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食客)은 남의 집에 얹혀살며, 하는 일 없이 얻어먹으며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허영만 화백은 취재에 나서면 어김없이 ‘식객’이 된다. 어지간한 음식점에서는 밥값 받을 생각도 안 한다. 심지어 꼭꼭 숨겨둔 맛의 주방까지 열어젖힌다. 식객도 이런 식객은 없지 싶다.
기어이 침을 삼키고 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침 삼키는 소리가 화실 안에 울렸다. 창피할 일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듯, 침 넘어가는 맛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 고들빼기는 굉장히 써서 소금물에 반나절 쯤 우려내야 했어요. 내가 내려간다고 하면 어머니가 물에 담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고들빼기 김치를 내오지요. 그 쌉쌀하고 톡 쏘는 맛이… 야, 이거 벌써 침 넘어가네.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씩 마누라한테 담가 달라고는 하는데 그 맛이 비극이고(웃음).”
‘굴무침’도 빠질 수 없다. 어릴 적 허 화백의 친구들이 오면, 초장에 무친 생굴에 바싹 구운 김가루를 뿌려서 내오셨다. 가끔씩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보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무에 비밀이 숨었나 보니 식초 맛이더란다. 집에서 발효시킨 식초의 시큼한 맛이 굴무침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어미가 빚어지던 두 음식의 맛은 지금도 아련하다.
맛의 기원을 찾아가면 어쩔 수 없이 어미의 손맛이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탯줄을 끊고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 어미의 젖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식객>에는 유독 어머니나 가족에 관한 일화들이 많다.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는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요리야 제 각각이고, 레시피와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마음은 한가지다.
“내 생각에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미각을 완전히 점령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항상 그리워하고 먹고 싶고 그런 거지. 난 시내 나가서 밥 먹을 때 가정식 백반 잘 하는데 없나 묻게 돼요. 그런 게 좋아요. 음식은 역시 손맛이에요. 손에서 찝찔한 맛도 나오고 그래야 해요.”
<식객>은 맛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만화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을 위해 0년을 투자했다. 방대한 취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식객>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얼마 전 허 화백과 대담을 나눴던 <미스터 초밥왕>의 테라사와 다이스케씨도 “..............”라고 말했다. 그가 부러워 한 <식객>의 ‘정서’는 사람이란다.
“비타민A, B, C 하는 식으로 맛을 분석하는 건 재미없어요. 요리하는 과정이나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가운데 음식을 끼워 넣는 거지요. 맛은 결국 고향 같은 거니까. 그래도 우선은 맛이 있어야 정서가 길어지긴 하죠.(웃음)”
‘어미의 맛이나 사람의 이야기’라 뭉뚱그리는 듯싶지만, <식객>의 맛은 그저 탐미에 그치지 않는다. 맛의 뿌리를 찾아가는 천로역정이다. 제 00화 대게를 취재할 때는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여수가 고향인 그에게도 종일토록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견디기 힘들 만큼 매서웠다.
게를 잡아 올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다 보면 절로 사람이나 삶이 떠오른다. 제 00화 정어리쌈은 체력이나 인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정어리와 대멸(큰 멸치)의 어원에 관한 논쟁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고도 그 기원을 좀체 찾을 수가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제00화를 취재하면서는 김발에서 뜯어내는 재래식 김을 찾기 위해 남해와 서해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사소하게는 음식에 물리기도 한다.
제 30화 순대를 취재하는 날, 아침에 우연찮게 순댓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 때 충청도에 도착해서는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또 순대를 삶아 먹었다. 저녁 취재는 돼지머리였다. 하루에 4차례나 부위별 돼지고기를 먹고 나니 입안에서 노린내가 났다. 그래도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요, 세치 혀라고 근래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결국 그도 여수에서 자란 ‘촌놈’이지 싶다. 깊은 맛을 좋아하고 구수한 정을 좋아한다. 단맛이 진한 음식은 몇 점 들지도 않고 젓가락을 놓아버리지만, 쓴맛이 강한 음식은 외려 입맛을 다시며 달려든다. 퓨전 음식이나 인공 조미료가 강한 음식은 손사래를 친다. <식객>에도 우리의 고유한 제철별미를 담고 싶단다.
“<식객>은 오래 준비했고 아직 이야기가 많아요. 중간도 안 왔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맛의 달인>은 100권까지 나왔잖아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면 <식객>도 100권까지 연재할 수 있는 거지요. 관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식객>과 병행해 나가려고요.”
극중 성찬은 식객을 ‘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허 화백은 식객의 1권을 여는 진수와의 인터뷰에서, 맛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보면 허 화백을 이 시대에 ‘식객’이라 부르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듯싶다.
식객>은 전국 팔도의 특산물과 별미를 모아둔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특히 제철 먹을거리의 생생한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꼭 챙겨 볼 일이다. 자~ 떠나자, 팔도 별미 찾으러~
■ 올게쌀(식객 제1화)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생산되는 올게쌀은 맛이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생쌀은 그냥 말리지만 올게쌀은 쪄서 바짝 말린다. 딱딱해서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모르지만 입 안에 한 가득 집어넣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 불어나기 때문에 비로소 맛을 느낄 수 있다.제철: 사시사철
■ 전어(식객 제3화) : 경상남도 서천시
특징: 가을전어 맛은 깨가 서 말이다. 전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소금구이를 하거나 채 썬 무수에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먹는다. 회나 젓갈로 먹기도 하는데 특히 콩대숯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다. 머리부터 먹어야 제 맛.
마량포구 근처의 횟집의 전어 맛은 거의 비슷하다. 그중에서 전어 회무침의 양념 맛이 독특한 돌고래 횟 집(041-952-2388)이 맛있다.
■ 매생이(식객 제22화)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읍 내저마을
http://blog.daum.net/choogal/13443964
특징: 공해에 민감해서 차가운 청정해역 겨울바다에서만 자란다. 또한 매생이는 갯벌이 있어야 하며 조류가 잔잔한 내해여야 성장이 가능하다. 향긋하고 고소하며 부드럽다.
제철:11월~ 2월 말
■ 청어과메기(식객 제27화)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
특징: 청어과메기의 건조장은 농가 부엌의 살창이라는 곳이었다. 적당한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살창으로 들어오는 송협향까지 배었다고 한다. 적당히 잘 말린 과메기는 뼈와 껍질을 잘 벗긴 후 생미역과 실파 등을 곁들여 초고추장과 함께 싸먹는다.제철: 12월 말~1월
■ 영덕대게(제30화) :경상북도 영덕군
개 흙질이 없어 타 지역의 대게에 비해 맛과 육질이 뛰어나다. 상인들은 다른 지역의 게와 구별하여 ‘박달게’라고도 했다. 이는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야무지다는 뜻. 잡힌 지역에 따라 영덕대게, 울진대게, 포항대게로 나누어 불린다.제철: 11월~4월, 추운 겨울에 맛이 좋다
■ 과하주(제 37화) : 경상북도 김천시
특징: 과하주(過夏酒)란 원래 약주에 소주를 섞어 빚는 술로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이다. 김천 남산동 지게마을 서쪽에 있는 과하천에서 빚은 과하주가 가장 유명하다. 찹쌀과 누룩 등을 1∼3개월간 저온으로 발효시켜 거르는데 물은 넣지 않는다.
제철: 제조 시기는 우수와 경칩 사이가 최적기이며, 정월 보름에 빚어 4월 8일경에 마신다.
■ 갓김치(제 41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
특징: 돌산 갓과 파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 생새우 등을 함께 갈아, 양념을 섞어 버무린 김치이다. 갓 특유의 매운 맛과 젓갈의 잘 삭은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돌산갓은 여수시 돌산 지역 특산물로, 해마다 여수시에서는 돌산 갓김치축제를 열고 있다.제철: 가을에 담가 먹는 계절 김치이다.
■ 홍어(제 42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특징: 흑산도에서는 미끼를 쓰지 않는 ‘걸낙’ 방식으로 홍어를 낚아 온다. 낚시 시간이 많이 소요돼 항구에 도착하면 잡힌 홍어가 썩어 있는 경우도 있다.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삭혀서 먹기보다는 회로 먹는 것을 즐긴다.제철: 봄. 특히 5~6월은 산란철이다. 금어기이기 때문에 살이 많이 올라 맛이 좋다.
■ 기장미역(제 44화) : 부산광역시 기장군
특징: 미역은 조류의 상하운동이 심하고 플랑크톤이 풍부한 10도에서 13도 사이에서 자라는데, 기장이 바로 그곳.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 수온(10~13℃)이 유지하기 때문에 질 좋은 미역이 생산되고 있다.재철: 겨울에서 봄에 걸쳐서 주로 채취되며 이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
■ 자반고등어(제46화) : 경상북도 안동시
내륙지방이라 생선을 운반하는 도중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장을 빼고 소금을 넣기 시작한 것이 안동 간고등어의 시작이다. 옛날 안동은 생선의 대부분을 강구에서 들여왔는데, 청송 황장재며 가릿재를 넘어 안동 임동면 채거리 장터까지 닿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 김(제68 화) :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자연포자 된 김을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한 달에 걸쳐 채취한다. 재래방식으로 김발에 널어 말리는 게 제 맛인데 지금은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 향기가 진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 우럭젓국(제69 화): 충청남도 서산시
서해안의 태안과 서산지방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난 뒤 먹다 남은 조기를 버리기 아까워 한데 넣고 끓인 것이 시초이다.제철: 가을부터 겨울까지
<식객>의 맛집이나 별미 목록만 모아도 맛 기행을 떠나기에는 손색없다. 자, 맛 좀 보고 싶은 이들은 참고하시라.
■ 곰소염전(<식객> 제17화 소금이야기 편) 063-582-7511
부안군 민원실 063-582-7117
주차가능 /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IC에서 내면산 쪽으로 가다가, 보안영정검문소 지나, 부안군 진소면 곰소 쪽으로 좌회전 4km 우측
■ 소양강 민물 매운탕(<식객> 제 19화 홍천강 천렵 편) / 02-943-7018
11:30-01:00 / 메기매운탕 1만5000~3만5000원, 잡고기 매운탕 2만5000~4만5000원 /주차가능
서울 성북구 하월곡 2동 67-37 /지하철 6호선 월곡역 2번 출구에서 100m 앞 길가 위치.
■ 갯바위 과메기(<식객> 제27화 구룡포 이야기 편) 054-276-4078
09:00~17:00(성수기에는 손님 있을 때까지) /1두루미(20개) 1만원 /주차가능
포항시 남구 구룡포 삼정 3동 /포항 IC에서 나와 구룡포 쪽으로 가다가 호미곶에 위치 /제철:10월~3월까지
■ 소양호 빙어 낚시(<식객> 제 29화 빙어 편) /●인제군 문화관광과 033-460-2082
인제 빙어축제 기간 : 12~2월 /주차가능 /양평 지나 홍천 방면으로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남면 시가지 지나서 5~10분 가면 왼쪽에 3·8선 휴게소가 나온다. 삼팔선 휴게소 뒤쪽이 인제 빙어축제장.
■김가네(<식객> 제30화 대게 승부 편) 054-733-6889
평일 09:00~19:00, 주말 09:00~02:00 /마리당 1만~15만원(박달대게) /주차가능 /택배 주문 가능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 영덕간도를 타고가다 강구항 입구로 들어선 후, 다리 건너 좌회전 150m
■ 해송(<식객> 제 30화 대게 승부 편) 054-732-9922
09:00~23:00 /영덕대게 1만3000~5만원 /주차가능
중앙고속도로 안동 IC에서 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포항 쪽으로 오다보면 강구항 휴게소 사거리. 좌회전 후 해맞이공원 이정표 보고 가다가 강구항 쪽으로 우회전 ●대게드림(daegedream.com)
■ 산골식당(<식객> 제45화 참새구이, 제65화 꿩만두 편) 053-252-1566
■ (주)안동 간 고등어(<식객> 제 46화 자반고등어 편) 054-854-0545
■ 허브나라 (<식객> 제 47화 요리사의 사랑 편) 033-335-2902
■ 삼백집(<식객> 제 49화 콩나물 국밥 편) 063-284-2227
24시간 /콩나물국밥 4000원, 모주 1500원 /주차가능
전주IC로 나와 전주시청 방향으로 직진 후 전주관광호텔 뒷골목
■ 황우곱창(<식객> 제 61화 소 내장에 대하여 편) 02-554-8539
11:00~22:30 /3만원 /주차가능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11-11 /선릉역 5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 가다보면 KT영동지점 맞은편
■ 양지바위횟집(<식객> 제 66화 대구 편) 055-635-4327
대구탕, 찜 1인분:15000원 /주차가능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에서 통영 지나 거제도 방면으로 진입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향으로 오다가 외포초등학교 지나 200m 직진하면 보이는 바닷가에 위치
■ 여의도 송로 김영복 주방장(<식객> 제 66화 대구 편) 02-3773-1296
복 맑은탕·복국·복매운탕 3만8000원 /주차가능 /여의도 LG 트윈타워 동관 5층
■ 감초식당(<식객> 제 73화 순대일기 편) 064-753-7462
순대 1kg 7000원, 막창순대 1만원. 순대국밥 3500원, 모듬 순대 7000원(순대국밥 포함) /주차불가
제주시 이도리 보성시장 내
■마산식당(<식객> 제 75화 돼지국밥 편) 051-631-6906
24시간/돼지국밥 4000원 /주차가능 /경상남도 부산시 진구 범천동 조선방직 앞 돼지국밥 골목
<죽음과 맞바꾸는 맛 편> 황복요리의 대가 ‘임진대가집’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이라고 극찬했던 황복. '식객' 에서도 독성이 매우 강한 황복을 빗대어 '죽음과 맞바꾸는 맛' 이라 제목을 붙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식객 속 실제 황복요리집은 바로 임진강변에 위치한 고풍스런 한옥으로 지어진 ‘임진대가집’ . 너른 창으로 보이는 푸르른 강변마을 풍경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집의 주인장은 매일 배를 타고 임진강으로 나가 황복을 잡는 어부이자 복요리전문가. 황복은 송홧가루가 떨어질 때 임진강에 산다. 이 때문에 ‘죽음과 맞바꾸는 맛’ 이라 칭하게 된 것이라고.
★ 위치 :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 가격 : 황복 1kg 20만원 정도, 참게탕 5만원
★ 전화번호 : 031-953-5174
허영만과 함께한 제주 <식객> 여행
허영만 화백에게 <식객>에 나오지 않는 제주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맛집이란 할머니 속치마의 쌈짓돈과 같다고 말한다. 손주 귀엽다고 자꾸 꺼내다 보면 곧 바닥을 보인단다. <사라져가는 오지 마을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었는데 저자의 마음이 자신과 같더란다. 그런 음식점은 노출되면 없어진다. 그래서 그는 말을 아낀다. 실제로 <식객>에 등장한 맛집 가운데도 맛이 변한 경우가 많다. 간신히 졸라 살짝 엿본 수첩에는 용담골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제주에서 찾아낸 물회 맛집이란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제주의 전통 물회는 오로지 집된장 하나만 넣는다. 섬 바깥 사람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용담골 물회는 집된장과 고추장이 적당한 조합을 이룬다. 집된장의 구수한 맛이 제주의 본맛을 살려내면서 고추장의 매콤한 맛이 결들여진다. 지나치게 매운 양념에만 의존한 맛이 아니다.
용담골에는 두 가지 물회가 있다. 잘 알려진 것이 전복성게물회다. 이제는 조금씩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두 번째가 숨겨진 별미인 전복낙지물회다. 전복을 씹는 맛과 오징어회를 씹는 맛은 확실히 다르다. 전복이 들어갔음에도 가격은 저렴하다. 박리다매가 용담골의 운영 방침이라 가능하다.
경력 25년의 김유태 사장은 전국에서 유일한 메뉴란다. 그는 일본에서 8년간 한국음식점을 하다가 2년 전 돌아왔다. 짧은 시간에 터를 잡았으니 맛 하나는 보증이 된 셈이다.
허영만의 맛이야기 “제주에서 물회로 유명한 맛집을 세 곳 정도 찾아가 봤다. 맛이 소문만 못했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 다른데 내 경우 용담골은 그에 비해 물회 맛이 괜찮았다. 성게와 전복을 넣는데 성게 향이 좋고 밥과 함께 먹는 것도 독특했다.”
information
location 제주공항에서 월성로 방면 오라오거리에서 제3한천교 방면 prince range 성게전복물회 1만원 낙지전복물회 2만원 전복삼합 2만8000원 parking 도로 옆 임시주차 가능 address 제주시 용담1동 248-22 tel 064-752-2344
신현대식당은 제주에서도 택시기사들이 즐겨 찾는다는 갈치와 고등어 맛집이다. 일행이 맛본 음식은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이었다. 갈치와 고등어조림은 같은 양념을 사용하는데 갈치 쪽이 조금 더 나았다. 생선살의 두께나 신선도는 도심보다 우위였지만, 조림 그 자체를 두고 봤을 때는 서울의 맛집과 큰 변별성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조금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면 갈치국이 좋고, 모험보다 실리를 택하고자 한다면 갈치구이를 권한다. 김찬호(32세)<식객>평가단 오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유명한 집이라 기대가 많았다. 생선살이 두툼해 좋았다. 갈치는 발라먹는 재미가 있을 만큼 살이 많았다. 조림에 함께 나온 무는 무즙이 넉넉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Information
location 탑동 수협공판장 맞은편 prince range 갈치조림 2만6000원~3만5000원 고등어조림 1만5000원~2만원 갈치구이(2인) 2만8000원 고등어구이(2인) 1만3000원 갈치국 7000원 parking 식당 앞 주차 가능 address 제주시 건입동 1319-19 tel 064-721-8803
일행이 두 번째 찾아간 맛집은 등대와 바당이다. 도두항 바로 앞에 있어 신선한 횟감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등대와 바당의 장점이다. 갈치회를 맛볼 수 있었던 것도 그 지리적 이점과 무관하지 않다. 갈치는 성질이 고약해 잡자마자 곧장 회를 떠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소문이 무성하지만 정작 맛을 봤다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데 가을보다는살이 오른 겨울이 제철이다. 등대와 바당에서는 모둠회를 시키면 갈치회를 맛볼 수 있다. 등대와 바당을 이야기할 때 ‘전망 좋은 방’도 빼놓을 수 없다.
2층은 도두항과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녘에는 일몰 또한 장관이다.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주차장도 넉넉한 편이다. 5~8월 사이에 온다면 제주의 다금바리를 맛볼 수 있다.
이정아(27세 )<식객>평가단 개인적으로 단체석이 완비된 맛집은 피하는 편이다. 손님이 많으면 무리수를 두기 쉽기 때문이다. 등대와 바당은 여러 사람이 먹기에 무난했다. 횟감의 신선도도 썩 나쁘지 않았다. 이 집의 장점이라면 전망이 좋다는 점. 연인들이 좋아할 만하다.
Information
location 용두암해안도로 끝 도두항 입구 prince range 모둠회 (大)10만원 (小)8만원 parking 식당 앞 주차 가능 address 제주시 도두일동 2614-4 tel 064-712-1282
성읍민속마을 인근에는 흑돼지주물럭 맛집촌이 있다. 촌을 형성한 맛집이 그렇듯 맛은 대동소이하다. 그 가운데 굼부리 식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양념맛이 강하지 않고 지나치게 달지도 않다. 적당히 버무려져 흑돼지 본래의 맛을 음미할 만하다. 마을에서 직접 담근 좁쌀막걸리를 곁들이면 좋다. 색깔은 조금 짙은 편이고숭늉 맛이 난다. 흑돼지보다 좁쌀막걸리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도 많다. 옛날식 초가옥이 운치를 더한다.
정지영(24세)<식객>평가단 흑돼지라 기대가 많았다. 고사리와 각종 야채를 함께 넣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흑돼지주물럭은 양념이 담백해서 밥 없이 먹어도 좋다. 좁쌀막걸리와 음식 궁합이 참 잘 맞는 듯했다.
제주 보성시장에는 순대 골목이 형성돼 있다. 말이 골목이지 상가의 한 층을 빙 둘러 차지하고 있다. 제주순대는 다른 지방과 다르다. 돼지막창에 보리와 좁쌀을 갈아서 넣는다. 그 밖에도 각종 잡곡이 들어간다. 제주는 토양이 안 좋아 쌀이 귀해서 순대에 보리와 좁쌀을 넣어 먹었다. 제주에서는 모든 잔칫상에 올릴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받는 먹을거리다. 일반 순대에 비해 수분기가 적고 식감만으로 따지면 찐밥을 씹는 것 같다. 텁텁한 맛이 덜하고 한층 깔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성시장 내에서도 감초식당은 <식객>(73화 순대일기)에 등장하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식객 전권을 통틀어 제주의 맛이 다뤄진 건 감초식당의 제주순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를 증명이라 하듯 한쪽 벽은 온통 감초식당이 등장하는 만화 장면이다. 운이 좋다면 식당 맞은편에서 순대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화 <식객>에 묘사된 것과 똑같은 모습과 동작으로 순대를 만든다. 이곳 주인은 처음 허영만 화백이 찾아왔을 때 누군인 줄 몰랐다. 사기꾼 아니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취재에 응했다. 나중에야 만화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 화백이 왔다간 후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신문을 손에 들고 한 무리의 손님들이 들이닥치더니, 얼마 후에는 또 책을 들고 찾아오더란다. 휴가철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가격도 저렴하다. 순대소(小)자 하나면 세 사람이 먹어도 족하다.
허영만의 맛이야기 “제주순대는 제주가 아니라 서울에서 맛봤다. 그 맛이 깊어 주인에게 물었더니 제주에서 가져온다고 했다. 쌀과 소금대신 조와 보리가 들어간 제주순대는 제주의 지리적 환경을 반영한다. 제주순대는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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