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 옛길서 천연 음이온 마셔요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증평 읍내→592번 지방도(청안 방면)→질마재→부흥사거리→37번 국도(청천 방면)→금평삼거리(좌회전)→화양동. 증평 나들목에서 40~50분 소요.
짙은 황사가 물러난 이른 아침 화양동. 산기슭엔 샛노란 생강나무꽃과 분홍빛 진달래꽃이 화사하다. 그러나 벚나무는 연분홍 꽃눈을 살짝 감은 채 좀더 따사로운 봄볕을 기다리고 있다.
백두대간 늘재에서 발원한 계류가 달천에 몸을 섞기 직전에 빚어낸 화양동(華陽洞)은 맑은 물과 기묘한 바위가 절경을 이루는 별천지. 성리학의 대가였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은 화양동 경치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꼈다. 화양동의 대표 경치로 꼽히는 화양구곡(경천벽·운영담·읍궁암·금사담·첨성대·능운대·와룡암·학소대·파천)은 정계에서 은퇴하고 이곳에 은거하던 우암이 손수 고르고 이름도 지었다. 그래서 화양동 옛길 걷기는 9곡 탐승과 거의 겹친다.
옛길은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물가에 높이 솟은 경천벽, 구름 그림자 잠겨있는 운영담을 지나면 길가엔 어린이 키 만한 돌기둥 두 개가 보인다. 조선시대에 화양서원을 찾은 지체 높은 양반들이 말에서 내리던 곳이다. 조선 말기 한량으로 전국을 떠돌던 대원군 이하응은 말에서 내리지 않고 이곳을 지나가다가 묘지기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한때 조선 최고의 위세를 자랑하다가 화양묵패라는 사사로운 세금고지서로 민폐를 끼치기도 했던 화양서원은 굳게 닫혀있다. 그 앞 물가엔 읍궁암이 있다. 북벌을 꿈꾸던 효종이 승하하자 우암이 새벽마다 올라가 활처럼 웅크려 절하며 울었다는 사연이 전한다.
금빛 모래가 펼쳐져 있는 금사담 주변은 참으로 절경이다. 옥빛 청수 너머의 큼직한 바위엔 우암이 제자를 가르치던 아담한 암서재가 깃들어 있다.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는 화양동의 백미. 수련회 온 대학생들도 봄 나들이 온 연인들도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별 보기 좋은 바위라는 첨성대 앞에서 다리를 건넌다. 뭉게구름처럼 생긴 능운대 올려다보고 마지막 민박집을 지나면 길은 한없이 호젓해진다. 길 양쪽으론 늘씬한 은사시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길게 누운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다는 와룡암. 용의 몸통쯤으로 여겨지는 바위로 내려선다. 계류 소리가 시원하다. 산 속 계류 주변엔 ‘공기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음이온이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화양동이라는 통계도 있다. 심호흡을 한다. 음이온이 몸 속에 가득 찬 것 같은 충만감. 기분이 좋아진다. ‘이 골짜기로 들어오면 심신이 상쾌해져 마치 선경에 있는 것 같다.’ 우암이 남긴 이 말은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반 탐승객들은 흔히 와룡암 위쪽의 학소대까지만 다녀오지만, 최상류인 파천까지 이어지는 옛길도 빼놓을 수 없다. 학소대를 지나면서 조금 가팔라진 길을 1.2㎞ 정도 걸으면 새하얀 너럭바위가 깔린 파천. 용의 비늘이라는 너럭바위에 앉아 맑은 계류를 바라본다. 물 속엔 봄 하늘이 고요하게 잠겨있다.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코끝을 스치는 봄 냄새. 아,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한없이 여유를 부리고 싶은 봄날이여! 여행작가 민병준
옛길 정보: 화양동 1곡 경천벽~9곡 파천까지 약 3㎞. 왕복 2시간쯤 걸린다.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걷는다 해도 왕복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입장료 어른 16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하루에 4000원.
문의: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분소 832-4347 괴산군청 대표전화 830-3114 괴산 시내버스 834-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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