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실마을
조지훈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주실마을은 산골등짝이가 서로 맞닿아 이뤄진 마을이라 하여 주실 혹은 주곡이라 부른다. 실학자들과의 교류로 일찍 개화한 마을이면서, 또한 일제 강점기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던 지조 있는 마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조지훈 외에도 한국 인문학의 대가 조동일, 조동걸, 조동원 교수 등이 이 마을 출신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주실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시인의 숲'이라 불리는 보호숲이 있다. 조지훈의 시 '빛을 찾아 가는 길'을 새긴 시비가 서 있는 이곳은 외부로부터 마을로 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지난해 생명의 숲과 산림청이 뽑은 '올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될만큼 오래된 소나무와 느티나무, 느릅나무가 아름답고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주실마을 안에는 조지훈과 그의 형 조세림이 태어난 호은종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2호)과 지훈이 한문을 수학한 월록서당(도 유형문화재 제172호), 경북 북부 지방 특유의 ㅁ자형 뜰집의 전형을 보여주는 주곡동 옥천종택(도 민속자료 제42호) 등의 문화유적이 있다.
호은종택과 지훈문학관 사이 길을 오르면 시공원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는 지훈의 시 가운데 골라 뽑은 20여 편이 돌에 새겨져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경북일보 이선복기자
주실마을 숲
한양조씨 집성촌이며 청록파 시인으로 우리나라 문단의 한 핵을 그은 조지훈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에 들어서려면 반드시 이 숲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대문이자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천연림을 보완해 100년 전에 심은 소나무와 250년이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 느릅나무가 풍성한 숲을 이뤄 '시인의 숲'이라고 불리는 이 숲에는 시인을 기리는 기념시비가 서 있고 문학 해설이나 백일장도 열린다.
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중이 영양군의 지원을 받아 숲을 자연 그대로 잘 가꿔 가고 있다.
조지훈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은 한양 조씨의 집성촌으로 흔히 이 마을을 '주실'이라 부른다.
이 집안은 본래 한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나 같은 가문의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축출되자 한양을 떠나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1630년경 호은(壺隱) 조전이라는 사람이 가솔을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꿀을 묻힌 잎사귀를 갉아 먹은 벌레가 만든 발자취, 주초위왕(走肖爲王)은 결국 이 마을에 주실숲을 만들게 한 것일까?
숲에는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검팽나무, 팽나무, 산팽나무, 시무나무,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고, 숲 가운데로 지나가는 지방도로 옆에 나그네가 쉬어가도록 의자도 설치돼 있다. 예부터 주실 마을 사람들은 입신양명에는 뜻을 두지 않고 학문에만 전력했다고 한다.
교육열이 남달리 강했고, 아무리 힘들지라도 재산, 사람, 문장은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三不借)가 이 마을의 면면한 모습을 지켜가고 있다. 마을에서 보면 앞의 문필봉은 그윽한 먹 향기를 품고 있고, 왼편의 주실숲은 일월산 자락과 도드라지지 않게 이어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경북일보 정형기기자
청록파시인 조지훈 주곡리222 '지훈문학관' ☏ 054-682-7763
생가인 호은종택부터 그가 한문을 수학한 월록서당, 제자들이 존경의 뜻으로 세운 시비, 그가 사용했던 물건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문학관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 곳곳에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번 주말, 조지훈의 문향이 흐르는 영양을 찾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은 어떨까.
1939년 일제 말기 최고의 문예지인 '문장'을 통해 등단했으며, 소월과 영랑을 비롯해 서정주와 유치환을 거쳐 청록파에 이르는 한국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함으로써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의 한국문학사에 연속성을 부여해준 큰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승무', '낙화', '고사' 등의 시는 지금도 널리 읊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는 민속학과 민족운동사에 공헌했으며 한국문화사를 최초로 저술했다. 또한 '지조론'을 통해 민족 전체의 생존을 위한 양심 어린 절규를 터뜨리기도 했다. 지훈을 두고 박목월은 '크고도 섬세한 손'이라고 했다. 역사 인식을 뚜렷이 하는 거대한 안목과 섬세한 서정의 실마리를 다듬은 서정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가리킨 말이다.
170여 평 규모에 단층으로 지어진 목조 기와집이 ㄷ자 모양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구에 있는 현판은 미망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썼다고 한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대표시 '승무'가 흘러나온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언제 들어도 유려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시다.
문학관 내에는 지훈의 소년시절 자료들, 광복과 청록집 관련 자료들, 격정의 현대시 속에 남긴 여운, 지훈의 가족 이야기, 미망인 김난희 여사가 쓰거나 그린 작품, 학문 연구의 핵심 내용 등이 동선을 따라 전시돼 있다. 또한 그가 쓴 주례사와 여러 곳에서 받은 감사장, 위촉장, 표창장 등의 자료를 비롯해 평소 썼던 문갑과 서랍도 있다.
외출할 때 즐겨 입었던 외투와 삼베 바지, 30대 중반에 썼다는 검은색 모자와 가죽 장갑, 40대에 사용했다는 부채, 세상을 뜨기 6~7년 전부터 애용했다는 담배 파이프와 안경 등 그가 직접 사용했던 물건들도 만날 수 있다.
문학관 내 설치된 헤드폰을 통해 투병 중이던 그가 여동생 조동민과 함께 낭송했다는 시 '낙화'를 들을 수 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깊은 여운을 준다. 무료 관람. 경북일보 이선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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