었다. 고택 뒤에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지시로 ‘군사작전 개념으로 수해복구’를 한 것을 기념해 심은 나무와 설명판이 있다. 당시 365시장과 붙은 중앙공원 자리에 있던 영주역도 지금 자리로 옮겨갔다. 옛 서천은 구성공원과 구학공원 사이를 흘렀던 셈이다. 제민루에서는 서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소백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로가 바뀐 서천 옆에는 보물 두 점이 있다. 구학공원 옆 옛 영주도서관 뜰에는 통일신라 시대 중기의 영주동 석불입상(보물 제60호)과 오층석탑이 있고 바로 앞에는 일제강점기 항일의병 233명의 투쟁실적을 수집해 ‘기려수필’을 지은 송상도 추모비가 서 있다. 이곳에서 강변을 따라가다 가흥교를 건너 500m를 내려가면 도로변 화강암벽에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보물 제221호)과 경북 유형문화재인 가흥리 암각화가 강을 바라보고 있다.

 

■ 구 영주역인근의 근대역사문화거리

영주는 우리나라 주요 철도 교차점으로 일제강점기 형성된 옛 영주역 일대의 철도관사와 정미소 등 생활시설이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영주 구도심의 근대역사문화거리와 영주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서천 주변의 불교와 역사 유적을 함께 찾았다.

 

영주시 근대역사문화거리는 도시 중심에서 약간 북쪽인 철탄산의 남서쪽 자락에 형성됐다. 영광중학교를 중심으로 광복로와 두서로 일대에 철도관사를 비롯한 근대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제일교회부터 풍국정미소, 영광이발관 등 세 곳이 있는 광복로는 일제강점기 때 대한광복단이 모은 군자금을 만주로 전달하는 거점 역할을 하던 대동상점이 주변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금 이 건물은 사라졌지만 이처럼 역사적인 거리에서 오랜 세월을 지킨 건물들이 등록문화재가 됐다는 게 뜻깊다.

 

건축물로는 6곳이 등록됐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이 풍국정미소다. 풍국정미소는 건립 연대가 공식적으로는 1966년으로 가장 최근이지만 실제로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풍국정미소 주인장인 우길언(80) 씨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았는데 20대이던 1960년대부터 이곳에서 일했단다. 영주의 곡창지대인 안정면 안정뜰에서 수확한 벼를 찧던 풍국정미소는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2010년대 초에 기계를 멈췄다. 거리에 면한 허름한 가게는 여전히 문을 열고 우 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가게의 손때 묻은 주판과 책상은 문화재급이다. 마당을 지나면 낡은 시멘트벽에 슬레이트 지붕의 정미소 건물이 나온다.

 

2013년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풍국정미소는 안쪽 풍경이 뜻밖에 밝고 환하다. 지금은 보기 드문 목재 구조물에 기계를 설치했다. 입구 바로 옆에 벼를 넣어 벨트를 이용해 이동하면 머리 위에서 쌀을 찧는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 고풍스러우면서 우아하기까지 한 기계를 보러 요즘도 견학하러 오는 공학도가 많단다. 화재 위험 때문에 전기를 끊었지만 언제라도 다시 돌릴 수 있는 상태다. 한쪽 벽에는 두 대 중 한 대만 남은 보리 도정기가 있고 구석진 벽에는 밀 도정기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수십 년 세월을 넘어 지금도 가동하는 정미소는 전국에 몇 곳 되지 않는다. 다른 곳처럼 이곳도 카페로 변신할 수 있겠지만 원래의 멋을 잃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풍국정미소뿐만 아니라 광복로에서 두서로로 연결되는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 일대는 1941년 옛 영주역이 영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1935년에 만든 관사 두 곳과 그보다 앞서 1920년에 세운 근대한옥, 1950년대 만든 영광이발관, 1958년에 준공한 제일교회 등 192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친 영주 구도심의 근대생활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모여 있다. 1907년 기독교 신도들이 기도 모임을 만든 뒤 1907년에 현재 영주시의회 인근 제일교회 위치의 남서쪽 구성공원 아래에 처음 교회 건물을 세웠다. 신사참배 반대로 목사와 전도사 등이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제일교회는 6·25전쟁 때 불탄 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 건립됐다. 고딕 양식을 일부 적용한 건물은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이곳에서 광복로를 따라 풍국정미소를 지나면 곧 영광이발관이다. 1930년대 개업해 위치와 이름, 소유주를 바꿔가며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발소다. 지금도 영업하는 이발소 건물의 완성도는 낮지만 주민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영광중학교에서 길을 꺾어 두서로로 올라가면 도로 아래에 자그마한 밭을 낀 기와집이 있다. 삼거리 무궁화제분소를 운영하는 주인집이라는 이 개량한옥은 옛 고택의 별채로 지어졌는데 본채는 사라지고 이 집만 남았다.

 

영광중학교 뒤 야트막한 산자락의 관사골 주택가에 붙어 있는 5호 관사와 7호 관사는 전형적인 옛 일본식 목조 관사 주택의 모습이다. 세월을 품은 단층 주택이 작은 텃밭과 잘 어우러진다. 제일교회와 풍국정미소, 영광이발관은 간판 같은 게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한옥도 영광중 옆으로 기와지붕이 눈에 띈다. 하지만 두 채의 관사가 있는 관사골 일대는 비슷한 분위기의 주택이 모여 있어 헷갈릴 수 있다. 문화재로 등록은 됐지만 아직 안내시설은 전혀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 영주의 맞수 맛집

영주에는 유독 ‘맞수’ 맛집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쫄면의 대표 맛집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분식집 ‘나드리’와 ‘중앙분식’. 영주동 ‘랜드로버’ 브랜드 매장 앞에 있다고 해서 ‘랜떡’으로 불리는, ‘원조’를 주장하는 두 곳의 포장마차 떡볶이집의 경쟁도 치열하다. 카스텔라 인절미로 이름난 태극당 빵집이나 칼칼한 감자탕을 착한 가격에 내는 명동감자탕도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영주시 중앙로 89 '나드리'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기업에 선정된 나드리는 3대째 이어져온 쫄면과 수제돈가스전문점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자체개발 비빔장으로 7가지 종류의 쫄면을 판매하고 있으며 쫄면과 돈가스 양념장을 별도 상품으로 판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백년 가게 육성사업은 30년 이상 하나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다산다사 악순환 구조에서 지속성장 가치를 실현하는 성공모델을 발굴하고자 시작한 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48개 업체를 백년가게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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