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JSA' 찍은 갈대밭도 거닐고 철새도 관찰하고...
총길이 240.2km의 장항선 열차는 천안까지는 경부선이나 호남선 열차가 달리는 철로를 함께 이용한다. 천안에 이르러 궤도는 서남쪽으로 향한다. 온양온천역을 지나고 홍성과 대천을 거쳐 마침내 종착역인 장항에 이른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과 그리 넓지도 않은 들판 정경을 마냥 바라보고 있자면 충청도 사투리 같은 푸근한 정감이 철로변에 넘쳐난다. 바로 그 장항선의 종착점인 장항역은 아직도 일제시대의 건물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곳이다. 서울역에서 장항역까지의 소요시간은 새마을호가 3시간 20분 정도.
장항역을 중심으로 서천 일대가 겨울 여행지로 적격인 것은 그곳에 갈대밭이 있고 철새도래지가 있어서이다. 또 죽산리나 송석리 등 장구만이라는 이름의 바닷가로 달려나가면 해변마을 꼬마들의 해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여행 매니아들은 장항선에 몸을 싣고 서천을 찾아간다.
역에서 내려 도선장으로 가면 금강 하류를 가로질러 군산시내로 건너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항 사람들은 서천읍내보다 군산을 생활권으로 주로 이용해왔다. 유람선을 탄다고 생각하고 왕복표를 끊어 도선에 올라 군산까지 건너갔다가 되돌아오는 것도 재미난 여행방법이다.
이번에는 금강하구둑으로 가서 철새들을 관찰할 차례.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와 전북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를 잇는 길이 1,841m의 금강하구둑 주변에는 키가 2m를 넘는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강 중심에는 모래톱이 형성돼있어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 이후 해마다 1만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던 금강하구둑 언저리에는 1995년경 무려 1만 9천여 마리의 새들이 찾아와 안정된 철새도래지로 자리를 잡았다. 겨울이면 청둥오리, 흑부리오리, 가창오리, 기러기, 재갈매기가 찾아오고 여름에는 왜가리떼가 날아오기도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2천∼3천여 마리만 남아있다는 검은머리갈매기는 금강하구둑을 찾는 진객이기도 하다. 검은머리갈매기는 해안의 개펄과 강 하구에서 갑각류와 갯지렁이 등을 먹고사는 겨울 철새로 겨울 깃의 머리는 흰색이며 눈 주위에는 검은 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부리는 검은 색이고 다리는 붉은 색이다.
이곳에서 새를 관찰하기 좋은 곳은 하구둑 북쪽의 동편주차장 일대. 10시 방향에 작은 모래톱이 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온통 철새 무리로 뒤덮여있다. 물가로 조금 가까이 다가가려는 기척만 있어도 오리떼들은 어떻게 눈치챘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개를 퍼덕이고는 강 중심으로 달아난다. 저녁 무렵 금강하구둑 너머로 해가 기울고 그 하늘 위를 철새들이 날아오르며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이다.
철새를 감상하고 잠시 여독을 풀기에 좋은 곳은 금강하구둑의 서쪽편, 그러니까 장항읍내로 들어가는 해안도로이다. 카페며 횟집, 모텔들이 즐비하다. 이 지역 신혼부부들은 이곳의 멋진 카페들을 배경삼아 열심히들 기념사진을 찍어간다. 군산시민들도 이곳으로 건너와서 야간 데이트를 즐긴다. 한밤에 군산 방면에서 바라보자면 이 지역은 불야성을 이룬다. 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들은 철새들의 단잠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을 터이다. 여행자는 금강 하구를 찾은 철새들에게 영화배우 에디 머피가 남긴 이런 말을 던져준다. '자유로워져라. 자신에게서, 타인에게서, 세상으로부터.'
이번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했던 신성리 갈대밭을 가볼 차례이다. 부여군 양화면과 맞닿은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가을걷이가 끝나고 서리마저 내려앉은 논길을 가로질러 다다른 제방도로에 오른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갈대밭은 황홀경이다. 신성리 마을 사람들은 '저 너머로 가면 갈밭이유' 라며 갈대밭을 갈밭이라고 줄여서 말했다. 순천 대대포구의 갈대밭은 여행자의 눈높이와 딱 맞은 장관을 보여주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눈높이 아래에서 제 모습을 보여준다. 제방도로가 갈대밭보다 높으니 그럴 수밖에. 갈대밭으로 내려서고자 하나 쉽사리 길이 보이질 않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하류로 내려가자니 한 군데 길이 보인다. 가수 안치환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소'라고 노래했듯이 경운기 바퀴자국이 갈대밭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 밭으로 들어가면 강물은 보이질 않는다. 오직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갈대 대궁과 갈대 줄기 뿐.
갈대밭은 용산리까지 이어진다. 제방도로의 길이로 치자면 약 1.5㎞ 가량 된다. 이곳에 이처럼 갈대밭이 훌륭하게 조성된 이유는 금강 하류 지역이라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당하고 범람의 우려로 강변 습지에서 농사들 짓지 않기 때문이다. 신성리 사람들은 그 빈 강가에 저 홀로 갈대가 무성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자연의 순리요 삶의 올바른 이치임을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갈대밭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도중, 갑자기 바로 옆에서 뭔가 푸드득 날아오른다. 인간의 발자국 소리에 새들도 놀랐겠지만 여행자 역시 그들만큼이나 기슴이 뛰었다. 얼른 보니 마도요 종류 같다. 마도요는 머리 꼭대기부터 등까지 넓은 갈색이 섞인 검은 줄이 있고 어깨깃과 날개덮깃이 엷은 갈색인 겨울 철새이다.
신성리 갈대밭 여행 시 주의할 것은 갈대밭 사이사이로, 그리고 물가에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어 놀라게 하지 말라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제 방도로 두어 군데에 야생조류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푯말이 서있다. 실제로 신성리 갈대밭 앞 강물은 철새들의 월동장소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금강하구둑 근처보다도 더 많은 철새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와우트래블 유연태여행작가
■ 장항역에서 3분거리에 있는 '서천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해 세계 5대 기후대와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외 여러 공간에서 전시와 행사, 교육과 체험이 진행되는데, 그중 주목할 곳은 에코리움이다. 국립생태원의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에코리움은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록왕도마뱀부터 펭귄까지 기후대별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코리움이 실내 전시 체험 공간이라면 야외에는 습지체험장, 수생식물원, 사슴생태원 등이 있다. 한반도 습지 생태계를 관찰하고, 다양한 수생식물을 직접 만지며 배우고, 조심성이 많아 야생에서 쉽게 관찰할 수 없는 고라니와 노루도 만날 수 있다.
여행메모
서울역에서 장항선 열차의 첫차는오전 5시 20분. 막차는 오후 8시 40분에 출발한다.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는 서천행 직행버스가 하루 13회 운행한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예산-홍성-보령을 거치면 서천에 닿는다. 신성리 갈대밭부터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논산나들목을 빠져나가 강경-부여군 임천면(29번 국도) -양화면 입포리를 지나는 것이 좋다. 금강하구둑 근처에는 금강장(041-951-8128)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맛집으로는 장항읍에 온정집(956-4860), 서천읍에 향토식당(952-418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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