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동우체국 골목에 막걸리집이 모여 있다. 전주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3000~4000원이면 갈 수 있다.
막걸리에 취하고 안주에 반하고 가격에 쓰러지다 / 전주 막걸리촌
술을 주문하면 맛깔난 안주가 줄줄이 따라 나온다? 그것도 모조리 공짜에 심지어는 업그레이드까지 된다는 사실. 도시의 깍쟁이 상술에 지친 이들에게 고향의 인심을 느끼게 해주는 전주막걸리촌 얘기다. 술 마시며 안주 고민, 주머니 걱정은 이제 그만!
오후 5시가 막 넘은 시간. 술을 마시기엔 다소 이른 초저녁이지만 조금만 늦게 가면 앉을 자리도 없다는 소리에 서둘러 삼천동을 찾았다. 해가 길어진 탓에 아직은 한산하다. 10개 남짓 자리 중 이미 거나하게 취한 한 테이블과 이제 막 자리를 시작한 중년 남자 세 명이 차지한 테이블 두 개가 전부다. 하지만 6시를 넘기기 무섭게 10여 분 차이로 모든 자리가 꽉 들어찼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여러 군데 조성되어 있다. 한때 맥주와 소주에 밀려났던 막걸리가 6~7년 전부터 막걸리촌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삼천동에만 30여 군데의 막걸리집이 생겨났고 서신동과 경원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막걸리를 파는 방법이 참 희한하다. 1만2000원짜리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키면 안주는 모조리 공짜이기 때문이다. 기본 안주라고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꼴뚜기회, 게장, 조기매운탕, 관자, 부추전, 갈치조림, 날치알무침 등은 푸짐할 뿐더러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또 손님이 올 때마다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것도 전주막걸리촌만의 경쟁력으로 통한다.
경남 통영에는 ‘다찌’라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는데 술값을 조금 더 받는 대신 안주는 공짜인, 주당들이 들으면 반색할 만한 아주 ‘착한’ 문화다. 지역은 다르지만 전주막걸리촌도 통영과 비슷한 점이 많은 듯 싶다. 아마도 인심 좋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습성이 아닐까 싶은데, 술을 마시는 손님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어 좋지만 정도가 황송해 값을 치를 때는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한국관광공사
막걸리 시키면 안주가 공짜 ‘용진집’ 063-224-8164
‘가격대비 성능’에서 이 보다 더 탁월할 수 있을까. 안주를 공짜로 주는 막걸리 집 ‘용진집’의 1만원 짜리 술상<사진>. 750㎖ 짜리 막걸리 3통을 황금빛 주전자에 담아 나온 술상에는 모두 11접시의 안주가 놓여 있었다. 손바닥만한 갈치 두 토막, 고등어 김치찜, 된장 풀어 끓인 구수한 우거지국, 밤톨만한 크기의 삶은 소라, 삶은 옥수수, 찐 밤, 찐 계란… .
재미있는 대목은 술 주전자를 추가할 수록 새로운 요리가 등장한다는 것. 두 번째 술 주전자(1만원 추가)를 시키자 삼합(홍어, 제육, 김치)과 삶은 새우, 삶은 게 다리, 조개의 일종인 생합 구이 등 ‘고급’ 안주가 줄지어 나왔다. 사람 수는 상관없다. 무조건 주전자 별로 돈을 받는다. 공짜 안주지만 맛의 차원에서도 동의할 만 하다는 게 중평.
아쉬움은 막걸리다. 전주 지역을 대부분 통일했다는 비사벌 막걸리인데, 톡 쏘는 첫 맛에 비해 뒷 맛은 좀 심심한 편이다. 세 번째 주전자를 시켰더니, 해삼·멍게 접시와 계란탕, 은행 구이가 따라 나왔다. 두 번째 주전자가 높여놓은 눈높이 탓에 ‘살짝’ 실망.
여기서 궁금증 하나. 소주나 맥주는 팔지 않을까. 답은 소주는 YES, 맥주는 NO다. 소주 2병을 막걸리 한 주전자로 쳐 준다. 하지만 맥주는 안 된다. 주인은 “막걸리는 한 통에 600원씩이면 들여오는데, 맥주는 한 병에 1400원 꼴이니 어떻게 당하냐”며 영업비밀을 털어놓는다. 삼천동 시립도서관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에 용진집이 있다. 영업은 시에 시작해서, 밤 11시30분까지 들어온 손님만 받는다. 주차장 없다. 카드 가능. 스포츠조선 어수용기자
전주에서 맛볼 수 있는 막걸리는 전주주조에서 만드는 밀막걸리다. 서민층에서 즐겼던 만큼 쌀 대신 순밀가루만을 이용하는데, 첫 맛은 약간 톡 쏘고 달달한 것이 포천막걸리와도 비슷하다. 다만 요즘은 탁하게 마시는 것보다 가라앉혀 윗부분의 맑은 술만 마시는 게 대세라고. 배도 덜 부르고 다음날 숙취도 덜하다는 게 이유다.
맥주나 소주로 술을 배운 젊은 사람들은 막걸리 맛을 잘 모르는 까닭일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막걸리로 술을 배운 30대 후반 이후가 주를 이룬다. 이들에게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전통음식이란다. 자연발효로 인해 생겨난 살아 있는 효모 때문이라고 하는데 몇몇 막걸리집 벽에는 ‘막걸리의 효능’ 이 마치 녹차나 복분자 효능 얘기하듯이 걸려 있다. 실제 막걸리의 활성효모는 인체에 필요한 소화 효소 및 무기물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단백질과 비타민은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고도 피부가 뒤집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좋아진다니 여성 주당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한국관광공사 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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