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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전주의 막걸리거리-한국관광공사

by 구석구석 2009.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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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선배와 강원도 속초에 피서를 갔다. 민박집 투숙객들이 갹출하여 막걸리 두 말을  사서 진홍색 고무대야에 가득 담고 주황색 바가지를  띄어 놓았으니 경주 포석정이 부럽지 않았다.  두둥실 떠다니는 바가지가 내 쪽으로 오면 마구 퍼 마시면 된다. 부추와 고추를 썰어 넣은 부침개를 안주삼아 하얀 막걸리를 가슴에 채웠다. 생각 같아서는 삼손이 되어 대야를 통채로 들고 마시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이럴 때 술을 그만 마셔야 진정한 술꾼인데 기분이 고조될수록  몸은 흐느적거렸고 급기야 인사불성이 되어 뻗었다. 마신 것을 토해내고 싶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허리조차 숙일 힘이 없었다. 결국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하얀 막걸리를 분수처럼 뿜어 댔으니 그 분수(?)는 고스란히 내 얼굴로 떨어졌다.  함께 간 선배가 다음날 내게  "내가 본 인간의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어."  그 후 한동안 내 별명은 "인간분수"였다.  이렇게 막걸리는 추억을 만들어내는 오묘한 술이다.

 

한 잔 들이키면 식사가 되고, 흥이 나면서 힘을 쏟게 하여 "농주"라고 해서 관절이 잘 돌게 하는 윤활유다. 약주와 막걸리는 한 술통에서 나왔지만 깨끗한 술을 걸러낸 약주는 양반네가 폼 잡으며 마신 술이지만 선별 없이 막 걸러내는 막걸리는 민초들의 끼니가 되고 회포를 풀어내는 양식인 것이다. 그래서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라고 했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이 라고까지 했다.

 

살림살이가 힘들어지고 주머니가 가벼워진 주당들은 막걸리 집을 자주 찾게 되었다. 최근에 막걸리 집이 늘어난 것은 이런 시대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막걸리의 원류를 찾다가 전주까지 오게 되었다. 전주처럼 막걸리 동네가 많은 곳이 드물 것이다. 삼천동 우체국 골목에 30 여곳, 서신동 본병원 앞에 15곳, 경원동 동부시장 뒤에 10곳, 효자동 전일여객 근처에 10곳, 평화동 뱅뱅골목에 8곳이나 막거리집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

 

아마 전주에서는 호프집 보다 막걸리집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서신 동과 삼천동 막걸리 거리를 찾았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막걸리 한 주전자에 기가 막힌 전주의 영양안주가 무료로 딸려 나온다. 나중에는 "아줌마 그만 주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테이블 위를 가득 메웠다.

 

서신동 막걸리 거리 

전주의 막걸리는 생막걸리다. 소주처럼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멸균처리를 하게 되면 몸에 좋은 영양분이 파괴가 되고 맛이 떨어지는데 전주는 워낙 막걸리 소비가 많기 때문에 굳이 멸균할 필요가 없다. 간판에 붙은 "서민들의 안식처" 말에 공감을 했는지 입구부터 줄을 서야 한다. 사전 예약을 했지만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하긴 막걸리집에서 예약한다는 것이 참 어색한 일이다.

 

메뉴판을 달라는 사람도 없다. 자리를 앉으면 묵직하게 담겨진 냉막걸리 주전자가 식탁에 올라오고 파를 송송 썰어 넣은 삼계탕이 나오면서 전주 막걸리 안주의 서곡을 알린다. 그냥 끊여온 것이 아 니라 먹음직스럽게 즉석에서 고기를 잘라준다. 노릇하게 익혀진 대하구이가 나오면서 눈이 휘둥그레 진다.

 

세번째 안주는 돼지두부김치다. 털까지 박혀있는 토종 돼지고기에 두툼한 비게까지 붙어 있다. 그것을 새콤한 김치찜에 두부를 넣고 말아먹는 맛이 일품이다. 왠만한 한정식집의 김치전골 요리보다 맛깔스럽다. 족발까지 나타나 식탁은 더욱 화려해 졌다. 배추, 고추, 마늘쫑은 가져다 먹는 셀프인 데 다먹지 못하고 남기면 500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풍성한 안주를 접하고는 "이러다가 이 집 망하면 어쩌지" 괜히 손님이 주인을 걱정하는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

 

이쯤되면 찌그러진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막걸리처럼 우리네 민초들의 입에 서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역시 막걸리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마셔야 흥이 나고 그 걸쭉함이 느껴진다.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650ml 3병이 들어가는 막걸리 한 주전자가 금방 비워졌다. 워낙 시끄러운 분위기라 말로 주문해서는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술이 떨어지면 빈 주전자의 뚜껑을 치거나 숟가락으로 주전자를 두드려야 한다.

 

막걸리 주전자가 추가될 수록 안주가 늘어난다. 매콤한 꽁치안주가 나오고 속풀이에 좋은 미역탕도 상이 올랐다. 맛깔스러운 생굴무침까지 이젠 상이 모자랄 지경이다. 네 주전자 째는 꽃게찜이 나왔다. 8명이 실컷 먹었는데 4만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얀 벽은 서민들의 낙서로 가득하다. 누구나 기분이 좋으면 벽화를 채울 수 있다. 막걸리 잔을 부딛치며 나누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는 민초들의 시어가 되어 막걸리집의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집에서 기절하고 갑니다.", "참고, 견디며 인내로 살아가는 우리 어르신들을 생각하자.","여보 사랑해"

 

서신동 막걸리 거리는 서신동 본병원 맞은편 농협 뒷길이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며 막걸리 3통, 소주 2병, 맥주 3병이 각각 1만원이며 안주는 무료. 추가로 막걸리를 시키면 무료 스페셜 안주가 딸려 나온다. 옛촌(063-272-9992),주전자막걸리(061-271-5246)

 

삼천동 막걸리 거리 전주 최고의 막걸리 거리인 삼천동 우체국 골목길은 일부러라도 찾아가 볼만하다. 막걸리집 간판과 네온사인이 양옆에 길게 이어진 이식거리이자 우리나라 막걸리 거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 하다. 저녁이면 30군데가 넘는 막걸리집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삼천동은 전주에서도 서남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왜 이곳이 전주최고의 막걸리 거리가 되었을까? 그것은 전주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삼천동은 가난한 서민이 많이 살았는데 IMF가 터지면서 세상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주머니에 술 한 잔마실 돈 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때 삼천동에 처음 막걸리 집이 들어섰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모두 힘드니까 힘내자며 막걸리 한 주전자에 한 상 가득 안주를 내 온 것이 삼천동 막걸리의 시작이란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몰리고 자연스레 한두집이 늘어났는데 모두 장사가 잘되어 결국 오늘날 막걸리촌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전날 서신동 막걸리집에서 당했던 충격(?)이 있기 때문에 테이블에 올라온 안주를 보고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곳은 13가지 안주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소풍이 생각나는 찐계란, 밤, 그리고 옥수수, 부부처럼 다정하게 누워 있는 소라와 생굴 그리고 양념게장, 작은 문어도 빠지지 않는다. 돼지두부 김치와 시원한 생태찌개와 간재미 찜까지 배추를 비롯한 싱싱한 야채까지 한 상 가득 채웠다. 이 곳을 잘 모르는 타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한 상 가득 나온 안주를 보고 주인을 불러 항의 받았던 일화도 들려준다. 전주의 막걸리집은 말 그대로 서민들의 안식처다. 술을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라 풋풋한 고향의 정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천동 막걸리집 거리는 전주IC나 서전주IC에서 빠져나와 순창쪽 방향 곰솔나무길을 따라가면 완산 구청을 지나 삼천주공아파트 뒷편 도서관과 우체국쪽이 전부 막걸리집촌이다. 무려 30 여 군데가 성업중이며 전주 최대의 막걸리 거리다.

큼직한 홀과 깔끔한 안주가 자랑인 사랑채막걸리(063-225- 5522), 시인 안도현이 자주 찾았다는 홍도주막(063-224-3894), 용진집(063-224-8164), 전주막걸리 (063-225-0808), 마이산 청정막걸리(063-223-0890), 어우동막걸리(063-225-2250). 5시에 문을 열고 새벽 2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전주술박물관 (문의:063-287-6305 전주한옥마을 내에 있다.)

잊혀진 가양주의 맥을 찾고 그 술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전통술박물관이다. 술을 만드는 도구와 과정, 도구와 제기 그리고 전국에서 수집한 가양주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상곡수에서는 굽이도는 물에 술잔을 띄어볼 수 있으며 숙성실과 발효실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술 익는 소리와 술 익는 냄새를 오감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가양주의 진가를 발견해내는데 의미가 있다.

 

숙취해소는 전주의 콩나물해장국이 최고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듬뿍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 만든 음 식이다. 뜨끈뜨끈한 모주 한잔 걸치면 속이 따뜻해진다. 이래저래 전주에 오면 술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삼백집(063-284-2227) 한국관(063-272-8611) 삼일관(063-284-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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